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취재]본국항공사 승무원들 안전불감증 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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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음주단속에 적발된 본국 이스타 항공사

본국 항공사들의 안전 ․ 도덕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본지가 수차례 보도한 항공 승무원들의 밤샘 도박, 졸음 비행에 이어 음주 비행 위험까지 노출 돼 항공업계의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수백여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여객기 조종사들 중 일부가 술이 덜 깬 상태로 비행기를 운항하려다 본국 정부 당국에 의해 적발 돼 항공사들이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0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본국 저가 항공사인 이스타 항공 기장이 음주 비행을 하려다가 적발됐다.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된 2010년 이후 벌써 세 번째다. 항공 조종사의 음주 비행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항공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자칫 수백명의 승객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그 심각성은 끔찍한 수준이다.


또 본지에서 수차례 제기했던 본국 항공사 승무원들의 카지노 도박 바람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밤샘 카지노 도박이나 유흥업소에서의 술판, 명품 사치 쇼핑 등 승객의 안전과는 거기가 먼 그들의 향락 행태들도 여전히 한인타운 내 구설수 대상이다.


이런 항공사 승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항공사 직원들의 잇단 자살, 안전사고, 임금 갈등 등 ‘산 넘어 산’인 항공업계에 악재들까지 겹치면서 서비스 질이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들이 많다. 여전히 승객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정신 못 차린 항공업계의 안전 불감증 실태를 들여다봤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지난달 10일 오전 7시 5분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가려던 이스타항공 203편 항공기 기장이 국토해양부 감독관의 불시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지난해 10월 대한항공 조종사와 5월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가 음주단속에 걸려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세 번째 음주 적발이었다.


이 기장은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로 조종간을 잡으려다 감독관에게 발각됐으며, 당시 기장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42%였다. 항공업종 종사자 단속 기준치는 0.040%다.


국토부는 해당 기장을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게 했고 이스타항공은 대체 기장을 투입하느라 결국 여객기는 예정보다 30분 가량 늦게 제주로 향했다.


국토해양부는 이 기장에 대해 정직 1개월과 과징금 2000만원을 처분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과징금이 과하다”며 이의를 제기해 눈총을 받았다. 이스타 항공 관계자는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기장 본인과 회사 측의 소명을 담아 이의신청을 하겠다”며 “정직 1개월은 받아들이지만 과징금은 과하기 때문에 감경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적발된 조종사에게 1개월 정직 조치와 재발방지 각서를 받았으며 이와 함께 조종사 80여명을 비롯한 승무직 전원에 대해 6월 중순 전체 소집교육을 했으며, 재발방지를 위해 기장들에게 각서를 받는 등 후속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항공사 측은 “해당 기장이 평소 술을 잘 못했고 전날 소량 음주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전날 밤 음주가 다음 날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술을 못먹는 기장이 운항 전날 음주를 했고, 회사가 이 기장을 새벽 운항에 배치했다는 것도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지 않았지만 고비용의 항공기와 수십명의 승객의 목숨을 책임지는 기장이 음주 상태에서 항공기를 운항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초 음주단속에 적발된 아시아나 항공

자체 음주측정 ‘하나 마나’


이에 앞서 지난 5월 초 아시아나 항공 소속 기장이 음주측정에 적발돼 충격을 준적이 있었다.


5월 3일 오전 7시 10분 김해공항을 출발, 인천으로 가려던 아시아나 항공 OZ8532편의 기장이 국토부 소속 감독관의 불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감독관이 호흡식 알코올 검사기로 6차례에 걸친 검사결과 기장의 혈중 알코올 농도 최고치는 0.04%를 넘어선 0.067%로 나타나 항공기 탑승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음주상태에서 112명의 승객을 태운 항공기를 운항하려고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문제는 이날 국토부 감독관의 음주단속이 불시적발이었다는 사실이다. 항공기 승무원 가운데 기장 등 조종사의 음주여부는 항공사고 등 승객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행 한국의 항공법상 음주측정 의무조항은 없다.


