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원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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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괴짜 심리학의 저자 리차드 와이즈먼의 책 <59>데이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의 심장을 빨리 뛰게 하라는 사랑 이론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조용한 클래식 연주회나 시골길 산책보다 긴장감 넘치는 공포영화 구경이나 테마파크에서 무서운 롤러코스터를 함께 타는 것이 데이트 성공확률을 훨씬 높인다는 얘기입니다. 롤러코스터를 탄 여자는 심장박동이 빨라진 것이 롤러코스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상대남자에게 매력을 느낀 때문이라고 착각하며 마음을 열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한껏 무드를 잡는교양남의 데이트 보다, 거칠고 투박한짐승남의 데이트가 여자 꼬시는 데는 보다 효과적이라는 얘기겠지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1126일로 취임 한 달을 넘깁니다. 많은 서울시민들에게 지난 한 달은 매력적인 짐승남과 데이트를 한 교양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서울 시민들을 향한 새 시장의 구애(求愛)는 격렬하고, 거침없고, 시끄럽고, 흥분되고, 실망시키고, 불안하고…. 마치 헤비메탈을 들으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심장의 비트를 엄청 높였습니다. 시민들은 와이즈먼의 말대로, 낯설고 불안해서 뛰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새 시장에 대한 호감에서 뛰는 것으로 혼동하고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한달 박시장이 보인 친서민 행보는 현란했습니다. 데마고그에 강한 진보좌파 정치인답게 그는 지하철로 출근을 하고, 사망한 노숙자의 빈소를 찾고, 환경미화원과 함께 냄새나는 가베지 백을 쓰레기차에 싣는 따위의 이벤트성 퍼포먼스를 시민들에게 선보였습니다. 이런 현장 체험은 박시장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행선지를 미리 공개하는 바람에 많은 지지자와 언론이 알게 됐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에 낱낱이 보도되면서 감동받은 시민들의 심장을 뛰게 했지요.


박시장의 첫 번째 시정(市政) 명령은 모든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이었습니다. 이어 시립대 등록금 반값인하, 그리고 모든 영유아에 대한 무료 예방접종이 실시됐습니다. 148억원이 지출되는 영유아 예방접종은미국도 못한 일을 박원순이 했다는 식으로 좌파매체에 대서특필 돼 역시 학부모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카멜레온 박은 누구?


 


시정의 초점을 이렇게공짜 복지에 맞추다 보니까 다른 예산은 찬밥 신세가 됐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해온 서해 뱃길, 한강 예술섬, 뉴타운 건설사업 등은 올스톱 됐습니다.


시청 앞 서울광장은 시민의 휴식공간에서 데모대를 위한 상설 시위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위 허가제를 신고제로 변경했기 때문이지요. 한미 FTA 반대 시위까지 겹쳐 요즘 서울광장에서는 하루 두세건 이상의 각종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집회지 이건 완전 술판에 먹자판에 놀자판입니다. 시위대 뒷자리에서는 여기저기 질펀한 술판과 고스톱판이 벌어지고, 신문지 조각과 맥주병, 소주병, 먹다 남긴 안주와 라면컵 등이 어지럽게 쌓여 뒹굽니다. 예전의 시위대는 시위가 끝난 후엔 대충 쓰레기를 치우고 돌아갔지요. 진보언론은 이를 두고성숙한 시민의식이라 썼습니다. 헌데 요즘 시위대는시민이 시장이라고 말하는 원순씨, 당신이 치워줘요라면서 그냥 돌아간답니다.


각종 시위엔 어린이 시위대가 참여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것도박원순 시울시의 달라진 풍속도입니다. 10명에서 20명씩 부모를 따라 나온 아이들은 곧잘이명박 타도‘ ‘이명박 심판을 외치며 험한 세상 살아갈 현장체험을 합니다. 박원순의 시위친화형(?) 시정철학이 아이들을 이렇게 데모 현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15일 박원순 시장은 동국대학교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등록금 완전철폐를 선동했습니다. 1인당 GDP 4만 달러를 넘고, 조세부담률이 한국의 2배이며, 인구가 서울의 절반도 안되는 강소국 핀란드의 예까지 들며, 대학 무상교육 주장을 폈지요. 학생들은 당연히 감동으로 심장이 뛰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시장 만세를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상식이하의 이 등록금 철폐 발언은 여론의 역풍을 만났습니다. 시장이 아직도 시민운동가의 멘털리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책임한 선동정치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틀 후 말을 바꿨습니다. “예전에 (시민운동할 때) 내가 강연 다니며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잡아뗐습니다.


박시장은 취임 초 시청 직원들에게시장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도 소신껏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헌데 15일 동국대 강연에서는이거는 이래서 안된다고 말하는 직원은 미워한다고 완전 딴소리를 했습니다. 일부 시청직원들은 그를 카멜레온 박으로 부르며 어떻게 해야 시장의 심기를 편하게 해드릴지통빡굴리느라 바쁘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NO)라고 말할 수 없는 박원순의 서울시가 돼버리는 건 아닌지 지켜볼 일입니다.


 


시장만 있고 시정은 없다


 


서울시 인구는 1200만입니다. 지난번 선거에서 박시장이 얻은 표는 17%정도인 200, 800만 유권자의 25% 정도였습니다.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은 1000만에 가까운 시민은 물론 모두 그의 반대자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원순씨 사랑해요()의 트윗이나 댓글을 올리고 있는 열성 지지자도 아닙니다. 그들의 대다수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비정치권 인사인 박원순 시장이 상식선에서 지나침과 모자람 없이, 균형감각을 잃지 말고, 깨끗하고 알뜰한 살림꾼의 소임을 다해 줄 것을 소박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지나친 정치색특히 급진 좌파적 이념성향엔 절대다수의 시민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갓 취임한 시장이 야권통합의 허브(중심)를 자임하며 야당 인사와 시민단체 인사들을 만나러 다니거나 FTA 반대에 나서는 따위의 정치적 행보도 어줍잖다고 봅니다. 대학생들에게 감옥에 들어가 보라고 생뚱발언을 하지 않나, 시청직원들도 모르는 매일의 동선(動線)을 자기 트위터에 올려 행선지가 드러나는 바람에 테러를 당하지 않나, 부잡스러움이 참여연대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도 듣습니다.


16일 그는 박원순 극본, 박원순 주연, 박원순 감독의 인터넷 온라인 취임식을 가졌습니다. 내레이션까지 맡은 14역 드라마였죠. 시장실에 붙은뒷간까지 보여준 이날 인터넷 취임식은의표를 찌른 신선한 충격이긴 했습니다. SNS 공간에 뜬 글들은 대부분이감동 먹은얘기 일색이었지요. 그에게 한 표 주기를 거부하거나 유보한 83% 1000만 시민들은 과연 박원순 시장의 이 취임식 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타고난 쇼맨십 탓인지 그의 직무 스타일은시장만 보이고 시정(市政)은 안보인다는 평도 듣습니다. “자기 위상을 시민운동가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증폭되면 그를 시민들한테 천거한 안철수 교수의 입지도 좁아질 것이라고, 명지대 신율 교수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취임 한 달을 일곱 글자로 줄이면?” 정답은아슬아슬 원순씨입니다.


 


                                                                                                                        <201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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