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파행 24대 미주총연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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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총연) 제24대 회장선거가 끝내 파행으로 막을 내리며 법정 소송으로 비화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번 총연선거는 역사상 가장 추악한 선거로 낙인찍힐 공산이 커졌으며, 낙선한 유진철 후보는 5일 이번 선거를 집행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집행관리 부정 혐의에 대해 연방법원에 법정소송을 제기할 것을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문제가 된 점은 선거관리상의 총체적 부실과 특히 우편투표 과정에서의 투표지 발송과 수신, 그리고 개표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의혹으로 일관됐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선관위가 선거 집행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거 개표장에서는 소동이 일어나 경찰이 두 번이나 출동하기도 했다. 이번 우편투표 논란으로 내년 재외국민 투표에서 우편투표를 주장하는 미주동포사회는 이번 총연의 우편투표 파행으로 크나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불법·탈법·부정으로 얼룩진 제24대 미주총연선거의 문제점과 의혹들을 <선데이저널>이 밀착 취재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주총연 선관위(선관위원장 한원섭)는 지난달 28일 시카고 노스부룩 힐튼 호텔에서 실시된 개표결과 현 이사장인 김재권(애리조나) 후보가 총 516표, 그리고 전 동남부 한인회장 유진철(조지아)후보가 411표를 얻어 김 후보가 회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우편투표 465표와 현장투표 51표를, 그리고 유 후보는 우편투표 328표와 현장투표 83표를 얻었다. 이에 따라 한원섭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당선을 발표하고 당선증을 전달했다. 그러나 당선증이 김 후보에게 전달된 직후 유 후보가 선거투표 과정에 각종의혹을 제기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유 후보는 각종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로 인해 자신의 명예와 총연의 권위가 실추됐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번 선거에 참여한 헬렌 장 총연중남부연합회장은 이번 선거 의혹사건을 다루기 위한 비상회의소집을 남문기 회장에게 요구해 선거 후유증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통제 불능 부정투표 현장













 ▲ 당선 김재권 후보
역대 미주총연 회장 선거는 ‘금권 선거’로 유명했다. 투표를 위한 회비 대납, 총회가 열리는 장소부터 항공비와 체제경비 대납, 각종 명목의 금품수수 등으로 선거운동비가 뿌려졌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관행도 불법이다. 하지만 이번 24대 회장 선거는 이 같은 관례의 대납행위는 문제도 안 될 정도로 새로운 부정의혹이 제기되어 크나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24대 총선 선거과정에서 야기된 부정의혹 사례는 갈수록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자행된 ‘무더기 투표’, ‘유령투표’, ‘대리투표’ 등이 이번 선거에서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유진철 후보 측의 선거참모를 담당했던 정재준 전 OC한인회장은 5일 “이번 선거는 한국의 과거 자유당 부정선거를 뺨치는 선거였다”면서 “갈수록 부정의혹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타난 부정의혹 사례 중 캘리포니아에서 나타난 것만 상당하다. 현재 OC한인회의 김진오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장기간 한국에 체류 중인데 이번 선거에서 누군가가 김진오 회장의 이름으로 대리투표를 했다.
이번 선거에서 OC에는 유권자 등록이 12명이었는데, 부재자 투표로 산타아나 우체국 소인이 찍힌 봉투가 32매나 발견됐다. 산타바바라 지역도 유권자가 8명이었는데 우편소인이 찍힌 봉투가 10개나 나왔다.  몬트레이 문순찬 씨는 부재자 투표용지가 도착하지 않아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순찬 씨 이름으로 보내온 부재자투표가 개표 현장에서 발견됐다. 투표자 이름은 몬트레이의 문순찬 씨이지만 주소와 발신 우체국의 소인은 샌프란시스코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나타난 정황증거로는 이 주소로만 보면 문순찬 씨 투표용지를 실제로 발송한 사람은 이석찬 샌프란시스코 전 한인회장이라는 것이라고 유 후보 측은 추측하고 있다. 이석찬 씨는 이번에 김재권 후보 선거대책위원으로 활동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사촌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반송 주소를 캘리포니아주로 기입한 부재자 투표가 2천km 떨어진 위스콘신에서 발송된 사례도 나왔다. 그리고 선거인 명부에 없는 이름으로 보내온 봉투들 중 캘리포니아지역에서만 12개 이상이 발견됐다. 유권자수가 7명인 산타아나에서는 부재자투표로 무더기표 32장이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이중 13장은 한사람의 필체로 동일한 반송 주소가 적혀 있었다. 유권자가 3명인 산타 클레어에서도 12매가 발견되는 등 각종 부정의혹들이 속속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또 한인회가 없어 유권자가 없는 산타바바라에서도 8명의 부재자 투표가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반송주소란에 적힌 이름이 선거인명부와 다른 사람인 경우도 12개 사례나 확인됐다.
이처럼 유권자 본인도 모르게 ‘유령투표’, ‘대리투표’를 한 사람들, 부재자 투표 용지를 받지 못해 선거에 참여 못한 사람들, 한사람의 필적으로 된 무더기 표, 유권자 등록이 없는 지역에서 보내온 투표지들, 비유권자의 이름으로 보내온 투표지들 등 각종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선관위, 특정후보 공모 의혹


