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악역배우 문성근의 ‘악한정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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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비리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사람은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입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지 2개월 뒤인 2009년 7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여론은 그에게 따가웠지요. 허지만 그는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검찰을 떠났습니다.


“…수뢰사건 수사 중 예기치 못한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해서 수사팀에 대해 사리에 맞지 않는 비난과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아주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인규가 얼마 전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한겨례신문 이순혁 기자가 쓴 책 <검사의 속사정>(씨네21북스)에서입니다.


“…평생을 검사로만 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저승에 가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왜 그랬느냐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빚을 갚으라고 말하고 싶다….”


노무현 비리사건 수사와 그의 자살을 둘러싼 공방은 이렇듯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 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2인자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뼛속까지 친노’ 문성근은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당한만큼 되돌려 주겠다. 깨끗이 갈아 엎겠다….”


문성근 최고위원이 저주의 피울음 소리를 내며 울부짖은 “당한만큼 되돌려 주겠다”는 말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복수의 다짐입니다.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6월부터 여의도 정가엔 피바람이라도 몰아칠 것 같습니다.



‘보복당’ 대표는 문성근?



노무현의 아바타들이 50년 법통의 민주당을 접수했습니다. 점령군의 위세와 서슬이 대단합니다. 점령군의 완장부대가 쏟아내는 저주와 복수와 거친 숨소리가 여의도 상공에 음산하게 메아리칩니다.


배우 문성근은 ‘100만 민란의 수괴’를 자임하며, 중앙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그는 당대표로 선출된 한명숙을 제끼고 민주당의 한풀이 복수정치를 선봉에서 이끌어 나갈 기세입니다.


“…1% 너희끼리만 해처먹지 말고 나머지 99%도 잘 살자는 것이다. 임기가 하루 남았더라도 이명박을 탄핵하겠다. 노무현 정부가 당한 것을 깨끗하게 이명박 정부에게 되돌려 주겠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문성근의 정치는 99%의 민생문제에는 별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BBK, 내곡동사저,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현 정부와 연관된 모든 의혹 사건에 대해 특검, 재특검, 국정조사, 청문회를 하자고 외칩니다. 검찰개혁을 새 민주당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민주당이 차기 정권을 노리는 대안정당이라면 새 정책은 당연히 경제와 민생에 모아져야 합니다. 검찰개혁이나 특검타령으로 하루하루가 고달픈 99% 서민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는 없습니다. 검찰개혁, 디도스, BBK…, 그런 한풀이 정치야말로 1% 자기네들을 위한 것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었지요.


4년 전 허망하게 단명으로 간판을 내린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이들은 다시 밟으려 하고 있습니다. 당시도 99%의 민초들은 저임금, 취업난, 고물가, 주택난 등 경제적 고통에서 허우적댔습니다. 헌데 노무현 정권은 좌클릭 이념 놀음에만 재미를 붙여, 민생을 거의 챙기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2007년 대선에서의 530만표 차 대패로 나타났지요.


어떤 인터넷 논객이 쓴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2040세대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복지정책도 아니고, 재벌 규제책도 아니고, 부자가 가진것 빼앗기도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일자리다. 한명의 젊은이가 일자리가 없으면 그의 연인, 부모, 형제, 삼촌, 고모, 절친 등 최소한 10명이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린다. 한명이 일자리를 구하면 열 명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증오와 보복, 적개심으로 가득 찬 한명숙과 문성근의 정치가 서민들의 웃음꽃을 피워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통쾌한 보복을 하면서 저희들끼리는 웃겠지요. 문성근은 이미 집권을 다했다는 듯 “차기 민주정부 5년 임기동안, 남북국가연합(연방제)을 이루겠다”고 까지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일자리와 물가고 등 서민들의 고달픈 생활부터 챙기겠다는 소리는 민주당 내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한명숙과 문성근이 이끄는 민주당 지도부가 기자들과 만나는 회의장 앞면 벽엔 ‘점령하라! 2012!’라고 쓴 걸개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점령’과 ‘1대 99’ ‘되갚아 주자’ 이 세가지 말은 어느새 민주당의 정책 키워드가 됐습니다. ‘닥치고’나 ‘쫄지마’ 같은 강한 선동성ㆍ저항성 구호로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의 완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지 세력을 흥분시키고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런 ‘검붉은 구호’로 중도세력이 믿고 따라와 줄지는 의문입니다.



