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구직자 두 번 울리는 취업사기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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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사회의 가중되는 경기침체로 노동시장도 꽁꽁 얼어붙으며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취업사기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론 취업사기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인력 채용이 줄어들자 그 틈을 타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취업사기는 구직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는 지능형 범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엔 다단계 사기나 노동착취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의 취업사기는 고급 인력들에게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때문에 경계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마저 취업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구인 광고를 빙자한 신분 도용 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에서도 허위성 온라인 광고를 통한 취업 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취업사기의 실상을 추적해봤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유학생 하모 씨는 대학 졸업 후 면접 만 30여 군데 넘게 봤지만 취업을 하지 못해 구직사이트를 전전하던 중 ‘규모는 작지만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유망 신생업체’라고 소개된 구인업체에 이력서를 넣었다.


다음날 바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고, 인터뷰는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비싼 식사를 하며 진행됐다.
기존 업체들과는 다른 면접분위기에 어리둥절했지만 진솔해 보이는 김 사장의 태도에 신뢰가 갔다. 신상정보와 업무에 관련된 질문 몇 개가 오가고, 그 자리에서 당장 내일부터 출근 하라고 했다.


큰 규모의 안정된 회사는 아니지만 신생업체에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자 김 사장은 남는 방이 있다며 아예 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면서 일하자고 했다. 하씨는 부인과 아이들에게 까지 불편을 끼치며 열심히 일하는 김 사장의 모습에 더 믿음이 갔다.


그렇게 1주일쯤 지난 후 갑자기 사장은 전화로 “지금 급해서 그러는데 2천불만 급하게 빌려 줄 수 있느냐?”고 했다. 5일 뒤에 1만 5천달러짜리 계약을 하는데 이자 500달러 붙여서 주고, 월급도 1,000달러 올려 주겠다는 것이다. 하씨는 사장을 형처럼 믿었고, 가족들과도 함께 생활하고 있어서 철썩 같이 믿고 회사를 위하는 심정에서 빌려주었다.


그 이후, 김 사장은 주로 타주로 영업을 다닌다면서 집에는 자주 들어오지 않았고, 하씨는 사장의 식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런 식으로 사장에게 빌려준 돈이 총 5천달러까지 달했다. 나중에는 2만 달러만 투자하면 회사 지분의 49%를 주겠다고 했다. 이미 하씨는 돈 5천불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 한국의 부모님과 친구들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해 총 2만 8천달러를 빌려주었다.


하지만 주겠다는 회사지분은 받지도 못하고 한 달 만에 회사는 문을 닫고 말았다. 김 사장은 하씨 말고도 이 처럼 취업을 미끼로 교묘하게 뜯어낸 돈이 알아보니 3~4만달러 정도가 더 됐다고 한다. 곧 김 사장과 식구들은 연락이 두절됐고, 하씨는 머물고 있던 아파트에서도 쫓겨났다.


하씨는 피해자들을 수소문해 모아봤으나 대다수가 하씨처럼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거나 대학생이어서 뾰족한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그저 갑작스럽고 난감한 상황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씨가 당한 사기는 한인사회에서는 이제 ‘고전적인 취업사기’ 수법이 되어버렸다. 주로 취업에 목말라하는 본국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인 특유의 ‘정’과 ‘의리’에 매달려 돈을 야금야금 갈취하고는 도주해버리는 취업 사기 중 하나다.


이런 사기꾼들은 경찰에 신고하기 힘든 유학생들의 신분을 주로 악용하며, 피해 학생들은 소송비용 때문에 법에 호소하기도 힘들어 결국 체류비에 허덕이다가 귀국하거나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 최근 인터넷상에 허위 구인광고를 올려 구직자들을 울리는 온라인 취업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취업미끼에 개인정보만 털려


최근에는 인터넷상에 구인 광고를 빙자한 신분 도용 등 갈수록 교묘해진 취업 사기들이 한인 사회에 속출하고 있다.


작년 대학 졸업 후 1년여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최모씨는 지난 6월 한 취업 관련 웹사이트에 올라온 구인 업체들의 광고를 보고 여러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며칠 뒤 한 업체에서 인터뷰 스케줄을 잡자는 이메일과 함께 신상 조회를 위해 소셜시큐리티 번호 등 개인 정보와 진행 비용 5달러를 요구받고는 크레딧카드 번호를 준 게 화근이었다.


이후 100달러가 넘는 금액이 카드에서 빠져나가 최 씨가 해당 웹사이트를 확인해보니 유령 사이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구인·구직 웹사이트가 그럴듯하게 보여 별 의심 없이 지원했다가 오히려 돈만 잃고 개인 정보도 유출당했다”며 “유명 회사의 이름과 비슷해 확인도 않은 채 정보를 줬던 게 실수였다”고 탄식했다.



취업을 미끼로 한인 여성들을 현혹하는 유흥업소들의 온라인 광고에 속았다는 한인 여성 피해자들도 나오고 있다.


LA 코리아타운을 관할하는 올림픽 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일자리와 어학연수 기회까지 제공한다는 한인타운 내 업체의 온라인 광고를 믿고 한국에서 건너온 한 여성이 LA에 온 지 2주 만에 사기를 당했다”며 신고해와 경찰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유흥업소 등에서 일반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현혹한 뒤 접대를 강요당하는 피해자들이 있다”며 “온라인상의 구인 광고가 의심스러울 경우 전화번호 등을 물어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 재택업, 돈만 날려


더디기만 한 미국경제의 회복과 취약한 한인사회의 노동시장이 취업 사기꾼들에게는 돈 벌기에 더할 수 없는 조건이 되고 있다. 이들 취업 사기꾼들은 있지도 않은 일자리들을 미끼로 실직자들로부터 거액을 뜯어내고 있다.