선관위의 부조리한 면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투표용지에 일련번호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공정성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등기우편으로 해야 하는데 일반우표로 하는 바람에 문제 발생 시 확인 작업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다분히 고의성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부재자 투표 용지를 받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투표지를 받지 못했다는 80여명 중 유 후보 측 지지자가 60여명이나 되어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선관위는 부재자 투표용지 반송주소를 미주총연 사무실이 아닌 선관위원장의 소재지가 있는 시애틀의 한 사서함으로 주소를 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그 주소로 얼마나 반송돼 왔는지, 반송된 것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선관위원장이 일체 설명을 하지 않는 것도 의혹을 부풀리게 하고 있다.
원래 부재자 투표가 송부되어 오는 사서함을 당초에는  봉인키로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봉인하지 않은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유 후보 측에서는 혼자 사서함 열쇠를 갖고 있는 선관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용물을 없애든지 바꿔치기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총연에서 부재자 투표 회신 봉투에는 일련번호를 넣어 누가 회신한지는 알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총연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는 일련번호도 없어 누가 회신했는지, 전혀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의혹을 배가시키고 있다. 사실 선관위는 개표 시작 때부터 부재자투표로 온 우편봉투를 서둘러 폐기하겠다고 밝혀 참관인들로부터 ‘왜 증거물인 봉투를 폐기시켜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원섭 선관위원장은 ‘보통 비밀 선거이기에 남들이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에 선관위가 특정후보를 지원한 정황증거도 나타나고 있다. 선거규칙에 의거 부재자투표를 신청한 사람은 선거당일 현장투표를 못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김재권 후보 측의 한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다는 설명으로 현장투표가 가능했으나, 반면 유 후보 측 지지자로 알려진 한 유권자는 부재자 투표 회신일이 지나 회신 못한 채 투표용지를 들고 현장투표에 참여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부재자 우편투표함 의혹


이번 총연 선거는 사실상 선관위원장과 간사가 일을 처리하는 구조였다. 이번에 선관위 간사는 인랜드 한인회의 폴 송 회장이 맡아 총연 사무국의 봉사자들과 함께 부재자투표 우편 발송 작업을 맡았으며, 반송된 우편은 시애틀의 한원섭 선관위원장이 마련한 사서함 주소로 조치했다. 이번 선거를 집행한 선관위의 간사를 맡은 폴 송 인랜드 한인회장은 현재 총연의 남문기 회장이 운영하는 뉴스타부동산 소속의 테메큘라 지사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소 긴밀한 관계에 있던 두 사람이기에 이번 선거에서도 폴 송 선관위 간사가 남 회장과 어느 정도 교감과 접촉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폴 송 간사는 이번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우편물 발송 리스트를 PC로 작성해서 주소라벨을 프린트해 봉투에 붙이는 작업을 한 장본인이다.
한원섭 선관위원장은 우편발송에 대해 “양측 참관인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LA서 만들어 보냈다”면서 “유진철 후보 측에서 정재준 씨가, 김재권 후보 측에서 조시형 씨가 참여했다. 그리고 자신과 폴 송 간사와 봉사요원 등 4명이 만들어서 보냈다”면서 “라벨 작업은 폴 송 간사와 남문기 회장 조카딸이라는 사람을 아르바이트로 써서 붙였다”고 밝혀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한 선관위원장은 “투표용지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겠지만 당선증이 전달된 이상 김 후보의 당선은 유효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양측은 비밀선거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우편투표 주소지를 확인하지 않았고 투표 결과가 20표 차이가 나지 않으면 재검표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이미 합의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남문기 총연회장은 선거 직후 지난달 30일 본보 취재진의 선거결과 질의에 대해 “죄송하다, 제 불찰 이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회장이 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관리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급적 중립을 지키려고 했다”면서 “무슨 일을 하려니 선관위에 압력행사를 하는 것 같아 의견을 제시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답변이었다.
말하자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일차적 책임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리고 남 회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지혜있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진짜 부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어느 일방이 부정이라고 한다면 진실이 가려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렇게 말한 남 회장에 대해 유진철 후보는 5일 “남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총회장으로 한쪽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받아 들여야 하는데 그는 이를 묵살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현재 남문기 회장은 세계한인회장 회의 관계로 한국을 방문 중이다.




유진철 후보 소송 천명













 ▲ 낙선 유진철 후보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의 직무유기 등으로 ‘낙선 당했다’고 주장한 유진철 후보는 5일 본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총연의 위상과 자신의 명예를 위해 이번 선관위의 부정의혹을 법적으로 심판케 할 것”이라면서 “선관위의 태만과 부실로 인해 당한 정신적 물질적 배상을 위해 연방법원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소송의 직접 대상이 김재권 당선자가 아니라 선거를 집행한 선관위원들과 이에 가담한 자들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또 그는 “이번 선거 부정에 총연 사무국 직원들도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선거에서 우편투표 과정에서 조직적인 부정과 공모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미 FBI와 연방 우정국(US Postal Service)에도 사건 전모를 통보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한 증거보전을 위한 CCTV영상 보존과 필요한 자료 보존도 관련 당국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부재자투표 우편 겉봉을 따로 모아 미주총연 측이 증거물로 보관할 것도 요구했다. 또 그는 “이번 부재자를 위한 우편투표에서 부재자 신청자는 901명이었는데 정작 투표지는 800장만 송달됐다”면서 “약 1백명이 투표지를 받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대부분이 나의 지지자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재권 당선자의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조시형 동부한인회장은 5일 “선거소송은 총연 정관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빠른 시일 내 인수인계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총연이 회비로 약 22만 달러를 거두었다고 들었으나 남 회장이 얼마나 인계를 할 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재권 24대 회장 당선자는 지난 2일 JJ 그랜드 호텔에서 기자회견 및 당선자 축하파티에서 “어떤 트집을 잡아도 이에 맞설 것”이라며 “일각에서 부정시비를 획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년 뒤 총연을 존경받는 단체로 만들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과 상식을 벗어난 제도를 과감히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제24대 미주총연 선거 파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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