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취재]메디케어 사기 실태와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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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사회 등에서 주로 노년층을 상대로 만연한 메디케어 관련 사기를 뿌리 뽑기 위해 연방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의 칼날을 빼들었다. 연방 보건부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센터(CMS)는 한국어 구사 감사관을 채용하고 한인 소셜워커 등과 공조감사를 펼치는 등 9월을 ‘메디케어 사기 방지의 달’로 지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동안 한인사회에서는 일부 의사나 보험사의 진료행위 부풀리기나 불필요한 약품 처방, 의료장비 구입 허위청구 등의 사기유형이 주를 이룬데 이어 최근에는 의사 면허를 도용해 정부 측에 메디케어 비용을 청구해 챙긴 뒤 달아나거나, 의사 면허, 메디케어 카드 등을 위조하는 등의 사기로 인해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메디케어 카드를 도용해 개인 정보나 메디케어 번호를 빼돌려 도용하는 사기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영어에 취약한 점을 악용해 “대신 서류를 작성해 주겠다” 혹은 “무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메디케어 번호가 필요하다”는 거짓말로 노인들의 메디케어 번호 및 개인정보를 빼돌려 악용하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LA한인사회에 만연한 메디케어 사기 사건의 유형과 실태를 통해 메디케어 사기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시몬 최 취재부기자>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S씨(74세)는 건강이 많이 쇠약해져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기 회사에 전동 휠체어를 신청했다. 처음으로 신청한 전동 휠체어였지만 1년 전에 같은 메디케어 번호로 전동 휠체어 한대가 이미 신청되었다는 기록을 회사에서 받고는 어이가 없어 신고를 하게 되었다. 결국 건강보험 사기로 정식으로 신고접수가 들어갔고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전동 휠체어를 받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조사 결과 1년 전 쯤 살고 있었던 노인아파트에 한 의료기기 업체가 방문하여 무료 건강 검진 및 세미나를 열어 참석하게 되었는데, 끝나고 난 뒤 참석자들의 메디케어 번호를 모두 받아 갔다고 한다.


공짜 음식에 값비싼 선물까지 받은 참석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서명하라는 곳에 서명하고 메디케어 번호까지 기꺼이 주었다고 한다. 결국 그때 받아간 메디케어 번호와 서명을 이용해서 그 회사는 휠체어가 필요 없는 수백 명의 이름 앞으로 메디케어를 청구해서 돈을 받아낸 것이다. 


“공짜 약 나눠드립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노인 C씨(72세)도 최근 자신이 메디케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자책감에 빠져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C씨는 최근 아는 사람의 소개로 비타민 등 각종 약을 무료로 주는 비영리단체가 있다는 소개를 받고 한인타운 인근의 한 클리닉을 찾았다가 메디케어 사기피해를 당했다.


이곳에서는 노화방지와 혈액순환 촉진 등에 좋은 건강제품을 주정부로부터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관계자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개인 신상 정보를 적어준 뒤 일부 약을 받아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이 C씨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 각종 서비스와 의약품을 제공했다며 메디케어 허위청구를 했던 것.


C씨는 “무료로 약을 준다는 말이 그럴 듯 해 속을 수밖에 없었다”며 “나중에 메디케어 내역서를 보고 사기사실을 확인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를 벌이는 무면허 클리닉과 약국 등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는 가운데 공짜 약과 현금 등을 미끼로 한인 노인들을 끌어들인 뒤 개인 신상정보를 빼내 수천에서 수만 달러까지의 메디케어 허위청구 등을 일삼는 신종사기가 한인타운 일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타운 내 복지관 등은 정기적으로 한인 노인들을 상대로 메디케어 사기와 예방책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 같은 불법 무면허 클리닉은 한인타운을 포함한 LA 곳곳에서 마치 비영리단체인 것처럼 속이고 노인들에게 50달러 정도의 현금과 건강제품 등을 제공하며 환심을 산 뒤 메디케어 사기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노인 브로커를 고용해 건당 200~300달러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노인아파트 등지를 돌며 다른 노인들을 소개해주는 노인들에게도 현금 등을 제공하는 등 조직적인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특별단속반(HALT)에 따르면 LA 카운티 일대에서 한인 노인들을 포함해 일주일에 50여건씩 피해 신고가 들어오고 있으며 지난 1월 이에 대한 단속을 벌여 한인을 포함한 15명의 용의자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관계자는 “이들 무면허 클리닉들이 이러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빼돌리는 액수가 건당 최소 수천달러에서 많게는 수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이어 “상당수 한인 피해자들이 언어 장벽에다 자신이 직접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를 키운다”며 “무료로 현금이나 약품을 준다고 현혹하는 곳은 조심하고 매달 우편으로 오는 메디케어 내역서를 꼼꼼히 확인해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떠한 의료진이 집이나 기관으로 찾아와서 무료 세미나, 진료, 상담 등을 제공해 주고 메디케어 번호를 요구한다면 의심해야 한다. 심지어 담당의가 보내서 온 것이라고 해도 본인이 승인하지 않은 서비스라면 돌려보내야 한다.


종종 회사나 단체에서 홍보 차원에서 그런 무료 서비스들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번호를 요구하거나, 알지 못하는 서류에 서명을 하라고 하거나, 또는 15불 이상의 선물을 제공하며 카드 번호를 요구한다면 분명 건강보험 사기임이 틀림없다.


