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훈 칼럼] 철수씨, 지금 장난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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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 (언론인)

안철수 교수를 팍팍 뜨게 만든 건 ‘무릎팍 도사’입니다. 국민MC라는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의 토크쇼 ‘무릎팍 도사’는 예능프로 중 시청률이 꽤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2년 전 안철수는 이 프로에 출연해 똑똑하고 착하며 공공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시대적 엄친아’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는 사회적 존재감이 거의 없는 백면서생 컴퓨터 전문가에 불과했습니다.


2009년 6월 어느 날, 안철수는 “내 진짜 직업이 뭔지 고민이 돼 왔다”며 무릎팍 도사를 찾습니다. 그는 풍요로운 개인적 삶이 보장된 의사 직업을 버리고 IT전문가로 변신해 전국민에게 무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공급하게 된 사연을 공개합니다. 여리고 착하고 순수하고 헌신적인 안철수의 이미지는 여기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폐지된 프로인 무릎팍 도사에서는 박수무당 차림의 MC 강호동이 출연자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며 팍, 팍, 기(氣)를 넣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최첨단 IT과학자인 안철수도 이 박수무당의 기를 받으며 파안(破顔)했지요. 도사의 기가 통했는지 안철수는 이후 단번에 전국적 인물로 뜨기 시작했습니다. 의사 박경철, 정치인 김종인 윤여준, 종교인 법륜, 연예인 김제동 등이 안철수의 멘토를 자임하며 ‘청춘 콘서트’라는 전국 순회강연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현실에 절망하며 분노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번 꼴로 연 ‘청춘 콘서트’의 인기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젊은이들은 위로를 받았고, 안철수는 대권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는 ‘깜’도 안되는 박원순에게 후보자리를 기꺼이 양보해, 국민들을 또 한번 감동시켰습니다. 후보사퇴는 그를 시장보다 더 큰 ‘재목’으로 띄우는 결정적 변곡점이 됐지요. 그는 애당초 서울시장 자리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정교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라 시장 출마선언 → 양보 → 후보사퇴라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연출해, 단숨에 대선후보로 뜨려했다는 얘기입니다.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그럴싸한 추측입니다.



안철수의 거짓말



“안철수는 너무 심하게 예의바르고 너무 과도하게 겸손하다. 늘 양보하고 늘 순응한다. 내가 알고 있는 인간 본성으로는 위장을 하지 않고는 그러한 행동이 나올 수 없다. 그를 만날 때마다 위선 여부를 탐색했다….”


10년 전 안철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는 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위와 같이 수첩에 적었습니다. 자라오면서 부모한테 한번도 반항한 적이 없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회사 직원한테는 편안한 마음을 가진 것처럼 자신을 위장했다는 안철수는 이런 성격과 마음가짐 탓에 한때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얘기를 무릎팍 도사로 되돌려 보지요. 평생 거짓말을 못하고 속임수를 모르고 살아왔다는 안철수는, 그러나 무릎팍 도사에서 몇가지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군대 가던 날 얘기입니다. 아마도 전두환 정권때인 것 같습니다. 무릎팍 도사에서 그가 한 말입니다.


“…밤새워 컴퓨터 백신을 만들다가 아침에 전철 타고 서울역에서 기차로 훈련소에 갔다. 훈련소에서 집으로 전화해 입대사실을 알렸다. 그때서야 가족들이 나의 입대를 알았다….”


밤새워 컴퓨터 백신을 만들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침에 혼자 논산 훈련소로 향했다는 안철수의 고백에 시청자들은 엄청 감동했습니다. 훈련소에 입소하기 직전까지 세상을 위해 헌신했다는 사실, 군대 가는 것을 가족에게까지 알리지 않고 표표히 새벽열차에 오른 청년의사의 멋진 인간적 실루엣….


헌데 이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그의 부인 이미경은 다른 자리에서 다른 말을 했습니다.


“…입대 전날 남편은 밤늦게까지 백신을 개발하고, 이튿날 아침 나와 함께 전철타고 서울역까지 갔다. 기차타고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짠했다….”


