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익은 뒷전, 총선 쟁점 피하려 발효에만 “안달복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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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한미FTA 발효 시기와 관련해 당초 내년 1월 1일로 목표했던 발효 시기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미국 측의 일정 지연으로 인해 최소한 내년 1월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김성환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을 한미FTA 발효 목표로 했었지만 이행협의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의 영문번역 작업과 법률검토 작업, 연말연시 휴가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최근 미국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US트레이드>는 한국의 개정 법조문에 대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영문번역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연말 휴가 기간이 이어지기 때문에 내년 2월 중순 이전에는 발효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사이드 US트레이드>는 한국 정부가 조속한 한미FTA 발효를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은 내년 4월 한국의 총선에서 한미FTA 발효가 쟁점화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정부의 이런 정치적 속사정과 달리 미국 측은 영문번역 작업과 최종 점검 절차를 꼼꼼하게 밟고 있어 한미FTA 발효 시점이 내년 2월말에서 3월말로 늦춰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미FTA 반대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연일 들끓고 있는 등 한미FTA 가결을 놓고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에 직면하고 있는 MB정부의 타들어가는 속은 미국 측의 발효 시점 지연으로 더 까맣게 탈 것으로 보인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지난 12일 최석영 한국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브리핑에서 “한미 FTA 발효 목표일이 내년 1월 1일이었지만 미국 쪽에서 국내법의 번역과 법률검토 작업, 연말연시 휴일 등으로 당초 예정보다 작업이 지연돼 발효 목표일을 맞추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그러나 발효시기가 그렇게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업계에서도 약간의 지연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최 대표는 “일각의 전망에 따르면 1월 중하순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한국 측에서 한미FTA 이행 법률의 하위법령 정비작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미국 측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발효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FTA 발효 시점의 지연 가능성을 놓고 미국 언론에서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는 조금 다르게 지연 내용을 제기했다. 미국 측 속사정에 정통한 미국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US트레이드>는 지난 9일 “한․미 양국은 지난 5~6일 워싱턴D.C.에서 발효 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가졌었는데, 이 자리에서 한국 측은 다음달 1일 한미FTA 발효를 요청했으나 미국 측은 최종 점검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인사이드 US트레이드>는 미국 측의 지연 이유로 “한국의 개정 법조문에 대한 미 무역대표부(USTR)의 영문 번역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연말 휴가기간이 이어지기 때문에 내년 2월 중순 이전에는 발효가 쉽지 않다”고 미국 당국자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또 미국 당국자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위해 서울을 방문하는 3월 26~27일을 한미FTA 발효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이 언론은 관측하기도 했다.


즉, 1월 중은 물론이고 늦춰질 경우 내년 한국 총선 직전인 3월말로 한미 FTA 발효가 늦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속한 발효로 정치적 부담을 빨리 덜고 총선을 맞으려는 이명박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한미FTA부수법안에 서명을 했다.

검증없이 발효만 서둘러


<인사이드 US트레이드>는 한국 정부가 조속한 발효를 원하는 이유로 내년 4월 총선을 들었다. 이 언론은 “한국 정부와 여당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미FTA가 쟁점화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빨리 한미FTA가 발효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특히 최근 한국의 현직 판사들도 한미FTA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 정치적 논란이 자칫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차기 대통령은 재협상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한미FTA 발효로 인해 야권과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가 총선까지 이어질 경우, MB정부와 집권 한나라당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즉, 한국 외통부 측에서 밝히고 있는 이유와는 달리 정부 측이 내년 1월 1일자 발효에 안달복달하는 진짜 이유는 내년 4월 총선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한국과 최종 실무협의를 진행하며, 한국 정부가 한미FTA 이행에 필요한 행정·입법 조처를 마무리했다고 판단되면 이를 의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미국 의회의 확인까지 끝나면 두 나라가 법적 요건과 절차를 완료했다는 서면 확인서를 교환하고 지정한 날부터 비로소 한미FTA가 시행된다.


또 미국 측이 지연 이유로 밝힌 개정 법조문에 대한 미 무역대표부의 영문번역 작업, 법률 검토 작업 등과 같은 꼼꼼한 개정 절차가 한국 측에는 또 하나의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률 제101조(b)에는 “미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협정 발효일에 시행되는 협정의 대항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되는 때에, 대통령은 협정이 2012년 1월 1일 이후로 미합중국에 관하여 시행된다는 점을 규정한 서면(Note)을 대한민국 정부와 교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외통부가 든 미국 측의 이유는 ‘한국 국내법의 영문번역과 법률 검토 작업, 연말연시 휴일’ 등이다.


