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훈 칼럼]내곡동으로 갈까요, 통곡동으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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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한국인들이 즐겨 쓰는 언어의 과장법에 <단군 이래…> 화법이 있습니다. 실재(實在) 여부도 불분명한 5000년 전의 조상 이름을 빌려 ‘단군 이래의 최대 사기꾼’ 같은 부정어법을 남용하고 있는데 대해, 당사자인 단군 할아버지의 심사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단군 이래 최고의 현모양처감’이라며 결혼을 한 마누라가 어느새 ‘단군 이래 최악의 악처’로 변해 이혼법정에서 멱살잡이를 하게 되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이기도 합니다.
요즘 단군의 이름으로 만인의 드잡이 신세가 된 사람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10월 29일 진행된 ‘나는 꼼수다’ 인터넷 방송에서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 이런 지도자를 가진 적이 없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단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그는 폭군 연산의 이름까지 빌렸지요.
“… 전 국토가 파헤쳐졌다. 연산군도 이러지 않았다. 고전에서 MB와 비교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과거 군주들도) 그런 방식으로 야비하지는 않았다….”
도올 보다 한술 더 뜨는 사람은 불교의 명진 스님입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단군 이래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탄핵감’이라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평화방송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 역대 최악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데 아주 뻔뻔스럽다. 그는 죄를 너무 많이 저질렀다…. 퇴임하면 내곡동이 아니라 ‘통곡동’으로 가야할거다….”
트위터 매체 ‘용가리 통뼈뉴스’ 라는 게 있습니다. 지난 7일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월악산에서 명진 스님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쫓겨난 노종면이, 쫓겨난 명진에게 듣다’라는 제목의 ‘용가리 통뼈 인터뷰’에서 명진은 치를 떱니다.
“…산속에 살지만 여전히 MB를 향한 ‘구라신공’을 연마중이다. 명예훼손 안걸리면서 (MB에게) 약 올리는 비법을 고민하고 있다…. ‘포항 형제파(이상득 이명박 지칭하는 듯) 얘기를 담은 서이독경(鼠耳讀經)을 곧 출간한다…. 소와 말도 말귀를 알아듣지만 쥐(MB지칭)는 안 듣는다….”


‘배운 무식꾼’들의 세상


도올과 명진과 노종면. MB를 단군 이래 최악의 대통령이라 저주하며 퇴임 후 ‘통곡동’으로 보내자고 선동하고 있는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머리 깎은 도올과 명진, 머리 기른 노종면의 공통점은 바로 MB정권에 의해 밥그릇 빼앗긴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도올은 EBS 교육방송에 나가던 ‘중용 강좌’에서 갑자기 퇴출당했습니다. EBS는 그의 종교비하 발언, 지나친 비속어 사용 등이 문제가 됐다고 밝혔지만, 도올 측은 4대강 등 자신의 이명박 정부 비판이 빌미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명진은 봉은사 주지로 있다가 지난해 쫓겨났습니다. 불교계에서 가장 래디칼한 좌파 승려로 알려진 그는 조계종이 봉은사를 직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주지 자리에서 퇴출됐습니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도 강성 노조를 이끌어가다가 쫓겨났고 현재 해임무효 소송이 대법원에 올라가 있지요.
도올은 한국사회가 낳은 지적 기형아입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 동서양 철학뿐 아니라 한국철학, 종교사상, 기독교와 불교, 공맹자에 예수까지 섭렵하더니 한의학 공부를 한 후엔 난치병 전문의원까지 개업했습니다. 위키백과에 그는 철학자, 사상가, 방송인, 한의사, 연극인, 언론인, 작가, 교육자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록가수 한대수와 콘서트도 열고, 태권도 철학세미나라는 기이한 모임도 갖습니다. 방송에 나가서는 “6.25는 한반도에서 제국주의를 몰아내기 위한 의로운 전쟁이었다”는 식의 친북·종북·배북(拜北) 발언도 서슴없이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평양으로 날아가 ‘의로운 전쟁’ 당사자들과 회포도 풀고 왔습니다.
김용옥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오르테가 가세트의 말을 인용해 그를 ‘배운 무식꾼’(learned ignoramous)의 전형이라고 평가절하 합니다. 많이 공부하고 많이 알 것 같은데, 실은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인정받고 존경받는데 한국은 아닙니다. 한 분야에 평생을 바치는 전문가보다 기회를 찾아 이 분야 저 분야를 넘나드는 가짜들한테 졸지에 행운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요. 말 잘하고 변신과 술수에 능한 사람이 진짜 전문가보다 더 인정받는 사회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박사를 한 천주교 차동엽 신부가 4~5년 전 어떤 신문에 쓴 칼럼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 한국 같은 풍토에서 난무하는 것이 사이비 종교이며 선동가다. 만일 도올이 독일어권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그는 아마 애당초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를 만든 것은 대한민국 사회다. 어떻게 한 사람이 길지 않은 시간에 노자 공자 부처 예수에 대해 전문가보다 한수 위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들 가운데 한 인물만 평생 연구해도 부족할 판인데…. 깊은 역사의 뿌리를 싹둑 무시한 들쭉날쭉한 주장들이 어떻게 그를 철학자로 일컫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용가리 통뼈에 순악질에…


몇 년 동안 방송에서 사라진 도올은 갑자기 <중용>이란 걸 들고 나와 EBS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사람을 다시 TV에 불러들인 EBS가 잘못의 ‘첫째’입니다. 미운털 박힌 사람이라고 중간에서 퇴출시킨 쪽이 정부라면 잘못의 ‘두번째’가 MB입니다. 야당과 진보좌파 세력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도올을 지원하자 EBS는 맥없이 그를 다시 방송에 불러들였습니다. 가장 고약한 ‘세번째’ 잘못입니다. 이 소동으로 도올은 ‘MB를 통곡동으로 보낼’ 진보좌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그의 책들은 요새 불티나게 팔린다지요.
박원순은 서울시장 당선 직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을 예방했습니다. 자승과 앙숙인 명진은 이를 두고 “봉은사에서 쫓겨날 때보다 더 화가 난다”고 ‘통뼈 뉴스’에서 박시장을 맹비난했습니다. 이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란 박원순 시장은 이튿날 시정(市政)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월악산으로 달려가 명진 앞에 넙죽 엎드렸습니다. 중인 명진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와 사랑은 간 데 없고, 오직 증오와 분노와 세상을 향한 저주의 성깔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YTN 노조위원장 노종면은 MB에게 밥그릇 빼앗긴 후 칼을 갈다가 ‘용가리 통뼈 뉴스’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코미디언 김미화는 MBC에서 퇴출되더니 최근 인터넷 ‘순악질 뉘우스’라는 걸 만들어 ‘MB 통곡동 보내기’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방송인과 같은 인기인들을 마음에 안 든다고 정권이 손을 보겠다고 나서면 백전백패입니다. 당사자들의 인기만 올라가고, 트위터의 팔로워 숫자만 늘려줍니다. KBS에서 퇴출되면 MBC에서 데려가고, MBC에서 짜르면 SBS가 모셔갑니다. 노가리 생선뼈도 안 되는 친구들을 졸지에 용가리 통뼈로 만들어 주지요. 청와대 홍보·정책 파트의 대통령 보좌기능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실패를 동의 반복적으로 4년이나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나꼼수에 용가리 통뼈, 순악질… MB대통령 큰일 났습니다.
                                                                                                                         <2011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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