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김영완 소환조사 노림수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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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선데이저널>은 제748호 커버스토리 ‘박지원 압박위한 특급밀명 김영완을 찾아라’ 제하의 기사를 통해 여권 핵심부가 대북송금 사건의 키맨인 김영완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당시 일부 본국 언론이 이 보도를 그대로 받아쓴 바 있으나 소식은 이내 묻혀 버렸다. 이 보도로부터 1년 3개월이 흐른 지난 11월 <선데이저널>의 보도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부장)는 지난 11월26일 귀국해 자수서를 제출한 김 씨를 같은 날 소환 조사했다고 2일 밝혔다. 김 씨는 2003년 대북 송금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 검찰이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기 전 미국으로 출국해 기소가 중지된 상태였다.

김 씨에 대한 조사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총선자금 150억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지난 2006년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 주요 관계자인 김 씨에 의해 새 진술이나 단서가 나올 수도 있을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선데이저널>은 최근 검찰의 한 관계자로부터 의미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영완이 귀국했다가 다시 나간 것은 검찰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김 씨가 무언가 검찰에 얘기해주는 대가로 기소중지된 김 씨의 혐의를 검찰이 눈 감아주는 빅딜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김 씨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주는 대신 검찰이 받은 카드는 무엇일까.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선데이저널>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김영완 간의 얼키고 설킨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어떤 언론보다 신속하고 꾸준히 보도해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해 8월에는 한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어 여권에서 김 씨를 송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특종 보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 씨가 실제로 지난 11월 극비리에 입국, 중수부의 조사를 받은 후 다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김영완 씨는 고려대 출신으로 전국적으로 24개 필지의 부동산을 소유한 거부이며, 유력 인사들과 상당한 교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언론에 처음으로 포착된 건 무기중개상으로 활동하던 1990년 미국 보잉사 헬기 도입 과정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다.

이를 계기로 당시 평민당 의원이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쯤 고(故)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과도 인연을 맺고, 이후 현대아산의 금강산 유람선 카지노 사업 로비 과정에도 상당히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박지원 의원과는 “권 전 고문이 소개했다”거나 “장관 출신 모 인사가 다리를 놓았다”는 등 엇갈린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검찰은 박 전 장관과 권 전 고문 수사 당시 김 씨를 현대아산이 권노갑·박지원 씨에게 제공한 비자금의 ‘관리책’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박지원·권노갑 씨는 오히려 “김 씨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짜고 정 전 회장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팔아 돈을 빼돌린 것”이라고 해왔다.

이같은 이력의 김 씨가 귀국해서 조사를 받자 당장 정치권과 법조계의 눈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에게로 쏠렸다. 간락하게 말하면 대북송금사건의 핵심인물이었던 김 씨가 특검 시작 전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박지원 당시 비서실장이 뇌물혐의에 대한 무죄를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야권에서는 “노림수가 있는 조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에서는 “정치적인 목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영완이 내놓은 보따리

















이런 가운데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선데이저널> 기자와 만나 검찰과 김 씨 간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 뉘앙스의 말을 전해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관계자는 “김영완이 귀국했다가 다시 나간 것은 검찰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김 씨가 무언가 검찰에 얘기해주는 대가로 기소중지 된 김 씨의 혐의를 검찰이 눈감아주는 빅딜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선데이저널 보도대로) 이번 소환조사가 검찰 자체적인 판단으로만은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여권과 검찰 간에 의견교환도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빅딜에 대해 “김 씨가 검찰에 전 정권과 관련된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치권과 법조계 주변에서는 김 씨의 뜬금없는 소환조사에 대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기소중지된 김 씨가 어느날 갑자기 귀국해 조사를 받고 곧바로 출국했던 것이 철저하게 계획된 수순 가운데 이뤄졌다는 것.

이와 관련 박지원 민주당 의원 측은 “이런 민감한 시점에 김 씨를 소환·조사하는 것은 야당의 유력 당권 주자에 대한 흠집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 측은 “이 사건은 당시에도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며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이미 끝난 사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주장하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박 의원 개인을 타깃으로 할 수는 없지만 김 씨가 여전히 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라는 데는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씨가 검찰에서 풀어놓은 보따리가 무엇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북송금 사건은?
















 

대북송금 사건은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정부의 요청으로 현대그룹의 자금이 북한에 비밀리에 송금된 사건이다.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현대그룹 측으로부터 15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당시 특검팀은 박지원 전 장관의 뇌물수수 의혹 뿐만 아니라 박 전 장관과 함께 정부 핵심 3인방으로 꼽혔던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임동원 전 국정원장을 조사해 5억 달러 불법송금 의혹을 밝혀냈을 뿐 아니라 이근영 전 금감원장 등이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불법대출해 준 사실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DJ는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박지원 전 실장 등 측근들이 ‘영어의 몸’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당시 법원이 장기간의 수사를 통해 검찰이 기소한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결국 무죄를 선고한 것은 한마디로 이 혐의의 핵심 증인인 김영완 씨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을 각각 증거로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고 정 회장 등 세 사람의 진술을 종합해 “2000년 4월, ‘박 전 장관이 돈을 달라고 한다’는 김영완 씨의 말을 전해들은 정몽헌 회장이 이익치 씨를 통해 양도성 예금증서 150억원을 전달했고, 박 장관은 이 돈을 김영완 씨에게 맡겨 놓고 수시로 돈을 가져오라고 해 모두 20~30억원 정도를 썼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이익치 씨한테서 ‘(박 전 장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한 정 회장은 이미 고인이 됐고, 대법원은 나머지 두 사람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했다.

우선 김영완 씨와 관련해 대법원은 “특별검사의 수사 개시 무렵 외국으로 도망가서 그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인데다, 김 씨가 사유 없이 귀국을 거부하면서 외국에서 보낸 진술서는 작성 경위와 방법이 비정상적이어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 전 장관이 20~30억을 일부 수표로도 썼다”는 김 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재판과정에서 김 씨와의 친분에 대해 부인했었다. 그러나 김 씨는 박 전 장관과 절친한 관계였던 것은 물론이고 전주(錢主)와 ‘금고지기’의 관계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김 씨에 대해 김영삼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를 통해 1998년 초 소개받았으며 그 후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연락을 하는 사이일 뿐이라며 김 씨와의 친분관계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둘 사이는 수시로 만나 형님 동생 하며 반말로 대화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대검찰청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박 전 장관은 평소 김 씨를 수시로 불러 술을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는 사이였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씨는 특검 전 미국으로 도피했었다. 검찰은 당시 김 씨의 미국 내 거주지를 확인하고 자진 귀국을 종용했었다. 하지만 덩시 검찰은 김영완 씨에게 자진 귀국이라는 명목으로 강제귀국이라는 카드를 차일피일 미룬 바 있다. 이에 검찰이 본국 정치권의 눈치를 봐가며 봐주기 식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것이다.

일단 검찰은 김 씨를 조사하면서 정 전 회장이 사망 직전 검찰에서 “김영완 씨가 알려 준 스위스 계좌로 현대상선 자금 3,000만달러를 입금했다”고 진술한 부분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씨의 이번 조사 과정에서 미제로 남아 있던 현대 비자금 사건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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