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길러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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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중 한사람입니다. 지난 2009년 4월21일 그는 ‘손도끼와 골프퍼터와 전기총’이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손자뻘인 젊은이들한테 얻어맞을까봐 위협용 흉기 하나씩을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는 또래 친구 할아버지들 얘기였습니다.
승용차에 손도끼를 싣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젊은이가 운전하는) 버스나 대형차가 자기차를 밀어붙여 중앙선을 넘게 하거나 다른 차와 추돌하게 만들 때 “손도끼가 아주 유용했다”고 그는 말합니다. 하루는 위협을 가해오는 버스의 백미러를 실제로 손도끼로 박살을 냈습니다. 다른 할아버지는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린 학생들을 타이르다가 큰 봉변을 당했습니다. 그는 절치부심(?)하고 골프퍼터로 무장했습니다.
김대중 칼럼엔 이런 글이 나옵니다.
“…나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 있다. 주택가 네거리에서 우회전하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대여섯 명의 여중생들이 건널목의 초록신호가 빨간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자기들끼리 떠들고 장난치며 건너기에 빨리 좀 가라고 한마디 했다. 그랬더니 한명이 할아버지뻘인 내게 다가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며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는 게 아닌가….”
그의 칼럼 끝 구절은 이렇습니다.
“…또다시 젊은애들한테 봉변당하기 전에 나도 방어용으로 진짜 총처럼 생긴 전기총 하나 장만해야겠다….”
김 고문이 이 칼럼을 쓴지 2년 반이 흘렀습니다. 할아버지들이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며 버릇없이 대드는 젊은이들을 겁준 ‘흉기’들은 과연 뜻한 바의 효과를 거뒀을까요? 글쎄요…. 젊은이들은 손도끼나 전기총 같은 신석기 시대에나 통했을 어른들의 무기에, SNS라는 ‘최첨단-초강력-대량 살상무기’로 대항하며 ‘꼰대진영’을 오히려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시대 한국사회 최대 화두의 하나인 ‘세대간 충돌’에서 노년세대는 SNS라는 신병기로 무장한 분노한 젊은 세대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주(敗走)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2011년 11월 14일에 쓴 ‘어느 부자의 대화’에서 김대중 씨는 독백합니다.
“…어른 세대는 젊은 세대가 좌절과 고민을 안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른들이 겪었던 어려운 과거를 젊은이들에게 그대로 대입하는 일은 하지 않아야한다. 우리도 어렵게 컸으니 너희도 겪으라는 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을 그렇게 키운 것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완전 전의(戰意) 상실이지요? 자동차 트렁크 속에 있던 전기총도 버리고 무장해제 상태에서 요즘 젊은이들에게 항복의 악수를 청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젊은것들 따라하기


요즘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어른들의 짝사랑 공세가 볼만합니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난 2040세대의 힘에 화들짝 놀란 기성 정치권의 ‘젊은 것들 따라하기’도 대유행입니다. 대선주자 박근혜 의원은 ‘콧털과 국회의원의 공통점’ 같은 우스개 퀴즈를 가지고 젊은 대학생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얼음공주’의 파천황(破天荒)적인 변신입니다. 안철수가 재미 본 ‘청춘 콘서트’를 흉내 낸 짝퉁 콘서트도 사흘이 머다하고 대학 캠퍼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안철수 콘서트의 파트너 중 한사람인 법륜 스님에게 젊은애들한테 아부하는 비방을 물어오는 정치권 인사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치나 종교, 시민단체 그런 것엔 관심 없어요. 그냥 모두 꼰대라고 합니다.” 두손 들어 항복하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맞추라는 얘기입니다. 전직 국회의원이며 ‘나꼼수’의 패널인 정봉주는 야권의 어떤 대선후보를 향해 이런 충고를 했습니다. “그는 더 까불어야 한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놀고, 더 망가져야 한다.”
“젊은애들의 입맛에 맞춰라. 말투도 흉내내라. 태생이 점잖다면 스스로 경박해지도록 노력해라. 막말의 민망함에 비례해 인기가 올라간다. 만화책 같은 괴담과 유언비어를 뿌리면 열광한다….”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 11월17일자 칼럼>


