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앞에선 작아지는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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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문재인은 대통령은 커녕 국회의원 자리조차 버거워 했던 사람입니다. 천성적으로 ‘정치적’이지 못했고 ‘권력 의지’도 약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감이라며 이런 문재인을 꼬드긴 인물이 바로 나꼼수의 김어준이지요. 김어준이 쓴 책 ‘닥치고 정치‘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노무현 영결식 때야. 당시 백원우가 이명박을 향해 말폭탄을 던졌잖아. 많은 이들이(노무현을 죽인) 범인은 아는데, 아무도 그 범인을 지목하지도, 체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여기고, 백원우의 행동은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들에겐 통쾌한 일이었다고… 그런데 그렇게 피아가 확실히 구분되고 감정적으로 격해진 상황에서 문재인이 이명박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를 하더라고. 문재인이 이명박에게 사과를 하니까 비겁하거나 쓸데없다고 느껴진게 아니라, 경우가 바르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이런건 타고나는 애티튜트의 힘이라고. 이런건 흉내 내거나 훈련할 수 없는 거야. 문재인에겐 그런 힘이 있는 거야…”
자살한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의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을 당신이 죽였다”며 독설 고함을 퍼부어 대 장례식장 분위기가 험악해 졌습니다. 이때 장례 책임자이던 문재인이 대통령을 찾아가 허리를 굽혀 사과의 뜻을 표했지요. 이것을 본 김어준이 무릎을 치며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이라 했다는 겁니다.
그 후부터 김어준은 문재인을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글과 저서 그리고 나꼼수 방송을 통해 인격과 품위를 갖춘 정치인, 적장(대통령)한테 허리 굽혀 사과를 해도 전혀 비굴해 보이지 않는 타고난 애티튜트의 힘을 지닌 정치인, 사익에 사사롭지 않고 뭔가 다른 대범함을 가진 정치인… 그런 ‘큰 그릇’을 알아보고 김어준은 문재인을 다음 대통령으로 ‘찜’했다는 얘기입니다.
김어준은 육두문자 욕설을 입에 담고 사는 이시대의 대표적인 저질 문화 권력입니다. 그러긴 해도 정치의 맥을 짚고 흐름을 읽어내는 나름의 감각적 판단분석 능력만큼은 탁월하다는 평도 듣습니다. 김어준 아류의 진보좌파와 인사들한테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은 ‘가카새끼’라는 보통명사로 불립니다. 그런 하찮은(?) 대통령한테 이유야 어떻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하고 있는 진보정치인 문재인을 보면서 김어준은 ‘다음 대통령은 당신’이라는 영감을 얻었다는는 거지요. 다소 생뚱맞기는 합니다. “적장(敵將)한테 허리굽혀 예를 표해도 전혀 비굴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우가 바른 사람으로 보여 좋았다”는 설명도, 대통령의 필수 자격요건으로 거론하기에는 궁색하고 구차스럽습니다.
그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예비 경선이 끝났습니다. 김어준의 바램대로 문재인은 후보 8명중 1위 득표로 제1야당의 제1대선후보로 떴습니다. 대선 출마설이 본격적으로 나돈지 불과 반년 만에 이룬 대단한 성취입니다.


경선 1위 문재인 ‘상처뿐인 영광’


