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특집 – 새누리당 압승으로 권력형 비리 묻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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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결과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사실상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의 힘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초만해도 MB정부의 실정과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같은 각종 악재로 인해 10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보수층의 급속한 결집이 이뤄지며 결국 새누리당은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공천실패와 함께 막판에 이뤄진‘김용민 막말’논란 등으로 인해 원내 1당이 되는데 실패했다.
게다가 선거 최대 전략이나 다름 없었던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의 과반확보에도 실패했다. 민주·진보진영의 과반확보는 이명박 정부의 각종 비리를 밝혀낼 수 있는 필수조건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성적으로는 이런 일들이 쉽지 않아졌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박근혜가 이명박을 살렸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온다. 사실 이번 선거는 박근혜와 이명박이 전략적 동거를 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 위원장이 전방에 나서서 선거를 이끌었지만, 청와대가 이를 암묵적으로 도왔기 때문에 박 위원장의 활동반경이 훨씬 넓어졌다는 것이다.‘불편한 동거’를 선택했던 이명박 청와대의 긴박했던 선거 과정을 분석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선거결과에 어느 때보다 민감했던 것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이후 정국에서 야당 측의 공세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야당은 이명박 정권 내 불거졌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를 추진하며 현 정권의 도덕성을 공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선데이저널>이 10회 동안 보도했던 ‘MB 족벌비리, 뿌리를 캔다’에 리스트 업 되어 있던 내용들이 대부분 선거 이후 야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하려 했던 것들이었다.
BBK실소유주 의혹을 비롯해 측근비리, 내곡동 사저문제,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 야당이 줄줄이 국정조사를 추진하려 했었다.
이를 위해서 민주통합당은 당내에 ‘MB 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까지 설치했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MB 정권 비리 사건은)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까지 갈 이슈라고 본다”며 특위 활동이 단순한 정치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법조인들을 영입해 전방위에 포진시켰다. 백혜련 전 검사와 박성수 전 검사는 이상득 의원과 삼화저축은행이 관련된 사건을 담당하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희태 국회의장 관련 사건은 유재만 변호사와 이면재 변호사가 맡았다. 또 BBK 주가조작 관련 사건과 내곡동 사저문제는 이재화 변호사, 서혜석 변호사, 최재천 전 의원이 맡았다.
이런 내용들이 국회에서 충실히 다뤄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국회에서 야권연대의 과반확보였다. 이를 통해 대선까지 유리한 구도로 이끌어 가려는 것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속셈이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이 박근혜 위원장을 내세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MB정부의 각종 비리는 제대로 밝혀질 원동력을 잃게 됐다.



살기위해 朴을 택했다?


박근혜 위원장이 총선과정에서 청와대와 선을 긋고 공천권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가 사실상 박 위원장의 활동반경을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는 지난해 12월 박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을 때부터 감지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당내 친이계들에게 “분열하지 말고 자기 희생을 통해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소위 MB맨들이 내년 총선에서 여권 초강세 지역에 출마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본인들도 쉬운 곳에 나가는 게 도리가 아님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에게 ‘MB맨’들에 대한 공천 부담을 안겨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의 배후 지원은 선거 과정에서도 계속됐다. 청와대의 선거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이달곤 정무수석의 문자메시지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이 수석이 새누리당 모 의원에게 보낸다는 문자를 김유정 민주통합당 대변인에게 잘못 보낸 사건이다. 민주당은 당장 이를 두고 청와대 공천 개입설을 주장하며 “선거개입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이달곤 정무수석이었다는 것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은 문자에서 “그간 맘 고생 많았어요. 이애주. 한영실. 홍사중께 인사를…사랑하시는 아기와 많은 대화를”이라고 썼다. 홍사중은 홍사종 공천심사위원의 오타로 보인다. 내용으로 봐서는 공천을 축하하는 문자메시지이다. 애써준 공심위원들한테 감사 인사를 하라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그동안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과거와의 단절을 부르짖으며 공천혁명을 외쳐왔고, 공천을 탈락한 의원들이 백의종군하는 것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의 저력이라고 자랑했다. 앞서 말했듯이 청와대는 공천개입설을 일축해왔다”며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이 어느 후보에게 보낸 이 문자메시지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청와대는 답하기 바란다”고 청와대를 몰아세웠다.
얼핏보면 공천 축하 메시지로 보이는 이 문자 메시지가 문제가 되는 대목은 누구에게, 그리고 공천 이전이나 이후에 보낸 것이냐로 모아지는 모습 때문이었다. 공천 이전에 보낸 문자 메시지라면 청와대의 공천 개입설이 불거질 게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후에 불거진 민간인 불법 사찰과 김용민 막말 파문에 묻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박근혜의 선거를 돕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민간인 불법사찰 반전도 청와대 작품


선거 막판 최대 논란이었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과 관련해서도 박근혜 측과 청와대의 절묘한 공조가 돋보였다. KBS새노조가 현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폭로하자 청와대는 곧바로 ‘노무현 정부에서도 불법사찰이 이뤄졌다’는 반격을 했다. 그러면서 사건은 전정권과 현정권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해갔다. 특히 청와대는 ‘대국민사과’와 같은 수세적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니라 ‘우리도 잘못이 있지만 너희도 똑같다’는 공세적 입장을 피면서 야권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자신들의 사찰 의혹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어느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면서 논란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 위원장이 되어 버렸다. 박 위원장은 “전 정권과 현 정권이 모두 자신을 사찰했다”며 양측 모두를 공격했다. 청와대가 가한 반격을 절묘하게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이처럼 물심양면으로 박 위원장을 도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의회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갔을 경우 후폭풍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계산 때문이다. 만약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 이명박 정부의 각종 비리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면, 여권은 오는 12월 총선까지 야당에 끌려다니게 된다. 그럴 경우 박근혜 대세론에도 타격을 입게 되고, 대선까지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의회권력이 넘어가고, 대선승리가 불투명해질 경우 권력기관이 급속한 레임덕 영향에 휘말리게 된다. 검찰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말기 시절 급속하게 MB에게 줄을 서면서 ‘권력’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국세청도 마찬가지였다. 박연차게이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한상률 국세청장과 임채진 검찰총장의 합작품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과 국세청 역시 이러지말라는 보장이 없었다. 실제로 최근 검찰 내부에서는 이상득 의원 비리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본 MB정부 입장에서 사정기관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놔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정권이 바뀔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수사 기관의 수사를 받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를 고민했을 때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야권에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박 위원장을 보이지 않게 지원했다고 할 수 있다. 일부만 빼고 상당수 측근들이 공천에서 탈락하는 것도 감수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가 살기 위해 측근들을 내쳤다’는 말도 나온다. 친이계가 공천에서 학살 당했음에도 이재오 의원이 아무 말도 못했던 것도 이런 차원이다.


소실대탐?


수족을 다 떼어내고 박 위원장의 승리를 도와주면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안위를 지켜냈지만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가 안정과 일자리 확대 등 민생문제에 집중하면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일을 하다가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 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총선 후 불어올 정치 후폭풍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이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의 승리로 ‘박근혜 대세론’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 것도 이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차별화에 나서며 ‘거리 두기’에 더욱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이미 당·청 관계가 와해된 상황에서 임기말 청와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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