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칼날, 삼성 해외비자금 정조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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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황태자인 이재용 사장의 해외비자금 존재 여부는 이미 십 년이 넘도록 재계의 관심사였다.

<선데이저널> 역시 몇 차례 이 사장의 해외비자금에 대한 기사를 보도한 바 있었다.

특히 본지는 이 사장의 해외비자금 구좌로 의심되는 계좌번호까지 공개하는 등 그 어떤 언론보다 실체적 진실에 근접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국의 사정기관들은 이 사장의 해외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자금에 대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조사를 벌인 적이 없었다.

자료가 부족했다기보다는 수사 기관의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었다. 지난 2008년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당시 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나나 했으나 이내 묻혀버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세청이 나서서 삼성그룹 해외비자금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삼성물산 출신 억만장자인 구리왕 차용규에 대한 과세방침을 밝힌데 이어 최근에는 홍콩에 TF팀까지 파견하는 등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번에는 이재용 사장을 비롯한 삼성그룹의 해외비자금이 그 존재를 드러내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였던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007년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 해외비자금
조성’을 폭로하는 모습. 당시 김 변호사는 이미 삼성물산이 삼성 해외비자금 창구라는 증거자
료를 제시하는 등 강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삼성그룹의 해외비자금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국세청이 구리왕 차용규 씨에 대해 5,000억 규모의 과세 방침을 밝히면서부터다.

차 씨는 경기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한 평범한 샐러리맨에 불과했다. 그는 1995년 삼성물산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 과장에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 지점장으로 옮기면서 구리와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그의 업무는 카자흐스탄의 국영기업으로 파산 위기에 놓였던 구리 채광 및 제련업체 ‘카작무스’의 위탁관리였다. 차 씨는 그곳에서 2년 만에 카작무스를 흑자회사로 돌려놓는 수완을 발휘했고, 현지 근무 3년 만인 1998년 부장으로, 2000년엔 카작무스의 공동대표에까지 오르며 초고속 승진을 했다.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는 보유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겼고, 삼성물산도 지분 전체를 2001년과 2004년 2차례에 나눠 매각했다.

이때 차 씨는 현지 고려인인 블라디미르 김 씨 등과 함께 2차 매각 지분 일부를 사들였다. 그는 2005년 회사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고, 이후 국제 구리시장 호황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까지 치솟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듬해인 2006년 말과 2007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카작무스 대표이사직을 물러났다. 이때부터 그는 ‘1조 원의 사나이’로 불리며 ‘샐러리맨의 영웅’이 됐다.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그런데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 차 씨가 국세청의 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차 씨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국세청은 차 씨의 재산에 증여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차 씨의 재산 규모가 1조 4천억원 대임을 감안해, 20%의 해외주식 양도세를 물릴 경우 2천 8백억원을 추징할 수 있는데다, 차 씨가 삼성물산으로부터 구리 회사 지분을 사들인게 아니라 증여를 받은 것으로 판단해 최대 6천억원 이상을 추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국세청이 차 씨에게 증여세를 물리기로 했다면, 차 씨의 재산은 결국 삼성의 비자금이라는 결론이 나는 셈이다.

특히 삼성물산이 지분을 매각하기 두 달 전인 2004년 6월 일부 외신에서 카작무스의 런던증시 상장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상장이 되면 대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카작무스 지분을 서둘러 넘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작무스는 이듬해 10월 상장됐다.

지분매각 가격에 대한 의혹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과 자회사인 삼성홍콩은 두 차례 카작무스의 대규모 지분을 매각했다. 2001년 10월에 15%의 지분을 주당 16만 8,918원의 높은 가격에 처분해 784억원 가량의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2004년 8월 2차 매각에서는 지분 24.77%를 주당 1만 9,051원에 팔았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측은 “2차 매각가는 2003년 말 기준 주당 순자산가액 4만 9,617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서둘러서 카작무스 지분을 싸게 내다 판 것이 차 씨를 통한 비자금 운용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 주변에서는 “삼성이 어떤 회사인데 상장 후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겠느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국세청, 삼성 비자금 추적하나


이와는 별개로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당시 차 씨의 인수 대금 중 220억원이 스위스 은행인 ‘크레딧스위스’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동안 <선데이저널>은 크레딧스위스 이외에도 스위스에 있는 여러 은행을 삼성 비자금 창구로 지목해왔다.

