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단]’그린카드’ 때문에 향수병 깊어지는 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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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의 부모, 형제가 새삼 그리워지는 민속명절 추석이면 한인들의 향수병은 더욱 깊어진다. 향수병보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불효의 고통까지 겪는 한인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차례마저 화상통화로 지낼 수 있을 만큼 심적인 거리는 좁혀졌다지만 그린카드에 발목이 잡혀 있는 한인들은 20세기형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린카드를 받는데 평균 6~7년이 걸리고 영주권 문호에 들어 사전여행 허가서를 받기 까지는 한국에 나갈 수 없는 탓이다. 영주권 수속중인 한인들의 향수병은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에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이 와병중이거나 심지어 세상을 떠나시더라도 가서 뵙지 못하는 불효의 고통까지 겪고 있다. 영주권으로 발목이 잡힌 한인들의 고통과 이들을 상대로 활개를 치고 있는 이민사기의 그늘을 들여다봤다.


<시몬 최 취재부기자>



LA한인타운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L씨는 영주권 수속을 시작한 이래 5년째 한국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는 더욱 가슴이 메었다. 영주권 수속을 시작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시기에 친정어머니의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눈물만 흘려야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영주권을 날릴 수도 없는 처지여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고 L씨는 토로했다. L씨는 그때부터 때 아닌 향수병에 시달려야 했다. 단


순히 고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가야 하는데 갈 수 없는 무기력감으로 우울증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마음을 추스린 그녀는 이제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정확히는 영주권 문호에 들어 사전여행 허가서를 받고 한국에 갈수 있을 때까지 모친이 암과의 싸움에서 이겨주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 그린카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미주 한인들은 고국의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며 20세기형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다.

아버지 임종도 못지켜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S씨는 두번 다시 겪을 수 없는 불효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S씨는 영주권을 신청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에 계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불효를 저질렀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 만큼은 배웅해 드리는 게 자식 된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아이들과 아내의 미래를 내던지고 한국에 나갈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차라리 영주권 신청을 미룰걸 그랬다는 후회도 들었다. 결국 S씨는 씻을 수 없는 불효를 가슴에 안고 미국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로부터 8년이나 지난 최근, S씨는 마침내 영주권을 받아 들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아버님 산소로 달려간 S씨는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로 대성통곡했다.


추석, 설과 같은 민속명절이면 더욱 사무쳐 오는 향수병. 향수병에서 비롯된 우울증, 가슴 아리는 불효의 고통을 앞으로도 얼마나 되풀이해야 할지 상당수 한인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한인들이 주로 신청하고 있는 취업이민 3순위 숙련공 신청자들은 그린카드를 받는데 아직도 6~7년이나 걸리고 있다.


비숙련공은 8~9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시민권자 직계가족이나 영주권자의 직계를 제외한 가족이민 신청자들도 최소 6년, 최장 11년이나 걸리고 있다.


영주권 수속자들이 영주권 신청을 유지한 채 한국 등 해외에 나가려면 비자 블러틴에서 영주권 문호에 들어 I-485(영주권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을 때 어드밴스 페롤이라는 사전여행허가서(I-131)를 받고 미국을 떠나야한다. 영주권 문호가 열리는데 그만큼 오래 걸리고 있으니 애간장을 태우는 이민신청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도적 차원에서 이 같은 고통을 안겨주는 미국의 이민제도는 하루속히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높아져 왔다. 이민제도를 고치기 위해서는 연간 14만개에 불과한 취업이민 영주권 쿼터를 늘리거나 적어도 예전에 쓰지 못한 영주권 번호 30만개를 복원해 사용하면 일거에 해소될 수 있다. 그것도 힘들면 해외여행이 가능한 시기를 I-485 접수 후에서 취업 이민 페티션(I-140) 승인 후로 앞당기는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주 돌변에 물거품



미국 경제가 더욱 침체의 그늘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요즘은 영주권 스폰서 잡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는 더더욱 힘겨워져 이민 희망자들의 고통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영주권 스폰서 찾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다.


게다가 그린카드를 눈앞에 둔 마지막 순간, 고용주가 막판 서명을 거부하는 바람에 수년간의 기다림이 물거품이 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한인 K씨는 한두달 전까지 만해도 아메리칸 드림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부푼 마음에 미국 이민생활 계획을 짜느라 들떠 있었다. 이른바 대체케이스로 신청한 취업이민에서 수년간의 기다림 끝에 그린카드를 받을 차례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K씨의 부푼 마음은 일순간 물거품이 될 위기로 뒤바뀌어 버렸다. 비자 블러틴에서 영주권 문호에 들면 제출해야 하는 영주권신청서(I-485)와 함께 고용주의 서명이 들어간 서한을 첨부해야 하는데 영주권 스폰서가 서명하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수년이 지난 현재도 외국인을 고용할 의사가 있다고 확인해 주어야 하는데 K씨의 스폰서 회사 측이 이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간에서 고용주 서명을 책임지고 받아내야 하는 한국의 이주공사는 이미 문을 닫아버린 상황이다. K씨는 “그야말로 그린카드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P씨는 현재 취업비자로 미국서 생활하고 있지만 영주권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를 맞아 하루 속히 영주권을 취득해야 하는데 영주권 스폰서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군데 알아보았지만 업체들은 고개를 흔들거나 갸우뚱하고 있다.


