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2제]한인보다 더 한인스런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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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속 한인들의‘친구’

LA코리아타운은 한인들만 사는 곳이 아니다. 한인이 운영하는 업소에서도 한인들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종들도 함께 어울려 일하고 있다. 한인 업소에서 일하는 타인종 중에는 특히 히스패닉계가 많다.

그 중에서도 한인들과 무려 20년 이상 함께 어울려 그것도 한 직장에서 한결같이 가족이나 다름없이 일하는 라티노가 있다.

코리아타운의 한인들에게는 전혀 낯선 인물들이 아니다. 우리종합병원의  간호사인 애나  리베라(Ana Rivera)와 용궁식당의 주차안내원 헤수스 헤르난데즈(Jesus Hernandez)가  바로 그들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 20년 동안 우리종합병원의 간호사로 근무해온 ‘애나 리베라’.

ⓒ2011 Sundayjournalusa

LA 코리아타운의 올림픽과 하바드 코너 한국플라자 빌딩2층에 자리잡은 우리종합병원(원장 안승록)은 한인 부부 의사(로리 안 박사)가 가정주치의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이 병원의 간호사 애나 리베라는  중남미에 위치한 엘살바도르에서 이민온 여성으로 한인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에는 한인 간호사들과 갈등이 있었으나 그녀 특유의 친화력으로 한인 간호사들도 따르게 됐다고 한다.

간호사 애나는 지난 1991년 6월부터 우리종합병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종합병원의 가족이 된지 햇수로 벌써 만 20년이 넘는다. 항상 말이 적은 대신 살폿한 미소로 환자들을 대해 어떤 환자는 “딱딱하지 않아 편안한 기분을 준다”고 말한다.

지난 20여년동안 수많은 한인 환자들을 상대하다보니 이제는 한인들의 표정만 봐도 감을 잡을 정도이고, 우리말도 곧잘 알아 듣는다. 무엇보다 한인 환자들의 마음을 꿰뚫을 정도로 간호사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우리병원의 원장 안승록 박사는 “애나는 여러번 오는 한인 환자들의 이름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면서 “우리병원에 오는 한인 환자들도 애나의 간호에 대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우리병원에 오는 환자들에 대해 보험환자인지, 캐시환자인지 메디칼 환자인지도 구분하여 기억할 정도로 세밀한 면을 보이고 있다.

애나는 “처음 한인병원에 일하기 시작할 때 이처럼 오래 일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벌써 20년이 지났다”면서 “한인들의 정이 남달라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환자들은 우리병원에 올 때 과일이나 떡을 가지고 와서 애나에게 건네준다. 보통 미국인들은 떡을 좋아하지 않지만 애나는 떡을 좋아할 정도로 한인들을 닮았다. 그녀는 “처음 떡이 생소했으나 그 맛의 진가를 이해하고나니 맛도 더했다”고 말했다.

간호사 애나는 특히 한인환자들 사이에서 ‘주사를 아프지 않게 놓는 간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주 한 환자는 애나로부터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나오면서 “언제 주사를 놓았는지 모를정도”라면서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 환자는 “왼쪽 팔 어깨 부분에 주사를 놓는 것 같은데 손으로 약간 꼬집는 느낌을 받으면서 이제 주사를 놓는가보다 했는데 어느 틈엔가 주사를 놓았다”고 덧붙였다.

우리병원의 안승록 원장이나 로리 안 박사 모두 주사를 아프지 않게 놓는 의사로 알려졌지만 애나의 솜씨는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로리 안 박사는 “주사를 아프지 않게 놓는다는 소문 때문에 어떤 때는 다른 병원의 환자들까지 일부러 애나한테 주사를 맞기 위해 우리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녀는 간호사로서 주치의와 함께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그 이외에도 우리병원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할 정도로 부지런하다. 주치의가 기록한 환자 차트 정리는 물론 보험관계나 실험실에 보내는 각종 서류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우리병원의 환자 진료시간은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나 근무시간을 지나서까지 잔무처리를 할 때가 많다.

어떤 날은 애나가 집에서 카레라이스를 만들어와서 우리병원 식구들의 점심을 대접하기도 한다. 카레 라이스는 그녀의 특기이기도 하다. 환자로 왔던 B씨도 카레 라이스를 대접받기도 했는데 “자기나라 음식도 아닌데 일품이었다”고 칭찬했다.

