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지 않는 통일교, 확산되는 ‘왕자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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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 총재의 막내아들 형진씨(왼쪽)가 종교를 관장하고, 삼남 현진씨(오른쪽)는 비영리기구(UCI)를 총괄한다.


 


 




 


문선명 총재의 통일교가 ‘왕자의 난’으로 시끄럽다. 수천억 재산을 둘러싸고 문선명 총재의 아들 간에 잇따른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선명 총재가 이러다가 법정에 서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고 있다.


왕자의 난은 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통일교 후계자이자 7남인 문형진씨가 3남 현진씨에게 UCI(옛 통일교회세계재단)를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을 미국 워싱턴D.C. 민사법원에 제기한데 이어 최근에는 4남 문국진 통일교재단 이사장(41)이 곽정환 전 통일교재단 이사장(75)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곽 전 이사장은 문국진 이사장의 형인 문현진 UCI 이사장의 장인이다.


지난 1월에는 UCI 계열 워싱턴타임스항공이 문선명 총재의 부인 한학자씨(68)가 대표로 있는 재단법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선교회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등 238억75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수천억원대의 재산과 통일교 운영을 둘러싸고 형제들간 소송이 빗발치고 있는 형국이다. 도대체 통일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문선명 총재는 부인 한학자 여사와의 사이에 7남 7녀를 두었다. 첫째·둘째·여섯째 아들은 사고나 자살로 죽었다. 현진씨가 맏아들이고 형진씨는 막내이다. UCI는 현진씨가 장악하고 있는 통일교 산하 비영리 기구(NGO)이다. JW메리어트호텔과 신세계백화점이 있는 센트럴시티(서울 서초동 반포동 소재), 일성건설, 미국 생선 유통업체 트루푸드, 미국 항공기 운영업체 워싱턴타임스항공이 UCI 산하에 있다.


왕자의 난의 핵심은 형진씨가 현진씨에게 설립자인 문총재의 뜻에 맞지 않게 UCI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원래 소유주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가정연합)으로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최근 국진씨가 현진씨의 장인이 파크원 건설 사업의 시행사인 Y22금융투자(Y22)에게 특혜를 줬다며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빗발치는 소송전


형진씨는 현진씨의 바로 밑 동생인 4남 국진씨와 손잡았다. 형진씨는 교회 산하 단체와 교인들을 동원해 현진씨를 공격하고 있다. 현재 국진씨는 통일교 재단의 돈줄을 쥐고 있다. 종교적 권위는 형진씨가, 재정은 국진씨가 나누어 갖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통일교 후계자로 꼽히던 현진씨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통일교 산하 단체의 회장 내지 부회장 자리에서 차례로 쫓겨났다. 통일교 재단 산하 통일그룹 계열사는 일찌감치 국진씨에게 넘어갔다. 이제 현진씨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UCI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현진씨는 사생결단식으로 UCI를 지키려 한다. 재판 결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변수는 설립자인 문총재의 뜻이다. 소송 당사자 가운데 한쪽에서 문총재를 증인석에 세우리라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통일교 신도 사이에 ‘메시아’로 군림해 온 문총재는 이제 아들들의 재산 다툼에 동원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삼형제 사이에 일어난 재산 다툼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통일교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마다 현진씨 세력과 형진·국진씨 세력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남아메리카 파라과이와 브라질부터 중앙아시아 네팔, 아프리카 케냐까지, 전세계에서 교회 재산이나 후계 구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한쪽이 추진하는 국제 행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거나 종교 지도자 자격으로 수행하는 선교 활동을 막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미국이나 브라질에서는 민·형사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형진씨와 국진씨가 공격하면 현진씨가 막아내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현진씨가 지배하던 자산이 하나씩 형진씨와 국진씨 휘하로 넘어갔다. UCI 산하 워싱턴타임스가 지난해 11월 국진씨가 지배하는 미국 법인 뉴스월드커뮤니케이션디벨럽먼트에게 넘어갔다. 워싱턴타임스는 그동안 통일교 일본인 신자 헌금으로 자금 지원을 받아 운영되어왔다. 국진씨가 재단 자금줄을 장악하면서 2009년 7월 워싱턴타임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워싱턴타임스는 홀로서기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워싱턴타임스는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국진씨에게 넘어갔다. 지난 2009년 12월 피스컵조직위원회에서 현진씨 측근 인사가 밀려나면서 피스컵조직위원회도 국진씨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다.


통일교 왕자의 난은, 브라질에서는 민·형사 사건으로 비화되었다. 현진씨가 지난해 5월 브라질 유명 기독교 지도자 마누엘 페레이라를 만나고자 브라질 상파울루를 방문했다. 현진씨는 통일교 현지 교회에 참석하고자 했다. 새벽 예배에서 강론하기 위해 교회에 들어서자 통일교 남미 지역 총괄역 신동모씨와 시몬 페라볼리 통일교 브라질협회장이 현진씨의 강론을 막아섰다.


