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훈 칼럼]질긴 놈, 독한 놈이 이긴다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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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지난 8월15일 한국의 인터넷 포털에 뜬 한편의 동영상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8·15 반값 등록금 실현 국민행동’이라는 기이한 이름의 시위현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입니다.
연좌 농성을 벌이던 낯익은 국회의원한테 낯선 중년여자가 달려들어 느닷없이 폭행을 가했습니다. 때린 사람은 보수시민단체인 <라이트 코리아> 소속의 50대 여성이고, 맞은 사람은 민주당 정동영 의원입니다. 여자는 정의원한테‘종북 빨갱이’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머리채를 낚아채고 멱살을 잡아 흔들었습니다.
대낮에 서울 청계광장에서 벌어진 현역 국회의원 폭행사건은 정치권과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백색 테러’로 규정하고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맨땅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속수무책으로 얻어맞고 있는 정의원의 너무도 침착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놀랍습니다.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을 뿐 거의 무방비 상태로 중년 여성의 폭력을 받아들였습니다. 마치 테러를 예상이라도 한 것 같은 무심한 태도였지요.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칼 같은 흉기가 사용되는 일이 흔합니다. 뜻하지 않은 테러 공격이 들어오면 무조건 몸부터 재빨리 피해야하지요. 대통령 후보 때 프로 경호팀의 경호까지 받은 적이 있는 정동영은 위급 시 자기방어 수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정치인입니다. 헌데 앉은 채로, 마치 즉신성불(卽身成佛) 하듯 일방적으로 맞아준 정의원의 이날 모습은 어딘가 석연찮다고 수군대는 국민이 적지 않습니다.
정동영 의원은 연좌농성 시위대의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고 바로 앞에서는 TV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공격자가 달려들 때 TV 카메라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맞아 줬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TV 뉴스 앵커 출신다운 기지와 순발력이죠. 힘없는 서민을 위해 투쟁하다 백주테러까지 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라이브(?)로 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를 싫어하는 안티들이 인터넷에 올리고 있는 내용입니다. 어쨌든 야당 중진 의원이 이름 없는 한 여성 테러리스트(?)한테 속절없이 얻어맞은 사건은, 수십 년간 한국 땅에서 잊혀졌던 ‘백색테러’라는 이름의 정치 폭력을 새로운 화두로 이슈화 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셈입니다.


대통령이 백색테러의 배후?


백색테러.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입니다. 정동영 의원은 테러를 당한 지 이틀 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이번 사건은 백색테러”라며 “그 최종 배후자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쩌다 백색테러의 수괴로 몰리게 됐는지, 혀를 찰일입니다.
백색테러(White Terror)의 기원은 200여 년 전 프랑스 혁명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혁명파에 대한 수구 왕당파의 보복 테러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를 백색테러라 불렀지요. 한국에서는 해방직후 좌익세력에 대한 우익 진영의 백색테러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그 후 군사정권과 문민정권에서 행해진 여러 정치테러는 대개 우익에 대한 좌익의 테러인 적색테러(Red Terror)였습니다. 요즘 정치권과 사회 전반의 ‘좌향좌’ 바람에 위기를 느낀 우익세력의 결집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정동영 테러사건이 일어난 겁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 요즘 이념성향을 가장 뚜렷이 나타내고 있는 사람은 정동영, 천정배 두 의원입니다. 천정배는 구제불능이라고 치지도외하는 사람 중에서도 정동영의 이른바 ‘담대한 진보’담론 속에 숨어있는 반미 – 친북 – 극좌적 이념성향에 대해서는 의아해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그는 아직도 천안함 사건을 음모적 시각으로 봅니다. 내놓고 부유세 신설을 주장하고 한미FTA, 4대강, 반값 등록금, 비정규직, 무상급식, 제주 해군기지 같은 이슈가 쟁점화 될 때마다 극좌적 시민단체나 ‘전업 시위꾼’들과 한패가 됩니다.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는 조남호 회장을 살인자로 몰아세우며 “정리해고는 살인이다. 살인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외쳤습니다. 청문회 도중 느닷없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여인을 핸드폰으로 불러대는 ‘썰렁 쇼’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송도 말년의 불가사리처럼 나대는 제1야당 ‘전 대통령 후보’의 막장 정치를 보면서 “어쩌다 저렇게까지 망가졌나”하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지요.
 