응급환자가 생겼을 경우, 집에서 쉬는 애나에게 주치의가 연락을 하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불평없이 즉각 달려 나온다. 어떤 때는 마켓을 보다가도 주치의의 전화를 받고 그자리에서 병원을 달려 나올 때도 여러 번 있었다. 애나는 ‘환자들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의료인의 사명감을 누구보다도 더 잘 실천하고 있다.

한때 우리병원의 사정이 좋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낌새를 미리 눈치 챈 애나는 월급에 대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승록 원장은 “우리병원은 애나같은 간호사가 있어 정말 복을 받은 기분이다”면서 “애나가 이 병원을 위해 헌신하는 만큼 우리가 더 많이 해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플 뿐”이라고 애나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을 밝혔다.

중식당 ‘용궁’ 주차 안내원‘헤수스 에르난데즈
















▲ 식당 용궁의 주차를 책임지고 있는‘헤수스 에르난데즈’.

ⓒ2011 Sundayjournalusa

코리아타운의 잘 알려진 중국식당인 용궁(대표 왕덕정)을 찾는 한인들은 낯익은 주차 안내원 헤수스 에르난데즈를 만나게 된다.

작은 키에 딱벌어진 가슴으로 자동차키를 들며 열심히 일하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처음 용궁에서 고용한 정식 직원 쯤으로 생각한다. 무척이나 오랫동안 한 장소에서 일하는 그를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차 안내원 헤수스는  용궁식당 종업원이 아니다. 엄연히 주차 어텐던트를 관리하는 회사의 직원 이다. 말하자면 그 회사에서 용궁 주차장으로 파견된 직원이다. 보통 이런 회사는 자신들이 관리 하는 주차장에 직원들을 로테이션 하는데, 해수스만은 지난 20여년이 지나도록 용궁 주차장 한 곳으로 고정 시켰다.

용궁식당에서 부탁한 것도 아닌데 회사 측에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한 곳에 고정시키면 나태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헤수스는 1년 365일 열심히 뛰어 다니다보니 회사에서도 그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 그는 무엇보다 책임의식이 강하다. 주차 안내원들은 손님들로부터 불평을 듣게되면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게 된다. 헤수스는 동료 주차 안내원들 사이에서는 “King of Parking Attendants”로 알려져있다.

주차장 안내원들에게는 많지 않은 봉급이라 주로 팁이 큰 몫을 한다. 지난 20여년간 땀흘리며 뛰어다닌 헤수스의 삶을 들여다보면 배울 점이 많다.

우선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손님들의 차를 안전하게 주차시키고, 가급적 빠르게 차를 주인에게 안내하는 일이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데에 한 눈을 팔지 않는다.

용궁 식당의 주차장은 넓지가 않다. 하지만 헤수스가 관리를 하는 동안은 수십대의 차들이 밀려도 끄덕없이 처리하고 있다. 헤수스는 주차장을 머리속에 훤히 그려놓고 있어 차를 빼내고 집어 넣는 작업을 일사천리로 하고 있다. 이제는 단골 고객의 자동차와 열쇠를 구분할 정도로 전문 주차안내원이 되었다.

헤수스는 지난 20여년간 용궁 주차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모아 주택도 마련했고 식당에서 일했던 그의 아내 에게는 미장원을 차려주었고, 4명의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내 결혼도 시켰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충실히 한 것이다. 고향 땅 멕시코에 어려운 학생들도 도와주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7살 때부터 가끔 용궁식당에서 짜장면을 즐겼던 윌리엄 장(27세)씨는 “용궁식당을 생각하면 하나는 짜장면이고, 또 하나는 멕시칸 주차 반장이다”면서 헤수스를 떠올렸다. 하지만 기자가 “헤수스는 용궁 종업원이 아니다”고 말하자 “지금까지 나는 그가 용궁 식당의 종업원인줄 알았다”면서 깜짝 놀라워했다.

용궁식당을 매주 한 번 이상 찾는 제임스 김씨는 “이제는 그가 남미계라는 느낌보다는 막연한 친구라는 기분이 들 정도”라고 한다. 김씨는 다른 주차장에 가면 “혹시 차가 긁히지 않을까 걱정도 하는데 용궁에 오면 그런 걱정은 전혀 없다”고 했다. 용궁을 자주 찾는 고객들 중에는 가끔 헤수스에게 따로 팁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용궁을 찾는 한인 단골들과 신뢰가 깊어졌다.

용궁 식당의 왕덕정 대표는 “헤수스와 나는 동반자다”고 전하면서 “나는 식당 안을 책임지고, 헤수스는 식당 밖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와의 오랫동안 이어져온 끈끈한 정과 무한한 신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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