영주권 스폰서 의사를 밝히는 곳은 반대급부를 요구하거나 그 회사가 과연 얼마나 갈지 의심이 가는 상황이어서 P씨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한 이민전문 변호사는 “영주권 스폰서 재난 사태에 대처하려면 일단 미국에 취업비자, 주재원비자, 투자비자 등으로 들어와 미국생활을 수개월 하면서 영주권 스폰서를 찾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한국에서 스폰서를 소개해온 이주공사들이 상당히 어려워졌기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 직접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미국스폰서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감도 잡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애간장만 태우게 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그는 “영주권 취득까지는 수년이 걸리고 있기 때문에 불경기에도 견딜 수 있는 견실한 업종과 업체를 선정한 다음 영주권 스폰서를 모색해야 할 것”을 강조하며 “이밖에도 영주권 스폰서 회사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에도 대비해 변경할 수 있는 동종 유사업종의 스폰서 대체 업체까지 미리 물색해 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스폰서 비용 뜯기고 폐인 전락



한편 영주권을 미끼로 벌어지고 있는 사기와 노동력 착취는 여전히 한인사회 곳곳을 날뛰고 있다. 이런 이민사기는 미국이민 희망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물론 심지어 가정까지 깨뜨리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잊을 만하면 이민사기 사건이 터지고 있다. 붙잡혀 가는 사기범은 드물고 수만 달러씩 뜯기고 이민 꿈을 접어야 하는 피해자들만 쏟아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기 중에서도 이민사기는 단순히 돈만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영주권 취득과 아메리칸 드림을 모두 빼앗기게 된다. 일부에서는 가정불화로 이어져 가정까지 망가뜨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한인 K씨는 아직도 분을 삼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민을 물색하던 중 만난 이민브로커에게 영주권 스폰서 비용으로 3만 달러 이상을 건넸으나 이민사기를 당한 것이다.


K씨는 “취업이민을 스폰서 해줄 믿을 만한 사업체를 소개시켜줄 테니 브로커가 3만 2000달러를 요구했다”면서 “주변에서 들었던 액수보다 비싼 편은 아니어서 곧바로 응했다”고 어렵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하지만 이 이민브로커가 돈을 받고서는 이민수속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러더니 어느날 이 브로커가 수백만 달러를 챙겨 잠적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K씨는“내가 바로 이민사기의 피해자로 전락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민 브로커는 어디서 찾아내나, 건네진 스폰서 비용은 받아낼 수 있을까, 다른 곳에서 이민수속은 어떻게 다시 해야 되나, 그때까지 미국에 어떻게 체류하며 먹고 살 것인가, 숱한 고민들에 휩싸여 패닉상태로 운둔생활을 해야했다”면서 “나만 바라보며 미국까지 따라나선 가족들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J씨는 이보다 사정은 조금 나아 보이지만 결국은 업주에게 속아 3년을 허송세월했다고 밝혔다. J씨는 한인사회에서 비교적 대형 업체에 취직해 3년이나 일했다. 영주권 스폰서까지 해준다는 말에 은인중의 은인으로 여기고 박봉에도 열심히 일했다.


 



 


영주권 빌미 ‘노예생활’



그러나 영주권 수속은 장기간 감감무소식이었다. 하도 이상해 이민수속이 어떻게 됐느냐고 물으니 회사 인사담당자는 “무슨 영주권 신청이냐”고 반문했다. 3년이 지나도록 J씨에 대한 영주권 신청은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니까 “워낙 대기자들이 많아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 더 대기하든지, 다른데 알아보든지 하라”고 회사 측 인사담당자는 대답했다. 결국 J씨는 영주권 기회를 상실 한 것은 물론 사실상 노동착취를 3년간이나 당한 셈이 됐다.


대형 업체들 중에서는 이처럼 거액의 스폰서 비용은 받지 않는 대신 박봉으로 최소 3년간을 끌어 노동을 착취하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또 일부는 아예 3~4만 달러를 받기도 하는데 법에 걸릴 스폰서 비용이라는 말은 일체 언급하지 않고 세금예납 등 갖가지 명목을 만들어 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피해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영주권 취득과 미국정착을 도와주어야 할 일부 교회들의 영주권 사기행위도 여전해 많은 한인들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교회에서는 종교이민으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해놓고서는 헌금을 받거나 전도 등 기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한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일부 교회들은 노골적으로 거액을 요구하지는 않는 대신 신도로 장기간 붙들어 두면서 교회 확장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종교기관이 종교이민을 스폰서해 줄 형편이 못되는 데도 수십 명에게 같은 약속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수만 달러를 갖고 집착하는 이민 브로커들이나 거액 수수 또는 노동착취를 일삼는 일부 업주, 심지어 종교기관까지 일종의 영주권 사기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그들의 먹이감이 되는 힘없는 한인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어 한인사회의 어두운 그늘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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