두 사람 중 한사람은 뻥을 치고 있는 셈인데 아마도 부인 말이 맞을 겁니다. 사회를 위한 자신의 열정적 봉사 커리어를 자랑하려다 그만 너무 멀리 나가버린 건 아닐까요?


MC 강호동은 “이효리를 아느냐”고 돌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안철수는 “모릅니다. 이름이 특이하군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이효리 대신 박지성이나 김연아를 아느냐고 물었어도 그는 “모릅니다. 이름이 특이하군요”라고 시치미를 뗐을 거라며, 안철수의 위선을 꼬집고 나섰습니다.


대중가수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자신은 한가하지 않으며, 그런 저질(?)도 아니라고 그는 말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이효리는 안철수의 멘토라는 개그맨 김제동의 ‘절친’입니다. 김제동처럼 그녀도 저명한(?) 진보쪽 문화권력입니다. 아마도 김제동 따라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에 몇 번 참석했을지도 모릅니다. 헌데 안철수에겐 ‘이름이 특이한 전혀 모르는 여자’랍니다. 간첩들도 알 이효리를 대통령하겠다는 안철수는 끝내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습니다. 까닭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뻥 같습니다.



박근혜 상대는 문재인?



안철수 교수는 지난 1월 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나들이를 했습니다. 인천공항 출발 때와 도착 때 그는 몰려든 기자들한테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정치를 할 것이냐, 한다면 언제부터 할 것이냐….”


출발 때 그는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고민을 한국 언론들은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으로 해석하고, 일제히 그쪽으로 추측보도를 했습니다.


헌데 도착 때 그는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운을 뗀 뒤 “내가 말한 고민은 평생 살아가면서 하는 고민”이라고 엉뚱한 답변을 했습니다.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엔 “세월은 흐를 것”이라는 선문답으로 갈무리했습니다. “그를 만날 때마다 위선 여부를 탐색한다”는 최보식 기자의 비망록이 새삼 가슴을 후비는 대목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이니까 안철수가 정치적 행보에 나선 게 어느새 반년 가까이 됐습니다. 반년동안 안철수와 언론은 대선출마 담론을 놓고 숨바꼭질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의 답변은 극과 극을 오가고 냉온탕을 반복했습니다.


“…안철수 대선출마 기정사실… 대선출마 시사… 정치엔 선긋기… 저 같은 사람이 무슨 정치를… 대선출마 확률 99%… 굳이 정치참여 고민해야 하나… 안철수 연구소 주식관리용 제스처?…”


지난 두달 사이 주요 일간지 인터넷판에서 뽑은 안철수 관련 제목들입니다. 안철수의 화법은 대충 2~3주를 주기로 ‘출마한다-안한다’를 오가고 있습니다.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부족한 그의 성격 탓인지, 아니면 정교하게 계산된 말장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하여튼 지금의 안철수는 “심하게 예의 바르고, 과도하게 겸손하며, 늘 양보하고 순응하는…” 비망록 속의 안철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너무도 ‘우아하게’ 잘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기세는 요즘 욱일승천입니다. 안철수 없이도 대선에서 이긴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실세 최고위원인 문성근은 안철수 대신 문재인 쪽으로 마음이 이미 기운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안철수가 4월 총선에서 자기네를 지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총선에서 압승한 후 그 여세로 야권의 대통령 단일후보 자리도 안철수에게서 양보를 받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그리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대통령 꿈이 있다면 민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게 도와주지는 않을 겁니다. 안철수와 (예를 들어) 문재인이 제각각 나섰다가 선거막판에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엊그제 발표된 오마이뉴스의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는 대선 다자 구도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문재인에게 눌렸습니다. 박근혜 35.4, 문재인 25.3, 안철수 22.7입니다. 2012년 대선은 박근혜 – 문재인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가부간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급박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답답하다 못해 이제는 열불이 날 그의 지지자들은 묻고 싶을 겁니다.


“안 교수님, 지금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을 때입니까?”



<2012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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