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은 없고 ‘머리’만 있는 기형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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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단체인 LA한인상공회의소가 회장 선거에 돌입해 여념이 없다. 김춘식 현 회장과 에드워드 구 이사장의 2파전으로 치러지는 이번 회장 경선은 3년 만에 경선제가 부활돼 한껏 뜨거워지고 있다. 3년 전 겪었던 분열과 내분의 상처가 겨우 봉합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이번 회장 경선이 자칫 상의를 다시 찢어놓지 않을까하는 내·외부의 걱정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춘식 회장은 출마의 변에서 “상의의 ‘개혁과 변화’를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LA상의는 조직 내에 많은 본질적인 문제들을 묻어둔 채 겉으로 보이는 조직의 단합만을 외쳐왔다.
아물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상처들이 이번 선거전을 통해 다시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모양새다. 본격적인 선거전을 앞두고 달아오르고 있는 양 후보 간의 비방과 자질 논란, 또 회장선거를 통해 한인들 사이에 불거지고 있는 LA 한인 상의의 본질적인 모순들을 진단했다.


<시몬 최 취재부기자>

















LA한인상공회의소 에드워드 구 이사장

김춘식 회장이 차기회장 경선에 출마할 뜻을 비추기 전까지만 해도 LA한인상의의 차기 회장은 에드워드 구 이사장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관례상 구 이사장을 회장으로 단독 추대해 사실상 차기회장이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 김춘식 회장이 돌연 차기 회장 경선에 출마한다고 선언해 조용하던 상의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직 회장들을 비롯한 이사진들 사이에서는 김 회장의 출마를 놓고 반발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사진 간에도 양 후보를 놓고 양분되는 모습이다. 또 양 후보사이의 갈등의 골이 드러나며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구 이사장, 의혹투성이


특히 구 이사장의 자질을 놓고 펼쳐진 이메일 공방이 눈길이 끌고 있다. 부동산협회의 모 이사가 LA한인상의의 이사들에게 에드워드 구 이사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뿌린 것이다.


메일 가운데는 “에드워드 구 이사장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거짓말을 일삼았고, 한국에서 개최되었던 부동산 박람회 시 받았던 기부금의 출처와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명문대학 이름을 들먹이며 그 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등 구 이사장의 정직성과 투명성에 크게 흠집이 있다”며 LA한인상의를 대표할 회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함을 지적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이에 에드워드 구 이사장은 해당 이메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그 내용은 다소 궁색하다. 메일은 두 사람 간 서, 너 차례 계속 이어졌으며 10여명의 LA한인상의 이사진들에게도 보내져 내용은 지상 중계됐다.


양 후보 간의 갈등은 경선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당수 LA한인상의 이사들은 “김 회장이 경선 추진을 본격화한 이후 열흘 동안 김 회장의 측근들을 통해 구 이사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수차례 받았다”며 “김 회장 역시 제3의 인물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라도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김 회장과 구 이사장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양측은 LA한인상의의 부진했던 사업성과를 놓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을 구 이사장 탓으로 돌리고 있고, 구 이사장은 적반하장이라며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전직 회장은 “김 회장은 임기 초 밝혔던 대부분의 사업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것을 구 이사장 탓으로 돌리는 등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며 “하지만 임기중 사업 추진의 중심은 엄연히 현직 회장과 부회장 등 집행부이며 이사장은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이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LA한인상공회의소 김춘식 회장

김 회장 무능력 도마 위에


일부 이사들 사이에 에드워드 구 이사장의 학력과 투명성, 부동산협회 등에서 쌓은 이전 경력을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김 회장의 무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신규사업 대부분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신규사업 가운데 전자쇼는 개최 2개월여를 앞두고 돌연 취소됐고, LA한인상의가 한국의 대학들과 협력해 시행해오던 인턴십 프로그램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LA한인상의의 한 이사는 “수년간 잘 돼온 사업에 대한 관리도 부실하고 신규 사업마저 돌연 취소되는 등 전반적인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34대 들어 한국의 지자체, 대학, 업체들과 맺은 MOU는 10건에 달하지만 정작 이들과 제대로 추진한 사업은 아직 없다”고 김 회장의 사업 추진력을 비판했다.


이사진 사이에서는 “1년 동안 사업성과가 전무한 현 회장이 다시 회장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전혀 명분 없는 출마며 자격이 없다”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부진한 사업성과를 두고 일부에서는 LA한인상의의 전문성의 결여를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상의를 이끌고 갈 전문 경제인이 없다는 것이다. LA한인상의의 이사들의 면모를 보면 의사, 변호사, 회계사 출신 이사진이 넘쳐 LA한인상의를 이끌며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LA한인상의의 일부 이사들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의 연속성을 위해 회장 임기 연장이나 CEO형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직 회장은 “회장 임기가 1년으로 짧아 이 기간 동안 실효성 없는 MOU 남발 등 치적 쌓기에 매진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업을 연속성 있게 끌고 갈 수 있도록 회장 임기를 2년 이상으로 늘리거나 전문 경영인 영입 등 근본적인 운영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번 LA한인상의 차기 회장선거가 내년 재외국민 참정권 실현을 앞두고 정치선거전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춘식 회장은 충남 출신이고 에드워드 구 이사장은 호남 출신 민주당파로 알려져 있어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인 지역색이 선거에 개입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대목이다.


