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세계화의 전도사 조태권 광주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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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도자기를 만들다보니 국내에 수요가 별로 없었죠. 이걸 팔려고 선진국을 다니다보니 고급 도자기에 담길 좋은 음식과 술이 있어야 도자기의 수요가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음식과 술이 받쳐줘야 결국 그릇도 팔리는 겁니다.”


도자기를 만들던 분이 왜 식당을 내고 술까지 만들게 됐는지 궁금해 던진 질문에 조태권 회장은 준비했다는 듯 명쾌한 답변을 주었다.


전통방식으로 빚어낸 프리미엄 증류소주 브랜드 ‘화요’를 만들고 있는 광주요 그룹은 도자기와 외식 사업을 하던 회사였다. 이곳에서 술을 만들 게 된 것은 단순히 ‘술’을 생산해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를 재창조해 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식문화를 도자기와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조 회장은 먼저 한국 식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한식 레스토랑 ‘가온’을 만들었다. 가온은 한국의 도자기와 음식, 술, 공간이 어우러져 자랑스러운 우리의 식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재료를 고급화하고 차별화시켜 우리 식문화의 맛과 멋을 널리 알렸다. 외식사업으로 출발한 조 회장의 한식 세계화 전도는 이렇게 시작됐다. 명품 전통소주 ‘화요’는 조 회장이 꿈꾸고 있는 한국문화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할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어내려면, 그렇게 최고급 문화를 공략해야 한다”고 조태권 회장은 설명한다. 전통소주 ‘화요’는 광주요 그룹이 지향해왔던 바와 같이 철저하게 상류층을 겨냥했다. 장인정신으로 빚은, 옹기 숙성주다.


“그릇에는 음식을 담아야 하고, 술이 있어야 하며 또 미술 등 장식이 필요하지 않느냐.” 조 회장이 도자기 회사에서 주류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사업 확장을 해나가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 전통고급 소주를 표방한 ‘화요(火堯)’는 한국에서 지난 2005년 초 고급 음식점을 중심으로 유통되기 시작해 호텔,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언론 매체를 통한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서 현재는 고급 음식점, 백화점뿐만이 아니라 골프장에도 유통될 만큼 그 인기가 거세다.


한국문화의 세계화의 첨병역할을 할 ‘화요’는 세계화를 지향한다. 많은 미주 한인들의 기대와 기다림 끝에 마침내 화요는 지난해 8월 미주 시장에 첫 선을 보이게 됐다. 벌써 한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LA 한인타운에서는 갤러리아, HK마켓, H마트, 시온마켓 등의 한인마켓에서 화요를 만날 수 있다. 또 마당, 소향, 청기와, 용수산과 같은 한식당에도 보급돼 그 화려하고 중후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식 세계화의 첨병인 화요가 본격적으로 미주 한인들과 조우한 것이다. 


















 



우리문화 ‘세트’로 내놔야



조 회장은 외식산업이 세계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식생활 환경의 변화를 그 나라의 식문화는 이제 한 국가의 문화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더불어 외식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식문화는 술을 중심으로 발전하죠. 선진국에선 보통 음식값의 절반 정도를 와인에 쓰지 않습니까. 우리가 세계인이 마시는 술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온화하면서도 선굵은 미소를 지닌 백발의 노신사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얘기는 막힘이 없다. 조 회장은 당분간 술사업을 본업으로 삼겠다고 한다. “한식이 고급으로 인정받으려면 함께 곁들이는 술과 그릇이 모두 고급이어야 합니다. “


일본은 일식과 술·도자기 등의 문화를 묶어 세계에 유행시켰다. “문화란 여러 요소가 연결돼 있는 것이어서 어느 하나만 골라 그것만 발전시킨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이나 그릇 등을 세계에 팔 때도 하나에 그치지 말고 우리 문화를 세트로 팔아야 합니다. “


그는 한식의 세계화가 늦어지면서 한식 메뉴를 하나 둘 씩 일본에 빼앗기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미 일본이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일본식 한식을 만들어 우리 시장을 야금야금 빼앗아 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좁은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하고 있죠. 그러는 동안 세계는 ‘가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웠죠.”


무엇이 한식 세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일까. “한국 식문화는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단절됐어요. 전쟁 통에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술장사로 터부시됐고, 그러다보니 돈있는 사람들은 투자를 안 했죠. 이 때문에 음식점하는 사람들이 ‘가치경쟁’ 대신 다들 질을 낮춰 ‘가격경쟁’만 하고 있죠.”


그래서 돈 가진 사람들이 고급음식점을 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제가 15만원짜리 음식을 만들어 성공하면 남들이 10만원·5만원 짜리를 만들어 팔 수 있는 다양성의 폭이 생깁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한식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식당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중문화를 살리려면 고급문화가 있어야 하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폭이 커지면서 문화가 전반적으로 발전할 것이란 얘기다.


그는 절대 ‘싸구려’는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의 한식세계화의 철학에는 “문화는 언제나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른다”는 평소의 신념이 묻어있다. 그는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어내려면, 그렇게 최고급 문화를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음식은 국가 브랜드



조 회장은 선친의 도자기 사업을 물려받고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닌 문화 생산자로서의 책임과 안목까지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각 나라의 서로 다른 일상생활을 체험하면서 조 회장은 각국의 식생활이란 숲과 그 속에 내재된 문화적 요소들의 서열을 보기 시작했다.