미국의 통상부 공무원들은 이행법률에 의거 양국 간의 초대형 조약을 발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검토하고 한국 측이 미국의 국익에 필요한 법개정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법 개정 절차를 시간을 두고 철저히 풀이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 외통부는 그와 같은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점이 문제다. 한국의 외통부는 과연 ‘미국의 국내 절차가 제대로 완료되었는지, 미국 측이 철저하게 한국 측의 발효절차를 따지는 동안 어떤 점검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떳떳하고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미FTA 저지 범국민본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요구해야 할 사안도 제대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는 미국법이 한-미 협정을 제대로 반영했는지조차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상태로 협정 발효만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조급한 한국 정부를 되레 미국이 이행법안 최종 점검,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등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11월 말 야당의원들은 공동으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고발장에는 미국은 협정준수를 위해 최소한 3개 법률 4개 조항을 개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즉, 미국은 한국의 국내절차 완료여부를 미국의 국내 법률에 기초해서 철저하게 점검하는데 반해 한국 외통부는 미국의 국내절차 완료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미 국빈방문 때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



2,600여개의 번역 오류


번역부분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외교 실무자들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한미FTA 2007년본과 2011년 본을 시민검증단이 상호 대조해보니 차이가 나는 곳이 2,600개였다. 그 중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 500개 이상이 나왔다.


외통부의 FTA 협정문 번역 오류는 이미 지난 한-EU FTA 협정문에서 200개 넘게 발견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후 한미FTA 협정문에 대해서도 재검독이 진행됐다. 외통부는 뒤늦게 잘못된 번역이 166건 등 모두 296건의 오류를 발견했고, 이를 고친 후 수정된 협정문을 국회에 다시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번역 전문가 등이 포함된 시민검증단이 검증한 한미FTA 번역 오류 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85명에 달하는 시민검증단이 12일에 걸쳐 한미FTA 협정문을 일일이 검토한 결과, 2,600여 개에 달하는 번역 오류가 나왔다. 특히 협정문의 주요한 내용의 번역 오류만 503개에 달했다. 외통부 결과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번역 오류로는 ‘세금’을 ‘이윤’으로, ‘파기’를 ‘보류’로, ‘옮겨서’를 ‘제거하고’ 등 전혀 관련성이 없는 엉뚱한 단어로 번역한 경우도 있었다. 아예 기초적인 용어조차 번역이 틀린 것도 많았다. ‘초과’를 ‘이상’으로, ‘이하’를 ‘미만’으로 ‘2인’을 ‘1인’으로 ‘담배’를 ‘담뱃잎’으로, ‘계좌’를 ‘계산’으로 번역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밖에 법적으로 효력이 달라질 수 있는 문장에서도 번역이 잘못됐다. ’30일 영업일’을 ’30일’로 썼거나, ‘양여’를 ‘양도’로, ‘거래’를 ‘무역’으로, ‘가격’을 ‘가치’로 번역해 놓은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2007년본과 2011년본이 어떻게 다른지 ‘정오표’를 보자는 요구조차 외통부는 한사코 거부하다 급기야 소송까지 해야 했다. 최소한 미국 공무원들처럼 미리 날짜를 못 박지 않고,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꼼꼼하게 번역했었어야했다. 하지만 오직 정치적 상황과 일정을 이유로 마구잡이로 한미 FTA 발효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정부가 주요 번역 오류를 공개하지도 않고 협정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미FTA 발효를 앞둔 시점에서 번역 오류를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미FTA 협정문 한글본이 제대로 번역됐는지 검토해야 한다”며서 “발효 절차를 중단하고 협정문부터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은 연일 한미 FTA협정 반대 촛불 집회를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 피해 집중될 듯


한편 한미FTA 발효에 앞서 후속 대책 등으로 한국정부의 부처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영섭 관세청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FTA가 발효되기에 앞서 관세청 차원의 준비 상황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일거리만 잔뜩 만들어내고 떠넘긴 격”이라면서 관련 집행부처로서 대책이 미흡한 실정을 토로했다.


주 청장은 “한미FTA 주무 부처들이 협정 비준과 발효에만 신경쓸 뿐 FTA의 취지를 살리고 피해를 최소화할 후속 절차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부족한 것 같다”면서 사실상 새로운 업무가 대폭 늘어난 관세청의 인력 부족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관세청 안팎에서는 원산지 증명은 물론, 수출기업에 대한 관세 혜택 안내와 같은 지원 업무가 협정 발효 이후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같은 정부의 부실한 준비 상황으로 인한 피해는 한미FTA 규정에 맞춘 교역 체제를 갖추지 못한 중소 수출기업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주 청장도 “대기업들은 원산지 증명 등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을 알아서 할 능력이 있기에 걱정이 없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정부의 지원 노력이 보다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다음 FTA 타깃인 한중일 3국간 FTA 발효를 위해 정부가 지나치게 한미 FTA 문제를 서둘렀다는 문제제기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석영 외통부 FTA 교섭대표는 “16일 마무리되는 한중일 FTA 관련 산관학 공동연구 결과를 내년 5월 중국에서 열리는 3국 정상회의에 보고하게 되는데, 정상들은 그 결과를 가지고 3국 FTA 협상 개시시기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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