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망신 국정원’ 어설픈 첩보전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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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협상차 한국에 온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한국 국가정보원(NIS) 직원이 무단 침입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코미디만도 못한 어설픈 첩보전에 세계는 실소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이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은 물론이다. 사건은 AP 통신을 포함해 로이터, AFP통신 등 세계적 통신사들을 통해 앞다퉈 보도됐다.
일국의 정보기관이 특사로 온 외국정부 대표단을 상대로 도둑질을 했다는 소식에 세계 정보계는 아연실색하고 있다. 또한 이런 행각이 어설프게도 불과 6분 만에 상대편 특사단원에게 발각됐다는 것에 한국의 정보시스템은 세계적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우스꽝스런 사건은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는 시간에 진행되어 이 대통령이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와 함께 피해 당사자인 인도네시아 내의 반한 감정도 상당하다. 인도네시아 국회에서는 국가기밀 보호의 허점에 대해 질타하고 있으며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북한과도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중립외교노선에 일대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국정원의 어설픈 스파이 사건 전말을 <선데이저널>이 입체 추적했다.
                                                                                               <성진 취재부기자>



인도네시아 유력 언론인 자카르타 포스트(Jakarta Post) 영자지는 인도네시아 전직 국가정보원장인 에크 마누랑이 “인도네시아가 국가기밀을 보호하는데 허점을 드러냈다”고 밝혔다며 “이번 한국에 간 대통령특사단은 호텔방의 기본적인 기밀보호 장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스파이와 전자도청에 의한 우리의 국방기밀의 절도 사건은 중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인도네시아 국회 국방외교위원인 하산누딘 의원도 “도대체 우리나라 국방시스템이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분노하면서 엉성하기 짝이 없는 기밀보호 시스템을 호되게 질타했다. 그는 “국방장관과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를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추궁했다.
신문은 또 이번 사태가 인도네시아와 북한간의 마찰을 불러 올 것으로 우려했다. 하산누딘 의원은 “한국은 최근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높여왔다”면서 “북한 역시 한국과 인도네시아간의 군사적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KFX 프로젝트는 지난 2009년부터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공동 프로젝트로 인도네시아는 약 80억 달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산누딘 의원은 “이 같은 군사적 프로젝트 진전은 인도네시아와 북한간의 관계를 손상시키게 된다”고 지적하고 “이는 인도네시아의 중립적 외교노선에 장애를 가져 오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해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질 기세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의 ‘무단침입사건’이 발생 직후부터 서울 외교가엔 “국정원 큰 실수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어 이 사건에 국정원의 개입이 알려지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국익을 위해 한 일인데 국정원 직원 처벌해도 실익이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 빈축을 샀다. 한편 국정원 측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남대문 경찰서에 직원을 보내 CCTV·수사자료 등을 모두 가져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설픈 국정원 스파이 3인조(남자 2명 여자 1명)는 지난 16일 롯데호텔 1961호 잠입해 스파이 행각을 벌이다 6분 만에 발각됐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담당 경찰서는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남대문서장은 “노트북 외부 지문 8점 감식 중”이라고 발표는 했지만  ‘뒷북수사’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경찰은 “CCTV가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롯데호텔 측은 “엘리베이터 CCTV, 얼굴 식별 가능할 정도로 선명하다”고 밝혀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조선일보 특종 보도

AFP통신은 조선일보가 인도네시아 특사단 호텔방 침입한 범인은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힌 보도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이 이를 부인했다고 전했다.AFP통신은 조선일보가 최초로 이 사건을 톱기사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 21일자 신문에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지난 16일 잠입했던 3명은 국가정보원 직원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며 인도네시아측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특종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날 “국정원 직원들이 국익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협상 전략 등을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며 “직원들이 발각된 것은 뜻하지 않은 실수”라고 전했다.
남자 2명, 여자 1명으로 이뤄진 국정원 팀은 16일 오전 9시27분쯤 롯데호텔 19층 인도네시아 특사단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만지다 인도네시아 직원과 맞닥뜨리자 노트북을 돌려주고 자취를 감췄다.
국정원 직원들이 노트북의 정보를 USB(소형 이동식 저장장치)로 옮겨 가져갔는지는 불투명하다. 당시 하따 라자사 경제조정장관(부총리급) 등 장관급 6명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특사단 50여명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로 떠난 직후였다.
국정원 직원들이 수집하려던 정보는 국산 고등 훈련기인 T-50, 흑표 전차,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 등을 수입하려는 인도네시아의 가격 조건 등 내부 협상 전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T-50은 인도네시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앞서 러시아의 Yak-130과 막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T-50의 첫 수출 길을 열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와의 협상이 잇따라 무산된 후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여왔다. T-50은 1대당 2500만달러이며 2030년까지 T-50 1000대 수출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T-50을 꼭 수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다른 나라 대표단이 방문했을 때 고도의 첩보전을 벌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면서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노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롯데호텔에 설치된 CCTV 화면이 흐릿해 괴한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롯데호텔 측은 “인상착의를 알아볼 정도”라고 언론에 밝혔다.