서귀포는 요즘 좌파 해방구


“질긴 놈, 독한 놈이 이긴다.”
제주도 남쪽마을 어느 농로(農路)에 나붙은 현수막에 쓰여 있는 글입니다. ‘놈, 놈 시리즈’는 계속돼, 앞으로 이곳엔 1000개의 구호 현수막이 내걸린다고 합니다. ‘현수막 1000개 세우기’마을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네요. 평화롭고 자그마한 어촌마을에 1000개의 놈 자 들어간 현수막이 내걸리면 장관이겠습니다. 기네스북 감이지요.
이곳은 새로운 해군기자가 건설될 서귀포 강정마을입니다. 동아일보는 최근 한 사설에서 이곳을 ‘종북(從北) 좌파들의 해방구’라고 표현했더군요. 이곳에선 좌익 시위대가 기지건설 찬성 주민과 해군 장병들을 폭행하는 ‘적색테러’가 사흘이 머다 하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사업단 소속 해군이 나타나면 공습경보처럼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싸이렌 소리에 수십 명의 농성자가 몰려들어 장병한테 욕설을 퍼붓고 집단 폭행을 가합니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집은 대나무 깃대에 노란 깃발이 걸리고, 찬성하는 집엔 깃발 대신 수시로 돌멩이가 날아듭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방 해상로와 독도, 이어도를 포함한 대한민국 영토를 지키기 위해 2007년 결정한 국책사업입니다. 기지 건설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 용지 소유권 이전, 관계 법령 제정 등 모든 합법적 절차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헌데 외부에서 원정 온 좌파 시위꾼들이 마을을 점령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공사를 저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에게 기지를 팔아먹으려 한다”고 주민들을 선동합니다. 정서적 반미주의자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 기지 팔아먹는 일을 설마 했을까요? 좌파세력이 정언적(定言的)으로 조작해 퍼뜨리고 있는 데마고기입니다. 온 지구촌이 먹고 살기 위해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판에, 대한민국만 여러 세대 전에 이미 한바탕 치른 시대착오적 이념 전쟁을 또다시 치르고 있습니다.


‘희망 비행기’ 뜨나?


한진중공업 사태가 국민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 나면서, 한미 FTA와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가 인화성 강한 시국현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질긴 놈과 독한 놈’을 자처한 진보-좌파 진영의 ‘칼 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미국이 연관돼 있어 좌파들에겐 더없이 입맛 당기는 먹잇감입니다. 내년 4월의 총선과 12월의 대선까지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어 ‘질긴 사람들’에겐 전술적으로 유리한 싸움입니다.
서귀포에 희망버스는 갈 수 없겠고, 아마도 이번엔 ‘희망 비행기’가 뜨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돈 내고 서귀포까지 데모하러 갈 ‘독한 사람들’ 많을 겁니다. 강정마을 논두렁에 펄럭이는 “질긴 놈, 독한 놈이 이긴다” 구호가 사위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입니다.
국회보다는 시위·농성장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는 정동영 의원도 앞으로 바쁘겠습니다. 며칠 전 한국일보 인터뷰를 보니까 대선 3수(修)에 나서겠다고, 내년 대통령 선거 출사표를 던졌더군요.
중국 항공모함이 서해 바다를 누비고 우리 영토인 이어도를 빼앗겠다고 집적대고 있습니다. 제주해군 기지를 반대한다면 한국 수출입품의 99.7%를 담당한다는 그 넓은 뱃길은 어떻게 지킬 것인지, 제주행 희망 비행기 타겠다는 사람들은 고민해 봐야 합니다.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갈등이 몰고 올 한국의‘정치 더블딥’이 걱정입니다. 예감이 썩 좋지 않습니다. 
                                                                                                                         <2011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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