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단]한인사회 음주운전 심각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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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소식은 한인 신문 사회면의 단골손님 중 하나다. 최근에도 술에 취해 운전을 한 친구의 차에 치여 숨진 한 대학생의 참변 소식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대학 졸업 파티 후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은 장모씨가 함께 파티에 참석했던 친구 고모씨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후진하다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또 지난 4월 초에는 한인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의 음주운전 파문이 불거져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추추 트레인’이라는 애칭 속에 동포들과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추 선수는 건실하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스포츠 스타부터 평범한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는 한인 음주운전 사건사고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음주 운전(DUI:Driving Under Influence)이야말로 한인사회에서 추방돼야 할 악습 중 하나다.


특히 음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분위기에서 자란 한인들은 음주운전에 있어 스스로 관대하고 친구나 직장 동료, 선후배 등 지인들의 음주운전 역시 방조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폐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음주운전은 분명한 ‘범죄행위’다. 음주운전이 자신은 물론 애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범죄인만큼 이에 대한 처벌도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음주운전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경험자의 생생한 고백을 통해 현재 캘리포니아 음주운전 처벌 과정과 한 번의 실수가 가져오는 엄청난 피해를 들여다봤다.


<시몬 최 취재부기자>


적발부터 음주테스트 후 곧장 체포


LA 한인타운에 사는 직장인 K씨는 지난 4월 초, 퇴근길에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아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 오랜만의 부부동반 저녁 식사 자리인 만큼 반가운 친구들과의 즐거운 대화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어느덧 소주 한 병에 맥주 3병 정도를 마셨다. 시간은 밤 12시를 넘어섰고 건성으로 말리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늘 그렇듯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로컬 길을 지나 프리웨이를 달리던 중 K씨는 평상시보다 가속패달에 더 힘을 실어 밟았다. K씨는 프리웨이를 빠져나가려고 오른쪽 차선으로 변경하던 도중 ‘펑’소리와 함께 차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오른쪽 차선을 달리던 대형트럭을 미처 보지 못하고 차선을 변경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K씨의 차 뒷 범퍼가 순식간에 날아갔고 타이어에 펑크가 났지만 K씨를 비롯한 양쪽 운전자들은 크게 다치지 않아 천만 다행이었다.


상대 운전자와 기본적인 정보를 교환하고 별 문제없이 헤어진 K씨는 뒷바퀴에 펑크가 났기에 급히 견인차를 부르다 뒤에서 경광등을 번쩍이며 다가오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CHP)의 스피커 소리를 들었다. 조수석 창가로 다가온 경관은 K씨가 프리웨이 갓길에 차를 세워둔 이유와 사고 경위를 묻고는 운전면허증을 요구했고 이어 “혹시 술을 마셨느냐”고 물었다.


얼굴도 조금 벌겋고 술 냄새도 나는 상황인지라 ‘안마셨다’는 거짓말은 못하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와인 두잔”이라고 답했지만 경찰은 K씨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명령했다.


경관은 K씨에게 ‘직선으로 걷기’, ‘한 발로 서있기’, ‘경찰의 손가락 따라서 눈동자 움직이기’ 등의 음주 여부 테스트를 하더니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호흡 측정기를 불 것을 요구했다.


‘불지 말고 버텨볼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경관들의 분위기에 압도돼 거부할 수가 없었다. 결과는 혈중알콜농도(BAC) 0.10%. 캘리포니아 주는 BAC가 0.08% 이상일 경우, 음주운전으로 처벌한다.


특히 음주테스트 또는 측정을 거부할 경우, 다른 처벌과는 별도로 1년간 운전면허가 정지된다. 경찰은 곧바로 K씨의 두 팔을 뒤에서 잡더니 “당신을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한다”는 말과 함께 수갑을 채웠다.


연행에서 구금, 석방까지


순찰차 조수석에 태워진 K씨는 밴나이스 경찰서 유치장으로 연행됐고, 금요일 밤 끌려온 많은 음주운전자들과 폭행범들 사이에 줄을 선채 담당 경찰의 지시에 따라 본인 차례를 기다렸다. 2시간이 지난 후 본인의 차례가 되자 모든 소지품과 허리띠, 신발을 압수당한 채 열손가락 지문을 찍고 얼굴 사진을 찍었다.


유치장의 담당 세리프는 K씨에게 큰 선심이라도 쓰듯 ‘공중전화 통화 3분’을 허락했다. ‘수신자 부담’으로 아내에게 전화한 K씨는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부인에게 서둘러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날 정오까지 밴나이스 유치장으로 데리러 오라고 말했다.