“분실 정보 없다”

롯데호텔에 묵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무단침입 사건과 관련해 조코 수얀토 인도네시아 정치안보 조정 장관은 도난당한 자국 군사자료는 없다고 밝혔다고 21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영자지 자카르타포스트(JP) 인터넷판은 이날 수얀토 장관이 “없어지거나 도난 당한 것은 산업부장관 직원의 노트북 컴퓨터에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안타라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수얀토 장관은 노트북 컴퓨터에는 인도네시아의 6개 권역 경제개발 계획에 대한 자국과 한국의 협력 자료 등이 저장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사단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푸르노모 유스지안토로 국방장관은 군사 관련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특사단 숙소 무단침입 사건이 한국 언론에 보도됐다고 전하면서 한국 경찰은 범인들이 양국 군사협력 비밀 자료 같은 특정 정보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인도네시아 인터넷언론 ‘데틱(detik.com)’ 등도 같은 날 인터넷판에서 수얀토 장관이 인도네시아의 국방과 관련된 어떤 자료도 이번 방한을 위해 가져가지 않았으며, 따라서 “인도네시아 국방과 관련된 자료의 도난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르노모 국방장관도 한국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T-50(고등훈련기) 등 무기구매 관련 자료 절취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특사단 도난사고에 대해 한국 국회 국방위에서 사고 원인과 동기에 대한 조사를 희망하고 있으며, 한국과 인도네시아간 협력관계를 해치려는 국제무기상이 개입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등의 보도를 하고 있다.







한국, 인도네시아 무기수출 협상 촉각






한국의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지난 16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침입 사건에 국내 정보기관 요원들이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방사청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국산 고등훈련기(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와 인도네시아는 T-50 수출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측은 조만간 한국을 비롯한 1~2개 국가를 대상으로 훈련기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지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만여 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반군 단체 및 불법재배 마약 감시, 공군 조종사 훈련 등을 위해 해외에서 훈련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과 러시아가 막판 경쟁하고 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T-50 외에 방산수출 문제를 협의하는 다른 아이템은 없다”며 “흑표(K-2 전차)와 신궁(휴대용 대공미사일) 등은 구체적으로 협의되고 있는 수출 아이템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가 다른 나라 훈련기보다 T-50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 양국 정상이 훈련기, 잠수함, 무전기 생산 등의 방위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측에서 곧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는 움직임이었다”면서 “이번 사건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훈련기 도입 사업을 놓고 한국과 러시아가 1~2위를 다투고 있는데 대해 일종의 감찰위원회를 소집해 사업의 공정한 진행 여부 및 평가방법 등을 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도 어떤 식으로든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개최된 제1차 한-인니 방산협력위원회에서는 “현재 국장급인 군수협력위원회를 차관급인 방산협력위원회로 격상하고 오는 9월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고 논의했다”며 “회의 성격상 T-50, 흑표 등 수출 아이템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방사청 관계자는 전했다.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생산 중인 T-50은 우수한 기동성과 비행 안정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해외 수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러시아와 이탈리아 등이 동종 훈련기를 워낙 덤핑 가격으로 제시하면서 번번이 수출이 좌절되고 있다.
정부는 훈련기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와 미국, 인도 등에 T-50 수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우리가 이탈리아에 밀린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재협의를 타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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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놀라게 한 ‘스파이 전쟁’

– 95년 미·일 자동차 협상 땐 CIA 도청 드러나
– 中, 미 상무장관 노트북 복사해 FBI서 조사

국가 이익이 걸린 국가 대(對) 국가 간 협상에서 도청과 노트북 데이터 복사, 해킹 같은 방식으로 상대국의 정보를 몰래 빼내는 것은 전 세계 정보기관이 공통적으로 하는 일이다.
1995년 미국·일본 간 자동차 협상 때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일본측 기밀회의를 도청했다. CIA는 당시 일본 협상 대표 하시모토 통산장관과 일본 정부 및 자동차회사 사장들 사이에 오간 통화를 도청했다.
이 협상에서 일본 협상단은 시종 미국에 끌려 다녔는데, CIA가 매일 도청 내용을 분석해 당시 캔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전달한 게 주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미·일 정상회담까지 취소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도청이 재래식 첩보수단이라면 최근엔 호텔방에 둔 서류가방이나 노트북을 통째로 가져가거나 노트북에 특수 프로그램을 심어 정보를 계속 내려받는 방식이 등장했다. 저장장치를 이용해 노트북의 데이터를 복사하거나 스파이웨어(spyware·사용자도 모르게 각종 정보를 수집해가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어 정보를 빼내는 방식이다.
실제 2007년 말 구티에레즈 미 상무장관이 무역협상을 하러 중국에 갔다가 노트북을 몰래 복사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 연방수사국(FBI)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증언이 적지 않다. 작년 11월 30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당시 우리 협상단은 협상 장소로 미 무역대표부 본부가 있는 워싱턴 시내에서 1시간30여분 거리에 있는 메릴랜드주(州)의 한적한 호텔을 택했다.
미·일 자동차 협상 때처럼 도청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우리 협상단은 중요한 보고가 있을 때는 호텔에서 나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상대국의 도청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한 정보관계자는 “각국 간에 산업 스파이전이 워낙 치열해 주요 협상 대표단에 이동할 때는 항상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라는 보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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