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탄]왜 우리는 사제에게 도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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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저널 지난 호(11월13일자, 808호)에‘왜 우리는 사제에게 도전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된 후 남가주한인천주교계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보에 보도된 ‘한인성당의 무리한 통합과정’을 보도한 기사가 뉴욕 한인천주교계에까지 전해졌으며, 인터넷을 통해 남미 한인천주교계로도 전해져 현지 한인신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합축하 미사는 취소됐다.

현재 한 교계 소식통에 따르면 “LA천주교 대교구청에서도 한인성당의 통합과정에 따른 문제점을 논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으며,“한국천주교 당국에서도 이번 미국에서 발생한 한인성당 통합에 따른 문제점을 주교회의 이주사목 위원회 교포사목부에서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로마 교황청에서 발표한 <이민사목에 관한 훈령>(Instructio de Pastorali Migratorum Cura) 15항에 의거한 이민사목의 기본 개념은 “자기 조국을 떠나 생소한 환경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이주자들에 대해 교회는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사랑과 적절한 사목활동을 통하여 잘 돌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통합은 한인신도 무시


이번 웨스트 코비나 지역의 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과 로렌하이츠에 위치한 성 마리아한인성당과의 통합과정에 야기된 파장은 신자들이 더 이상 교권의 부당한 정책에 ‘순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인성당 통합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보도한 본보 기사와 관련해 지난 12일 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의 ‘본당지킴이’ 사이트에 “천주교에서 어찌 이런 일이”라는 제목으로 신자들의 의견이 게시되었다.

이 사이트에 대해 한상만 신부는 “그 사이트는 공식적인 교회의 사이트가 아니고 일부 신자들이 나를 방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본당지킴이’ 사이트에 올라온 한 신자의 의견은 이렇다.

『성당 통합에 대한 공청회, 혹은 설문 조사 등 전 신자의 의견을 단 한 번도 묻지 않고, 극 소수의 인원(8명, 신부 자신의 입맛대로 임명한 사목위원과 평 위원들)을 이용하여 성당의 통합이 전 신자들의 의견인 양 교구청에 왜곡된 서신을 보내어, 교구청의 주교님들을 기만하여 통합을 승인 받은 행위는 일종의 사기 행위가 아닌가?

통합을 하고자 할 때 양쪽성당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불과 몇 사람으로 인해 30년 역사가 있는 성 크리스토퍼 한인 공동체가 하루 아침에 미사가 없어지고 회관이 잠겨지고, 많은 신자들이 난민신세가 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통합의 부당함과 통합과정에 대한 잘못됨과 성 크리스토퍼 한인 성당의 복원을 위하여 교구청에 6월 19일자로 청원서를 보냈으나, 주교님들의 해외 여행 및 휴가 등등 교구청의 사정으로 우리가 보낸 청원서의 검토가 늦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지역담당 자바라 주교님이 로마에서 돌아오시는 7월 초순 경에는 우리의 청원서를 보실 것이라 생각하였고, 실제로도 7월 1일 귀국하셨으므로 충분히 우리의 청원서를 볼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7월 19일자로 한 신부에게 통합에 대한 권한을 위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교구청의 주교님들은 자신에게 올라온 서신이나 문서를 그렇게 방치 할 수 있는지? 혹은 소수민족인 한인 신자의 청원서라 무시하고 뭉개 버리셨던 것인지? 그 후에 우리의 청원서를 보았는지 혹은 본당신부 몬시뇰 네스터로부터 120여명의 한인 신자가 그대로 남아있으니 회합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권유를 받아서인지 8월7일 자바라 주교님과 이날 미사에 참석했던 성 크리스토퍼에 남은 신자 80여명이 회합을 갖게 되었다.

