[신년특집] LA 한인타운 ‘도박광풍’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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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Sundayjournalusa

미국 전체국민 7명 중 1명이 가난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연방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인 ‘푸드스탬프’에 의존하고 있는 저소득층이 지난해보다 600만 명 이상 크게 급증해 극빈층이 약 41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푸드스탬프는 저소득층에게 식비를 지원해주는 연방정부의 스냅프로그램(SNAP : Supplement Nutrition Assistant Program)으로 매달 정해진 금액이 ‘EBT카드(Electronic Benefit Transfer Card)’라는 명칭의 전자 카드로 자동입금 되며 수혜자는 일정 잔액이 들어있는 전자카드를 마켓이나 식당에 제시하면 현금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LA 한인커뮤니티에서도 이러한 푸드스탬프 수혜자들이 늘어나면서 돈이 입금되는 밤 12시를 기해 기이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한인 노인층을 중심으로 푸드스탬프를 ‘현금화’해 도박자금으로 탕진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황혼이혼’을 부르는 치열한 부부싸움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원거리 지역 카지노 관광 패키지’ 상품과 맞물려 갖가지 사회 문제를 양산하며 심각함을 더하고 있다. 한마디로 저소득층이 정부로부터 혜택으로 받는 푸드스탬프 등 최저생계수단까지 암암리에 현금화 해주는 서비스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민생활의 무료함에 빠져든 한인 노년층 사이에 푸드 스탬프를 속칭 ‘와리깡’한 뒤 이 돈으로 도박에 뛰어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LA 한인타운을 관할하고 있는 올림픽 경찰서에는 한인 노인들의 구타사건 접수가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중 대다수는 타운의 노름방과 인근 카지노에서 이뤄진 돈 거래 등으로 노부부가 극한 부부싸움을 벌인 뒤 이웃들에 의해 신고를 당하는 경우다. LA 한인타운을 병들게 하고 있는 ‘도박광풍’의 이면과 그 진상을 들여다봤다.

박상균 기자<블로그 – http://cool711005.blog.me>


















한인 커뮤니티를 병들게 하는 도박광풍이 연초부터 LA 한인타운을 엄습하고 있다.

연말연시에 갈 곳을 잃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LA 인근 대형 카지노들의 현란한 마케팅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LA 한인타운 중심가인 올림픽길 한남체인 인근에는 새벽 6시만 되면 카지노행 버스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게 일상이 됐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에도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할 한인 노인들이 무리를 이룬 채 버스 옆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행렬은 모두 페창가, 팔라, 샌 매뉴얼, 모롱고 등 LA에서 다소 떨어진 1~2시간 거리의 카지노로 떠나는 인파들이었다.

이처럼 한인 노인들이 카지노행 버스에 몸을 싣는 이유는 바로 카지노에서 나눠주는 각종 식사권 등 쿠폰과 모아둔 쌈짓돈을 잘 부풀려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헛된 희망 때문이다.

한인타운의 꼴불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쩍 추워진 LA에 어둠이 그윽해지자 올림픽과 놀만디 인근 하우스에는 노인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50대에서 60~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한인들이 하우스 안에서 포커판과 고스톱판을 벌이며 판돈을 키우고 있었다.

현재 한인타운에는 이러한 하우스 형태의 ‘노름방’이 적어도 10여 곳 이상이 넘게 운영되고 있으며, 삼삼오오 모여 벌이는 짤짤이 노름판 20곳까지 합치면 중소형 불법 도박 하우스가 30여 곳이 넘게 운영되고 있다.

최근 한인 노인들이 도박판에 몰리면서 적게는 수십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 달러를 하룻밤에 탕진하는 도박중독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결국 이들은 도박중독 후유증에 빠져 심각한 우울증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도박광풍’

















▲ LA 인근 페창가, 팔라 카지노 등지에 한인 노인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도박 중독증에 빠져드
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LA 인근을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카지노 사업, 즉 도박 사업이 지독한 불경기에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는 관광산업으로서의 발전적 측면이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쌈짓돈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변질되고 있어 문제다.

과거에는 LA 인근 20마일 반경 내에 위치한 커머스 카지노를 비롯해 가디나 지역 허슬러, 놀만디 카지노 등이 성행했고 한인들의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그런데 최근 LA에서 1시간 내지 2시간 남짓 떨어진 거리의 카지노들이 로컬 관광사들과 손잡고 프로모션 형식의 관광버스를 도입하면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팜스프링 인근 모롱고, 샌디에고 인근 페창가, 팔라, 최근에는 샌 매뉴얼 카지노까지 셔틀 관광버스가 정기 운행되는 등 ‘중거리 카지노 관광 패키지’가 코리아타운 내 마케팅에서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일부 한인들의 ‘한탕주의’에서 비롯한 호기심이 편법 관광산업의 성공사례를 도왔고, 더 많은 카지노들의 셔틀버스 운행과 프로모션 제공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후 생계수단까지 ‘홀랑’


















▲ 푸드스탬프 EBT 카드.

70대 한인 L씨는 한인마켓 한 구석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컵라면을 먹으며 이른 아침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L씨는 웰페어 700달러를 인출해 불과 1주일 만에 홀랑 날려버린 뒤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었던 푸드스탬프까지 현금화해 한 달 생활비를 고스란히 카지노로 날린 상태였다.

그는 부인을 볼 면목이 없어지자 사실상 가출을 한 상태로 다음 달 웰페어가 입금되는 날이나 돼야 집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캘리포니아주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현상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한인사회 뿐 아니라 주류사회까지 놀라게 한 심각한 사회문제인 셈이다.

지난해 가주 내 카지노에서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웰페어 카드’로 8개월 사이 무려 180만 달러의 현금이 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주사회보장국(DSS)에 따르면 2009년 10월부터 2010년 5월 사이 가주내 절반 이상의 카지노에서 웰페어 카드를 통해 지출된 현금이 무려 180만 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충격은 상당했다.

결과는 결국 저소득층의 생활을 위해 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이 도박에 사용된 것으로 월평균 22만 7,000여 달러에 해당하는 자금이 카지노로 새어나갔다는 얘기다.

이처럼 가주 내 웰페어 수혜자들은 지난해까지 웰페어 카드를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도박장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았으며, 뒤늦게 이를 파악한 가주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한 노력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한편 웰페어 카드는 지난 1990년대 말 저소득층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지급됐으며, 매달 최고 694달러까지 보조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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