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메이저 언론이 무시한 동포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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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많은 목소리 중에 단순한 불평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커뮤니티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제언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언들이 일부 주요 언론에서 거부를 당할 때가 상당수다.
이들이 받아 주지 못하는 목소리를 어디에선가는 받아 주어야 한다. 최근 한인 커뮤니티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현재 LA한인상공회의소 개발위원회의 김현철 분과위원장이 일간지와 방송사에 투고했다 거절당한 글을 <선데이저널>에 보내왔다.
                                                                                                          <편집자 주>



LA코리아타운에서 어느 날 갑자기 라디오 방송국 하나가 없어졌다. 우리 커뮤니티의 한 주요 정보 매체가 바람처럼 사라졌는데 불구하고 사람들은 너무 조용하다. 정보의 소중함에 무뎌진 사고방식 때문인가 아니면 어차피 그 방송이 제공하던 정보의 수준이 별로였기 때문인가, 우리가 사는 이곳 미주 지역의 정보수준의 바로미터를 짚어보자.
낮 시간이나 저녁에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 방송들을 들으면 늘 불평이 나온다. 소중한 시간, 세상의 돌아가는 소식, 지식 아니면 새로운 느낌과 감성으로 정서적인 충전을 갈구하는 청취자들에게 하루 종일 옛날 시장판에서 약 장사나 호객꾼들이 하는 것처럼 침을 튀어가며 물건 판매나 병원 등 광고에 열을 올린다.
뻔뻔하게도 그것을 마치 시사 교양 토크쇼인 양 둘러대는 방송들을 들으면서 나는 불평을 넘어 절망을 느끼곤 했다. 또 후원업체 광고의 양이 종종 주객이 전도되어 방송을 점철하고 있는 인상까지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이얼을 저장해 놓은 미국 라디오 방송으로 주파수를 돌린다. KPCC (FM 89.3)의 에어토크(Air Talk), 토크 오브 네이션 (Talk of Nation), 프레시 에어 (Fresh Air) 등으로 옮겨가며 마치 나는 오염 가득한 지역에서 사다리를 타고 빠져 나오는 듯한 안도감을 내쉬곤 한다.
깔끔한 언어와 분석적인 논리로 시사적 이슈를 소개하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는 이 방송들을 들으며 마치 나는 많은 동포를 연옥의 뒤에 두고 홀로 빠져 나온 미안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 김현철 위원장
치명적 한계

이만큼 차분하지는 않지만 KRLA (AM 870) 이나 KFI (AM 640)의 거의 하루 종일 진행되는 많은 토크방송들, 예를 들어 데니스 프레거쇼 또는 데니스 밀러 쇼들도 내용은 나름대로 영양가가  있다. 앞에서 말한 사이비 토크쇼나 광고로 점철된 한국어 방송들과 비교할 때 그 영양분의 차이는 확연히 느껴진다.
그 와중에 라디오 방송이 하나 없어지면서 머리를 둔부로 맞은 듯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나마 그런 부실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국 하나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것이 이곳 남가주, 아니면 미주 동포사회의 현주소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사이비 토크쇼나 광고로 수익을 만들어내어 연명을 하며 그 사이사이에 그래도 고국에서 제작된 컨텐츠와 이곳의 뉴스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는데 이것마저도 힘겨웠는지 마침 그 방송국은 손을 든 것이다. 
신문을 돈 주고 구독하는 가정이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생활 정보를 취하는 매체가 라디오인 것이다. 이를보면 이러한 한계가 얼마나 치명적으로 우리 동포 사회를 쪼그라들게 하는 지 가늠할 수 있다.
열악한 매체 환경을 이야기하는 터에 신문 등 인쇄매체 이야기를 조금 덧붙여 보자. 소위 정론을 펼친다는 주요 일간지들이 그 한 면에 어린 자식들이 볼까 무섭게 낯 뜨거운 색정만화를 버젓이 끼워 넣는 생각의 수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하다.
늘 반복되는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들을  소위 “전문가  칼럼” 이라며 지면을 채우기 급급하거나 아니면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얼굴로 경제섹션을 도배하며 독자들의 눈을 조건 반사시키고 있다.
이런 류의 정보로 하루 또 하루, 한해 또 한해가 갈수록 어떤 안목을 키워나가게 되는 것인가. 나는 영어를 말하는 덕에 LA 타임즈, 뉴욕 타임즈 등의 일간 신문은 물론 포브스, 블룸버그, 뉴요커 같은 잡지를 구독하면서 사고 및 생활의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는 한인 언론의 정보 편향 및 결핍 증세를 피해가려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문화의 결핍