자바라 주교님도 많은 신자들이 통합에 반대하고 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을 원상회복 시켜달라는 우리의 주장을 듣고, 한 신부의 문제점이 많은 사목활동과 통합과정의 적절치 못한 처사에 놀라서 9월 1일 주교회의에서 우리들의 문제를 상정하여 논의하겠다 하셨다. 우선 회관과 한 신부 재임 동안의 재정문제(기금포함)에 대해서는 즉각 처리하여 통보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으나, 회합 후 3개월 이상이 지난 이 시간까지 아무 통보도 없으셨다.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한 신부를 성 마리아 성당으로 발령을 내고, 통합자체를 인정하고 또한 통합이 완성된 것인 양, 성 마리아성당을 이전이나 증축도 없이 성 가부리엘 성당으로의 개명을 허락하고, 11월 19일에는 축하미사까지 할 예정이라 하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교구청에서는 우리 한인 신자들이 보낸 청원서에 대한 답변과 주교님이 8월 7일 회합에서 공개적으로 하신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지? 교구청이 그 동안 일방적으로 진행한 부적절한 일 처리는 물론이고, 어떻게 이렇게 성 크리스토퍼 성당에 남은 한인 신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교구청은 다시 한번 더 재고하여야 한다.

또한 한상만 신부가 선데이저널과 한 인터뷰는 사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들이다. 거짓으로 시작된 통합은 원천적으로 무효가 되어야 하며 성 크리스토퍼 성당의 한인 미사 복원 및 회관과 기금은 우리에게 되돌려져야 하며, 더 나아가 문제를 야기 시킨 장본인들은 당연히 어떤 조처가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다.』


신자 없는 사제는 의미 없다



















한편 11월 19일에 성크리스토퍼한인성당과 성 마리아한인성당이 통합되어 새로 성 가브레엘한인성당으로 통합하는 공식적인 통합축하미사가 관할 자바라 주교 집전으로 구 성마리아성당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본보가 지난호에서 “우리는 왜 사제에게 도전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관련 기사가 보도된 직후 돌연 무기연기됐다.

본보는 지난호에서 성크리스토퍼한인성당과 성마리아한인성당간의 통합과정에서 공감대를 이루지못해 일부 신자들의 강한 반발로 이 문제가 평신도와 교구당국간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즉각 LA대교구 관련 당국자에게까지 전해졌다.

이후 LA대교구 소식통은 ‘통합축하미사를 무기연기 시켰다’고 본보에 전해왔으며, 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을 관할하는 본당신부인 몬시뇰 네스터도 신자들에게 이를 통보했으며, 한상만 신부도 지난 13일 주일미사 강론을 통해 연기 사실을 신자들에게 밝혔다. 일반적으로 연기를 할 경우, 다음 집전일정을 통보하는 것이 상례이나 이번처럼 무기연기는 통합축하미사 자체가 취소된 것으로 보는 측도 있다.

성크리스토퍼한인성당의 ‘본당지킴이’란에서는 지난주 본보에 게재된 한상만 신부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반박문이 실렸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 성당의 거의 모든 신자가 모르는 사이에 사목회장 8명의 임원들의 통합 동의서를 근거로 ‘모든 신자들의 찬성 의견’이라는 주장을 하며 5월 어느날 갑자기 성당을 통합해버렸다.

통합된 성가브리엘성당의 신자 수가 2,000명이 넘는다는 한신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 성마리아 성당에서는 주일미사 주보를 매주 600매씩 인쇄하지만 실제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전언이 있었다.

재정문제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한신부의 말도 문제가 있다. 일반 신자들은 한상만 신부의 부임 첫 해를 제외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성당 재정의 통보를 받아 본 일이 없었다. 그리고 성크리스토퍼한인성당의 기금 20만 달러를 한인신자들의 동의나 논의 없이 미국 본당으로 이전 되었다는 의혹도 있다』

