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미의회 연설문 美로비업체 의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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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 방미중 13일 미국의회 연설 모습(위). 미 국무부 오찬 연설 모습(좌). 미 의회 연설 뒤 한국전 참전 의원에게 거수경례하는 이명박 대통령(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국빈방문 때 미의회와 상공회의소 등에서 했던 연설문이 워싱턴D.C에 있는 ‘웨스트윙라이터스’라는 로비업체에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 연설문 초안의 대가로 4만6,500달러를 지급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문 작성 의뢰 사실이 밝혀지자 야권은 국가원수의 중요 연설을 미국의 민간 로비업체에 맡긴 것을 두고 ‘영혼 없는 연설’이라고 비판했으며, 청와대는 ‘주미대사관에서 올린 것이라 잘 모른다’, ‘외부 조언을 구한 것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등 책임회피와 발뺌 식의 태도로 일관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한 나라의 통치 철학과 국가 의지가 담겨야 할 국가 원수의 연설을 미 로비업체에 맡겼다는 사실에 한국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또 연설문이 이정도면 한미FTA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계약됐는지 알만하다는 탄식까지 쏟아졌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미국 내 로펌 회사인 FIB와 20만 달러 로비계약을 체결했고, 또 미국 내 한미FTA 홍보 웹사이트를 1만2천 달러를 들여 개설해 관리도 안 되는 사이트에 매달 2만5천 달러가 들어가고 있는 사실까지 드러나 파문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지난 6일 재미언론인 안치용 씨가 운영하는 <시크릿 오브 코리아>가 입수한 미 법무부의 FARA(외국로비공개법) 자료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이 연설문작성 전문업체인 ‘웨스트윙라이터스'(West Wing Writers, 이하 웨스트윙)에 총 4만6,500달러를 지급하고 이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을 의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웨스트윙’은 지난 달 19일 외국 에이전트등록법에 의해 국무부에 주미한국대사관과의 계약 일체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이 ‘웨스트윙’에 의뢰한 주요 연설문은 백악관 국빈만찬, 상하양원 합동회의 연설, 미상공회의소 연설 등의 초안이다. 각 연설문 당 비용은


상공회의소 연설초안에 1만 달러, 상하양원 합동회의 연설에 1만8천5백 달러, 백악관 사우스론 도착성명에 6천 달러, 백악관 국빈오찬 성명에 6천 달러, 백악관 국빈만찬 성명에 6천 달러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웨스트윙’은 연설문작성을 위해 주미한국대사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대한 비밀엄수를 약속했다.



靑, 관행적인 자문활동 발뺌


웨스트윙과 주미한국대사관이 맺은 계약서에 의하면 프로젝트A는 미 의회 합동연설문 초안작성 및 초안에 들어간 전략적 방향 제시와 관련한 메모작성, 미 상하의원들에 대한 분석 및 전략적 충고를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의회 합동연설 때 6.25 참전 의원들을 거론하며 이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한 것도 이 회사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뒤 참전 용사 출신 의원들에게 거수경례를 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프로젝트B는 국빈방문 연설과 관련된 것이다. ‘웨스트윙’은 이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 도착했을 때 할 연설과 국무부의 오찬 때 할 연설, 백악관의 국빈만찬 때 할 연설 등 3가지를 준비했다.


이와 관련, 한 외교전문가는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에 영어를 잘하고 한·미관계에 정통한 인재들이 많은데도 이 대통령의 국민방문 연설문 작성을 일개 로비업체에 의뢰해야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막대한 비용까지 지급했다는 부분에서 한국의 외교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해준 사례인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웨스트윙은 연설문 내용과 전달 방법, 청중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자문해 줬다”며 “청와대에 올릴 주미대사관의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현지 전문업체의 자문을 받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 본부에서 미 대사관에 현지 상황을 감안한 초안을 올리라고 지시한다”며 “청와대에 외교부 본부와 대사관이 각각 초안을 올린다”고 말했다.


 





 

















 ▲ 웨스트윙라이터스와 주미대사관 간의 연설문 의뢰 계약서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한국 시각)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 관련 질의를 받고 “대통령 연설은 우리 연설비서관과 참모들이 작성한 것”이라며 “(미국 의회연설 등은) 귀중한 기회니까 미국 의회에서도 어떤 기대를 갖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자문활동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중대한 대통령 연설이 있을 때 외부 의견을 구하고 자문을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한 것으로 알려져 지탄을 받고 있다.


그는 이어 “주미한국대사관이 현지업체의 자문을 구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연설문 작성 시 관행적으로 외교통상부나 현지 우리 대사관에 문의해서 아이디어를 구하고, 청와대에서 최종적으로 연설문을 완성한다”고 발뺌했다.


또 한국의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에서 행할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으로부터 구한 의견이 로비업체에 의뢰해 받아온 것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전적으로 거기에 의존해 연설문을 쓰지는 않았다”며 “주미 한국대사관이 낸 자료가 로비업체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책임회피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들끓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野, ‘국격 팔아넘겨’ 비판


이처럼 외부 조언을 구한 것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청와대 측의 당당하면서도 ‘모르쇠’ 식 해명을 한 것이 알려지자 온라인이 발칵 뒤집어졌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청와대의 해명이 걸작이다. 주미대사관에서 했겠지, 우린 모른다. 그러니까 청와대 비서와 참모진이라는 자들이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르는 연설문을 대사관에서 주니까 국가원수보고 미국의회에서 그냥 읽으라고 했다?”고 비꼬았다.


