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은행의 창립멤버로 호흡을 맞춰온 조혜영-장정찬 전현직 행장. 이들 콤비가 기존 이사진과 신규 투자그룹간의 알력다툼 속에 알게 모르게 내분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이번 태평양은행의 내분은 차기행장 선임을 놓고 기존 이사진과 신규 투자그룹의 의중이 엇갈리면서부터 시작됐다.
기존 이사진들은 조혜영 차기행장 체제가 감독국의 승인을 전제로 1년여 넘게 순항해온 만큼, 조 행장의 연착륙을 적극 돕고 나섰다. 반면 지난 신규증자를 통해 1/3에 가까운 지분확보에 성공한 신규 투자그룹은 태평양은행의 대대적 개혁을 위해서 ‘행장교체’라는 변신카드를 강렬히 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기존 이사진이 주축이 돼 열린 태평양은행 긴급 이사회를 통해 조혜영 차기행장 체제 구축과 함께, 장정찬 전 행장의 사실상 퇴출이 확정되자 상황은 돌변했다.
주총연기 ‘프락시 대결’ 예고
결국 이같은 돌발사태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연례 정기주주총회가 오는 10월 20일로 연기되는 등 자칫 양측간 프락시 대결까지 벌어질지 모를 초유의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사실 태평양은행 측은 이미 지난해 9월 조혜영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선출한 바 있으나, 감독국으로부터 CEO 직책에 대해서 승인을 받지 못해 1년 조건부 CEO를 장정찬 전 행장이 맡아온 바 있다.
이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워낙 두사람이 호흡이 잘 맞기 때문에 무난한 조합으로 평가했으나, 이번 장정찬 전 행장의 불명예 퇴진이 가시화되며 ‘불협화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한인 금융권에서는 속내로 묵혀왔던 ‘조혜영-장정찬 불화설’이 표면 위로 부각된것이 아니냐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한 소식통은 “장정찬 행장이 일부 여성직원들과 몇몇 마찰을 빚어왔는데, 이 과정에서 중재에 나선 조혜영 행장과 오히려 사이가 벌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결국 약점을 잡힌 장정찬 전 행장이 물러나는 모양새가 되자 세 결집을 통해 주총에서 프락시 대결을 준비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현재 장정찬 전 행장은 무엇보다 창립멤버로서 이사직에서까지 물러나게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친분이 돈독한 이사진 등 나름의 세력을 모아 주총 프락시 대결을 통해 이사직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