이곳 동포들의 문화 결핍상태는 본국의 구독형태를 보면 더 확연히 보여진다. 한국에는 웬만한 서점에 가면 타임즈, 뉴스위크 등의 시사주간지는 한글판으로 번역되어 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
심지어 좀 더 전문적인 잡지들도 한국판이 나와 널리 읽히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간행하는 많은 다양한 전문 영역 내지 취미 영역을 취급하는 잡지들로 넘쳐난다.
문학과 예술을 논하기에는 아직 우리 동포사회의 잉여적 재화를 포함한 일련의 환경이 척박하다고 말하는가? 그렇다면 거기까지는 아니라 해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사회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펼치고 길러 가야 하는 안목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 영양분, 그 공급의 차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교양 이야기까지 잠깐 해보자. 집에 TV가 없는 관계로 인터넷으로 본국의 방송 프로를 보곤 하는데 요즘 그곳 사람들이 섭취할 수 있는 콘텐츠의 영양가는 가히 놀랍기만 하다. 
최근에 본 프로들 가운데 훌륭한 다큐멘터리도 많지만  ‘명작 스캔들’, ‘낭독의 발견’, ‘문화사색’ 등 시사교양 프로를 보노라면 본국의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누리는 콘텐트가 어색한 연출의 단계를 지나 진정으로 깊이와 넓이를 더해감을 보게 된다.
과연 이런 내용물을 매일매일 수년간 접하는 사람들과 이곳 동포사회의 환경이 제공하는 신문과 라디오 방송을 매일매일 수년간 접하는 사람들간에 10년 20년 후의 삶의 질의 차이가 어떻게 될 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미국 촌 동네’ ‘미국 촌놈’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우리 동포들의 물질적 환경과 수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You are what you eat 이라는 말에 연관하여 You are what kind of information you take in이라는 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발 처진 정보만 흡수하여 한발 처진 행동과 생활양식이 나오고 거기에서 한발 처진 문화, 경제, 사회활동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코리아타운의 개발을 자주 이야기 하는 요즈음 어찌 보면 진정 필요한 개발은 어쩌면 거리와 건물의 개발보다 공유하는 콘텐트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언론의 사명

물론 먼 과거와 비교해 보면 동포사회의 언론매체가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루의 일부분만을 그것도 음악과 간단한 뉴스만을 제공하던 라디오 방송이 훨씬 체계적인 뉴스와 정보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또 좋은 본국의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게 되었다.
신문은 많은 취재기자들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귀한 이 땅에 사는 많은 동포에게 직접 관계되는 소식과 정보를 그때 그 때 찾아 주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과거와의 상대적인 비교에서만 줄 수 있는 평가이다. 세계가 인터넷 등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지식과 정보로 무장해가고 있는 오늘날, 특히 본국의 경제 문화 일반이 가히 한류라는 빙산의 일각에서 보여지는 ‘문화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할 만한 지금, 그와 비교하게 되면 거의 변방의 광야와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영어를 얼마나 잘해서 무엇을 보고 듣는 지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열심히 언론매체를 이끌어 가며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나무람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이곳에 사는 우리 동포 한 분 한 분이 잘못된 선택으로 시대에 뒤떨어져 살다가 이 시대가 제공하는 많은 가치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가를 위해 담론을 만들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100년 전 외로운 선구자가 이 땅에서 외친 ‘무실 역행’, 그 정신을 오늘 바로 담아내고 계승하자는 것이다. 바로 보고 듣는 것이 힘이요, 우리는 그 힘으로 이 땅에서 이룩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시대의 낙후자로 살지 않기 위하여 우리 동포들은 필사적으로 정보 환경을 개발해 나아가야 한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의식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양질의 정보를 골라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본국의 라디오 방송과 TV 방송 중 좋은 내용을 찾아보도록 해야 하고 영어의 제약이 있는 분은 심지어 차를 타고 다닐 때에도 인터넷 라디오나 위성채널을 들을 수 있는 장비에 투자를 하여 본국의 알찬 방송을 많이 듣기를 권한다. 가능하면 한국 서점에 자주 들려서 책을 자주 읽고 한국 잡지를 구독하여 읽기를 권한다.


풀뿌리 운동

한편 사회적으로 노력할 부분은 개개인이 골프나 여행에 쓰는 시간과 돈을 모으고, 선교나 자선 운동에 내는 기부금의 일부를 문화기금으로 모으고 그 기금에서 라디오나 신문사의 운영을 도와 보다 알찬 콘텐트가 제공되도록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그런 사회적 자원과 관심으로 교양 있는 정보가 교환되고 전파되도록 많은 풀뿌리 운동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먹고 살기 바빠서 경황이 없어서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우리가 타인종의 다른 소수민족을 평가할 때 당장 하루 앞만 보고 사니 그런 경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안타깝게 말하곤 한다.
막상 그렇게 말하는 우리자신 또한 어떤 수준에 스스로를 얽매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제적으로는 물론 그리하여 문화적으로도 갇혀 있는 어떤 수준 말이다.
그 안에 자란 우리의 자식들은 유리의 천장이 이미 문화와 정보의 천장에 가로 막혀 시키는 공부 열심히 하여 좋은 점수로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에 가도 그 큰 핸디캡이 어느 이상 위로 올라가는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이다.
다른 커뮤니티와는 달리 앞으로도 꾸준히 1세 이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우리 동포사회는 먼 안목으로 사는 역량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의 구축, 특히 정보 인프라의 구축 및 향상을 위해 위에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노력이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하며 칼럼자의 개인적 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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