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손 들어준 큰 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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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들이 고국을 드나들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곳이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공항 서비스 분야에서 5년 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이런 인천공항에 또 하나의 명물이 들어선다. 바로 루이뷔통 면세점이다.
세계적 명품인 루이뷔통은 세계 어느 공항 면세점에도 입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루이뷔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공항 면세점에 입점할 경우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노 회장은 이런 원칙을 깨고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에 루이뷔통이 들어섬에 따라 고국을 여행하는 동포들도 이곳을 이용하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루이뷔통을 유치한 것은 바로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호텔 신라 면세점이다. 이 사장은 롯데면세점 신영자 사장과의 치열한 유치전 끝에 루이뷔통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루이뷔통 입점을 위해서 호텔 신라와 인천공항공사가 내건 조건이 워낙 파격적이어서 업계의 반발이 크게 일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호텔신라가 루이뷔통을 입점시키는 과정에서 공항공사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며 호텔신라와 공항공사 간 본계약에 대한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19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삼성이 정권 실세에게 로비를 해 인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루이뷔통 인천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을 <선데이저널>이 들여다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호텔신라는 지난 2007년부터 루이뷔통 유치를 위해 롯데면세점과 전쟁을 벌여왔다. 당시 인천공항 2기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 참여한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입점하게 되면 루이뷔통을 유치하겠다”는 제안을 동시에 했다. 이때부터 두 업체는 루이뷔통 측과 물밑 협상을 하는 등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재계는 두 회사의 유치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롯데면세점 신영자 사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재벌가 간 자존심 경쟁으로 확대됐다. 지난 4월 루이뷔통의 모회사인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면서‘딸들의 전쟁’은 정점에 달했다. 당시 이부진 사장은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달려갈 정도로 큰 의욕을 나타냈다.
신영자 사장 역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과 면담한 아르노 회장을 소공동 롯데면세점으로 직접 안내하며 공을 들였다.
루이뷔통의 아르노 회장은 세계 어느 공항에도 매장을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공항 면세점 특성상 좁은 공간에 여러 제품을 배열할 경우 자칫 명품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르노 회장은 방한 당시 인천공항의 깔끔한 이미지에 좋은 인상을 받은 데다 두 여사장의 환대에 공항 입점 불가 원칙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뷔통 입점이 가져오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루이뷔통은 명품 브랜드 중‘부유층 집객효과’가 유독 크다고 한다. 인천공항 입점이 단순히 매장 한 개를 추가한다는 의미를 넘어 홍콩,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 공항으로 갈 환승객들의 발길까지 돌려세울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인천공항에서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가 올린 매출은 각각 4,600억 원 안팎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루이뷔통 면세점 유치는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또한 루이뷔통을 입점 시킨‘세계 최초’공항면세점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보너스로 얻게 된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이사장에게 루이뷔통이 가져다준 선물은 가히‘명품’이었다. 재계에서 주목받은 여성 CEO(최고경영자)로 급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의 위상도 한층 강화된 것. 그는 전무에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사장으로 승진하는 첫 번째 케이스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 계열사를 통틀어 최초의 여사장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타 업체와 비교, 파격적 조건

문제는 호텔 신라와 인천공항 측이 루이뷔통을 유치하기 위해 내건 조건이 다른 업체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루이뷔통 매장 규모는 인천공항 면세점 내 가장 큰 규모인 약 180평으로, 이 가운데 기존 신라면세점의 공간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상당 부분은 고객편의 시설인 여객대합실(휴게) 공간으로 충당된다. (사진참조) 현재 루이뷔통이 입점하기로 한 구역은 인천공항 27~28번 게이트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공항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다.
현재는 공항 이용객들을 위한 의자나 서점 등이 있는 곳으로 루이뷔통이 입점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편의 시설들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 현재 공항 내에 입점한 다른 면세점의 경우 계약기간 5년에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으며, 업종에 따라 30~35% 정도의 영업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같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루이뷔통을 유치한 사실이 드러나자 롯데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 롯데면세점은“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호텔신라의 루이뷔통 매장 유치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체결금지가처분 신청을 19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측은 가처분 신청 이유에 대해“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을 신규로 개발하거나 허용하지 아니 할 의무 및 특정 면세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다른 면세사업자의 불이익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 계약체결의 전제 사실을 자의적으로 변경하지 않을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롯데면세점은“루이뷔통에 대해 10년의계약기간을 보장할 경우 현재의제2기 면세점 사업계약기간을 넘어 2013년 개시되는 제3기 사업계약기간에 대해서까지 루이뷔통의 입점이 보장돼, 제3기 면세점 사업계약을 위한 입찰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롯데 측의 이의 제기에 인천공항공사(대표 이채욱)는“신라면세점이 루이비통에 제공하기로 한 공간은 이미 카페와 서점이라는 상업시설이 들어선 곳이고 더욱이 신라면세점이 입찰을 통해 얻은 자리로 제재할 이유가 없다”며 신라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삼성 뒤에 큰 손 있었나


타업체에서 보기에 여러 가지 특혜가 삼성에 주어진데다, 인천공항공사 마저 삼성의 편을 들기 시작하자 업계에서는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고 있는 의혹이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삼성 출신이기 때문에 친정에 과도한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사장은 1972년 삼성물산 에 입사해 1996년 그만둘 때까지 24년을 삼성그룹에 몸 담았다. 퇴직
당시에는 삼성GE의료기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또 다른 의혹으로는‘상촌회’소속의 고위 인사가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이채욱 사장은 영포회와 더불어 대표적 정권 사조직으로 꼽히는‘상촌회’멤버로 알려져 있다. ‘상촌회’는‘상주 촌놈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정권 유력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되어 있다. TK(대구·경북)내에서도 상주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과 더불어 현 정권의 ‘실세지역’중 한 곳으로 꼽힌다. 정권 후 반기에 접어들어서도‘상주 인맥’의 위용은 여전하다는 평가이다. 대표적 인사로는 류우익 주중대사가 꼽힌다.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 대사는 이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여전히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환균 대구고검장 역시 상주 출신이다. 노 고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한 인물이다. 경찰에서는 지난해 9월에 승진한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상주 출신이다. 서울청장은 경찰 내에서 최고의 요직으로 꼽힌다.
국방·안보 분야에도 ‘상주 인맥’이요직에 포진해 있다.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별보좌관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천안함 사태 이후 안보특보를 맡은 그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보좌진 중 한 명이다. 같은 시기 신설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을 맡은 이상우 국방선진화위원회 위원장도 상주에서 태어났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 역시 상주 출신이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상촌회가 삼성의 로비를 받아 이채욱 공항공사 사장으로 하여금 삼성의 루이뷔통 유치를 도왔다는 주장이다.


법원, 삼성 손 들어줄까?


이런 의혹들이 사실일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롯데 측이 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원에서 진실이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법원이 삼성 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동안 승승장구해 온 이부진 사장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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