또 LA한인상의 회장을 발판으로 에드워드 구 이사장의 한국정계 진출 소문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를 우려하며 “자칫 LA한인상의가 정치단체로 전락되지는 않을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런 두 후보 간의 비방과 자질논쟁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자리 놓고 1년 탕진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임기의 사업성과의 부진함을 놓고 김 회장의 무능함을 떠나 LA한인상의 자체의 병폐적인 모순을 제기하는 목소리들도 많다. LA 한인 상공인과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LA한인상의가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으로 1년을 탕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LA한인상의를 우려하는 한 상공인은 “LA한인 상의가 한인들 사이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며 “회장자리만 혈안이 돼서 1년 동안 회장 뽑고 인수인계하는 데에 급급해 정작 상공인들을 위한 사업은 없고 한인 상공인들의 권익을 도모해야 하는 상의가 ‘그들만의 사단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LA한인상의는 전직회장들과 원로들을 비롯한 일부 기득권 세력들이 상의를 장악하고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기득권 세력들이 계속 자신들의 의도대로 LA한인상의의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차기 회장으로 밀어주겠다”는 미끼를 앞세워 뒤에서 배후조정하며 분란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들의 눈 밖에 나면 LA한인상의 회장이 될 수도 없었으며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도 힘든 분위기였다.


LA한인상의에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상의에는 ‘회원은 없고 이사들만 존재하는 기형의 단체’라는 것이다. ‘인디언은 없고 추장들만 있는’ 이상한 모양의 부족인 꼴이다. 이 LA한인상의에는 민주적 단체의 기본 단위인 ‘회원’은 없고 이사들이 회원 역할까지 하면서 이사회가 단체를 유지해왔다.
80여명의 이사들 속에서 이미 34명의 회장님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LA한인상의를 두고 ‘회장님 양성소’, ‘그들만의 사단체’라고 불리며 한인들 사이에 조롱거리로 전락해왔다.


회원은 없고 이사만 있다


정관에는 ‘회원’에 대한 규정은 있으나 애매모호하다. 정관의 ‘회원’ 규정에 “회원은 로스엔젤레스 지역 내에 영업 및 사업소를 두고 상공업에 종사하는 법인 및 자연인으로서 본회의 목적과 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협조할 명백한 의사가 있는 자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상공회의소는 회원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수 십 년을 지내 오면서 이사들만으로 단체를 꾸려가 자신들의 단체가 한인 상공인의 대표단체라고 주장해왔고, 그에 대한 이익을 취해왔다. 불과 80명의 이사진이 정회원의 권리를 가지면서, 회비 내는 기초 단위인 회원은 한 명도 포용치 못하고 이사회 자체로 자신들이 LA한인사회의 상공인 대표단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 주류사회의 LA상공회의소를 보면 상공회의소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상공회의소의 1차 목적은 회원들에게 이익을 주고 커뮤니티 발전을 도모하고 타 경제단체들과의 유기적 관계로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미국 LA상공회의소의 정관에는 회원들이 정기적 모임을 통해 이사회에 건의할 수 있는 통로를 확실하게 구축해 놓았다. 회원들이 이사를 선출하고 있다. 중국 커뮤니티와 일본커뮤니티에도 상공회의소가 있다. 이들 정관에 보면 분명히 ‘회원’이 기본 단체 구성원으로 되어 있다. 회원이 이사들을 선출하고, 회원들이 모인 총회에서 결정하는 사항이 최고결의 사항이 된다.


그런데 LA한인상의는 이 같은 ‘회원’이 없고, 이들 ‘회원’의 권리를 이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들이 이사들을 선출해왔다. 이렇게 ‘회원’들이 없는 한인상공회의소이기에 타운의 많은 한인업소들은 상공회의소와 자신들 업소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LA상의의 한 관계자는 “현재 회비를 낸 회원이 하나도 없다”며 “정관상의 회원은 이사를 중심으로 두고 한 규정이다”라고 했다. 그는 “회원 규정 때문에 수년째 이 문제를 검토하여 왔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 입회했다는 이사는 “이사회에서 정관개정은 금기사항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정관개정이 금기사항인 것은 LA한인상의 안에 자리잡은 소위 일부 원로 기득권 세력들의 입김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의 일방통행 요구에 무조건 따르며 사단체로 전락하고 있는 시대역행적인 분위기는 더 이상 LA한인상공회의소에서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LA한인상의에 변화의 개혁의 바람이 요구되어지고 있으며 이번 차기회장 선거야말로 실추된 LA한인상공회의소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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