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빚 ‘덫’에 걸려 졸업하자마자 ‘빚쟁이’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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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호(810호)에서 수년간 UC 등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인상되면서 학비 마련을 위해 학생 및 학부모들의 고통을 다룬바 있다. 하지만 등록금 마련은 시작에 불과하다. 극심한 경제불황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한 대졸자들은 학자금 대출 상환으로 인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빚더미에 올라앉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오르는 학비 때문에 학자금 대출 규모는 더욱 부풀어만 가고, 이와 더불어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생들에게는 제2, 제3의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빚쟁이’로 전락하고 마는 젊은이들의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또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또 아예 처음부터 학자금 빚을 지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자금 대출을 피하기 위해 하루 5~6시간 수면 등 극단적 생활을 불사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빚에 허덕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들여다 봤다.



<시몬 최 취재부기자>



올해 5월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쥔 한인 박모(23세)씨는 졸업의 기쁨도 잠시였다. 나름 명문대를 졸업하고 앞으로의 삶이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자부했지만 요즘은 빚 때문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박씨는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대학재학 4년 동안 내내 정부로부터 학생융자를 받았다”며 “학교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졸업 후 대출내역서를 보고 기겁을 했다.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2만 달러가 넘는 빚이 고스란히 남았다”고 충격적인 심경을 밝혔다.


2년 전 대학을 졸업해 금융회사에 취업한 강모(26세)씨는 “꼭 노예가 된 기분”이라며 “일을 해도 남는 것은 없고 월급의 대부분이 학자금 대출을 갚는데 나가기 때문에 돈을 버는 보람이나 성취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라고 말했다. K씨는 2년째 빚을 다 갚지 못한 상태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박씨와 강씨처럼 정부의 학생대출을 선호하며 FAFSA나 칼그랜트(Cal grant), 또는 다른 종류의 개인장학금제도의 자금력을 빌려 가까스로 졸업장을 따고 있다. 하지만 졸업 후에도 딱히 빚을 갚을 방법이 없어 한동안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빚 때문에 꿈도 버려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들은 불려놓은 빚더미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변변치 못한 직업을 잡아 일을 시작한다 해도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8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 대부분을 고스란히 대출금 갚는데 쏟아 부어야만 한다.


법대 졸업 후 변호사를 꿈꾸던 한인 2세 정모(32)씨는 최근 학자금 대출 상환 때문에 변호사 구직을 포기하고 보험회사 에이전트로 취업했다. 캘리포니아 명문 대학에서 학부와 법대를 졸업한 정씨는 학자금 대출로 20만 달러가 넘는 빚을 안고 있다. 끝 모를 경기 침체 속에 당초 꿈꿨던 ‘대형 로펌’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수년간 학자금 융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씨는 “학부와 법대의 비싼 등록금 대부분을 융자로 해결하다보니 졸업 후 이를 갚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졸업한 김모양(23)도 직업을 찾지 못해 전공과는 상관없이 한 치과 오피스 리셉션니스트 일을 시작했다. 대학 학비 융자금 2만 5천 달러를 갚아야 하는 학자금 대출 상환의 압박 때문이다.


한인 치과의사 이모씨도 최근 학자금 대출상환 독촉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 씨는 치과를 운영하다가 신상 문제로 폐업했고 그 과정에서 개인 파산을 했다. 학자금 대출은 파산을 해도 탕감되지 않기 때문에 컬렉션 회사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박씨는 “현재 친구 치과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월급의 일부를 압류하겠다는 통보를 받아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의 늪 속에 이처럼 한인들을 포함한 미국 내 수많은 대학 졸업자와 학생들이 학자금 빚에 허덕이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4년제 졸업에 필요한 비용이 최고 20만 달러에 달하는 사립대학들은 물론 캘리포니아주 공립대학들의 등록금도 매년 크게 치솟고 있는데다 불경기로 구직난이 심화되고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학자금 부채를 짊어진 대졸자와 학생들이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연방, 주정부 가릴 것 없이 국공립대학 예산을 삭감하면서 학비는 오르고 취업문은 점점 바늘구멍이 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미 연방 교육부(USDE)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학자금 상환 예정자 360만명 중 8.8%에 해당하는 32만명이 상환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8만명이 증가한 수치로 199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현재 전체 실업률이 9.1%를 보이는 가운데 20-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거의 15%에 달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3년 6.5%였던 대학생 부채 체납율이 지난 6월에는 11.2%까지 증가한 것에서도 그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다. 


