이처럼 한인성당에서 야기되는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80년대에도 코리아타운의 성 아그네스 한인성당에서 한인사제와 일부 신자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크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칼슨 지역의 한인성당에서도 한인사제와 일부 신자들 간에 갈등이 높아 결국 한인신부가 귀국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번 성 크리스토퍼 한인성당의 갈등에 대해 과거 한국천주교평신도회의 임원을 지냈던 T 모 신자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한인사목을 위해 파견된 성직자들이 현지의 환경에 익숙치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한국에서는 신부가 거의 교회업무를 관장하기에 이를 미국에서도 행하려다가 마찰이 일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T씨는 “미국의 교구제도와 한국의 교구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파생하는 문제”라며 “양측이 대화가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OC 순교자 성당에서 사목회에 관계했던 C모 신자는 “이번 일은 무리하게 두개의 공동체를 통합하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로마에 가면 로마식으로 하라는 격언이 있듯이 한인 사제들도 권위의식을 버리고 신자들을 사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경에도 백 마리의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가는 것이 사제의 직분이라 했다.


평신도는 자랑스런 유산



















한국천주교회는 해외로 이민 가는 신자들의 사목을 위해 지난 1971년 주교회의 산하에 ‘교포사목부’를 신설하여 일차적으로 미국 등에 한인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한인천주교 공동체에 현지 신부 유학생이나 다른 목적으로 미국에 체류한 한인신부나 신학생들이 이들의 신생생활을 돕게 했다. 80년대부터 한국의 서울대교구를 포함해 지역 대교구에서 LA를 포함해 뉴욕 등 한인천주교 신자들이 많은 지역에 신부들을 일정기간 파견하도록 현지의 천주교교구와 협의를 체결했다.

따라서 LA 대교구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의 협약으로 한국 신부들의 미국 파견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서 파견된 신부와 현지의 한인신자들 간에 갈등도 야기되곤 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한국교계와 이민사회의 차이’로 분석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파견된 신부들 중 일부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한인신자들의 미국화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해 ‘한국식’으로의 사목방침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경우가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에 따른 마찰이다. 한국에서는 사제의 위치가 거의 왕직에 가깝지만 미국에서는 다르기 때문이다.

로마가톨릭 교회당국은 온 인류가 하느님의 백성으로 불림을 받았다는 기본 원칙 아래, 어떠한 나라에서든 민족이나 출신 국가의 차별 없이 보호되어야 하고 행복한 삶으로 인도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유동 인구의 균형 잡힌 사목을 위하여 국제적인 유대를 가지고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즉 신도들을 떠나보내는 모국 교회는 특별한 배려로써 그들이 앞으로 경험하게 될 새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하며, 그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도 사목자의 파견 및 여러 가지 양상으로 활동을 전개함이 바람직하며, 또한 외래 신도들을 맞이하는 현지 교회에서는 그들을 크리스찬적인 진정한 사랑으로 선입견에 사로잡힘이 없이 영접해야 하고, 이해와 존중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하는 등 모국 교회나 현지 교회가 구체적인 상호 연대의식을 가지고 획일성있는 사목적 책임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최고지침을 정하는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 66항에서 밝힌 대로 “오늘날의 민족들의 이동에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들은 평신도들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면서 “그들은 각자의 소명대로 가지고 있는 능력과 복음적 사명을 공동체 발전을 위하여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해외 한인천주 교회들은 모국에서 실시하던 사목협의회를 중심 기구로 설치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특별분과 위원회(예를 들면 재정분과 위원회, 전례분과 위원회 등)들도 두고 있으며, 구역 모임이나 그 밖의 신심, 활동 단체들을 만들어 많은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내 한인 신자들은 어느 소수 민족들보다도 교육 수준이 높고, 능력을 겸비한 평신도들의 한인천주 교회 참여는 앞으로 많은 가능성과 함께 육성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천주교회에서 평신도의 신앙 유산은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용감하고 자립적이었으며 주님 사랑에 온전히 봉헌된 믿음으로 일관했던 점이다. 한국천주교계는 성직자 없이 근 50여년 동안 교회를 지키고 발전시킨 초대 평신도의 정신을 이 땅에서도 계승시키고 있다.

특히 미주에서도 한인천주교 신자들은 서구 이민자들과는 달리 성직자와 동반하지 않고 미국 땅에 와서 스스로가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고 성직자를 초빙해 왔다는 신앙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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