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한상률은 면죄부 MB는 다스 ‘캐스팅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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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BBK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던 에리카 김이 돌연 본국에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에리카 김 입국 하루 전 24일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입국해 역시 검찰 수사를 받았다.

한 전 청장은 박연차 게이트, MB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등에 대해서 카를 쥐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다스’라는 회사로 한 데 묶여 있기도 했다. 지난 대선 기간 핫이슈로 떠올랐던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았던 회사다. 이런 인물들이 외국에서 몇 년 간 도피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 돌연 하루 차로 입국하자 기획입국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검찰은 에리카 김을 불기소 처분한데 이어 지난 15일 한 전 청장에 대해서도 사실상 면죄부를 주며 행간의 의혹들을 모두 덮어버렸다.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무렵 논란의 중심에 있던 다스에서도 소리 소문 없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 씨가 다스에서 초고속 승진을 했고, 다스 지분 중 일부가 이 대통령이 환원한 재산으로 만들어진 청계재단으로 넘어간 것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두 사람의 돌연 귀국과 검찰 수사 그리고 이 대통령과 연관한 회사나 재단에서의 모종의 움직임들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의해서 굴러가고 있는 듯 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선데이저널>은 두 사람 입국 전 청와대 한 핵심 참모가 LA에 방문한 사실을 보도하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던 바 있다. 과연 에리카 김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 입국을 전후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2월 하루 차를 두고 입국해 검찰 수사를 받은 한상률 전 청장과 에리카 김은 모두 대선 기간 최대 이슈였던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누구였는지를 밝힐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던 인물이었다.

도곡동 땅과 에리카 김을 엮어 주는 것은 BBK 실소유주 의혹이다.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에 체류 중이던 김경준 씨는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과 횡령 혐의로 국내로 송환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옵셔널벤처스의 전신인 BBK의 실제 소유주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주가조작과 횡령에 이명박 후보가 연관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BBK는 이 후보 소유’라는 내용의 이면계약서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의혹의 인물들 모두 면죄부

BBK와 도곡동 땅의 연결관계는 이렇다. BBK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씨와 처남 고 김재정 씨가 소유했던 (주)다스가 19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다스는 이 대통령이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을 낳은 도곡동 땅 매각대금의 일부를 투자해 만든 회사다. 결국 BBK의 실소유주를 밝히는 것은 이 대통령이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인가 하는 의문을 풀어줄 핵심인 것이다.

검찰과 특별검사는 대선을 전후해 이 대통령이 BBK와 다스, 도곡동 땅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검찰은 “도곡동 땅에 대한 이상은씨 지분은 제3자의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제3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도곡동 땅이 포스코건설로 매각될 당시 포항제철 회장이던 김만제 씨 또한 1998년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도곡동 땅은 이명박 소유”라고 밝혔지만 이후 부인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단서를 쥔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11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 씨는 “남편이 2007년 대구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전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전 청장이 사건 은폐 차원에서 안 전 국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게 안 전 국장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의혹을 쥐고 있던 두 사람은 우연치 않게 하루 차를 두고 입국했고 검찰은 최근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예상했던 대로 에리카 김은 불기소 처분했고 한 전 청장과 연관된 의혹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았다.


다스 지분, 청계재단으로 왜?

















우연의 일치일까. 검찰 수사와 비슷한 시기 다스에서도 의미 있는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초고속 승진을 했고, 또한 다스 지분 5%가 청계재단으로 넘어간 것이다. (본지 781호 보도)

이 씨의 초고속 승진이야 사기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지만 다스의 지분이 청계재단으로 넘어간 것은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청계재단에는 이 대통령의 맞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본지가 보도했던 대로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 씨 작고 후 실소유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회사다.

특히 지난해 사망한 김재정 씨의 재산을 상속받은 부인이 시가 100억원에 이르는 지분 5%를 선뜻 청계재단에 출연한 경위가 의문이다. 아무리 가까운 인척인 대통령이 설립한 재단이라지만 적은 돈이 아닌데 어떻게 선뜻 내놓게 됐는지, 좋은 일인데 왜 공표를 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또한 김 씨 부인의 지분 이동으로 다스의 1대 주주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씨로 바뀌고, 청계재단이 다스의 의사결정에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는 사실도 의문을 불러온다. 청계재단은 이 대통령의 사위와 측근들이 이사로 포진해, 사실상 이 대통령의 영향권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다스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본지 보도대로 항간에는 이 대통령 처남 김씨의 사후에 그의 재산 흐름을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들이 적잖았다. 이제 실제 상황이 닥쳤다. 다스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해명이 없다면 다시 이 대통령이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그 일이 마침 다스 관련된 인물에게 면죄부가 주어진 다음에 벌어진 것은 더욱 석연치 않다.


보이지 않는 손 있었나

그렇다면 에리카 김·한상률 하루 차 입국 – 검찰 수사 면죄부 – 청계재단 지분 이전 등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것일까.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 때문에 본국 정가에서는 당연히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검찰 내부의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검찰은 박용석 대검찰청 차장,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노환균 대구고검장 등 3인이 차기 검찰총장 직을 놓고 물밑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이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한상률, 에리카 김 사건을 모두 수사하고 마무리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많은 비난이 예상됐던 한 전 청장 사건의 경우 검찰은 다음 날 언론 파급력이 적은 금요일 오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여론 악화를 최소화했다.

사실상 정권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로 마무린 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 이 대통령 조카사위가 연루되어 문제가 되고 있는 모 코스닥업체 관련 의혹도 중앙지검이 직접 수사하기로 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검찰 주변에서 ‘이번 사건마저 잘 마무리 된다면 한 지검장이 차기 총장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한상률 수사에 대한 검찰의 처분은 객관성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에리카 김·한상률 전 청장 입국부터 검찰 수사 그리고 다스 지분 이전까지 하나의 흐름에서 이뤄졌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민주당은 관련 의혹들에 대한 특검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에리카 김은 이미 특검까지 끝난 사건이고 한상률 전 청장 사건의 경우 현 야권 핵심 의원의 친인척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서서 쉽사리 건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과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장 크게 웃음 짓는 배후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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