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밀실인사, MB·이상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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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입에 이명박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좌파 대통령’으로 명시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미국 상원의원에게“미국산 쇠고기는 값이 싸고 좋다”고 언급한 사실 등 민감한 사안이 가득 담긴 외교전문이 그들 손에 들어간 까닭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인사행정 관련 사항이 담긴 외교전문이 추가로 폭로될 경우 집권 말 권력누수현상(레임덕)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리차드 윤 기자>



미국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좌파 대통령’으로 단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1997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제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에 대해 ‘첫 번째 평화적 정권 교체’라고 평가하면서도 김 전 대통령을 ‘좌파’로 규정지었다.


美, DJ 망명에 깊숙이 개입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8월 18일 주한 미 대사관은 본국에 보낸 외교전문에서 김 전 대통령을 ‘좌파들의 첫 대통령’이라고 명시했다. 전문에는 김 전 대통령 측이 서거 나흘 전인 14일 주한 미 대사관 측과 미국 조문단 구성을 상의한 내용도 기술돼 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조문단장으로 와 줄 것을 요청했지만 실제 장례식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조문단장으로,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 대사 등 10명이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이 전문에서 미국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김 전 대통령이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뒤 1982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미국 망명에 오르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인정했다.
주한 미 대사관은 또 김승규 전 국정원장(27대)이 2006년 10월 사임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퇴 압력 때문이었다는 내용을 본국에 보고했다. 2006년 11월 1일자 전문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등 사정당국은 민주노동당 간부와 참여정부 386 관계자가 중국에서 북한공작원을 접촉한 ‘일심회’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전문은 한나라당이 그 와중에 김 원장이 사퇴한 것은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거셌다고 보고했다. 이 전문의 ‘사퇴를 둘러싼 의혹들’ 항목에는 주한 미 대사관이 정보원의 말을 인용해 “10월 25일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돼있다.
주한 미 대사관은 후임 원장으로 내정된 김만복 당시 국정원 1차장을 ‘충성파’로 규정한 뒤 “조직의 안정을 유지하고 임기 후반 청와대가 국정원을 다잡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문은 또 일심회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광우병’ 민심 자극한 MB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발언도 외교전문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 16일 사무실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대니얼 이노우에 미 상원의원 등을 만나 “기자들이 없으니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좋고 싸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한 사실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됐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에 따르면 당시 이 당선인은 “쇠고기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양국 간 다른 현안들의 진척을 막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면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직후 일명 ‘광우병 파문’으로 촛불 역풍을 맞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얄궂은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네티즌을 중심으로 이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을 규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을 곤란하게 말들 수 있는 ‘껄끄러운’ 내용은 또 있다. 대통령학전문가로 유명한 함성득 고려대 교수가 주미대사관 관계자와 이명박 정권의 ‘정실인사’ 내막을 적나라하게 밝혔다는 것이 그것이다. 
6일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확보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스티븐스 주한미대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도 되지 않은 2009년 1월 7일자 전문을 통해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담당인 함성득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등과 면담한 내용을 미국무부에 상세하게 보고했다.
함 교수는 2009년 1월 6일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담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정치는 인맥”이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례들을 열거한 것으로 돼 있다.


MB·이상득·이재오 ‘찍히면 낙마’


함 교수에 따르면 유명환 전 외무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이 대통령이 선거법위반으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 조지워싱턴 대학에 다니면서 워싱턴DC에 머물던 지난 1998년부터 이듬해까지 유씨가 MB를 돌봐줬기 때문이다.
반면 선거 기간 동안 외교정책자문에 핵심역할을 했던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아무런 자리도 얻지 못했는데, 이는 이 대통령의 신임이 돈독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이재오 전 특임 장관의 환심을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함 교수는 또 이태식 당시 주미대사와 관련해서는 “이 대사가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주미대사에 임명된 것은 이 대사의 아들이 노사모 초기회원이었기 때문”이라며 “이 대사가 이명박 정권 들어서도 예상보다 오래 주미대사직을 유지한 것은 정몽준 의원의 환심을 얻은 다음 이재오 의원의 환심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사가 이 대통령과 한 가문인 경주이씨인 것도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노무현 정권에 임명돼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MB정권 출범 1년여 뒤인 2009년 3월까지 주미대사직을 수행했다.
함 교수와 김형준 교수는 “이 대통령이 요직에 지명한 모든 인사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라며 “그 이유는 이 대통령과 그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동년배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따라서 참모들의 생각은 역동적이지 못해 이 대통령은 참모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국회의장)에 대해 “70대의 박희태 의원은 너무 늙어서 현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으며 박 의원은 은퇴준비나 할뿐”이라고 힐난한 것으로 돼 있다.



“박정희·정주영의 소통장애가 MB 만들어”


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간의 소통 장애가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냈다는 주장도 공개됐다. 외교전문에 따르면 2007년 2월 2일 대선 10개월여를 앞두고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대선후보 이명박’이라는 제목의 전문을 미 국무부에 보냈다.
전문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출생과 성장, 취업, 정치역정 등을 9개 소제목으로 구분해 정리했다. 보고 내용 중 ‘행운의 거래(The Lucky Exchange)’라는 항목에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취업하는 과정과 초고속 승진이 가능한 데는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는 뒷소문이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고려대 재학 시절이던 1964년 한·일협정 반대 시위로 6개월간 감옥에 갔다. 이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전선에도 걸림돌이 됐다. 취업을 하지 못하던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 “정부가 개인의 앞길을 막는다면 정부는 영원히 개인에게 큰 빚을 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 글에 감동받은 청와대는 사면 조치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에 이력서를 낼 수 있었다.
면접에서도 이 대통령은 정 회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건설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정 회장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건설은 창조”라고 답했다. 이후 정 회장은 연설에서 이 말을 여러 차례 인용했다.
그러나 버시바우 대사는 이 대통령이 현대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정 회장에게 “이명박을 조심하라(look out for him)”고 경고했으나 정 회장이 “잘 돌봐주라(take care of him)”는 말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은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현대에서 고속 승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南·北 정상회담, 노무현 퇴임작”







2007년 10월에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퇴임작(swan song)’이라는 표현으로 본국에 보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swan song은 백조가 원래 울지 않는 새이지만 죽기 바로 직전에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는 믿음에서 유래된 말이다.
즉 작가나 배우 등 예술가들의 최후의 작품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swan song이라는 표현을 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10.4 선언’이 나온 다음날인 5일자 서울발 미국 비밀외교전문에 따르면,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10.4 선언을 정상회담에서 이뤄낸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작품으로 봐야한다”라고 보고했다.
버시바우 대사는“조속한 남북통일에 대체로 관심이 없는 한국민이 10·4선언에 담긴 대북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현실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10·4 선언이 너무 늦었다고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러나“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경제적으로 너무 많은 약속을 했고 비핵화 절차에 앞서서 한반도 평화를 선언하려 한다”고 평가해 당시 비핵화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없던 상황에서 10.4선언이 종전 선언처럼 비춰지는데 대해 미국 정부가 불만을 갖고 있음을 나타냈다.
또“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 초소 문제 등이 논의된다면 남북정상회담은 상호 신뢰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는“이를 장려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버시바우 대사는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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