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허팅(Hurting)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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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한국 젊은이들의 헤어스타일은 요즘 ‘깻잎머리’가 대세입니다. 앞머리가 양쪽 눈썹까지 내려와 이마를 덮는 머리모양입니다. TV 드라마나 예능프로에 나오는 아이돌 가수나 꽃미남 탤런트들의 앞머리는 대게 이런 스타일입니다. 예전 드라마에서 앞이마를 가린 남자주인공은 대개 음습한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범죄형 반항아이거나 뒷골목 양아치나 건달이 대부분이었지요.
헌데 요즘 드라마에서는 대학교수나 판사같은 ‘범생이’ 전문직 주인공도 이 깻잎머리 양아치 패션을 고집합니다.
인상학(관상학)에서는 이런 앞이마 가리기를 불길하고 부정적인 문화심리학으로 풀이합니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불경기때 여자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지는 것과 비슷한 병리현상이라는 거지요. 2~3년전부터 부쩍 유행을 탄 한국의 이 깻잎머리 열풍은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앞머리를 늘어뜨려 이마를 가리는 것은 자기 자신을 숨기고 싶은 자폐적 욕구의 한 표현입니다. 이들의 심리상태는 개인적 불안이나 피해의식 때문에 당당히 타인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로 쳐지거나 숨으려는 성향이 강하지요.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에 나오는 사이코패스형 범죄자 중에는 앞이마를 머리로 가리고 그 위에 모자챙까지 푹 눌러써 자신의 얼굴을 완벽하게 은폐시키는 주인공이 자주 등장합니다.
역사적 인물로는 히틀러와 무쏘리니같은 독재자가 이에 해당합니다.
“앞머리 이마 가리기는 거세된 남성상의 상징”이라고, 인터넷 논객인 신성대 씨는 한국 젊은이들의 깻잎머리 열풍을 남성의 중성화-여성화 현상의 일부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깻잎머리 안철수는 대통령 안된다?


범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철수 교수는 20대 젊은이들의 헤어패션이던 깻잎머리를 4~50대 중장년층까지 확산시킨 한국 깻잎머리의 원조(?)입니다. ‘깻잎머리 안철수’ 따라하기에는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과 진보당의 유시민 등이 동참하고 있고, 서울시장 박원순도 가끔 흉내를 냅니다. 우연이겠지만 중장년층의 깻잎머리 패션은 한국의 좌파들이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앞머리를 왼쪽 눈썹까지 길게 빗어내린 히틀러식 깻잎머리에다 노타이 차림, 거기에 아랫입술 끝이 살짝 밑으로 쳐지며 생기는 웃을 듯 말듯 비웃음 같은 엷은 미소가 안철수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3년전 MBC의 예능프로 <무릎팍 도사>에서 이런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줄 곳 같은 얼굴 모양새만을 고집스레 보이고 있습니다.
앞이마의 반 이상을 앞머리로 덮는 안철수식 헤어스타일은 보통사람보다 크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그의 얼굴을 작아보이게 하고 젊어보이게 하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대 아이돌 스타도 아닌 50대 중늙은이가 그것도 한나라의 대통령 자리를 넘본다는 사람이 이런 은폐적이고 자폐적인 얼굴 모양새로 국민 앞에 나서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안철수의 독특한 깻잎머리는 인터넷에서도 화제입니다. 내노라하는 관상가들이 저마다 그럴듯한 관상풀이를 쏟아내고 있지요. 대체적으로 국가지도자의 헤어스타일은 아니라는 비판적 의견이 많습니다. “젊게 보여서 얻는 표보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 잃는 표가 더 많을 것이다” “설사 대통령이 돼도 히틀러나 곽노현같이 불행해질 관상이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상류사회의 점잖은 모임에 그런 차림으로 참석했다가는 문 앞에서 쫓겨날 것이다” “깻잎머리를 고집하는 한 안철수는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인터넷 관상방’에 떠다니는 안철수 관상 평들입니다.
7월 23일 밤 안철수는 3년 만에 다시 이 깻잎머리 패션으로 TV에 출연했습니다. SBS의 예능프로 <힐링캠프>입니다. 전국 시청률 18.7%로 이 프로가 생긴이래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지요. 지난 주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펴내고 잇달아 TV출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그는 탁월한 홍보 전략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책과 TV로 인기도 올라가 리얼미터의 24일 대선주자 인기조사에서 그는 47.6%대 45.6%로 오랜만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주 대비 2.8% 인기가 상승했고 박근혜는 2.5%가 감소했습니다.
국민들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뜬 안철수가 정말 대통령에 뜻이 있는지, 있으면 언제쯤 출마를 공식선언할 것인지, 대통령이 되려는 그의 정책 비전은 무엇이고 과연 그가 21세기의 선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감인지를 알고 싶어합니다.
헌데 힐링캠프에서 그는 부인과 연애하던 얘기, 아침에 부인에게 모닝커피를 끓여준다는 얘기같은 신변잡담만 들려 줬습니다. 안철수는 출마여부와 시기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출마 불출마 양쪽 다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을테니 국민들이 판단을 해달라”고 다시 한번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했습니다.
이러다가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MBC의 인기 예능프로 <무한도전>에 출연해서야 안철수는 비로소 청와대를 향한 무한도전 의사를 밝히게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급 예능프로가 대통령 만드는 세상


대한민국 정치가 하향저질화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가 정책을 들고 나와 국민 앞에서 당당히 출마선언을 하지 않고 TV에서 억지 춘향식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로 대권을 거머쥐려 합니다.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의 경험칙으로, 정치인들은 정책보다 이미지가 선거의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을 영리하게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불편하고 거북스런 질문을 감수해야하는 기자회견이나 토론보다는 감동적 일화 위주로, 혹은 자신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킬 수 있는 신변잡담 위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무릎팍이나 힐링같은 예능프로에 목을 매게 됐지요.
정책비전이 명확하지 않고 콘텐츠가 부족한 후보일수록 이런 이미지 정치에 집착하게 됩니다. 무릎팍이나 힐링은 누가 나와도 뜨게 돼있는 포맷입니다. 출연자가 일방적으로 자기얘기를 하면 세명이나 되는 공동 진행자들은 덩달아 추임새를 넣고, 편집과정에서는 과장된 자막 글자에 웃음소리 박수소리까지 효과음으로 집어넣어, 분위기를 한쪽으로 몰아갑니다. 거짓말쟁이 사기꾼도 무릎팍이나 힐링에 나오면 도덕군자나 성인이 된듯 세상의 박수를 받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런 TV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우롱하고 마침내는 대통령까지 만들어내는 세상이 돼가고 있습니다.
<힐링캠프>에서 MC 이경규나 한혜진(안철수의 절친이라는 김제동은 빼고) 두 사람 중 한사람이 안철수에게 ‘미친 척’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면 어땠을까요?
“인터넷 바이러스 백신개발로 안 선생은 성공한 IT기업인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헌데 안철수 연구소는 세계적 수준에서 보면 아직도 2류 기업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1류 기업들은 90%대의 테스트 성공률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안철수 연구소의 백신은 5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수출도 연간 300만불에 머물러 국내용 기업이란 평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래도 안철수 선생은 성공한 IT 기업가일까요?”
이 질문이 나오자마자 안철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겁니다. 아니면 적당히 답변을 하고 후에 제작진에게 이 부분은 ‘통편집’으로 빼달라고 요구했겠지요.
힐링(Healing)캠프는 출연자의 영혼을 힐링(치유)해 줄지는 몰라도 시대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허팅(Hurting : 상처)캠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012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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