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르는 魔(마)의 11월?…5건 잇따라 ‘자살공포’ 도가니

이 뉴스를 공유하기


















 


지난 21일 LA의 유명 한인 여성 앵커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한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는 23일 가디나에서는 한인 진모씨가 부인 유모씨를 총격 살해 후 자살해 또 한번 한인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또 5일 후 28일에는 한인 남성 노모씨가 동거녀를 살해하고 목을 매 자살했으며, 그에 앞서 지난 15일 시애틀에서는 이모씨가 동거녀 김모씨를 살해한 후 자살한 채 발견됐고, 14일에는 한인 최모씨가 가든그로브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11월 들어 한인 자살 사건이 5건이나 발생하는 등 최근 미주 한인사회에 자살소식이 줄을 이으면서 연말을 앞두고 자살 문제가 한인사회의 당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한인사회에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자살문제의 심각성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는 위기감과 더불어 한인 사회 전체에 자살 예방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을 뛰어 넘은 미주 한인사회의 자살문제의 실태와 예방법을 긴급 진단해본다.



<시몬 최 취재부기자>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에 가디나 지역에서 50대 한인부부가 싸움 끝에 남편이 부인을 총격살해하고 자신도 머리에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가디나에 거주하는 52세 진모 씨와 부인 양모(55세)씨가 자신의 아파트에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 진씨가 부부싸움 끝에 집을 나서던 부인 양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숨진 진씨는 5년 전 중국동포인 양씨와 재혼해 지난 해 2월 이 아파트에서 거주해왔으며 최근 양씨가 시민권을 얻은 후 사이가 예전 같지 않았다. 주변의 지인에 따르면 남편 진씨는 당뇨병으로 심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다 6~7월 전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며 재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인과 자주 다퉈왔으며 최근에는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3개월의 아파트 렌트비가 밀려있는 상태였다.


사건 발생 후 집안에서 진씨가 인근에 거주하는 가족과 18살 된 대학생 아들 앞으로 써놓은 유서가 발견 되면서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 계획된 범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서에는 그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중국 연변 출신인 부인 양모 씨와의 정서적, 문화적인 갈등과 최근 부인이 이혼을 요구한데 따른 정신적인 충격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가정불화 극단 선택


진씨 부부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 15일에는 시애틀 어번시내 아파트에서 한인 남성 이모(64세)씨가 동거녀 김모(65세)를 목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이 아파트에서 동거해 왔으며 이전에 가정폭력 등의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이씨가 김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 남녀가 각기 다른 성을 사용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결혼 아닌 동거관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정확한 사건 원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살인-자살 참극으로 연말을 맞는 한인사회가 큰 충격 속에 빠졌다. 앞에서 언급한 부인 살해 후 자살로 마감한 사건들은 심각한 위기 속에 흔들리는 한인 가정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최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비극적인 배우자 관련 살해사건들은 한인 가정의 불화와 가정폭력이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난 21일에는 LA지역 TV방송사에서 앵커로 활동해 오던 유모 씨가 한인타운 내 자신의 콘도에서 목을 맨 채 숨져 한인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경찰은 유씨의 사망을 자살로 추정하고 사망 원인을 수사중이다. 한국에 거주중인 유씨의 가족들은 비통한 소식을 접하고 미국으로 건너왔고 지난 25일 가족과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유씨의 장례식은 조용히 치러졌다.


또 지난 14일에는 라디오코리아 오렌지카운티 지사에서 근무하던 최모 씨가 가든 그로브에 소재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최근 LA 한인방송가는 흉흉한 소문들 속에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있다.


이처럼 최근 11월에 들어서만 위에서 언급된 사례를 포함해 확인된 한인들의 자살건수는 최소한 5건은 되고 있어 연말을 맞는 한인들의 우려가 부쩍 커지고 있다. 자살사건이 발생해도 사건의 성격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커지고 있다. 


















한인커뮤니티 자살률 1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통계상 미국은 인구 10만명 당 11.1명이 자살을 택해 세계 39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이 31.2명으로 세계 2위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OECD 국가들 중에서는 자살률이 가장 높다


문제는 이 같이 높은 자살률의 경향이 미주 한인들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LADMH)이 지난 9월 발표한 ‘2005~2009 LA카운티 자살 연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한 번 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설문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카운티 내 아시아계 주민들 가운데 한인들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유형은 감수성이 예민한 10대가 목숨을 끊는 청소년 자살, 홀로 남겨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노인 자살, 생활고로 인한 비관자살, 배우자와의 갈등, 가정불화로 인한 살인-자살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잇따른 한인들의 자살 참극으로 한인사회에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살은 그 징후가 감지됐을 때 주위에서 즉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항상 보던 주위 사람의 행동이 갑자기 달라지거나 우울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주위에서 쉽사리 자살 징후를 판단하지는 못한다. ‘저러다 괜찮아 지겠지’, ‘우울한 일이 있나보네’ 등의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사망 전 자살 징후를 보였고, 주위에서 이 같은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적절한 도움을 줬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자살 징후로는 수면장애, 식욕감퇴 또는 증가, 활력이 없거나 위축 등의 우울증, 약을 모으는 일, 유언장을 쓰는 일, 갖고 있는 물건을 남에게 주는 일, 자살의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경우,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무력감과 절망감을 호소하는 일, “끝내버리고 싶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 등이 있다.