공지영과 손학새


요즘 소설가 공지영이 뜨고 있습니다. 박원순의 멘토로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을 울린 공지영은 FTA 반대 정국을 이끄는 장외 주역으로 주가를 한창 올리고 있습니다. 그가 트위터에 한마디 하면 민주당의 당론까지 바뀌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제1야당 대표인 손학규를 ‘손학새’라 조롱하며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는 다소 생뚱맞은 글을 올렸습니다.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손 대표는 입도 뻥끗 못하고 있습니다. 공지영이 거느리고 있는 25만 팔로워 대군(大軍)이 두렵고 무섭기 때문입니다.
FTA 반대세력들은 요즘 매일 시위를 벌입니다. 어느 날 몇 시 어디서 집회를 연다고 알려주면 공지영은 25만 팔로워들에게 집회참가를 권유하는 트윗을 날립니다. FTA 반대 시위 총책은 사실상 공지영인 셈이지요.
인터넷에서 공지영을 검색하면 많은 관련 검색어가 뜹니다. 공지영의 남편들, 공지영의 이혼사유, 공지영의 세 번째 남편, 공지영의 딸, 공지영의 나이….
그는 세 번 결혼에 세 번 이혼, 각각 성이 다른 세 자녀를 두고 있는 좀 별스런 사연의 싱글맘입니다. 올해 2월 MBC의 ‘무릎팍 도사’에 나온 그는 “결혼을 또 준비하느냐”는 사회자 강호동의 짓궂은 질문에 “사랑은 오는대로 할 꺼예요. 그러나 결혼은 하지 않을 꺼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공지영의 네 번째 남자는 아직 인터넷 관련 검색어에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남자보다는 트위터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양이지요. 젊은애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망가지는 일도 “태생이 점잖은 작가”인 그로서는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젊은 세대와 함께 망가지기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1.3%입니다. 미국은 20%정도, 유럽 대부분의 국가도 20~30%는 됩니다. 한국에만 유독 청년백수가 넘쳐나고 있는 건 아니지요. 젊은이들은 대기업만 찾고, 중소기업이라도 서울근무만 원합니다. 3D업종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부모와 같은 집에 살면서 용돈까지 얻어 쓰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수십만입니다. 이들이 주로 가는 곳이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 트위터, 그리고 각종 반정부 시위현장입니다. 모든 게 정부탓, 정치탓, 기성세대 탓입니다. 이 탓, 탓, 탓 덕분에 박원순이 날개를 달고 서울시장이 됐지요.
박원순은 경인운하 등 모든 토목사업을 중단시켰습니다. 뉴타운 건설 등 도시개발 사업도 올스톱 상태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고용이 는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고용확대는커녕 거꾸로만 가는 박원순 시장에게 아직도 젊은이들은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 ‘파이팅!’만 외치고 있습니다.
잘못 키웠습니다. 잘못 키워 미안할 따름입니다. 잘못 키운 죄의 업보로 그들을 옳은 길로 이끄는 대신 함께 까불고, 함께 망가지는 길로 어른들은 따라가고 있습니다.
불과 2년 반 전입니다. 손도끼와 골프퍼터와 전기총으로 젊은 것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꼰대들이 만용(?)을 부리던 때가 말입니다. 요즘 그런 어줍잖은 짓 하고 나섰다가는 공지영과 이외수한테서 먼저 한방 날아들 겁니다. 이외수가 즐겨 쓴다는 “님 죰 쨩인듯” 어쩌구하는 트윗이 뜨겠지요. 남사스럽게 망신당하는 것보다 그냥 애들과 함께 까불고 망가지며 사는 게 속편하다고 생각하는 꼰대들이 늘어나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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