본지는 스위스 UBS 은행에 이미 이재용 씨 자금이 들어있는 계좌가 존재했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현재까지도 스위스 UBS를 비롯한 해외 비밀은행 신탁계좌를 통해 비자금이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본지가 입수했던 송금통지서를 보면 이 사장은 치밀하게 준비된 차명계좌를 통해 분산시켜 자금을 이동시킨 흔적이 엿보인다. 그리고 이 의문의 스위스 계좌 중 하나가 차용규 씨의 카작무스 인수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장은 일본 유학시절인 90년 대 중반,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스텐다드 챠타뱅크를 통해 증권 투자에 뛰어들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세무조사와 관련 국세청은 최근 6명의 TF팀을 홍콩으로 보내 삼성물산의 해외비자금 관련 여부에 대한 극비 조사를 한 것으로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현재 차 씨는 홍콩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TF 팀은 홍콩 은행에도 공문을 띄워 자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TF 팀은 그 간 <선데이저널>이 보도했던 내용과 증거들을 가지고 몇 개월 간의 분석을 했으며, 그 결과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홍콩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세청의 조사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조세피난처인 스위스와 홍콩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그룹의 해외 비자금이 그 실체를 드러낼지 여부다.

그 동안 삼성의 해외비자금에 대해서는 본지가 수차례 언급해왔으나 한 번도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해외비자금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덮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은 강하게 부인


그러나 삼성물산은 카작무스 지분 헐값 매각설과 관련해서 “당시 구리시장의 전망 불투명과 경쟁력 저하, 현지의 자원 민족주의적 입법 강화 등 사업 여건이 지속적으로 열악해 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면서도 “매각 대금을 비롯해 수년간 위탁경영을 하면서 생긴 이익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이익을 획득했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차용규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2004년 8월 매각 당시 카작무스 지분 42.55%를 최대주주 블라디미르 김에게 매각한 것이지 차용규씨에게 매각한 것이 아니다”며 차 씨와의 직접 거래설을 부인했다. 삼성물산 측은 차씨가 2003년 퇴직이후 회사측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차용규씨 재산이 삼성의 비자금이라는 소문 역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차 씨가 카작무스에서 핵심적인 일을 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여러 경영진들 중에 하나였다”며 “만약 차 씨 재산이 삼성 비자금이라면 어떻게 수천억원을 개인적으로 한국에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 해외비자금 얘기만 나오면 ‘근거없는 음해’ 주장






















<선데이저널>은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삼성그룹의 해외비자금 의혹을 제기해왔다.

본지의 보도는 계좌번호와 돈 흐름, 송금장을 비롯한 모든 증거들을 제시하는 등 누가봐도 객관적이었고 많은 한국 언론들도 여기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주 본지가 한국의‘나쁜 언론’에 대해 보도했던 것처럼, 보도 당시 한국의 언론들은 <선데이저널> 보도로 호황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언론사들은 삼성그룹에 이에 관한 사실확인 차원에 전화만 해도 홍보실 직원들이 찾아와 광고로 입막음 하였고 데스크들을 매수했다는 소문이 언론계에서는 파다했다.

일부 주간, 월간, 인터넷 신문들이 관련기사로 삼성과 빅딜을 했다는 것은 언론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심지어는 모 방송국이 사건 취재를 위해 홍콩으로 가서 사건의 핵심이었던 박준홍 씨를 만나 취재까지 했지만 끝내 방송이 되지 않았다. 이를 취재했던 기자들에 의하면 윗선에서 보도금지령이 내려 더 이상 취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일 삼성그룹의 주간 / 월간지를 담당하고 있는 K모씨는 이런 사실을 다른 일간지 기자들에게 털어 놓았을 정도다.

그러나 당시 국내 최고의 정통주간지인 시사저널이 2005년 9월 삼성 특집을 다루며 최초로 <이재용 해외비자금>을 거론해 95년 이재용-조희준 간 돈거래 관계에 대한 의혹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지독한 음해인가, 大 특종이냐”는 제목으로 보도된 이 기사는 삼성의 기사삭제 요구를 받을 정도로 민감했다.

당시 삼성은‘다른 기사는 괜찮지만 <선데이저널>의 이재용 기사만은 제발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애걸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전격 게재했다. 잡지 발매 즉시 거의 전량을 삼성측이 사들였다는 후문이 나돌 정도로 파문이 컸었다.

이처럼 삼성은 해외비자금 얘기만 나오면‘근거 없는 음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는 법. 국세청은 최근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삼성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이번 국세청 조사에서 삼성그룹의 해외비자금 실체가 드러난다면 그 후에도 부인으로 일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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