국토부 운항기술기준에 따르면 국토부나 지방항공청 소속 공무원이 음주로 의심될 경우 항공사 승무원에게 항공업무 직전부터 직후까지 음주측정을 할 수 있고 항공사들은 알코올 복용 후 8시간 이내 항공업무를 맡겨서는 안되며 자체적으로 기장 등 승무원의 5% 범위에서 무작위 음주측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암행단속과 무작위 측정으로는 빈틈이 많고 비행 전 금주를 직업윤리에 맡기는 경향이 있어 항공사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안걸리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있다. 특히 지난번 음주단속에 적발된 기장이 소속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2005년 파업에서 음주측정 폐지를 요구사안으로 내걸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한 음주 적발시 처벌도 관대한 편이다. 항공법에 따르면 기장 등 승무원이 항공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술 등 알코올을 섭취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1차, 2차 적발엔 각각 30일, 90일의 자격 효력정지, 3번 적발됐을 경우 효력정지 1년이나 자격증명 취소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반면 음주측정에서 적발됐을 경우엔 별다른 처벌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4년부터 항공기 조종사에 대한 음주운항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기준을 0.04%에서 0.02%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조종사의 음주 사실이 적발되면 바로 경찰에 체포될 정도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하나 마나’한 항공사 자체 음주 측정도 문제다. 지금까지 항공사 자체 음주측정에서는 조종사의 음주사실이 적발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9년 이후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기장 등 승무원에 대한 음주측정 결과 항공법상 혈중 알코올 농도 허용치인 0.04% 이상을 넘은 건수는 한 차례도 없었고, 2009년 이전 항공사의 자체 음주단속에서도 적발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번에 적발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음주예방 온라인 교육과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불시 음주단속을 벌여왔으나 음주 상태에서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기장을 걸러내지 못했다.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데 통상 교육비와 인건비 등 연간 1억8,000만여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등 안정적인 조종사 수급을 위해 정성을 쏟는 항공사 입장에서 자체 음주측정에서 기장이 적발되면 비용이나 대체 기장 투입 등 문제로 중징계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입장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기장의 음주적발사실은 알려질 경우 항공사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해 적발되더라도 항공사 내부적으로 쉬쉬하며 덮어버리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항공사 조종사 노조에서는 비행 전 음주측정에 대해 ‘예비 범죄자 취급을 한다’며 반발하기도 해 실제 단속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음주 상태에서 운항을 시도하는 일부 조종사들은 비행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 7시쯤 출발하는 첫 비행기를 타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법정 한도인 0.04%를 넘기기 쉽다는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자칫 대형 항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승무원들의 음주운항을 막을 수 있는 의무적인 음주측정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악재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한항공

대한항공, 한달 새 세명 자살


조종사의 음주비행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은 올해 들어 승무원들의 자살과 정비사가 정비도중 추락하는 사고가 연잇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한달 새 세명의 직원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었다.


지난 3월 7일 대한항공 국내선 객실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던 권 모씨는 청주 한 호텔에서 비행근무를 마치고 휴식 중에 투신해 숨졌다. 이보다 하루 전인 3월 6일에는 부산 정비 공장에서 근무하던 박 모씨가 역시 투신해서 숨졌다. 또 지난 2월 14일에도 객실 승무원인 임 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달 새 세명의 자살사건은 ‘대한항공 자살 괴담’으로 퍼져 인터넷 상을 떠돌며 논란이 됐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 4월 13일 대한항공 국제선 인턴 승무원이 회사에 사표를 내고 또 자살을 선택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다시 한번 충격에 빠뜨렸다.


자살한 이 모씨는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으로 입사해 인턴교육을 받다 그만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한 이 씨의 친구는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회사에서 엄청나게 힘들었다고 한다”고 전해 회사에서 심한 압박감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이전 세 건의 자살 사건의 원인을 놓고 주변에서는 “평소 회사의 제도와 과중한 업무 때문에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을 앓아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던 직원도 있었다”고 밝히며 항공사 승무원들의 심각한 우울증을 문제 삼았다. 대한항공 측은 그동안의 직원들의 자살에 대해 병력이나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해명해왔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대한항공 김해 격납고에서 A330여객기 정비사가 정비도중 바닥으로 추락해 부상을 입었다. 지난 5월 정비사가 추락해 사망한 데 이어 두 번째 추락사고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7년 5월, 2011년 5월에도 정비사가 여객기 탑승 도어 쪽에서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 불감증이 재차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정비사에 대한 안전 수칙과 교육을 철저하게 운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가 나서 유감이다”라며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중이므로 안전 불감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본국 항공사 승무원들이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리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밤샘 카지노, 술판에 매춘까지



한편 본지가 수차례 보도했던 본국 항공사 승무원들의 밤샘 카지노 도박과 향락 행태들이 보도(본지 511호, 512호, 515호, 780호)가 나간 후에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각 항공사들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국의 유력 항공사의 기장 및 승무원들이 휴식을 취해야 할 밤 시간대에 카지노 혹은 유흥업소 등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향락으로 밤을 보내고 있다는 제보가 여전히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충격을 주는 것은 일부 승무원들이 피로한 상태에서 비행에 나서 자칫 졸음 비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타운내 유흥업소와 카지노 등지에서 이들을 발견한 제보자들은 “개인들이 사적으로 노는 것까지 지적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들의 대화내용을 듣다보면 ‘다음날 비행이 있다’면서도 밤샘 놀이를 즐기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항공사 승무원들의 ‘밤샘 놀이문화’는 이미 정착된 지 오래다. 비단 카지노행 뿐만 아니라 나이트클럽, 룸싸롱 등에서 이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으며, 이들의 숙소가 자리잡고 있는 호텔 인근 유흥업소들은 그 동안 특수를 누려왔을 정도다.


또 최근 일부 남자 승무원들은 한인타운 내 유흥업소에서 불법 매춘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밤샘 술판이 불법 성매매까지 이어진다’는 그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승무원들의 외유(外遊)가 문제시되는 것은 이들이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어할 장치가 전혀 없다는 데에 있다. 승객의 생명을 우선해야 할 이들 직업 특성에도 불구하고 어찌 보면 심각하게 도덕성이 결여된 행각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또 탑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밤샘 도박과 유흥에 빠져 자칫 졸음 ․ 음주 비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현지체류 승무원들에 대한 관리 감독에 시급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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