화가 난 현진씨는 신씨와 페라볼리 협회장을 예배당에 세워놓고 발로 차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누군가 폭행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8분 분량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다. 페라볼리 협회장은 지난해 12월 폭행 비디오를 증거 자료로 첨부해 현진씨를 상대로 교회 출입 금지나 접근 금지를 요청하는 법원 사전 명령을 신청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법원은 사전 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접근 금지 신청이 기각되자 페라볼리 협회장은 현진씨를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교 본부가 페라볼리 협회장에게 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파장이 커지면서 문총재는 지난해 6월 ‘(통일교회) 상속자는 문형진이고 나머지는 이단이다’라는 휘호를 작성해 발표했다.


“만왕의 왕은 한 분 하나님, 참 부모님도 한 분 부모, 만 세대의 백성도 한 혈통의 국민이요, 한 천국의 자녀이다. 천주평화통일본부도 절대 유일의 본부다. 그 대신자, 상속자는 문형진이다. 그 외 사람은 이단자며 폭파자다. 이상 내용은 참 부모님의 선포문이다.” 


 





















 ▲ 2009년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책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 출판기념회에 문총재 가족들이 참석하고 있다.

계속되는 전쟁


문총재가 선포문까지 발표했지만 다툼은 확산되는 형국이다. 최근 국진씨가 현진씨의 장인을 배임혐의로 고소한 것도 주도권 다툼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진씨는 고소장에서 ‘곽 전 이사장이 ‘파크원’ 건설사업 시행사인 Y22금융투자(Y22)와의 계약에서 특혜를 제공해 통일교재단에 716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크원 건설사업은 서울 여의도의 통일교재단 4만6465㎡ 땅에 지상 72층과 56층 오피스 건물 2개동과 지상 6층 쇼핑몰, 국제비즈니스호텔 등을 짓는 것이다.


통일교재단 측은 “2005년 곽정환 당시 이사장이 Y22에 유리한 계약을 맺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 당시 곽 이사장이 Y22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통일교재단 측은 “계약 당시 많은 사람이 미심쩍은 부분을 지적했지만, 곽 전 이사장은 ‘Y22는 문선명 총재가 소유한 회사’라며 믿으라 해서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Y22는 “곽 전 이사장과는 연관성이 없다. 계약서 작성도 정상적으로 이뤄져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Y22는 2005년 통일교재단으로부터 99년간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지상권을 획득했다. 건물을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됐다. 계약서를 근거로 Y22는 지난해 10월 오피스 건물 2동을 미래에셋과 매쿼리에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


통일교재단은 ‘부당한 계약’이라며 ‘지상권 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Y22의 손을 들어줬고, 재단 측은 항소했다. UCI 관계자는 “통일교재단 측이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잡았다면 검찰에 고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소를 한 것은 곽 전 이사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파크원 사업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이는 것은 통일교가 이곳을 통일교의 성지처럼 조성한다는 계획 때문이다. 즉 여기의 소유권이 누구냐에 따라서 적통성이 실릴 수 있다.



2008년부터 시작


사실 형제간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래 2008년까지만 해도 문현진 회장은 통일교의 후계자 1순위로 지목되었다. 그는 2005년 월드카프의 세계회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통일교의 핵심 기관 중 하나인 UCI 회장과 천주평화연합(UPF) 공동의장 자리에도 올랐다. 하지만 미국에 머무르던 국진씨와 형진씨가 귀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국진씨는 1조 7천억원규모의 통일교 산하 기업을 총괄하는 통일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형진씨는 통일교 본부교회 당회장을 거쳐 통일교 세계회장에 올랐다. 통일교의 핵심인 기업과 종교 부문을 두 사람이 움켜쥔 것이다. 두 사람이 전면에 등장한 이후 문현진씨는 NGO(비정부 기구) 사업 부문과 통일교 미국 사업 책임자로 밀려났다.


지난 2009년 1월에는 문총재가 현진씨 대신 형진씨를 공식 후계자로 지목했다. 문총재의 구순 생일잔치를 겸한 자리에서였다. 이에 현진씨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내분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통일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문현진 회장은 통일교의 틀을 넘는 초종교 운동을 줄곧 주장했다. 이런 모습들이 내부적으로 반발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문선명 총재는 겉으로는 국진, 형진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60여 년 동안 기독교계의 극한 이단 시비 속에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국내외에 교세를 확장해온 통일교에서 문선명 총재의 말은 곧 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현재 셋째 아들 현진씨는 아버지의 선포문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이런 지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배후에 문 총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자기에 대해 허위 보고를 하는, ‘종권에만 눈먼 세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을 패륜아와 사탄으로 모는 교회 내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통일교를 만든 문 총재가 과연 살아생전에 어떻게 내분을 수습할 수 있을지 종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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