계절성 우울증 증후군 조심


또한 연말 시즌은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강해질 수 있는 시기로 연말을 맞는 한인사회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까운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극단적인 비극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 김경희 카운슬링 매니저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삶에 어려움이 가중되며 가정불화가 생기고 신병비관에 따른 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한인들이 많다”며 “연말 가족, 친지, 친구들 모임으로 북적거리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는 우울증 환자의 고립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무엇보다 한인들이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며 “주위의 적극적인 관심과 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카운슬러는 또 “계절성 우울증 증후군은 특히 겨울철에 높아지는 경향이 짙다. 더구나 각종 행사가 이어지는 연말연시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며 “가능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며 주위에 혼자 사는 한인이나 독거노인이 있다면 따뜻한 사랑을 전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우울증 예방을 위해 “긍정적 사고로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훈련,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 균형 잡힌 식습관 기르기 등을 조언했다.


 






 



 


▲ 2011. 11. 28 :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타운하우스에서 한인 남성 노모(40)씨가 동거녀 김모(33)씨를 칼로 살해하고 자신도 목을 매 자살.


▲ 2011. 11. 23 : 가디나 지역 아파트에서 한인 진모(52)씨가 부인 양모(55)씨와 이혼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부인에게 총격을 가한 뒤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자살.


▲ 2011. 11. 21 : LA지역 TV방송사에서 앵커로 활동 중이던 유모(36)씨가 LA한인타운 소재 자신의 콘도에서 목을 매 자살.


▲ 2011. 11. 15 : 워싱턴주 시애틀 어번 시내 12가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한인 이모(64)씨가 동거녀 김모(65)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자살.


▲ 2011. 11. 14 : 라디오코리아 오렌지카운티 지사에서 근무하던 최모(56)씨가 가든그로브에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살.


▲ 2011. 10. 23 : 샌디에고 출라비스타에 거주하는 채모(64)씨가 자신의 자택 차고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목을 매 자살.


▲ 2011. 9. 26 : 시카고 올드 윌로우길 소재 콘도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던 오모(46)씨가 한때 자신의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내연녀 유모(42)씨를 총격 살해 후 본인도 자살.


▲ 2011. 9. 14 : 뉴욕 맨해튼 2 애비뉴 선상 79가에 위치한 한 고층 아파트 18층에서 한인 여성 김모(29)씨 추락사. 경찰 자살로 추정.


▲ 2011. 8. 6 : 뉴욕시 플러싱 거주 한인 남모(44)씨가 실종된 지 5일 만에 키세나 팍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 경찰은 범죄 흔적 없어 자살로 추정.


▲ 2011. 7. 30 : 오렌지카운티 터스틴 월넛 스트리트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학생 신분인 한인 여성 심모(26)씨가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자살.


▲ 2011. 7. 11 : LA 한인타운 윌셔 블러버드와 웨스턴 애비뉴에 위치한 한 콘도 건물내 계단에서 한인 이모(38)씨가 이성교제 문제에 따른 우울증으로 목을 매 자살.


▲ 2011. 6. 18 : 뉴욕주 로체스터 시내 사우스 클린턴 애비뉴에 있는 한 주택에서 탈북자 한인 서모(53)씨가 부인 김모(47)씨를 칼로 찔러 살해 후 자신도 2층 다락방에서 목을 매 자살. 미국 정착 어려움, 언어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 가정불화가 자살 원인.


▲ 2011. 6. 18 : 애틀랜타 노크로스시 재커리 드라이브 주택에서 한인 여성 유모(35)씨가 남편 유모(46)씨를 총으로 살해하고 이어 자신도 총으로 자살. 가정불화가 자살 원인.


▲ 2011. 6. 8 : 오렌지카운티 라팔마 지역 무디 스트릿과 카메니타 로드 인근 쇼핑몰 건물 뒤 주차장에서 한인노인 김모(71)씨 분신 자살. 김 노인은 심한 가정불화를 겪던 중 부인 김모(67)씨를 망치로 수차례 머리를 내려쳐 중상을 입힌 뒤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자살.


▲ 2011. 5. 4 : 뉴욕 맨해튼 6애비뉴 선상 25층 아파트 옥상에서 한인 남성 김모(19)씨가 떨어져 사망. 경찰은 사건 전날에도 김씨가 같은 장소에서 자살을 시도했었다는 점을 미뤄 자살로 추정.


▲ 2011. 3. 8 : 뉴욕시 맨해튼 워렌스트릿에 위치한 35층 고층 아파트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을 앞두고 있던 한인여성 임모(26)씨가 추락해 사망. 경찰은 발코니 난간의 높이를 미루어 실족사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해 자살로 추정.


▲ 2011. 2. 13 : 뉴저지 파마무스 소재 한 메디컬센터 요양원에서 한인 노인 장모(87)씨가 자신의 병실에서 신발끈으로 목을 매고 자살.


▲ 2011. 2. 5 :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에서 박모(57)씨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자살. 박씨는 10여년 동안 혼자서 생활하며 평소 우울증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2011. 1. 16 : 뉴저지 메인 스트리트 기차역 인근 기찻길 건널목에서 한인 소녀 강모(16)양이 달려오는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


▲ 2011. 1. 10 : 밸리 지역 그라나다힐스 자택에서 전 한인비디오 미주연합회장을 지낸 마모(57)씨가 영화 배급시장이 급변해 사업체에 타격을 받고 어려움을 겪다 스스로 목을 매 자살.


▲ 2011. 1. 3 : LA 한인타운 놀만디 애비뉴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한인 홍모(27)씨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실연을 비관하다 우울증으로 목을 매 자살.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