필요 없는 검사들을 더 많이 받게 하거나 간단한 치료를 해주고 더 비싼 치료를 했다고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더 많은 돈을 청구하는 양로원이나 병원이 있는가 하면 유명 브랜드의 약을 상표가 없는 일반 약과 바꾸어 소비자들에게 팔고 메디케어에는 브랜드네임 약에 대한 청구서를 올려 떼돈을 번 양심불량 약국 체인들까지 있다고 한다.


 



 



한인 노인, 불법 의료행위에 쓰러져



한편 최근 LA 한인타운 내 일부 물리 치료소에서는 허위 의료보험료 청구를 위해 불법 의료행위까지 행해지면서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타운 내 일부 물리 치료소에서는 의사도 없는 상태에서 주사를 놓는 등 불법적인 의료행위가 행해지는 것으로 드러나 의료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 물리 치료소들은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통해 의료보험을 청구하는 수법 등으로 상당한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올해 78살의 L씨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건강한 편이었다. L씨는 주변 노인들을 따라 물리 치료소에 갔다가 간호사들의 권유로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를 받은 후 얼굴색이 안 좋다며 영양제를 권하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L씨는 링거 주사까지 맞았다.


그런데 간호사는 링거 주사를 놓으면서 영양제 투여 속도를 빠르게 해 20여분 만에 영양제 한 통의 공급이 끝났다. 정해진 시간과 양에 따라 투여 되어야 할 영양제를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공급받은 L씨는 어지럽고 매스꺼워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됐다.


L씨의 상태에 놀란 물리 치료소 측에서 혈압을 재고 의사를 불러 오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물리치료소 측은 “L씨가 스스로 찾아왔고, 영양제 주사도 놓아 달라고 요구해서 그대로 들어줬을 뿐”이라며 “주사를 맞은 뒤 어지럽다며 쓰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본인의 상태를 모르고 주사를 놓아달라고 요구한 L씨에게 잘못이 있다”고 발뺌했다.


며칠이 지나도 상태가 좋지 않은 할머니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고 다른 종합병원으로 후송하지도 않고 그대로 돌려보낸 물리 치료소 측의 처사에 분통이 터지고, 기가 막힐 뿐이다”고 밝혔다.


다른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본 결과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는 할머니에게 혈압 상승의 효과가 있는 식염수를 영양제로 공급한 것으로 드러나 혈압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L씨를 진찰한 다른 병원의 의사는 “의료보험을 통한 부당이득만을 노린 행위로 하마터면 큰 일이 벌어질 뻔 했다”고 말했다.


L씨와 가족들은 관련 기관에 신고하고 정식으로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어이없이 건강을 잃은 할머니를 지켜보면서 가족들은 “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나 이에 따른 처벌이 이뤄져 다시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 일부 병원들이 밴 차량을 이용, 노인 아파트 등을 돌며 노인 환자들을 모으는 호객행위까지 하고 있다.

일부 병원 불법 호객행위



또 타운 내 메디케어 신청을 위한 병원들의 환자 모시기 경쟁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메디케어 신청을 목적으로 노인 환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일부 한인타운 병원들의 불법 호객행위가 고가의 선물 제공은 물론 과다 치료 행위까지 번지고 있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른 아침 한인타운의 한 양로 호텔 앞 노인들을 병원으로 모시기 위한 미니 밴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병원에서 고용한 한인 타운 택시들이다. 이렇게 병원을 찾게 되는 노인 환자들은 특별히 아프지도 않지만 불필요한 검사를 받게 된다. 노인 환자들을 위한 식사 제공과 선물 공세는 이제 보편화된 실정이다.


이처럼 현재 한인타운의 일부 병원들의 메디케어 신청을 위한 호객 행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또 선물을 제공받은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노인 환자들의 의식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병원의 호객 행위가 적발될 경우 병원뿐만 아니라 일부 환자들에게까지 불이익이 돌아가게 된다.


 



 


정부운영 노인의료보험인 메디케어의 사기피해 액수는 매년 600억~900억 달러에 이른다. 요즘은 조직범죄단까지 연계되고 있다. 기금은 연 예산 5000억 달러에 달할 만큼 막대한데 청구심사 시스템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병원 등 안정된 의료기관을 상대로 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수혜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다양한 청구기관이 급증하면서 적격여부를 심사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수사관들은 사기 예방을 위해 먼저 청구기관의 자격심사를 강화하고 지급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국도 지급제도 변경과 자격심사 강화를 시작하고 있다.


한인사회는 메디케어 사기피해가 가장 많은 커뮤니티의 하나로 꼽힌다. 사기행위가 빈번하다는 뜻이어서 단속 때마다 주요 표적이 되어왔다. 메디케어 사기를 사기로 생각지 않는 불감증과 자정노력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사기가 적발될 경우 처벌대상은 의료기관에 한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노인들도 수혜자격을 박탈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메디케어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받은 치료, 처방약 또는 의료 기기에 대한 명세서를 항상 꼼꼼히 살피시는 것을 습관화 하는 게 좋다. 혹시 실수가 발견될 경우 메디케어 서머리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해 간단하게 수정할 수도 있다.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장자 메디케어 사기 고발센터(Senior Medicare Patrol)로 전화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인타운의 한 복지관 상담사는 “개인 의료정보를 지키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혹시라도 본인의 건강보험이 남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매사에 잘 살피고,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시 꼭 신고하시기 바란다”면서 “신고하지 않을 경우 결국 국민들의 세금이 갈취 당함으로써 프로그램 예산 손실로 인해 개인 부담금이 계속 올라가게 되며, 건강보험 프로그램 운영 자체가 위기에 처한다면, 결국 노인 수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의 큰 손실이 될 것이다”고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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