 


대출금 벌기위해 한국행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빚을 갚기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일을 소화해내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방학 때 여가를 포기하고 한국이나 해외로 건너가 영어를 가르치며 돈을 마련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학 재학 도중 학업을 중단하고 2년간 한국에 체류하며 영어강사로 일한 최모(26)씨는 “미국 태생으로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면서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산더미 같은 빚을 갚아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급한 마음에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미국에서 경험을 쌓으며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영화감독의 길을 가고 싶었지만 대출금 때문에 발목이 제대로 잡힌 느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늘어나는 빚 때문에 상급 학교 진학은 물론 실업률에 치어 취업까지 포기해버린 학생들도 적지 않다. 옛날처럼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회구조는 말 그대로 옛말이 돼버렸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진학해 날개를 맘껏 펼치길 원했던 학생들과 그들의 도우미인 부모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학비에 대한 부담에 시달리며 허리가 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돼버리는 학생들의 고통은 정부의 예산삭감 때문에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실업율의 압박에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무거운 학자금 대출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한인 젊은이들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장기불황으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직장을 갖기 어려워져 기대만큼 소득을 벌지 못하는데다 정부의 대출한도로는 학비 충당이 어려워져 일부는 민간 금융기관을 통한 고리의 학비융자 대출까지 손을 뻗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부채가 늘어난 것도 한 몫 한다.


막대한 학자금 부채 때문에 파산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연방 파산법상 학자금 부채는 파산을 신청한다 해도 탕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이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않는 경우에 정부는 월급이나 개인 소득세 환불을 압류하는 등 비교적 엄격하게 대처한다. 학자금 대출은 파산을 해도 상환 의무가 남기 때문에 소셜 시큐리티나 상해보험 혜택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한 한인 변호사는 “이전보다 학자금 대출상환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직접 해결해 줄 방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1년에 3번의 기회가 있는 페이먼트를 연장하는 방법이라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학자금 대출 피하려는 명문대 학생의 하루



하루 5~6시간 수면 등 극단적 생활 불사



 


UC버클리 3학년생 한인 Y군은 수업 교재를 구입하는 대신 도서관을 이용한다.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학내 행사장을 기웃거리는 일이 잦고 때로는 식사를 건너뛴다. 운동 시간을 없애고 하루에 5~6시간만 자야 1학기에 21학점을 채울 수 있다. Y군이 이렇게 허리띠를 조이는 이유는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부모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모두 실직했고, 부동산 거품 붕괴로 여러 채의 집들이 압류당하는 것을 지켜본 Y군은 “많은 학우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다니고 졸업했지만 경제적 상황 때문에 직업을 찾지 못하는 걸 봐 왔다”고 말했다.


이것이 미 명문대 학생의 생활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대학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아예 처음부터 학자금 빚을 지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빚을 지지 않기 위해 수업 듣는 시간을 줄여 아르바이트를 하고 식사까지 거르는 등 극단적인 생활을 하는가 하면, 진학 당시부터 등록금 부담이 덜한 전문대에 진학했다가 차후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계획을 세우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롱비치시티 전문대에 다니는 H군은 1주일에 40시간을 일하는데 쓴다. 일을 마치고 곧바로 학교에 가서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되기 일쑤고 주말은 학교 숙제를 하는데 보낸다. 4년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빚을 지지 않으면 나중에 삶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질 것”이라며 “2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할 필요 없이 차를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칼리지보드'(College Boar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신규 대출 증가율은 거의 ‘0%’에 가까웠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학생 1인당 대출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학생들이 빌려 쓴 사채의 경우에도 2007~08년 약 240억 달러에서 지난해 80억 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 미 정부가 학자금 보조금을 확대한 이유도 있지만 학생들의 ‘빚 혐오’ 정서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부모 세대가 차입에 의존한 생활을 하다 거품 붕괴로 몰락하는 것을 지켜본 학생들이 빚지는 것을 꺼리는 현상을 인정하면서도, 아예 빚을 지지 않으려고 극단적인 생활을 하다 보면 나중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고등교육정책기구(IHEP)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의 86%는 학점을 다 채워서 들었지만 대출받지 않은 학생들이 학점을 다 채운 비율은 70%였다. 또 학점을 다 채워서 수업을 들은 학생의 60%는 8년 안에 학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이 학위를 받은 비율은 25%에 그쳤다.


게다가 전문대에 진학한 학생 중 4년제 대학 학위까지 얻는데 성공한 이들은 26%에 불과한 반면 4년제 공립대에 진학한 학생 50%가 학위를 받았고 사립대 학생의 학위 취득 비율은 73%였다.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의 경우 더 많은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아예 빚을 지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졸업 이후 자신의 인생 설계에서 부정적인 변수를 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통제가 가능한 수준의 대출을 감당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빚을 갚을 방도가 없는 청년 구직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다 본질적인 해법은 일자리 창출에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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