문재인의 예선 1위는 어느 면에서는 ‘상처뿐인 영광’입니다. 요 며칠새 책 출간과 방송 출연으로 불어 닥친 이른바 ‘안풍’(안철수 바람)의 직격탄을 맞아, 문재인은 지난 1월 ‘힐링캠프’ 방송출연 이후 유지해 오던 10%의 중반의 지지율이 반 토막이 났습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전주보다 무려 7.9%나 하락한 9.3%의 낮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예비경선 컷오프 통과자 다섯명으로 8월 25일부터 본 경선을 치릅니다. 1강(문재인) 2중(손학규·김두관) 2약(정세균·박준영) 구도입니다. 1위가 과반득표를 못하면 2위와 결선 투표를 한번더 갖게 되지요. 여기서 최종 승리하는 후보가 (아마도) 안철수와 야권단일후보 경선을 한번더 치르게 될 겁니다.
현 상황대로 가면 문재인이 8월 결선투표에서 과반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문재인은 90%가 넘는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고, 당원 지지율도 3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안철수와의 야권 단일화는 물론 새누리당 박근혜와의 대결구도에서도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부족하다, 유약하다, 정책 비전이나 정치적 언동에 일관성이 없다, 대북 인식 등 안보관이 불안하다… 그에게 따라붙은 의문들입니다.
경선을 치르는 솜씨나 전술전략도 매끈하지 못했고 아마추어적 어설품과 허둥댐이 였보였습니다. 올 초 방송된 SBS의 ‘힐링캠프’에서 그는 특전사 출신임을 자랑하며 벽돌 격파시범을 보였습니다. 예비 경선 기간중엔 특전사 모임에 참석하는 형식을 빌어, 얼룩무늬 특전사 군복차림 모습을 언론에 자주 노출 시켰습니다. 자신에게 따라붙는 ‘물렁 허약’ 이미지를 ‘강한 특전사 싸나이’ 이미지로 바꿔 보려는 나름의 상징 조작적 언론플레이였습니다.
공부 잘하고 고생안한 궁도령(宮道令) 스타일의 샌님 이미지에서 탈피해 보려고 그는 이번 경선 기간 중 자신의 대통령상(PI)으로 ‘대한민국 남자’를 뜬금없이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남자 중의 남자임을 강조해 결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허약한 카리스마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특전사 세일즈’는 실패했지요.
‘남자중의 남자’라는 대통령 PI는 ‘남성 우월적 마초주의’라는 여성계의 반발로 슬그머니 깃발이 내려졌습니다. 특전사 코스프레(분장)는 호남, 특히 광주시민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5.18을 기억하고 있는 호남인들에게 특전사는 전두환과 정호용의 특전사 군인들이 광주시민들을 구둣발로 짓밟고 끌고가 온갖 악행을 저지른 고통의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특전사 소리만 들어도 광주시민들은 아직도 경기를 일으킨다고 하지요.
“특전사 복장으로 문재인이 TV에 나오면 광구에서는 채널을 돌리는 소리가 요란했다”고 어떤 네티즌은 블로그에 썼습니다.
문재인의 특전사 입대는 ‘싸나이의 자원입대’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는 유신시절 반정부 데모를 하다 강제징집 됐습니다. 유신 정권은 이때 군대에 끌려온 운동권 학생들을 강제로 특전사 같은 데로 보내 ‘개 고생’을 시켰지요. 문재인도 자원입대가 아니라 억지로, 별수 없이 특전부대로 끌려갔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 사정을 짐작하는 사람들에게 문재인의 지나친 특전사 코스프레는 ‘미꾸라지 국 먹고 용트림하는’식의 허장성세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의 대안…손학규 김두관 뜰수도


“그대 앞에만 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가…” 십수년 전 가수 김수희가 불러 한때 국민가요로 애창됐던 노래 ‘애모’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도 즐겨 부른 노래지요. 문재인에게도 그대 앞에만 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지 모를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안철수입니다. 문재인은 안철수 앞에만 서면 왜소해 집니다.
그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정책콘텐츠도 허약한 카리스마나 권력 의지도 아닌 바로 ‘안철수 콤플렉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는 안철수에게 “공동 정부를 운영하자”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전에 구애의 손길부터 내밀었습니다. 민주당은 이 한마디로 불임(不姙)정당의 꼬리표가 붙었지요. 당내의 많은 반발을 무릅쓰고 그는 계속 안철수한테 목을 맸습니다. “안원장이 대선 참여 뜻을 밝힌 것을 환영 한다”거나 “안 원장을 견제하지 말고 단일화 경쟁상대로 맞아들이자”는 식의 짝사랑 노래를 계속 불렀습니다. 안철수는 대꾸도 안하는데 혼자서 김칫국을 마셔 댔지요.
그에 비하면 경선 2위인 손학규가 쫄지않고 당당히 안철수에 맞서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손학규는 말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민주당에 127석을 줬다. 이것으로 정권을 만들어 보라는 뜻이다. 우리가 잘 해보지도 않고 안철수한테 손부터 내밀면 국민이 제1야당을 어떻게 보겠는가. 국민은 우리당에서 자신있는 지도자가 나와 정권을 되찾아 오길 바라고 있다…”
손학규는 구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 글씨’를 목에 걸고 외롭고 힘든 경선 레이스를 펄치고 있습니다. 만약 8월 경선에서 ‘과반 1위’가 나오지 않아 9월에 1~2위 간의 결선 투표가 실시되면 결기가 부족하고 권력의지가 약한 문재인 대신 손학규나 김두관 카드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주당안에서는 문재인-안철수 조합보다는 손학규-안철수, 혹은 김두관-안철수 조합이 새누리당 박근혜를 누를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카드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언론이 함께 안철수에 대한 본격 검증에 나서면 대선정국은 뜻밖의 방향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철수는 의외로 쉽게 낙마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한 지지율이 50%를 육박하지만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국민도 5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시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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