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한류열풍 세계확산, 경제적 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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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세계를 달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중문화 소비자에 불과했던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의 문화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 입성했고 미주에서도 그 열기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LA 다운타운 리틀도쿄에서는 다인종의 K-팝 팬들이 모여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미국 콘서트 개최를 호소하는 ‘플래시 몹’을 펼치며 한국 아이돌 그룹의 춤과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의 이벤트는 한국 ‘드림 스테이지 코리아’의 일환으로 전 세계 각국 K-팝 팬들이 펼치는 ‘플래시 몹’을 영상을 보고 그 열기가 가장 뜨거운 도시를 선정해 가수들의 콘서트와 기획사 오디션을 유치하겠다는 프로젝트다. LA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K-팝 팬들의 ‘플래시 몹’이 펼쳐져 한국 가요의 인기를 가늠케 했다.


1990년대 후반, 일본과 중화권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는 동남아를 비롯한 전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과 남미를 찍고, 미주 대륙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현재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한류 열풍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와 효과를 파생시키고 있다.


드라마, 영화, 가요 등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부터 한국의 먹거리 등 한국 문화 전반에 이르는 한류 붐과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들여다보았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난 5월 한국의 SM타운 소속 아이돌그룹들의 콘서트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5월 16일 인터넷 예매 사이트를 통해 시작된 예매에서 2회 공연 표가 단 10분만에 매진됐고 일부 사이트는 공지된 예매 시간에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공연은 당초 1회로 예정돼 있었으나 팬 300여명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바람에 2회 공연으로 계획을 바꿔야 했다. 그들이 공연을 위해 프랑스 땅을 밟을 때 드골 공항에는 1,500명의 팬들이 몰려 아수라장을 이뤘다.


과거 미국의 팝음악이 전세계를 지배할 때에도 공략이 가장 힘들었던 곳이 프랑스 파리였다. 그만큼 파리는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역사적으로도 유럽의 고급문화를 대표하던 곳이었지만 한국의 대중가요인 K-팝 앞에 그 아성이 허물어졌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K-팝의 열기는 비틀스의 고향인 영국으로 이어졌고 한국 젊은 가수들의 공연은 그 곳에서도 크게 성공을 거뒀다. 이제는 브라질, 페루, 아르헨티나에서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전역에 불고 있는 K팝 열풍

인터넷 발전, 파급력 극대화


한류는 1990년대 후반 처음 시작됐다. 인기 드라마와 일부 가수들이 중화권에서 인기를 모아 원조 한류가 시작됐고 2000년대 초반에는 <겨울연가>,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퍼지며 드라마 위주의 2차 한류가 붐을 이뤘다.


3차는 중동과 유럽 남미까지, 그야말로 범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지금을 말한다. 지금은 드라마나 음악은 물론이고 한국 영화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한류는 일단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상품이 뒤늦게 해외로 건너가 인기를 얻는 게 아니라 한국과 거의 동시에 전 세계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뛰어난 품질이다. 각각의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인간적인 드라마와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가수들의 노래와 춤 실력, 거기에 자본을 갖춘 대형 에이전시 회사의 투자가 양질의 대중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IT 강국인 한국은 인터넷 마케팅에도 성공을 거두며 그 파급력을 극대화 하고 있다. 과거 한국 젊은이들이 미군부대 주변에서 새어 나오는 미국 문화를 감질나게 소비하며 동경하던 것처럼 세계 각지의 젊은이들이 인터넷으로만 접할 수 있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게 된 것.


대중문화의 입지가 약하던 시절, 한국은 미국 대중문화의 파워를 부러워했다. 1998년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미국 영화 <타이타닉>은 파생상품까지 포함해 무려 32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당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던 경승용차를 77만대 팔아야 하는 엄청난 기록이었다.


현재 경제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한류의 경제적 효과를 1998년 <타이타닉> 성공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 문화산업 교류재단 연구에 따르면 한류의 경제효과는 5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유발효과가 4조 9,000억원을 넘고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1조 7,000억원이 넘는다.


한국 음악이나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한국산 제품이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높여 그 영향이 무역을 위주로 하는 한국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자동차 판매로 계산할 경우 인기 차종인 현대 쏘나타를 24만대나 파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여전히 전 세계 대중문화의 최강자는 미국이다. <타이타닉>의 명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영화 <아바타>를 만들어 또 한 번 세상을 흔들었다. 영화로만 번 수입이 약 18억 6,000만달러. 그런 영화를 아직 한국은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미르의 전설 2’라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지난 3월 누적매출 2조 2,000억원을 넘겨 아바타와 맞먹는 수입을 올렸다. 또 <겨울연가>라는 드라마 한 편이 창출한 경제효과는 약 2조원이나 된다.


중동, 남미로 확대


그렇다면 실제로 한류는 한국 산업이나 경제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최근 한국 관세청은 흥미로운 통계 한 가지를 발표했다. 지난 5년간 한류가 영향을 미친 나라와 한류가 퍼지지 않은 나라에 대한 소비재 수출 증감률을 조사해 발표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새롭게 한류에 휩쓸린 나라로는 이란, 이라크, 페루, 우즈베키스탄이 꼽혔다. 반면 베네수엘라, 인도, 이스라엘, 과테말라는 한류와는 아직 관련이 없는 나라로 꼽혔다.