민주당 보복정치, 박근혜 웃는다



조선왕조 시대엔 두 번의 큰 민란(民亂)이 있었습니다. 동학교도들이 중심이 된 동학란을 뺀 순수 민란은 1811년 순조 11년에 일어난 ‘홍경래의 난’과 1862년 철종 13년에 발생한 ‘임술민란’입니다. 두 민란 모두 탐관오리들의 학정과 가렴주구에 분노한 백성과 농민들이 일으킨 폭동입니다.


배우 문성근은 2010년 8월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른바 ‘백만민란’이라 불리는 야권통합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를 소개하는 동영상에 올린 트윗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민란이라고 부르지만, 내일은 성공한 시민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시민혁명은 성공하고 있다. 우리는 오는 10월에는 500만 시민당원을 가진 강력한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 자신은 100만 민란으로 민주당에 입성하고, 오는 12월 대선에서는 500만 민란으로 정권을 빼앗아 오겠다는 자신감과 결기가 묻어납니다. 민란의 대상인 이명박 대통령은 탐관오리, 한나라당은 가렴주구당 정도가 되겠지요.


문성근이 꿈꾸는 500만 시민혁명은 과연 성공할까요? 자신의 평생의 꿈이라는 ‘통일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저들이 완장 찬 점령군 행세로 복수와 증오와 한풀이 정치에 매달리면 민심은 등을 돌립니다. 중간지대에 있던 무당파가 외면하고, 극력 좌파정권 탄생이 두려운 보수층과 영남이 결집하면 집권 가능성은 멀어집니다. 안철수가 붉은 완장 두른 한명숙과 문성근의 민주당과 손을 잡기도 께름직할 겁니다. 만약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1당이 되면 범보수 세력의 위기감과 견제심리가 촉발되면서 박근혜에게는 지금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습니다. 설쳐대는 문성근을 보며 정치적 내공이 만만찮은 박근혜는 지금 속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인규는 쫄까?



두 이씨가 지금 쫄고 있습니다. 강경 민주당의 보복정치 선언으로 쫄게 된 두 이씨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전 대검 중수부장 이인규입니다.


이인규는 자기의 검사옷을 벗긴 노무현 대통령을 저승까지 따라가 빚 갚으라 대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한겨레 기자한테 그런 말을 한 몇달 후, 노대통령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사람들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그에게 나타났습니다. “당한만큼 갚아주겠다, 쫄지마! 깨끗이 갈아 엎어줄게….” 문성근은 이렇게 이인규를 항해 겁을 줍니다. 어마지두 잔뜩 쫄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헌데 이인규는 어쩌면 쫄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대검 중부부장까지 한 베테랑 검사라면 벌써 눈치를 챘을 겁니다.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자살사건에 대한 조사나 특검을 요구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인규한테는 아마도 노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된 각종 비리 사건을 조사해 정리해 놓은 소위 ‘노무현 X파일’ 같은 게 있을 겁니다. 노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이, 바로 이 ‘노무현 X파일’을 들추면 그대로 드러나겠지요. 이인규가 문성근한테 ‘부엉이 바위 청문회’를 열자고 먼저 제의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아마도 문성근 세력이 쫄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3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문성근이 스크린에서 주로 맡은 캐릭터는 ‘강하거나 악한 역’이었습니다. 영화 밖 정치에서 그가 처음 맡은 캐릭터 역시 비슷합니다. 그가 펼칠 ‘500만 민란’ 드라마는 흥행에 과연 성공할까요?


<2012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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