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트위터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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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 (언론인)

내가 이용하는 밸리의 Mid Valley 도서관에는 한국 섹션이 따로 있습니다. 대충 2~3천권 정도 되는 각종 한국서적이 비치돼 있습니다. 작가 이외수의 작품세계와 만난 곳이 바로 이 도서관입니다. <들개> <괴물> <황금비늘> <장외인간> 같은 장편 소설과 <훈장> <장수하늘 소> 같은 중편소설을 여기서 빌려 읽었지요.


이외수의 작품을 거의 다 섭렵하게 된 까닭은 좀 별스럽습니다. 수많은 마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인기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잖게 그의 소설은 시쳇말로별로였습니다. ‘별로인 소설에 왜 요즘 젊은이들은 빠지는 것일까. 해답을 찾아보러 한권 두권 읽다보니 어느새 거의 다 읽게 됐습니다.


탁월한 상상력과 빼어난 언어 연금술” “신비하고 독특한 마술적 리얼리즘“. 그의 작품세계를 얘기할 때 매스컴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품평(品評)입니다. “환상적 수법이 가미된 유미주의적 작품 세계라는 출판사의 책 소개도 눈에 띄더군요. “마니아적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기인(奇人) 소설가라고 위키백과엔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의 장편 <괴물>을 읽다가 정말 괴물을 만난 듯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잡지사 기자는 백소현이 묘령의 남자와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장면을 수십장이나 카메라에 담았다….”


묘령(妙齡)의 뜻은 “20세 안팎의 여자나이젊은 여자의 꽃다운 나이입니다. 게이가 아니라면묘령의 남자란 없지요. 최고 인기작가의 소설에 이런 글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작품엔 이런 식의 모순어법이 적지 않게 등장합니다. 적어도 그는빼어난 언어 연금술의 작가는 아닙니다.


이외수의 소설은 2005년에 출간된 장편 <장외인간>이 마지막입니다. 절필을 했나 생각했는데 신변잡기류의 에세이집은 몇 권 더 냈더군요. 요즘 <하악하악>이라는 에세이집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 소설 쓰기를 중단하고 그는 기인답게 이런저런 외도에 나섰지요. 라디오 DJ, TV 드라마 배우, 광고모델, 예능프로 출연 등으로 돈도 벌고 유명세도 얻었습니다. 한국 문단에서 그의 존재감은 미미합니다. 그도 문단과는 거의 교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2010년 인터넷 서점 YES24가 주최한 네티즌 선정 ‘2010 대한민국 대표작가‘ 1위에 올랐습니다. 5년 이상 절필을 한 그에게 누리꾼들이 생뚱맞게대한민국 작가왕칭호를 붙여 준거지요.


소설 대신 그는 인터넷에 빠져 마침내는 전업(專業) 트위터리안으로 나섰습니다. 팔로워가 100만을 넘어서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의 트위터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가 거머쥔 트위터 권력은 MB보다 오히려 강합니다. MB가 하는 모든 일을 반대하며 비판하고 꾸짖는데 기세가 하늘을 찌릅니다. MB에게 그가 야단 한번 치면, 수만 수십만의 팔로워들이 호응해 청와대를 향해 삿대질하며 아우성입니다. 그의 팔로워는 머지않아 200만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트위터의 힘, 이효리가 개념녀로


가수 이효리는한 방에갔습니다. 지난해 발매한 4번째 정규 음반 <H-Logic>의 표절논란 때문이지요. 그녀에게는표절녀라는 불명예가 붙여졌고, 이후 1년여 동안 일체의 음악활동과 TV 출연을 자제했습니다. 그런데 한 방에 다시 왔습니다. ‘품절녀가 어느새개념녀로 바뀌었습니다. 트위터 덕분이지요.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 때 이효리는 이외수의 투표참여 권고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진보쪽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념이나 정치 성향과는 전혀 무관해 보인 아이돌 댄스가수의진보 커밍아웃은 트윗꾼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찌질이 표절녀에서 단숨에 인기짱 개념녀가 됐지요.