그날 밤 연행돼온 20여명의 음주 운전자들의 하소연과 폭행범들의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유치장 안에서 K씨는 덩그러니 놓인 차가운 간이 철제침대의 구석 자리에 몸을 붙였다. 몸을 누이니 수치심과 후회, 분노와 억울함, 미안함 등 별의별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자는 둥 마는 둥 뜬눈으로 새벽과 아침, 오전을 보낸 K씨는 8시간 수감 영수증과 1개월짜리 임시 운전 면허증을 손에 들고 다음날 정오가 돼서야 부인과 함께 유치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K씨는 결혼 이후 그때만큼 부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창피함 등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법원 출두, 재판도 거쳐야


1개월 정도 지나 K씨는 법원에 출두했다. K씨는 ‘음주운전 초범은 굳이 2,000달러 넘게 주면서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 담당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채 법원에 출두했다. 그는 출석 후 바로 50달러짜리 관선 변호사를 선임했다.


법정 안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이 우울하고 을씨년스러웠다. K씨는 그중 한사람으로 앉아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K씨가 받은 판결은 벌금 2,000달러에 사회봉사 10일, 집행유예 3년이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으로부터 1개월 운전면허를 정지당했고, 정지 1개월 뒤 제한 면허증을 발급받아 5개월 동안 본인 차량에 ‘알코올 감지 시동제어 장치(IID)설치와 3개월 간 주 1회씩 음주운전 학교 및 AA미팅 6회 출석 등을 명령받았다.


관선 변호사는 K씨에게 초범이고, 죄를 뉘우치고 있으며 적발 당시 혈중알콜농도(BAC)가 많이 초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판사로부터 낮은 수위의 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음주운전은 각 주마다 처벌 내용이 약간씩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혈중알콜농도가 규정보다 상당히 높을 경우 ▶적발 당시 아이가 동승했을 경우 ▶사고 유발로 다른 사람을 다치거나 사망케 했을 경우 등에는 초범일지라도 가중 처벌을 받는다.


이와 함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작년 7월1일부터 더욱 강력한 음주운전 처벌법으로 ▶음주운전(DUI)처벌 대상자가 집행유예 기간 혈중 알코올 농도(BAC) 0.01%로 운전하더라도 DUI로 다시 처벌을 받는 ‘음주운전 무관용 원칙’ ▶음주운전 초범일 경우라도 기존 0.20% 이상 위반자에게 적용되던 ‘알코올 감지 시동제어 장치(IID)’부착 의무화 등이 발효됐다.


사회봉사, 음주운전학교 출석


밴나이스 법원에서 사회봉사 스케줄을 잡은 K씨는 일주일에 하루 8시간씩 10주간 밸리 인근 시립 공원에서 청소했다. 평일 직장을 다녀야하는 K씨는 일요일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해 오후 2시까지 공원 주차장 청소와 잔디 보수 관리 등의 사회 공공 노동을 해야 했다.


사회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 벌금과 별도로 사회봉사 프로그램 관리 명목으로 150달러의 돈을 본인이 부담해야한다. K씨는 오렌지색 조끼를 입고 누군가 알아볼까봐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야구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K씨는 LA 한인타운에 있는 음주운전학교에 주 1회, 3개월을 등록하면서도 500여 달러가 들었다. 하루 3시간 동안 2교시로 수업은 진행되는데 1교시는 한 클래스에 20여명이 앉아 음주운전의 폐해에 대해 배우고, 비디오 등 시청각 교재를 통해 음주 운전 예방 교육을 받는다. 2교시는 소그룹으로 나뉘어 자신이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내용에서부터, 음주 습관, 과거의 실수담 등 술과 관련된 자신의 스토리를 발표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수업이다. 피곤한 직장에서의 일과를 마치고 저녁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한번, 3시간씩 수업 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또 대부분의 수업 내용이 올바른 음주 습관, 운전습관 등의 교육이라기보다는 알콜 중독자 치료 교육이라서 수업에 크게 공감할 수 없었고, 마치 자신이 알콜중독자 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다.


1분만 늦어도 결석으로 처리될 뿐 아니라 결석 처리가 되면 수업료를 더 내고 보충 수업을 들어야 했다. 또 3개월 동안 5회 결석하면 그동안 수업 받은 것을 전부 무효화하고, 등록부터 새로 하게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지키는 것은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었다.


