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달라진 생활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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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토스에 거주하는 L씨. 웨스트 할리우드 인근에서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2006년형 서버밴(SUBURBAN)을 타고 다닌다. 출퇴근 거리가 길다보니 무엇보다 차의 안전성과 편안함을 중요시하는 L씨는 이 차를 처음 샀을 때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개스값이 갤런당 4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기름을 가득 채우면 110달러를 넘어선다. 그야말로‘$110 Fill-Up시대’가 된 것이다. L씨는“차를 몰고 밖을 나서는 게 두려울 정도”라고 한다. 천정부지라는 말 외에 다른 어떤 표현이 있을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개스값은 27일 현재 LA지역의 레귤러 개솔린 가격이 갤런당 평균 4.32달러를 기록, 5달러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뛰어있는 개스값이 조만간 5달러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위기감’으로까지 느껴지는‘개스값 공포’는 LA지역 내 한인들 가계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개스값 고공행진에 대해 AAA의 한 관계자는“갤런당 4달러가 넘어서면서 최소 시간당 9달러를 받는 일자리에서 7시간 이상 일해야 세단 차량 한 대에 개스를 채울 수 있다”며“개스 가격 급등이 미국 소비자들의 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최근 LA지역 개스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4달러선이 붕괴됐다. 특히 LA를 비롯한 남가주 지역의 개스값이 연일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며 급등하고 있어 운전자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조만간 5달러 선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개스값 충격’이 아니라 ‘개스값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처럼 개스값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 국가의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유가가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된데다 캘리포니아 지역 일부 정유회사가 시설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고, 특히 워싱턴주의 한 정유소에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비수기인 2월에 연일 개스값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며, 이같은 개스값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체감 인플레는 이미‘오일쇼크’


사상 초유의 고유가는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고통’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요즘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오일쇼크는 곧 인플레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름값의 압박으로 자동차 여행을 포기한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한인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P씨는 한 달에 한 번 씩 가족여행을 즐겼지만 최근에는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까운 곳의 ‘나들이’로 대신했다.
“남편이 여행을 좋아해서 연휴 때마다 여행을 즐기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여행을 포기하고 ‘나들이’를 선택했다. LA 한인타운에서 아무리 가까운 곳을 떠나도 요즘같은 때는 개스값만 200불은 족히 될 텐데, 가까운 곳에서 개스값으로만 연휴를 즐겼다.”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한인 K씨도 “예전에는 연휴가 낀 주말이면 가족들과 캠핑을 즐겼는데, 기름값이 오르고 물가도 많이 오르니 선뜻 여행길에 나서기가 무서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인플레는 ‘3차 오일쇼크’가 올 것이라는 전망과 상관없이 이미 일상 생활 속에서 ‘오일 공포’라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살인적인 개솔린 가격상승과 경제난이 겹치면서 운전자들이 필요없는 운전을 삼가는 등 생활상에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오일교체 비용부터 주차비에 이르기까지 차량을 유지 관리하기 위한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어서 한인들은 이미 오일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1센트라도 싸게


개솔린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고유가에 적응하려는 모습은 주변에서도 확실히 눈에 띄고 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A씨는 요즘 출근 운전길에 다소 생소한 모습을 보게 된다고 한다. A씨는 “얼마 전부터 매일 자전거로 출근하는 미국인들을 보고 있다. 주말에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은 봤어도 바쁜 출근길에 출근복장에 백팩을 매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개스값 압박이 ‘장난이 아니구나’고 느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주택가에 대낮인데도 차가 집 앞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내차 타기를 고집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있는 방증이다. 미국인들의 발길이 급속히 몰리고 있는 곳은 대중교통 정류장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라도 있으면 차라리 다행이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다녀야 하는 사람들이 태반인 게 미국이다. 그렇다보니 요즘 한인들 사이에서도 기름값을 아끼는 자신들만의 생활습관의 변화나 노하우가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유학생인 M씨는 한국의 집에서 용돈이 오면 제일 먼저 월마트의 선불카드를 구매한다. 선불카드로 개스를 주유할 때 갤런당 3센트의 개스값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부 C씨는 요즘 코스트코 고객카드를 하나 만들었다. C씨는 “코스트코가 집에서 좀 멀리 떨어져있어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개스값이 싸다는 얘기를 듣고 고객카드를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C씨는 요즘 퇴근길에 주유하는 습관이 생겼다. 자고 일어나면 순식간에 올라가 있는 개스값 때문이다. C씨는 “혹시 내일 또 오를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저녁에 개스를 넣고, 조금이라도 개스값이 싼 주유소가 보이면 주유를 하는 버릇이 생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밸리에서 LA한인타운으로 출퇴근하는 Y씨는 최근 아침 출근 시간을 1시간 정도 앞당겼다. 출근길 이용도로인 101고속도로의 혼잡시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단 아침에 막히지 않는 길을 운전하니 기분도 좋고, 무엇보다 프리웨이에서 계속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보면 개스비가 더 든다. 그래서 출근시간을 앞당겼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한 이후에는 한번 주유에 15~20마일 정도를 더 탈 수 있어서 1갤런 정도의 기름을 아끼는 셈이다.”