요즘 유명인들은 인기가 떨어지거나 슬럼프가 오면 트위터라는 피난처로 달려갑니다. 탤런트로는 승산(?)이 없던 김여진이 트위터라는 돌파구를 찾으며 마침내 진보좌파 연예인의 아이콘이 된 사연도 그렇습니다. 개그맨 김제동은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 노제에서 사회를 봤다는 이유로 TV에서 찬밥 먹게 되자 역시 트위터로 달려갔습니다.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제동은 특유의 140글자 재담(才談)으로 박원순 당선에 큰 공을 세웠지요. 그도 요즘 TV보다는 트위터나 시위 현장에서 더 자주 만납니다. 소설에서 슬럼프에 빠져 트위터로 옮겨간 트위터 대통령을 만나보러 이외수 트위터에 한번 들어가 봤습니다. 11 8일 그는 이런 트윗을 올렸습니다.


… 절보고 소설은 안쓰고 왜 사회적 발언을 일삼느냐는 분들이 계십니다. 스케이트 선수는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만 타야지 땅 밟으면 안된다는 건가요. 신성한 국회에서 고명하신 의원님들이 이종격투기도 벌이는 시대에 왜 저만 가지고 헛소릴하고 그러세요….”


11 12일 그의 트위터엔 2시간 전, 4시간 전, 7시간 전, 18시간 전에 쓴 트윗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100만 트위터 대군을 이끌게 되면서 그는 나폴레옹처럼 잠도 안자는 모양입니다.


 


트위터는 도피용 피난처?


<닥치고 정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습니다. 교보문고 광화문 매장에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와 어깨를 겨루며 이 <닥치고 정치>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발매 한 달만에 33쇄를 찍었다니까 만만찮은 인기입니다. 닥치고 정치의 저자는 요즘 이외수 만큼 유명한자칭 딴지일보 총수김어준입니다. 팟캐스트 인터넷 방송나꼼수리더 꼼수쯤 되는 인물이지요.


그의 베스트셀러 <닥치고 정치>가 어떤 내용의 책일지를 짐작해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실장이 작심하고, 최대의 인내심과 평정심으로, 이 책을 완독해 보려고 애를 써본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곳 저곳 50페이지 가량을 읽어보고 그만 책을 덮었답니다. 배울만큼 배우고,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세상이치를 어느 정도 깨달으며 살아가는 세대에게 이외수나 김어준 같은 존재는 뚫을 수도, 넘을 수


도 없는입니다.


묘령의 남자같은 무지와 무식도, ‘닥치고 정치같은 허풍과 교만도, 이외수나 김어준의 언어로 옮겨지면 젊은이들은 열광합니다. 신문도 안읽고 TV뉴스도 안보며 산다는 요즘 젊은 세대는 인터넷 e메일 메신저 SNS 블로그 덕분인지 스스로 많이 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요. 어른 세대가 충고라도 하려들면 내심트위터도 못하는 주제에…라며 반발부터 합니다. 인기인이나 연예인들이 트위터 140 글자로 속삭이는감성 토크만이 이들에겐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것 같습니다.


이외수는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감성마을이란 곳에 살고 있습니다. 배추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그는 지난주 마을 영농조합에서 올해 처음 시도한절임배추판매 사업을 돕기 위해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트위터러 여러분 덕분에 이외수가 사는 다목리 해발 700미터에서 재배한 배추, 양념절임이 대박입니다….”


이 트윗 하나로 절임배추 15톤이 눈 깜짝 할 사이에 팔려 나갔다네요. 이외수의 트위터 권력이 모처럼 아름답게 쓰였습니다. 욕구 불만에 차 있는 젊은 세대를 선동하고 열받게 만드는 이외수식 독재 트윗질은 이제 그만 했으면 싶습니다. 레이디 가가의 트위터는 팔로워가 1500만입니다. 그런데도 시끄럽지 않고 늘 건강하고 밝고 아름답습니다.


                                                                                                                        <201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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