여기에 음주운전 학교를 다니면서 인근 커뮤니티 센터, 교회 등지에서 진행되는 AA미팅(알콜중독자 단주모임)에 매주 참석해야만 했다. AA미팅에 6회 이상을 참석해야만 음주운전학교를 수료할 수 있다. 

















알코올 감지 시동제어 장치(IID)


K씨는 운전면허 정지 1달 동안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만 했다. K씨 본인도 본인이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을 뺏기는 맞벌이 아내에게도 못할 짓이었다. 또 근무 도중 급한 볼일이 생기면 택시를 이용해야만 했다.


운전을 할 수 없는 불편함과 시간적인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면허 정지기간이 끝나자마자 K씨는 DMV를 찾아 제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다. 작년 7월부터 음주운전자 차량에 의무화 된 ‘알코올 감지 시동 제어장치(IID)’를 설치하고서야 제한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발급 과정에서 발급 수수료 등으로 150달러를 지불했고, IID를 설치에는 초기 설치비용, 보증금, 월 90달러에 달하는 임대료 등 5개월간 이 기기를 달고 운전하는 데에만 총 800달러 가까이를 부담해야 했다. 

















 ▲ 음주운전자의 자동차에 부착해야 하는 알코올 감지 시동제어 장치(IID)

 
K씨는 시동을 걸기 전 음주측정기의 빨대를 불고 체내에 알코올 성분이 없다는 것이 판명됐을 때에만 자동차 키를 꽂을 수 있었다. 또 주행 중에도 ‘삐’ 경고음이 들리면 5분 이내에 갓길에 차를 세우고 음주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운전을 하면서 부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차를 반드시 세우고 불어야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차례의 경고 기록을 당하게 된다. 또한 경고기록이 5번이나 누적될 경우 72시간 내에 측정기를 관리하는 센터에 가져가 이를 다시 세팅하지 않으면 차량의 시동을 직접 걸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구강세척제 등을 사용했을 경우 음주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기록돼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되며 15분이 지난 다음에야 다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K씨는 불시에 음주 테스트를 요구하는 측정기기 때문에 길가에서 행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동이 꺼진 차량에서 ‘빨대’를 불어야 하는 망신을 감수했으며, 공공 주차장에서 주차 도중에 테스트를 요구하는 바람에 뒤에서 기다리는 차량에 불편을 끼친 적도 있었다.


K씨는 시동을 걸때나 운전 중에 수시로 불어야하는 불편함을 생각하면 다시는 음주운전을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족이나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을 태울 수도 없어서 너무 불편했다.
특히 “고국에서 처가 식구들이 방문했을 때 삐 소리가 날 때마다 입으로 부는 모습을 보여 줄 수가 없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본인 차에 태울 수도 없었다.


심각한 후유증


벌금과 음주운전학교 등록비, 사회봉사 등록비, 차수리비, IID설치비, 운전 면허증 갱신비 등 음주운전으로 인해 소요된 비용을 계산해보니 어림잡아 최소 5,000달러는 쓴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한 지인은 음주운전으로 큰 교통사고까지 내, 5만여 달러를 날린 경험이 있다며 그나마 다행인줄 알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자동차 보험료는 3배 정도 올랐다.


일반적으로 미국사회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을 알코올 중독자로 규정한다. 한인 직장에 다니는 K씨는 그 정도 취급까지 받지는 않지만 어디서든 음주운전 얘기만 나오면 곧바로 동료들의 시선을 한 몸으로 받는다.


아내와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의 위신은 크게 추락했다. 회복하려면 수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운전 중에도 경찰 차량만 보면 괜히 뜨끔하고 주눅이 든다.


정신적인 충격 때문이란다. 난생 처음 수갑을 찼을 때 느꼈던 공포, 미국 경찰들로 부터 받은 중압감, 유치장에서의 수치, 법정에 섰을 때의 모멸감, 그리고 뙤약볕에서 청소하면서 느꼈던 자괴감 등도 빼놓을 수 없다.


K씨는 이런 느낌과 경험들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음주운전 처벌 방식에 대해 “이것해라 저것해라, 이리와라 저리가라 등등, 사람을 아주 귀찮고 피곤하게 만들고 그때마다 돈까지 내라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준다”면서 “더럽고 치사해서라도 음주운전을 다시는 안하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K씨는 “한인사회에 음주운전 폐해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 절실하다”며 “그래야 술 마시고 운전대 잡는 사람을 서로 말리는 분위기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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