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좌파, ‘대박’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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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내가 좋아하는 가수 이효리의 이름까지 올라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소녀시대의 태연이 있다는 것도 뜻밖입니다. 이 시대 최고의 디바라는 신효범은 또 왜 그쪽에 가 있는 걸까요?
청와대가 정권에 비우호적인 연예인들을 사찰했다는 보도를 검색하다 이른바 좌파 연예인 명단이라는 걸 보게 됐습니다. 널리 알려진 김제동 김미화 김여진 등 3김 말고도 ‘좌파’ 꼬리표가 붙인 연예인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배우로는 오정해 권해효 문소리 안내상 이준기 양동근 유준상 문근영 박중훈 김여진 등이 있습니다. 가수로는 윤도현 강산에 신해철 이은미 박윤경 신효범 안치환 태연 이효리 등이 이름을 올려 놓았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떠 있는 대한민국 좌파 연예인 명단입니다.
지난해 말 코미디언 김미화가 법원의 판결로 자신의 이름앞에 붙는 ‘좌파’ 딱지를 떼는 희한한 일이 있었습니다. 김미화는 자신을 친노좌파 연예인으로 반복매도한 인터넷 매체 독립신문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겼지요.
재판부는 친노좌파라는 표현 자체는 의견표명이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허지만 김미화에 대한 수년간에 걸친 악의적 허위보도는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며, 독립신문에 기사화된 모든 ‘좌파 연예인 김미화’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15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미화는 ‘좌파 연예인’의 아이콘입니다. 좌파 맞습니다. 헌데 본인이 좌파가 아니라고 자기부정을 합니다. 아마도 좌파보다는 진보 소리가 듣고 싶은 모양입니다.
바야흐로 ‘좌파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좌파 꼬리표가 싫다고 소송까지 낸 김미화는 어찌보면 얼치기 좌파입니다. 요즘 좌파 연예인이나 공지영 이외수 같은 좌파 인기 트위터리인들에게 좌파 딱지는 훈장입니다. 좌파에 편입되면서 ‘개념 연예인’이라는 영예까지 얻습니다. 탈북자 인권같은 영양가(?) 없는 일에 매달리는 차인표 같은 우파 연예인은 무개념 연예인으로 조롱받기 일쑤입니다.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와 여성들을 돕겠다며 아프리카와 방글라데시 같은 빈곤국을 찾아다니는 탤런트 김혜자나 정애리 등도 무개념 딴따라로 비하됩니다. 이들의 홈페이지엔 좌파 악플러들의 조롱과 악담이 제법 많이 올라옵니다. 좌파들이 ‘대박’을 터뜨리는 세상-대한민국이 그렇게 변했습니다.


백낙청의 2013년 꿈


한국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2013년 체제 만들기’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세상을 크게 한번 바꿔 보자 – 올해 우리 사회에 던져진 최대의 화두’라는 부제가 딸린 이 책에선 올해 총선과 대선에 대한 좌파진영의 자신감이 묻어 납니다. 야권은 4월 총선에서 압승하고 그 여세로 12월 대선에서도 이겨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고 백낙청은 자신합니다.
그는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박재승 변호사 등 ‘원조 좌파’들과 함께 지난해 7월 양대선거 승리를 위한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라는걸 만들었습니다. 원탁회의 대표들은 민주당과 진보당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내놓은 범야권 공동합의문에 제3자 자격으로 서명했지요. 여기엔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20개의 약속’이라는 정책문서가 첨부돼 있습니다. 백낙청의 ‘2013년 체제’는 구체적 목표로 평화체제, 복지국가, 공정 공평사회 등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과 손잡는 남북연합과 헌법을 뛰어넘는 민중자치 등 위험한 제안도 포함돼 있다”고 언론인 홍찬식씨는 주장합니다.
백낙청은 학계에서 ‘연방제 전도사’로 통하는 인물이지요.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측의 연방제, 혹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해 제1단계 통일을 이뤄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내년 2월에 출범할 것으로 자신하는 좌파정권은 백낙청이 꿈꾸는 바로 이 ‘2013년 체제’의 단초를 제공하게 되겠지요.
진보당 비례대표 2번인 이석기 후보는 김일성이 만든 조직 이름을 계승한 ‘반제(反帝) 청년 동맹’이라는 조직과 그 후신인 ‘민혁당’의 간부 출신입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 것이 확실한 이석기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그대로 간직한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는 첫 기록의 보유자가 될 것 같습니다. 이석기는 아마도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 연방제 통일등을 국회안에서 주장하거나 발의하는 최초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될겁니다.


언론인 김대중의 시름


보수 논객중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인이라는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엊그제 ‘투표하러가기 전에 정리할 것들’이라는 제목의 색다른 칼럼을 썼습니다. 그의 글은 “먼저 우리는 이번 총선에 우리 지역에서 누가 출마했는지를 잠시 잊자. 인물 위주에서 벗어나자는 얘기다”로 시작됩니다. 보통 국회의원 선거는 인물과 정책,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하는게 상식입니다. 이런 상식을 이번 선거에서만은 한번 깨보자는 제안입니다.
4.11 총선은 철저히 ‘진영논리’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정당간의 싸움같지만 내용은 보수대 진보, 우파대 좌파의 대결로 진행되고 있지요. 따라서 인물보다는 후보가 보수냐 진보냐, 우파냐 좌파냐를 따져 투표하고 같은 성향의 후보가 여러명이면 그때는 인물과 경력을 고려해 투표를 하자고 김대중 고문은 칼럼에서 썼습니다. 백낙청 교수가 꿈구는 이른바 2013년 체제-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세상을 크게 한번 바꿔보겠다는 극력 진보좌파 정권 탄생을 우려하는 우파진영의 깊은 시름이 김대중의 이 글에는 녹아 있습니다.
소녀시대 태연이 부른 드라마 ‘더 킹 투하츠’의 OST인 ‘미치게 보고싶은’이 이번주 음원차트 2위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코를 찡긋하며 특유의 살살녹는 애교로 사랑을 받고 있는 태연이 어쩌다 ‘운사납게’ 좌파 연예인 리스트에 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소녀시대의 윤아는 우파로 인터넷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때 한나라당 후보한테 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지며 어떤 네티즌이 윤아를 우파로 소개했지요.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좌파-우파 편가르기는 이처럼 대체로 객관적이지 않고 근거가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광우병 촛불시위에서부터 최근의 한미 FTA, 제주해군 기지, 4대강까지 사회적 이슈에서 반미나 반이명박 편에 섰던 연예인은 대개 좌파로 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뿐 아니라 판검사와 변호사, 기업인, 공무원, 교육자, 심지어는 군인과 경찰에도 좌파들이 많습니다.
정치판이나 극렬 시민세력에 포진해 있는 좌파진영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폭력적이지만 여러 분야에서 진보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강한 좌파’는 한국사회 진화의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이효리가 설령 진짜 좌파라해도 나는 그의 노래와 춤과 텁텁한 예능감을 사랑할 겁니다. 하지만 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친북 종북 좌파세력의 국회 ‘점령’이나 정권 ‘접수’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총선만큼은 인물이나 정책대신 이념적 성향에 따라 ‘맞춤형 투표’를 하자는 언론인 김대중의 제안은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2012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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