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미꾸라지 박지원, 이번에도 피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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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그동안 요리저리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해 다니던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검찰의 끝내 그물망에 걸려들었다.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내 합동수사단은 박 원내대표가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1억원 대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그를 소환통보했다. 검찰은 또한 박 원내대표가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도 1억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러한 검찰 수사가 ‘야당탄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소환에도 불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칼을 뽑아들면서 검찰과 박지원 원내대표 간 3라운드가 벌어지는 형국이다.
검찰과 박 원내대표의 악연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현대그룹으로부터 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이듬해 박 원내대표는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뒤 구속 기소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지난 2009년에는 박 원내대표가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기업가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해 천 후보자를 낙마시켜 검찰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박 원내대표 소환을 꽤나 꼼꼼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관련 비리 뿐 아니라 얼마 전 소환조사했던 김영완 관련 부분, 그리고 박 원내대표의 차명계좌 의혹까지 광범위한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현직 야당 원내대표를 소환하는 이면에는 이런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선데이저널>이 박지원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종합적으로 취재해 보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검찰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의 혐의 중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회장으로부터 2008년 4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받았다는 수천만원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이 선거 직전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 구체적인 청탁을 했다기보다는 유력 정치인에게 주는 ‘보험료’ 차원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보해저축은행 측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놓고는 검찰 내부에서도 적용 법조항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보해저축은행 오문철(60·구속기소) 전 대표에게서 2010년 중반 수원지검의 보해저축은행 수사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박 원내대표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확인되면 적용될 수 있는 법 조항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 알선수뢰, 알선수재다.


박지원에 돈건넸다 진술 확보


박 원내대표가 2010년 당시 법무부와 대검찰청 업무를 심의·감독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법사위원의 직무 범위에 대한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적용 법 조항은 달라진다. 검찰 수사가 법사위원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면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 해당돼 특가법 제2조 수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 수사와 법사위원 직무 사이에 직접적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면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 해당돼 특가법 제2조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특가법상 수뢰죄와 알선수뢰죄는 수뢰액에 따라 최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최대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는 중죄다. 반면, 피의자가 공무원이라도 알선 내용이 직무 범위 밖의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만 적용할 여지도 있다.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에서 6억원 안팎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적용된 조항이 바로 특가법상 알선수재다. 특가법 제3조 알선수재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다. 최소 5년 이상 유기징역인 특가법상 수뢰·알선수뢰에 비하면 처벌이 훨씬 가볍다. 하지만 오 대표가 박 원내대표에게 돈을 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보해저축은행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기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여기에 정치를 하면서 천문학적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천하의 박지원이 겨우 수천만원의 코 묻은 저축은행 돈을 받았는지에 대한 사실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번 박지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다른 사건과 다리 검찰의 명예가 달린 중차대한 사건이기에 검찰이 소홀하게 준비할리 없다는 점에서 제2, 3의 차선책까지 꼼꼼하게 챙긴 것으로 알려져 검찰-박지원의 진실게임 공방전이 볼만하다.



김영완 -이건수 관련 내용도 들여다 볼 듯


일각에서는 검찰이 저축은행 관련한 내용으로 부르는 것은 일종의 ‘덫’일 뿐, 실제로는 무기중개상 김영완 씨에 대한 부분까지도 들여다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의 자신감은 여기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됐던 전직 무기중개상 김영완 씨는 지난해 11월 해외에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는 2003년 3월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당시 김 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박 원내대표와 얽힌 사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2003년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15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2006년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김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그가 박 원내대표로부터 150억원을 건네받아 보관한 것으로 의심했지만, 법원은 김 씨가 해외에서 보낸 영사 신문 진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씨가 지난 해 느닷없이 귀국해 검찰에 자진출두 형식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후 김 씨가 보관하던 양도성예금증서(CD) 중 일부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자금의 흐름을 규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조사 이후 몇 개월 간 사건의 실체에 대해 함구해왔다. 하지만 중수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김 씨를 조사했을 리는 만무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사건을 마무리 짓고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결국 이번 소환에서 그 대답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게 서초동 주변의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박지원 원내대표와 관련해 제기되어온 광범위한 차명재산 의혹도 들여다볼지 주목된다. 본지는 이미 동아일렉콤 이건수 회장과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관계를 수차례 추적해온 바 있듯이 이건수회장과 박지원의 뒷거래 의혹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급성장한 동아일레컴 배경에 박지원이 막후에 있다는 의혹이다. DJ 정부시절 엄청난 관급공사를 수주하고 천문학적 재산을 해외 도피(베트남, 중국, 미국)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수 회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이어질지도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박지원-검찰 자존심건 진실공방전


박 원내대표의 수사 결과는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때문에 민주당과 검찰은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 소환 시점을 보면 검찰과 민주당 간의 묘한 알력이 감지된다.
애초 검찰은 소환 통보 시점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마침 박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상당 시간을 검찰을 비판하는 데 할애하자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의 공세에 바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수위를 높이는 민주당의 공세를 지켜만 보고 있다가는 자칫 수사 동력이 상실돼 소환 시점을 놓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소환 통보 시점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구속 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받은 6억원은 한나라당 경선용 자금 명목”이라는 ‘폭탄진술’을 한 직후였다. 이 때문에 ‘대선자금 물타기’라는 말도 나왔다.
예상됐던 대로 박 원내대표는 소환 불응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설만 퍼뜨리지 말고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오라”고 맞받아쳤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의 불출석에 대비해 체포영장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과 검찰의 공방은 지난달 말부터 연일 강도를 높이며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수사하고 있다고 공개한 직후부터 검찰 개혁을 공언하는 등 고강도로 비판하고 있다.
‘돈을 받았으면 할복하겠다’던 박 원내대표도 ‘생명을 걸고 싸우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상황이다.
대응을 자제하던 검찰은 지난 10일 이해찬 대표가 사법처리된 자신의 친구를 거론하며 “이해찬에게 돈을 줬다고 허위진술을 하도록 검찰이 강요했다”고 주장하자 “근거없는 명예훼손”이라고 사과를 요구하며 공식 대응에 나섰다. 이후 양측은 ‘허위진술’ 발언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가다 이내 잠잠해졌지만, 박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과 소환 통보를 계기로 다시 정면충돌하게 됐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이날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의 올케인 서향희 씨가 극비리에 홍콩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 도피 의혹을 제기했다. 김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서씨 측은 아들의 해외연수를 위해 출국했다고 하지만 국회 차원의 저축은행 진상규명을 피해 도피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기획 출국 의혹을 내놨다.
이어 “5살짜리 아이의 영어연수가 얼마나 급하다고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떴겠느냐”며 “앞에서는 친인척과 측근비리의 근절을 약속하던 박근혜 의원 측이 뒤로는 서향희 씨를 빼돌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저축은행 비리 진상규명은 피할 수 없는 국회의 의무”라며 “서향희 씨의 출국은 박근혜 의원 측에 대한 의심만 확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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