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혹검증4>안철수 불출마 종용한 정준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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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길 전 공보위원
유력 대선후보 예정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에게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가 있은 후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안 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에서 금 변호사의 폭로는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새누리당 측은 친구 간의 전화를 안 원장 측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폭로 내용을 희석시키는 분위기지만, 금 변호사에게 전화한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실제로 협박을 한 것처럼 들렸다는 한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상황은 다시 새누리당에 불리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이나 정준길 공보위원은 “택시를 탄 적이 없다”며 부인하다가 이틀만에 ‘택시를 탄것이 맞다’며 시인하는 이중성을 드러내 보였다. 민주당 경선부진과 안원장에 대한 검증이 불거지면서 상승세를 타던 새누리당은 한 공보위원의 뜬금없는 폭로로 그야말로 폭탄맞은 분위기로 바뀌어 버렸다. 새누리당에서는 무상급식 카드로 당을 곤경에 빠뜨렸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처럼 정 전 위원의 폭로가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일단 정 전 위원은 공보위원직을 사퇴했지만 이번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이번 사태의 전말과 사건을 일으킨 정준길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의 과거 행적들을 <선데이저널>이 취재해봤다.
<편집자주>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금태섭 변호사와 정준길 새누리당 전 홍공보위원은 모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된 인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정 전 공보위원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1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년 뒤인 1993년 35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정 전 위원은 이후 부산지검, 수원지검 여주지청, 서울중앙지검, 울산지검 등을 거쳐 2005년 검사복을 벗었다. 특히 2000년 서울중앙지검에 재직 당시에는 특수 3부 검사로 일하면서 당시 부부장검사였던 최재경 현 중수부장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큰 정치적 사건의 주임검사로 명성을 날리게 된다. 정준길과 함께 근무했거나 조사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정준길을 ‘정신 파탄자’로 불릴 정도로 간악하고 포악하기 짝이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위험천만한 인물을 중용한 박근혜 후보의 인사정책에 대한 비관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준길은 ‘정신파탄자’


정준길이 검사시절 맡았던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패스21’과 이회창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기양건설 로비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1년 목졸라 죽인 아내를 간첩으로 몬 윤태식씨가 정치권 인사와 정권 실세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였던 ‘윤태식 게이트’로 이어진 사건이다.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도 반공투사의 이미지를 얻은 윤씨는 지문감식 분야의 첨단 기술을 가진 패스21의 벤처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윤씨는 촉망받는 벤처인으로 청와대에 초청되기도 했으며 DJ가 직접 회사로 방문해 격겨까지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윤태식 게이트’로 정체가 탄로났다. 검찰 수사 결과 윤씨가 주가조작 및 가장납입 등을 통해 수십억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이 돈을 가지고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아내를 살해한 사실도 밝혀졌다.  정 전 위원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검사로 일하며 이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특히 산업은행 간부들이 패스21에 산업은행의 지분을 투자하고 그 대가로 현금 또는 주식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산업은행은 벤처기업 지원을 담당하는 국책 은행이다. 안철수 원장이 당시 경영을 맡았던 안철수연구소도 산업은행의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













 ▲ ‘의혹’의 교통사고: 안원장의 비리 문제를 거론하며 불출마를 종용한 사실이 폭로되고, 택시기사에 의한 거짓발언이 표면화된 직후 차량이 뒤집히는 교통사로를 일으킨 정준길 전 위원. 자작극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 전 위원은 지난 4일 금 변호사에게 1999년 안 원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이 은행 투자팀장이던 강모씨에게 주식을 뇌물로 건넨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안 원장의) 여러 가지 의혹들,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과 관계해 제가 수사 연장선상에서 누구보다 (의혹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금 변호사가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위원은 은연중에 자신이 안 원장의 비리를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안 원장의 BW 의혹은 1999년 헐값으로 산 BW를 처분해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벌었다는 것이다. 이 의혹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정 전 위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연관되었던 ‘기양건설’ 사건의 전임주임 검사였다. 이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정준길은 기영건설과 반대편에 서 있던 인사들의 부탁(표면적 이유는 고발)에 의한 ‘청탁수사’을 하면서 무지막지 하게 정치권과 무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사건을 몰고 갔다. 결국 이들은 사건이 자신의 의사대로 진전되지 않자 급기야 기양건설이 이회창 후보에게 20억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거짓 발표에까지 이르렀다.
정준길은 자신의 수사 의지와 차이가 나면 수사보고서를 집어던지고 막말과 욕지거리를 해내며 윽박지르는 등 길거리 시정잡배들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보여 당시 함께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들 조차 ‘언젠가는 일 한번 제대로 낼 사람이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부하직원에 무지막지한 손지검