생산재가 아닌 소비재의 수출 증감률을 선택한 건 소비재는 국가 정책과는 관계없이 단순히 그 상품에 대한 기호가 그 수출 물량에 반영되기 때문에 한류의 경제 효과를 따지는데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엄격한 회교원리가 지배하는 이란이지만 지난 5년 동안 화장품, 액세서리, 여성의류, 과자, 음료 등의 소비재는 234%가 증가했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90%에 이르는 시청률을 기록한 이라크에서는 이들의 수출물량이 같은 기간 무려 7,716%나 증가했다.
















 ▲ K팝 열풍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걸그룹 ‘소녀시대’

그 외에 페루가 320%, 우즈베키스탄이 160%, 브라질이 124% 늘었다. 한류가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에서도 61%가 늘었다. 페루와 브라질에서는 한국 가요가, 멕시코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인도의 경우 84%가 줄었고 베네수엘라도 43%가 떨어졌다. 그밖에 과테말라가 39%, 이스라엘이 25% 줄어 한류권 국가들과는 정반대 상황을 보였다. 한류가 일반인들의 상품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한류가 미치는 경제 파급 효과가 당분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경쟁력을 갖춘 자국 대중문화를 갖고 있는 국가에서도 성공을 거둔 만큼 아시아나 중남미의 신흥국가가 한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류는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삶의 터전을 잡은 한국 이민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0년 한국문화산업 교류제단이 발표한 한류지수 1위는 일본인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의 빅히트에 이어 가수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에 이어 대만, 중국, 베트남이 2, 3, 4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1년이 흐른 만큼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미국의 한류가 당장 이들 순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여전히 미국 대중문화의 파워는 한국이 넘볼 정도가 아니다. 여전히 미국의 팝음악은 전세계를 주름잡고 있고 미국 드라마와 할리우드는 전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순두부 찌개, 한식열풍 앞장


그러나 그런 미국에도 본격적인 한류가 흐를 가능성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LA 인근에 사는 한인 K씨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에 둔 딸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같은 학교 친구들과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이라는 주제로 가벼운 농담을 하던 중 한 미국인 친구가 그렇다면 자신은 한 한국 가수의 공연을 보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K씨는 딸로부터 전해들은 한국인 가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K-팝이 이미 미국의 틴에이저들 사이에도 인기를 모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에 이어 이곳 미국에도 K-팝 열풍이 감지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교포나 아시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미국에서 자리를 잡아오던 한류가 서서히 미국 현지 본토를 강타하며 미국 젊은이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순식간에 K-팝이 미국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는다.


유튜브를 통해 한국 음악이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지면서 미국 젊은이들마저 매료시켜 버린 것이다. 요즘은 미국 길거리를 걷다보면 심심치 않게 한국음악을 듣고 다니는 미국 젊은 층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한국 음악을 좋아하고 추종하며 심지어 완벽한 춤까지 따라 하는 등 그 인기를 그대로 표출해내고 있을 정도다.


한류의 인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해외에 사는 동포들일 수도 있다. 한류의 인기는 단순히 한국 제품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넘어 한국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나 평가를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비빔밥’ ‘순두부 찌개’ 등 한식은 웰빙푸드로  미주 전역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그저 자기들이 도와준 덕분으로 나라를 유지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이거나 여전히 북한이라는 지구촌의 골칫덩어리와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위험한 나라였다.


그러나 좋은 대중문화를 만들고 수출하는 나라 사람들이 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 사는 해외 동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해외에 사는 사람들 자체가 한류의 생산자가 될 수도 있고 한류의 관리자로서 그 덕을 볼 수도 있다.


음식을 예로 든다면 LA의 순두부찌개를 들 수 있다. LA 코리아타운에서 한인들을 놓고 경쟁하던 한국 순두부 식당들의 경쟁은 보다 다양하고 보다 맛있는 순두부찌개를 경쟁적으로 내놓게 만들었다. 소문에 소문이 이어져 어느새 많은 외국인들이 순두부찌개를 찾게 됐다.


LA의 대표적인 금융가인 윌셔 한복판에는 순두부찌개 집이 성황을 이루고 있고 한 유명 여배우는 LA지역 유력지에 순두부찌개를 극찬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또 한국의 음식문화를 다룬 <대장금>의 성공 덕분인지 한국 음식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한국식 찜질방도 한류를 이끌고 있다. 얼마 전 한인타운 내 찜질방을 다녀온 P씨는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아 탕에 들어가기가 어색할 정도였다고 말하고 있다. 한인기업이 만든 대형 마켓도 타인종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외국에 뿌리박고 사는 한인들이 만들어내고 재생산한 한국 문화가 현지에서 또 다른 한류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LA 내의 한류는 여전히 입소문과 본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만 의지할 뿐, 아직 LA 한인타운의 자가발전 능력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 노래나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끌 때마다 자동차 몇 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다고 비교하지만 그게 우리 실생활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그저 그건 태평양 건너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늘 날 한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힘은 그 나라의 국력이 되었다. 대중문화야 말로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강한 게 약한 것을 잡아먹는 것이다. 문화가 살아남고 대접을 받으면 그 나라 상품이 대접을 받게 되고 결국 마지막으로 그 나라 사람들이 대접을 받고 행세하게 된다.


이제 21세기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그를 보는 시각이 변화하고 있고 이는 결국 한국 사람을 보는 격을 다르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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