장 보던 패턴도 바뀌어 


자영업자 K씨는 최근 소형차를 하나 구매했다. K씨는 “하루에 기본적인 주행거리만 80마일 정도인데 개스비가 오르면서 어느 순간 한 달 개스비로 500불이 깨지더라. 다행히 지금 있는 SUV의 페이먼트가 거의 끝난 상태라 소형차를 하나 살 수 있었다. 큰 차 개스비로 작은 차 페이먼트와 기름값이 충당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개스비로 인해 K씨의 경우처럼 큰 차를 놔두고 소형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연료절감의 효과가 최대 50%에 달하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다. 
한인마켓의 모습도 바뀌었다. 웨스트 할리우드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전에는 토요일 오전에 일부러 한인타운에 나가서 장도 보고 머리도 하고 했었는데 요즘은 기름값 걱정 때문에 일부러 나가는 일을 많이 줄였다. 대신 한인타운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남편한테 퇴근길에 이것 저것을 부탁해서 식표품을 사오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부 A씨처럼 최근 들어 주말에 몰아서 장을 보던 한인들의 생활 모습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인마켓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예전에는 주중과 주말의 손님 수가 확연히 차이가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주중의 경우에는 간단한 식재료를 사러 오는 손님이 늘었고, 주말에는 한꺼번에 왕창 장을 보는 손님들도 줄었다”고 전했다.
 




‘돈 되는’금쪽같은 운전습관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야 외식 안하고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안사면서 어떻게 버텨보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기름값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여유가 되면 소형차나 하이브리드로 차를 바꿀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없는 형편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차를 바꿀 수 없다면 현재 타고 다니는 차로 기름값을 아끼자며 여러 가지 방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쓸만한 개스 절약 운전 습관을 실천에 옮긴다면 운전하면서 돈 버는 셈이 되는 게 요즘이다. ‘돈 되는’ 금쪽같은 운전습관을 추려보았다.


▲ 페달을 미리 떼라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자신의 시야 앞에서 신호등이 파란불이 유지되고 있거나 노란불로 바뀌면 신호들에 걸리지 않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는다. 그러다 걸리면 당연히 급정거를 할 수 밖에 없다. 급정거와 급가속은 개스 소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명심하자.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뀔 때나 STOP 사인이 시야에 들어오면 비록 거리가 조금 멀리 남아있어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뒤따라오는 차가 조금 답답해 할 수는 있지만 개스값을 아끼겠다면 그 정도는 무시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급가속 급정지를 하지 않고 페달에서 미리 발을 떼는 습관만 길러도 개스비는 최고 35%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 좌회전 보다는 우회전
연료비를 아끼는 방법 중 가장 많이 소개된 것이 공회전을 줄이는 것이다. 한인들 중에는 시동을 처음 켤 때 워밍업으로 5분 정도를 공회전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연료 소비 및 환경오염 물질만 많이 배출할 뿐 별 효과가 없다. 워밍업은 겨울철에는 2분 이내면 충분하고, 여름철에는 시동을 건 후 천천히 운행해도 무방하다.
또 정차할 때도 시동을 켜둔 채로 놔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기름만 소비하게 되므로 정차할 경우에는 시동을 끄는 것도 기름을 아끼는 방법 중의 하나다. 공회전을 줄여 연료비를 가장 많이 절약하는 곳은 운송업체다. 특히 UPS는 ‘좌회전을 줄이고 우회전을 늘려라’라는 전략으로 작년 한 해동안 300만 갤런의 개스를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 집에서 교회까지 가는 길 등 자주 다니는 동선 중에 좌회전을 최소화한 루트를 만들어보자. 좌회전에 걸려 대기하는 시간 동안의 공회전을 막아 연료소모를 줄일 수 있다.


▲ 75마일은 ‘NO’, 65마일은 ‘OK’
달리는 속도가 올라갈수록 공기저항은 커진다. 공기저항이 클수록 더 많은 개스가 소비된다. 자동차는 시속 40마일이 넘으면 공기저항이 급속히 증가하고 시속 60마일이 넘으면 연비가 급속히 나빠진다. 이 저항을 뚫고 달리는 게 개스이기 때문이다. 시속 75마일로 달리는 대신 65마일로 줄여보자. 차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갤런당 3~5마일을 더 달릴 수 있다.


▲ 개스 넣는 시간은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
개스는 무게가 아니라 부피로 계산되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 밀도가 높아지는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 넣는 것이 좋다. 언덕에 오르기 전에는 미리 가속도를 내는 게 좋고, 타이어 공기압, 엔진오일, 에어필터, 스파크 플러그를 제때 갈면 연비가 좋아진다. 개스값에 울고 웃는 트럭회사들은 대개 2~3일에 한 번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한다. 지금은 하루 2번으로 늘린 곳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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