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2라운드] 에리카 김 한국행 잇단 의혹

이 뉴스를 공유하기









2007년 대선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BBK사건’ 의혹이 3년여 만에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5일 돌연 귀국한 김경준(구속수감·45) 전 BBK투자자문 대표의 누나 에리카 김(47·한국명 김미혜)씨의 갑작스런 한국행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동생 김경준과 대질 신문을 벌여 자신의 무관함을 주장하며 모든 책임을 동생에게 돌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BBK는 이명박 후보의 소유”라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문건까지 제시, 이명박 당시 후보가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는 인터뷰까지 자청했던 에리카 김이 3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모든 주장들이 거짓이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BBK와 무관하다”고 얼굴을 바꾼 탓에 김씨의 한국행이 기획입국이며 사전조율을 통한 ‘정치적 쇼’라는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씨가 갑작스럽게 한국행을 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기소중지 중인 그의 입국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과 소문들이 불거지는 가운데 정권 차원에서의 ‘밀약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대질 신문으로 과연 에리카 김이 무사히 엘에이로 돌아올지 아니면 기소되어 법정에 서게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현 정권 실세들과 해외도피중인 김영완 씨의 이름도 흘러나오고 있어 검찰이 경위파악에 나서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에리카 김의 귀국 배경과 의혹들을 다각도로 분석 취재했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지난달 25일 열흘 간의 체류예정으로 입국한 에리카 김씨와 약혼자 M씨는 당초 이달 7일 LA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 법무부는 김씨에 대해 입국과 동시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지난 6일 다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검찰조사가 일단락된 것으로 알았던 김씨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일정을 이틀 앞당겨 지난 5일 인천공항에서 출국수속을 하던 중 아연실색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결국 김씨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약혼자 M씨만 LA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검찰도 김씨의 출국시도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를 조만간 재소환할 방침”이라며 “(출국시도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미국에 돌아가도 되느냐’고 물어본 적은 있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의 반응은 의외로 단호하다. 김씨는 동생 김경준씨와 공모해 2001년 7월에서 같은해 10월 까지 창업투자회사 옵셔널벤처스의 자금 319억 원을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2007년 기소중지된 범법혐의자를 겨우 이틀 조사하고 풀어준다면 검찰의 체면은 고사하고 정권차원에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출국금지를 연장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김씨에 대한 조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사건은 특수1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2부까지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조사는 형식적인 1차 조사에 불과하고 본격적인 조사는 이번 주부터라는 것이 검찰 주변에 돌고 있다.


“MB는 거짓말쟁이”