돈을 보내면 바텐더나 주택 감정사 혹은 소매상들을 위한 ‘시크릿 샤퍼’로 일하게 해주겠다며 돈을 뜯어가는 이런 종류의 사기는 주류사회에서 오랫동안 있어 왔다.


하지만 한인타운 내에서는 생소한 취업사기로 대학을 갓 졸업한 고학력 한인 청년 실업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기꾼들이 이들을 먹이로 노리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이 취업사기는 생계가 절실한 사람들이 주로 걸려들고 있으며, 요즘과 같은 실업난이 사기꾼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기회가 되고 있다.


2명의 아이를 둔 엄마로서 실업자인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30대 유모씨는 200달러를 내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그녀에게 200달러는 큰 돈이었다. 이메일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하루에 1시간만 투자하면 집에서 하루 225달러 이상을 쉽게 벌 수 있는 확실한 길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었다. 제조업체들의 리베이트를 청구하는 일을 시작하기 전 지침서를 받는데 197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 197달러만 들여 매일 1시간 투자하는 일에 225달러 이상을 벌 수 있는 일이고, 집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조건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처럼 보였다.


결국 유씨는 은행 계좌에 있는 잔고를 탈탈 털어 돈을 만들었다. 돈을 보냈지만 다음날이 되어도 지침서는 도착하지 않았으며, 전날 통화했었던 구인업체에 아무리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질 않았다. 유씨는 며칠 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환불을 받으려 시도해봤지만, 결국 마음에 상처만 입고 두 손을 들어야 했다.


밸리에 거주하는 박모씨도 유씨와 똑같은 취업 사기를 당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도 리베이트 처리 일자리를 위해 197달러를 지불했다. ‘온라인 고소득 재택사업’이라는 미끼에 현혹돼 초기투자 비용으로 197달러를 덥석 송금했지만 다음날부터 깜깜 무소식에 연락두절이었다.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된 후 그녀와 남편은 수주일 동안 환불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아이 클래스 등록을 위해 써야할 돈을 사기에 걸려 날리고 말았다.


그녀는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재택사업은 대부분 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로 내가 모르는 회사로부터는 더 이상 어떤 물건도 온라인으로 구입하지 않는다. 사기꾼들은 실업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한다”고 분개했다.



취업 사기꾼들은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이들은 투자 사기꾼들과 대조된다. 투자 사기꾼들은 소수의 피해자들로부터 거액을 편취하는 반면 이들은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소액을 사취한다. 액수가 적으니 돈을 쉽게 포기할 것이라는 계산을 한다. 그래서 사기는 늘어나고 당국의 단속을 피해간다.


실직자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별 대응 수단이 없어 가장 취약한 목표물이 된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꾼들은 목표물이 대개 가난하고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걸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런 범죄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서민 실업자들을 등쳐먹는 정말 지저분한 사기다”고 말했다.


취업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구직자들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그 기업에 대해 온라인으로 조사해 볼 것을 조언했다. 그는 “이상하다 싶으면 직접 연락해 확인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먼저 돈을 요구할 경우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며 “조심해야 할 것은 소비자 혹은 구직자가 미리 돈을 내야하는 경우로 이것은 적색경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 LA한인사회의 가중되는 경기침체로 노동시장도 얼어붙으며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 속이고 알선료만 챙겨


전례 없는 취업난과 실업자들의 재취업이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법 직업소개소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돈만 받고 일자리를 연결시켜주지 않는 일부 직업소개소들 때문에 이민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타운 내 일부 직업소개소는 취업 알선 비용으로 최소 100달러 이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약속한 일자리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취업에 성공해도 소개소의 설명과는 딴판인 곳이 많다는 것.


더구나 피해자들은 초기 이민자들이 많아 영어 구사가 힘들고, 신분 문제 등으로 당국에 신고를 꺼려 정부의 단속·관리의 손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업소개소에서 알선료 명목으로 선불을 요구하는 것도 불법이다. 또 영어를 못하는 이민자에게 영어로 된 계약서에 아무런 설명이 없이 무조건 서명을 강요하는 행위도 위법이다.


관련 당국은 현재 일부 직업소개소가 특정 사업체와 짜고 취업을 빌미로 의뢰인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으며 직업소개 업계의 보다 엄격한 관리를 위해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취업난으로 미국 대학원 및 MBA 학위를 소지한 한인 고학력자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학력을 가리지 않고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이 택하는 부업으로는 개인 과외 등 전통적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콜택시 운전과 웨딩촬영 보조 등까지 다양하다.


UCLA 대학원 유학생인 박(34)씨는 요즘 2대의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 이중 한 대는 콜택시 아르바이트용이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씨는 유학을 온 뒤 경기침체 등으로 학비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용돈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부업으로 콜택시 일을 하고 있다. 박씨는 “힘들지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콜택시 운전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유학생 출신으로 3년 전 같은 대학에서 MBA 학위를 받은 이모(31)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MBA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한 후 결국 회계사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 씨는 얼마 전부터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 씨는 “회계사 사무실 월급 가지고는 가계살림이 빠듯해 일주일에 한 두번씩 과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대부분의 한인 고학력자들은 학생비자(F1)나 졸업 후 1년간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를 소지하고 있어 부업을 하려 해도 이민 신분의 제약을 받고 있다.


콜택시를 운전하는 박씨는 “콜택시도 당국의 단속이 갈수록 심해져 이젠 일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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