야당들의 비판도 거셌다. 야권은 국가원수의 중요 연설을 외국의 민간 영리업체에 맡긴 것을 두고 ‘영혼 없는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7일(한국시간) 이용섭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외국 로비업체에 대통령 연설문을 의뢰한 것은 외교적 망신거리”라며 “청와대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외국 전문업체에 맡겨야 할 만큼 우리 공무원들의 수준을 낮게 본 것도 문제지만 외국 로비업체가 작성한 연설문에 대한민국의 가치와 국익이 제대로 반영되었을 리도 만무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5번의 기립박수를 포함해 모두 45번의 박수를 받았다는 사실에 만족해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그 ‘파안대소’가 국격을 팔아넘긴 대가였다는 속사정을 알고 난 국민들은 수치심과 분노를 함께 느끼고 있음을 아셔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을 미국 로비업체에 맡긴 사건과 관련 7일(한국시간)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수반의 연설문을 거기에 맡겼다는 것은 해외 토픽감”이라고 비판했다. 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주권, 체통, 국익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미국 가서 듣기 좋은 얘기만 하고 온 것 아닌가”라며 “독재정권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대통령 순방은 경제전쟁 외교전쟁이다”며 “발표하는 대통령 연설이라는 것은 국익에 근거한 나라의 기본 정신이고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대통령 연설문은 마지막 상황까지도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돼야 한다”며 양 전 비서관은 “국내에서 대통령 연설문이 미리 나가면 주식이 폭등, 폭락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방 나가서 발표하는 연설문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상황까지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돼야 한다”며 이번에 미국 로비업체에 맡긴 것에 대해 “전례가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엄청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또 양 전 비서관은 청와대 해명과 관련 “청와대는 외교부(주미 대사관) 쪽에서 한 것이고 우리는(청와대) 미국 의회 연설에 별로 반영을 안 했다고 했는데 청와대와 외교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외교부가 청와대 모르게 대통령 연설문을 맡기겠는가”라며 “주미 한국대사관은 창구역할에 불과한 것이고 청와대 지시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한국정부가 한미FTA의 조속한 의회 통과를 위해 미 로비업체 FIB와 맺은 계약서(좌)와 미 업체에 의뢰해 제작, 관리되고 있는 한미 FTA 홍보 웹사이트(우)


 


로비, 웹사이트에 혈세낭비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4만6천500달러짜리 미의회 ‘대리 연설문’ 파문에 이어 20만 달러를 들여 미 로비업체를 고용해 한미FTA 로비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 커졌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가 입수한 미 법무부의 외국로비공개법(FARA) 자료에 따르면 주미한국대사관은 8월 23일 미국내 거대 로펌인 FIB(피어스, 이사코비츠 앤 블래럭)와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한 로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피어스 이사코비츠(FIB)는 미국 의회에서 한미FTA가 비준될 수 있도록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이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하는 등 FTA 통과 로비를 하고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4개월에 걸쳐 2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주미 한국 대사관과 로펌사인 FIB가 지난해 8월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FIB 쪽은 미 의회에 한-미 비준을 위한 계획을 개발하고 이행하는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4차례에 걸쳐 2010년 12월까지 모두 20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이 계약서에는 미 의회 및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 계획도 포함돼 있다.


앞서 미 업체에 미의회 연설문 초안을 용역 준데 이어 20만 달러를 들여 미 로비업체를 고용해 한미FTA 로비에 나선 사실이 들어나더니, 이번에는 홍보사이트 관리비에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 비준안과 관련 미국 내 한미FTA 찬성 웹사이트의 개설 및 관리를 위해 관리비로만 한 달에 2만5000달러의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치용 씨의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10일, 미국 워싱턴DC의 프레탈리(Fratelli) 그룹과 계약하고 한미FTA의 유익한 점을 소개하는 웹 사이트 ‘코리아 유에스 파트너십’ 을 구축했다.


한국 정부는 웹 사이트 구축비로 1만2,000달러를 지불했으며 올해 12월 말까지 관리비로 매달 2만 5000달러를 지불했다. 현재까지 들어간 돈이 도합 26만2,000여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사이트는 지극히 단순한 기능의 블로그 수준일 뿐 아니라 방치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하루에 1천 달러에 가까운 관리비를 지불하고 있지만 지난 10월 18일 언론 기사를 올려놓은 이후 약 20일 동안 단 한 건의 업데이트도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관련 언론보도 10여건 및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문만 원문 링크 없이 PDF로 소개하고 있을 뿐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 사진도 단 한 장도 올라와 있지 않았고 백악관 웹사이트만 연결시켜 놨다.


안치용 씨는 “이 웹사이트는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웹사이트가 아니라 그야말로 블로그 수준의 단순한 웹사이트여서 한 달에 한국돈 3000만원을 관리비로 지불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방만한 예산집행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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