검찰은 김씨와 하루 간격으로 입국한 한상율 전 국세청장 사건을 사안의 중대성 탓에 먼저 마무리 하고 BBK와 에리카 김씨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탓에 김씨의 LA 복귀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LA한인사회는 과연 김씨가 아무 일 없다는 듯 LA로 무사 귀환할 것인지, 아니면 동생과 함께 법정에 설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기소중지된 그녀가 검찰에 귀국 일정을 알리고 조사에도 성실히 응한 점에서 형사처벌을 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어떤 형태로든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BBK와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해 지금까지 김씨의 행동이나 발언수위로 볼 때 검찰수사는 불 보듯 자명하다. 만약 검찰이 그동안 김씨가 “BBK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고 주장했던 내용이 모두 거짓이라고 실토한 것을 빌미로 그를 풀어주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검찰에게 돌아간다. 여기에 기획입국설에 무게가 실려 정권차원에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생이 같은 혐의로 이미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그를 기소할지 등에 대해선 추가 소환한 뒤에 판단할 것” 밝혔지만 이번 추가조사는 지난 1차 조사와 달리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일단 그는 주가조작에 의한 횡령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 중지되어있어 충분히 기소가 기능하다. 김씨는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동생 김경준 씨가 검찰 수사를 받을 때  LA에서 “이명박 후보가 BBK 주식 100%를 관련 회사인 LKe뱅크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가짜 이면계약서를 만들어 검찰에 제출하고 언론에 폭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에리카 김씨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이 경준이에게 대신 감방 가라 했다” “MB 최측근 인사가 500억원 요구했다” “이 후보는 거짓말을 밥 먹는 것보다 더한다”라고 말하며 이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김씨는 BBK-eLK-옵셔널캐피탈 등 회사에 대해 말하며 “모든 지시는 이명박 씨의 아이디어이자 작품”이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
김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현대에서 사업을 할 때는 회사가 여러 개여서 회사끼리 돈을 돌려 돈 안 들이고 많이 있는 것처럼 했다. 자본금 1억 원짜리 회사 세 곳을 만들면 3억 원이 필요한데, 1억 원을 회사 세 곳에 돌리면 장부상 똑같은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문제가 터져도 손해를 덜 본다고 했다. 한국 재벌의 전형적 방식으로 이명박씨가 현대에 있을 때 쓰던 수법이다. 금융 디테일을 몰라서 이명박씨는 동생에게 이런 식으로 회사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래서 회사가 많아지고 복잡해졌다”고 BBK설립과정을 상세히 말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면서 “이명박씨는 말도 못하는 ‘짠돌이’다. 이명박씨가 미국 와서 설렁탕 한 번 산 적이 없었다. 미국 오면 손님이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여기 교민이 한국 나가도 밥 한 그릇 안 살 정도로 구두쇠”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모든 것은 MB가 지시”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동생 김경준씨의 사업관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었다.
그는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난 이명박씨는 재기가 절박한 시기에 그 당시 대세였던 인터넷과 금융을 들고 나왔다. 1999년 초에 잘나가는 금융 전문가인 동생을 만나기 시작해 처음에는 조언을 받다가 나중에는 같이 일하자며 동생을 스카우트한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씨는 코스닥에 상장된 보험회사를 사서 우회 상장할 것을 지시했다. 동생이 보험회사는 안 된다고 했더니 이명박씨는 광은창투 주식을 사라고 했다. 광은창투는 옵셔널벤처스의 전신이다. 그리고 이씨는 언론 이곳저곳에 인터뷰를 하며 투자자들을 직접 물색하고 다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 대통령이 BBK의 실질적 소유자임을 주장하면서 “BBK를 시작하기 전에 이명박씨가 자신의 별장으로 데리고 가서 BBK플랜을 신나게 설명하면서 획기적인 사업 구상이라고 떠들었다. 나는 별 관심이 없어 신경 쓰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두 사람이 사업을 했다. 한국 사회를 잘 모르는 동생은 이명박씨가 정치를 안 하겠다고 약속을 하자, 바보같이 믿고 일을 시작했다. 물론 나 때문에 서로 알았지만 내가 사업 파트너로 맺어준 것은 아니다”라며 BBK와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계를 설명했다.
김씨는 또 “내가 그 사람을 잘 아는데 만약 그렇다면 내가 성을 간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밥 먹는 것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 또 이명박씨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는데 ‘짠돌이’ 이명박씨가 그럴 리 없다. 이명박씨는 그 모든 것보다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성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동생 김경준씨의 한국 입국과 관련해 김씨는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되자 이명박씨는 책임을 안 지려고 희생양을 찾았다.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다. 이명박씨는 동생에게 ‘네가 몇 가지 죄를 인정하고 처리해라. 그러면 내가 백업해서 스무스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동생이 들어갔다. 그런데 상황이 점점 나빠지니까 내 동생에게 책임지라고 했다. 동생이 구속된 결정적 이유다. 한국 사회에서는 가능한 일인지 모르지만 동생의 생각은 완전히 미국식이다. ‘잘못은 이명박이 했는데 왜 내가 감방 가냐’고 대판 싸웠다. 동생이 ‘내가 미쳤냐’며 욕하고 나왔다고 했다. 그때는 이명박씨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힘이 생기자 괘씸죄에 걸려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명박씨는 자신에 관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인간이다”고 말하며 동생의 한국입국이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고 주장했었다.
이랬던 그가 무슨 이유에선지 느닷없이 한국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자신이 한 말은 모두 거짓이며 BBK의 실소유주는 이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황당무계한 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 말 역시 뒤집어 말하면 동생 김경준씨의 입국도 이 대통령의 지시이며 김씨 자신의 입국도 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번 에리카 김씨의 한국행은 너무 어수룩해 오히려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간 이 대통령의 인간성을 집중공략하며 사기꾼에 거짓말쟁이로 몰아 세웠던 김씨가 느닷없이 귀국해 “BBK는 MB 소유가 아니고 동생이 꾸며댄 거짓말”이라고 둘러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동생과 대질신문


연일 인터넷에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농락하는 김씨 남매를 철저하게 법으로 다스리라”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으며 검찰에는 철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의 고민은 청와대와 MB의 심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씨의 문제는 곧 통치자에 대한 문제다. BBK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인지 야당에서는 힘 있을 때 덮고 가기 위해 에리카 김-한상률 등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대형사건의 핵심인물들을 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에리카 김씨의 귀국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은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해외로 도피한 김영완씨다. 에리카 김씨가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 일본에서 두 사람이 조우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김씨가 한국으로 들어가기 직전 LA에서 민화협 회장 이·취임식에 참석했던 김덕룡 대통령국민특보의 역할론과 배후론도 불거져 나온다.
한편 외국인 출국정지업무 처리규칙에 따르면 사형이나 무기, 장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외국인에 대해 열흘간 출국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주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1개월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기간 연장에는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해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재판이 진행되면 재판 종료 이후 벌금까지 모두 납부해야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어 그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9일 오전 10시부터 무려 밤 12시까지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씨의 동생 경준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누나 에리카를 대질심문을 벌였으며 조만간 다시 2차 대질신문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옵셔널벤처스(현 옵셔널캐피털)의 횡령과 주가 조작에 김씨가 가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입국 직후인 지난달 26~27일 이틀간의 검찰 조사에서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라고 주장한 것은 거짓말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회삿돈 횡령과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한 일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본지가 제시한 문건에 의하면 에리카 김이 동생 김경준과 공모한 정황들이 고스란히 포착되고 있어 검찰의 대질신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검찰의 딜레마는 ‘에리카를 풀어줄 경우와 기소할 경우’에 대한 국민적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이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