“한 국가의 경제는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하는데 내수경제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의식주와 관련된 일상용품의 산업 중 특히 음식산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외국에 나가 식당에 들어가 보면 그 나라의 문화의 총체적 모습을 느낄 수 있어요.”


조 회장은 그 나라의 식당이야말로 한 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가장 첨예하게 느낄 수 있는 기준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그 나라의 고유 음식이야말로 그 나라의 국가 브랜드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우리의 한식에는 세계성을 획득한 상징적인 슈퍼스타가 아직 없다”면서 “이것은 한식 자체가 낙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현재 시점에서 새롭게 창조해내지 못하는 무관심과 무신경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식당의 발굴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외식업의 단일 품목 단가가 평균 6,500원에 족쇄가 채워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어떤 자리에서 누구를 만나건 한식의 고급화와 명품화를 주장한다.


“다른 나라의 술과 음식은 비싼 값을 치르며 한껏 폼을 내면서 우리 음식과 술은 값이 싸야한거죠? 남의 나라 문화소비에는 한없이 후하고 자기 문화에는 한없이 인색한 본인들의 모습을 한번쯤 생각해보면 한식 세계화에 고급화가 반드시 뒤따라야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문화로서의 음식이라면 당연히 최고급에서부터 일반 대중음식, 서민음식까지 수직적 다양성을 의미한다. 문화로서의 한식은 한국문화의 총체이면서 정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어디에 내다놓더라도 일본 음식점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식당을 연출하죠. 그들의 실내 장식은 그만큼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고 일본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문화전략인 것이죠.” 일본이 이렇듯 한식당에도 우리의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한식세계화 ‘장기플랜’ 세워야



최근 ‘한식세계화’가 언론에 이슈가 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2008년에는 정부 정책으로 “한식세계화’가 채택됐었다. 하지만 그는 정부의 ‘한식세계화’ 사업을 보며 절망감을 느꼈다고 한다.


“여기저기 많은 단체에서 공적자금으로 한식 세계화의 일환이랍시고 세계적 인사들을 초청해 한식을 체험시키는 행사들을 하는데, 내가 본 모습은 임자 없는 돈으로 행사를 위한 행사를 벌이기 위해 분주할 뿐이었어요. 그러느라 한식 세계화에 배당된 몇백억의 예산을 일회성 이벤트로 소모해버린 것이죠.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죠.”


그는 이어 “1천억 달러를 예상할 수 있는 범국가적 사업인 한식세계화 사업을 이렇다 할 마스터 플랜도 없이 여러 부서에서 중구난방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는 정부예산이 제대로만 사용됐다면 한식 세계화사업은 벌써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을 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가 말하는 문화사업은 손익개념이 아닌 투자개념의 사고로 결단해야 하는 사업이다. 문화란 단시일 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사업이란 궁극적으로 나라를 바로세우는 범국가적 최우선 정책사업이라는 것이다. 곧, 후세들을 위해 10년 내지 20년 아니 100년 앞을 바라보고 꾸준히 투자를 해나간다는 개념으로 생각해야 만 실현 가능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정책사업으로 채택되어야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조 회장은 주장한다.


“지금처럼 ‘한식세계화’를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달려들어 인맥을 통해서 추진되는 사업으로 방관한다면 21세기 우리의 꿈과 희망인 문화선진대국 진입은 혈세만 낭비하고 먹을 것 없는 요란한 잔치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그는 눈앞의 단기 실리만을 추구하는 근시안적 접근법으로는 ‘선진문화대국 대한민국’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속 한국문화 전파가 내 운명”



1948년 광주요 창업자인 고 조소수 선생의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조 회장은 일본에서 다도를 익히고 광주요를 설립해 도자기 굽기에 한 평생을 바친 부모 밑에서 동양문화의 세례를 흠뻑 받고 자랐다.


이후 미국 미주리 산업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마루이치 상사와 대우에서 상사맨으로 일한 조 회장은 이 시기 전 세계 100여 개국으로 출장을 다니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익혔다. 특히 ㈜대우 특수사업부 부장으로 무기 수출을 담당하면서 세계 각국의 상류층 문화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이후 선친의 별세로 1988년 광주요를 이어받은 조 회장은 ‘우리나라 도자기라면 우리나라에서 먼저 환대를 받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해 광주요를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 생활도자기 메이커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광주요가 궤도에 들어선 이후 광주요에서 생활도자기를 만들며 그 안에 맛 좋고 몸에 좋은 우리 음식을 담으면 어떨까 생각해 2003년 고급한식당 ‘가온’의 문을 연 그는 가온의 맛깔스러운 음식에 어울리는 우리 술 개발에 나서 2005년는 전통 증류식 소주인 ‘화요’를 출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 회장의 꿈은 어느덧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우리 음식문화의 세계화로 무르익었다. 우리 문화의 세계 전도는 이제 그에게 숙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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