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론 대해부]위기에 빠진 삼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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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undayjournalusa

글로벌 기업 삼성이 위기에 빠졌다. 그야말로‘사면초가’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내부적으로는 각종 비리로 인해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경쟁자들과의 싸움이 한창이다. 지난 90년대와 2000년대 세계 1위의 전자업체로서 업계를 호령해왔던 삼성이 이제는 안팎의 도전으로 인해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속에서 삼성의 위치가 올라가면서 이곳 LA한인들도 미국 내에서 다소 어깨를 펼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한인사회 내부에서도 삼성이 과거 소니와 같이 몰락하는 것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이런 비관적인 전망을 의식한 듯 최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매일 같이 출근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 개인의 채찍질로 인해 삼성이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잃지 않을지는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미 대다수 먹거리들은 사양산업에 접어들었고, 바이오와 태양광 같은 차세대 사업에서는 후발주자보다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정말 위기인가.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있는 것인가. <선데이저널>이 최근 본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삼성 위기론의 현실을 짚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오전 10시께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했다.

지난 4월 11일 정례 출근을 시작한 이후 늦어도 오전 8시30분을 크게 넘기지 않았던 관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늦은 출근길이다.

이 회장은 이날도 계열사 사장단으로부터 주요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의 모토롤라 모빌리티 인수가 전격 발표된 만큼 통신 부문 보고도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최근엔 전자 및 금융계열사 사장단으로부터 급격한 불황에 빠져들고 있는 반도체 시장 상황과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한 동향을 보고받았다.

한창인 나이 때에도 좀처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사저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했던 이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그만큼 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게다가 이제까지 특검과 경영권 승계 등 사업 외적인 문제들이 이런저런 문제를 낳았다면, 이번엔 ‘잘 나가는 삼성’의 앞길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어찌보면 한층 근본적 위기다.

글로벌 견제에 둘러싸인 삼성

무엇보다 삼성에 대한 글로벌 견제가 만만치 않다.

당장 구글이 미국의 휴대전화 제조사인 모토롤라를 전격 인수하며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이 한층 혼전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물론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선 삼성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구글이 전면에 나서 애플을 견제하면 삼성으로선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애플과 양강구도를 형성한 상황에서 또 다른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앞으로 삼성이 애플뿐 아니라 ‘같은 편’으로 여겼던 구글과도 밀고 당기는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상대한 경쟁자들과 질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앞에 가는 차 뒤꽁무니만 보고 따라가는 ‘후미등 따라잡기 전략(tail light strategy)’을 구사했다. 이 전략으로 소니, 샤프, 도시바, 파나소닉 같은 일본 전자업체를 제칠 수 있었다. 미세 정밀 공정에서 앞선 일본 업체들과 달리 애플은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같은 창의적 사고에 기초한 혁신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애플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커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7월 19일(현지 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2분기(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2백 85억 7천만 달러(30조 1천억원가량)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33%나 되었다. 제조업체 영업이익률이 기껏해야 7%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수치다. 2분기 순이익은 73억1천만 달러(7조원가량)이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28% 상승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액정표시장치 같은 부품의 최대 고객이다. 삼성전자로서는 고객과 벌이는 전면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플은 차기 모바일 프로세서 A6 생산을 삼성전자 대신 타이완 업체에게 맡길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애플과의 소송전이다. 삼성 입장에서 애플은 최대 고객이자 최고 경쟁자인 계륵과도 같은 존재다. 더구나 최근 들어선 애플이 갤럭시S Ⅱ와 갤럭시탭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오며 양측 간 글로벌 소송전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특히 독일 법원에서 갤럭시탭에 대한 애플의 판매금치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며, EU시장 전체 수출이 막힐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뿐 아니다. 그간 삼성의 대표적 먹거리였던 반도체와 LCD 시황은 불황에서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본 엘피다를 비롯해 대만 업체들은 너도나도 ‘삼성 잡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여기 더해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삼성전자 주가는 곤두박질 친데다,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 더블딥 우려를 헤쳐나갈 묘책도 마련해야 한다.

안팎의 시련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그룹 계열사 곳곳에서는 갖가지 악재가 겹쳐서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감정싸움까지 번진 3D TV 기술 경쟁에서 LG전자에게 패퇴하면서 체면을 깎이더니 김연아까지 광고 모델로 내세운 에어컨이 잦은 고장으로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장의 첫째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해 11월 루이비통 매장을 공항 신라면세점에 유치하면서 환호를 받는가 싶더니 구찌가 신라면세점에서 철수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4월 12일에는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가 신라호텔 1층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에 들어가다가 입장을 제지당하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삼성증권이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해 CJ와 맺은 자문 계약을 철회하자 CJ그룹은 원색적으로 삼성그룹을 비난했다. 이 사건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건희 회장 사이에 집안싸움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이 경영 복귀와 함께 정기 출근을 감행하며 그룹 쇄신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회장 자신도 이미 여러 차례 긴장과 위기의식을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 일성으로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모든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앞만 보고 가자”며 공개적으로 수차례 위기의식을 공공연히 밝혔고, 지난달 29일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 참석해서는 ▲소프트 기술 ▲S급 인재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5년, 10년 후를 위해 지금 당장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사장단을 강하게 독려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에도 사장단 회의 때마다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인재 확보와 신사업 추진을 강도높게 주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부진한 사업에 대해선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핵심 사업에 대해선 직접 진두지휘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그룹 자체에 감도는 긴장도 예사롭지 않다.

이미 삼성은 테크윈 감사에서 시작된 인사와 쇄신 태풍으로 조직 전반에 어느 때보다 강한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93년 신경영 선언 당시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지난 2007년 10월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폭로하면서 이건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칩거에 들어가야 했다. 이회장은 지난 2009년 12월 31일 특별사면을 받았고 지난해 3월 삼성전자 회장직에 복귀했다.

그동안 그는 회사 경영보다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몰두했다. 지난 7월 7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정부에 진 빚을 갚았다. 위기 경영을 부르짖고 있는 것은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나섰다는 반증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그가 어떤 변화를 추진할지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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