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MB 대선자금 수사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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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현 정권의 핵심권력을 줄줄이 교도소로 보냈던 검찰이 정작 의혹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자금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꼬리를 드러낸 상태다. 구속된 최 전 위원장은 이미 재판 과정에 “받은 돈을 대선 자금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돈 3억원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정황 역시 속속 들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증언과 정황에도 불구하고 대선자금 수사는 한발 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핵심인물들 간 증언이 엇갈린 부분도 있지만 문제는 검찰의 수사 의지다. 검찰 측 관계자는 출입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검찰 관계자는 “3억원 사용처를 수사하다 (전체 대선자금이라는) 저수지가 나오면 안 할 수 없다”면서도 “문제는 저수지부터 갈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수사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하는 발언이다. 검찰은 또한 대선자금의 공소시효 등도 수사를 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26일 검찰은 솔로몬·미래저축은행과 코오롱 그룹으로부터 7억5000만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지난 10일 이 전 의원을 구속수감한 이후 건강상 이유를 제외한 날에는 거의 매일 불러 저축은행에서 받은 6억원과 기업에서 수수한 불법 정치자금 1억5750만원의 대가성, 용처에 대해 수사력을 모았지만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당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은데 이어 같은 해 12월 중순께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미래저축은행 경영관련 업무를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원을 수수했다. 아울러 2007년 7월~2011년 12월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위원실 운영경비 명목으로 매월 250~300만원씩 모두 1억575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챙겼다.
검찰이 법원에 낸 공소장에는 임 회장과 김 회장, 코오롱그룹 측이 건넨 돈에 대해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시했다. 이는 곧 이 전 의원이 수수한 돈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3억원 대선자금 가능성


이 중 전자가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의 판단 근거는 이렇다. 2007년 10월 당시 국회 부의장이던 이 전 의원은 부의장실에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임 회장을 만났다. 임 회장이 정 의원에게 ‘3억원을 전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직후였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정 의원에게 돈을 받아오라 지시했고, 정 의원은 국회 주차장에서 3억원을 받아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여기까지는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후 그 돈의 행방을 놓고는 관련자 진술이 엇갈린다. 먼저 이 전 의원은 “정 의원에게 3억원을 받으라고 지시만 했지 돈의 행방은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의 비서가 지시를 받고 내 비서에게 임 회장 돈을 전달했고, 내 비서가 캠프 유세지원단장인 권오을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과정을 나중에야 알았다는 게 정 의원의 진술 요지로 보인다.
그러나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권 전 의원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정 의원 진술을 반박했다. 결국 핵심 관련자 3인 모두 `떠밀기’를 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은 대선 직전인 당시 정황에 비춰 그 돈이 실제로 대선 캠프에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도중에 누군가 배달사고를 일으켰을 여지도 없지는 않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김찬경 회장으로부터 받은 3억원은 대선자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 사용처 추적과 관련 진술을 통해 사무실 운영비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에서 돈받은 시점도 주목할만 하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이후부터 대통령 당선이 임박한 시점까지 걸쳐 있다. 단순히 저축은행 측이 일반 국회의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단정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내내 야당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율로 앞선 상황이었다. 결국 저축은행 측이 돈을 건넨 건 이 대통령을 염두한 뇌물로 이해할 수 있다.



수사에 미온적인 검찰


쟁점은 이 전 의원이 받은 자금이 MB캠프의 대선 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지만 검찰 수사는 아직 큰 줄기를 잡지 못한 채 난관에 부딪혔다. 이 전 의원은 대선자금으로 쓴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완강히 부인해 검찰은 돈의 용처를 파악하는데 적잖게 애를 먹고 있다.
이 전 의원에게 임 회장을 소개하며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마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검찰 조사가 미뤄지고 있다.
대선자금 논란은 이미 다른 곳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7일 법정에서 뇌물을 대선자금에 썼다고 시인한바 있다.
최 전 위원장의 변호인은 “성공한 후배가 대선에 필요한 자금을 순수하게 도와 준 것이었다”며 파이시티 측이 건넨 뇌물이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의 경선 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고 인정했다.
이는 종전까지 최 전 위원장이 당초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는 진술을 번복하고 ‘개인적 용도로 돈을 사용했다’는 입장과 다른 진술이어서 대선 자금을 둘러싼 논란을 가열시켰다.
신한은행 이백순 전 은행장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성명불상자에게 3억원을 전달한 당선 축하금 논란도 일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수사 초반 대선자금에 선을 긋던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자금 용처를 확인해나가는 과정에서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간 단서가 나올 경우 의혹을 덮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수사대상은 한정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이 설사 대선자금으로 쓰인 사실을 확인했더라도 더 이상 수사를 MB캠프 전체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명분은 짧고 간단하다. 합수단은 저축은행비리와 관련된 수사를 전담할 뿐 정치자금 수사를 목적으로 한 조직은 아니라는 이유다.



공소시효 역시 문제다. 지난 2007년 12월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공소시효는 5년에서 7년으로 늘었지만 법 개정 전인 2007년 12월 이전에 받은 대선자금은 공소시효가 5년만 적용된다. 2007년 당시 대선후보가 결정된 직후 대선자금을 본격적으로 모았다면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셈이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수사의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만약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면 공소시효가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장관, 충직한 MB맨으로 불리는 한상대 검찰총장, 그리고 BBK 주임검사로 이명박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최재경 중수부장 등이 대선수사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또한 최근에 있던 검사장 및 부장급 인사에서도 MB맨들이 대거 요직에 배치됨으로써 검찰이 ‘주인’에 반기를 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여론에 마지못해 수면 위로 드러난 자금들만 ‘처리’한 뒤 일찌감치 수사를 접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검찰이 이같은 판단을 한 배경에는 대선정국을 앞두고 정치자금 수사로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살아있는 권력이나 다름없는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검찰이 칼날을 휘두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야당 측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8월 1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라디오 연설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을 비호한 검찰이 19대 첫 개원국회임에도 제1야당 원내대표에게 세번의 소환요구와 더불어 체포영장까지 청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돈 받은 사실을 시인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박 원내대표처럼 잘못된 정치검찰의 표적수사와 부당한 권력남용을 막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박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으로 인해 8월 민생국회를 실종시킬 수 없다며 어제 오후 검찰에 자진출두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선거를 코앞에 둔 제1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허위사실을 흘리는 등 정치행위를 멈추고 혐의가 있다면 당당하게 기소하라”며 “야당 죽이기를 위한 공작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에 연루된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에 대한 수사나 똑바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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