정 전 위원은 검사생활을 하다가 돌연 민간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그가 입사한 기업은 CJ. 정 전 위원은 2006년 초 CJ법무실로 자리를 옮겼다가 그해 12월 ‘사업을 해 보고 싶다’는 그의 의지를 받아들여 2007년 인사에서 갑작스럽게 전략구매실 상무로 인사 발령을 받는다.
평생 검사로 살았던 사람이 전략구매실이란 다소 생소한 부서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년 2조에 이르는 막대한 구매를 담당하는 핵심부서의 실질적 책임자였던 정준길은 2007년 가을 중국 출장길에 오른다. 출장 중 지나치게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정준길은 전날밤 과로(?) 탓에 동행한 부장에게 다음날 팀 단합대회 연기를 주문한다. K부장은 마침 40% 정도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니 연기해 보겠다고 말해 일정은 다음날로 미뤄졌다. 하루더 연기하면서 광란의 시간을 보낸 정준길은 다음날 호텔 로비에서 ‘체육대회는 연기가 되었느냐?’고 물었고 K부장은 ‘비가 오지 않아 예정대로 치뤘다’고 보고하자 정준길은 그 자리에서 K부장에게 육두문자를 퍼부으며 귀싸대기를 후려쳤다.

그리고는 이내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두세 차례 왕복으로 K부장의 얼굴을 때렸다. 그 자리에는 중국 현지지사의 직원들도 있었고 많은 외국인들도 있었으나 막무가내인 정준길은 입에 담지 못할 육두문자와 소리를 지르는 등 행패를 계속했다.
이 일화는 현재까지 CJ그룹에서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일화다. 이런 평소의 그의 행패에 가까운 일련의 예를 보더라도 정준길의 이번 행동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2008년까지 CJ에서 일하던 정 전 위원은 2008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해 광진을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나 공천을 받지 못한다. 그는 2008년 5월에는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로 일하면서 대한변협 대변인으로도 활동하게 된다.

정치인의 꿈을 버리지 못한 정 전 위원은 지난 4월 선거에서 다시 한 번 국회의원에 도전했으나 이번에는 본선에서 추미애 민주당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그는 이후에도 새누리당 광진을 당협위원장과 공보위원을 겸임하며 이번 대선을 준비해왔다.


설익은 행동이 박근혜에 폭탄 안겨줘


박근혜 후보를 향한 과잉충성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친구인 금태섭 변호사에 대한 우정 때문이었을까. 그가 금 변호사에게 한 전화는 결과적으로 박 후보에게 폭탄을 안겨다 준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정 전 위원은 친구간 전화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그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한 택시원전사 이 모씨의 증언이 나오면서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잇따라 출연해 “(정 전 위원의) 목소리가 크고 격앙돼 있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저렇게 얘기해도 될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시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4일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 (정 전 의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택시를 타 목적지를 말하지 않고 ‘쭉’ 이라고만 얘기한 뒤 통화를 하다가 광진경찰서 앞에서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 전 의원 추정 승객이) ‘안 원장에게 대선 출마하지 말라고 해라. 대선 나오면 죽는다’ ‘(안 원장이) 최근까지 음대출신 30대 여성을 사귄 것과 뇌물사건을 우리가 조사해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시 그 승객을 정 전 위원으로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선 “언론보도를 보기도 했고, ‘나 정준길인데’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안철수씨 이야기를 계속해서 확실히 기억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승객이 정 전 위원임을 확인할 수 있는 블랙박스 화면 등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녹화된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새누리당에도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고 항의전화를 한번 했으나 답변이 없었다”며 “그분이 제 차에 분명히 타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걸로 말해 (사실을) 밝히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위원은 “협박 전화를 한 것이 아니라 조언을 한 것”, “전화 통화 당시 택시에 탄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가 사태가 사실로 드러나자 끝내 시인하는 추태를 보였다.
정 전 위원은 이 씨의 폭로가 있던 11일 오후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됐다가 퇴원해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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