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언론의 사명을 잃어버린 한국 언론들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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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세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본국 언론들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권력의 감시견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이 그 본분을 망각한 채 권력에 줄서기가 한창이다. 기존의 보수 언론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일부 중립적 위치를 견지했던 일부 언론사와 방송사들은 그야말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들은 박 후보와 새누리당에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추석을 전후해 본국 정가에서는 새누리당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치적 사건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런 보도들은 이내 신문이나 뉴스에서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안철수 후보와 관련한 각종 네거티브 공격으로 채워졌다. 안 후보에게 제기되는 검증 사안을 보면 대부분 새누리당이 흘려준 것을 언론사가 이렇다 할 확인과정 없이 그대로 제기하는 모양새다. 이에 비해 박 후보를 치켜세우는 보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고 있다. 이런 케이스는 방송뉴스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런 언론의 행태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군부독재를 찬양했던 언론사들의 행태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추석 연휴가 다가오던 지난 달 27일. 최근까지 새누리당 전 청년위원장이었던 손인석 씨가 자신의 측근들을 통해 충격적인 폭로를 했다. 그는 폭로 3일 전인 24일 선거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었다. 폭로내용에 따르면 손 씨는 2011년 4·27 재보선과 같은 해 10·26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 당직자들을 통해 후보 측에 자금을 제공했다.
먼저 손씨는 2011년 4·27 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강원도당 관계자에게 엄기영 강원도지사후보 선거비용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넸다. 중앙당 관계자에겐 선거비용 500만원을 줬다고 한다.
당시 김해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김태호 후보측에는 1억원을 전달했다. 손 씨는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씩 이 돈을 돌려받았다.
손 씨측이 근거로 공개한 증빙서류에 따르면 5000만원은 손 씨 소유의 건설회사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당사의 ‘오피스 개선공사’를 해준 것처럼 꾸미고 반환받았다. 실제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나머지 5000만원은 새누리당 관계자로부터 현찰로 돌려받았다고 한다.


언론들의 몰지각한 행태 비난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에는 나경원 후보 선거비용 명목으로 새누리당 중앙당 관계자에 1000만원을 전달했고, 500만원을 추가로 제공했다는 게 폭로의 골자였다.
손 씨의 폭로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최근까지 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정우택 의원의 최측근으로 일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과 손 씨는 지난 4월 공천과정에서 사이가 멀어졌고, 결국 정 최고위원이 손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 최고위원은 두 차례 충북도지사를 지낸 인물로 충북 지역의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에서 충청 지역이 당락을 좌우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정 최고위원의 주가는 높이 치솟던 터였다. 따라서 10년 가까이 정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있던 손 씨의 폭로는 신빙성이 높았고, 그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 최고위원이 가지고 있던 위치나 새누리당 당내 서열 10위 안에 드는 청년위원장이 당의 치부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그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이 사건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는 최고의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새누리당 쪽이 지난해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일 창원터널에서 가짜 공사와 차량 동원 등을 통해 투표소로 가는 길을 막아 시민의 투표 참여를 방해하려 했다는 이른바 ‘터널 디도스’ 사건은 네티즌들의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런 근심은 기우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손 씨의 폭로를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기꾼’의 자기변명으로 치부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뒤늦게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 일부 진보언론들이 관심을 가질 뿐 방송 등에서는 아예 한 꼭지도 다뤄지지 않거나 자막 정도로만 보도됐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었다.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으로 정권교체 후 법무부 장관으로까지 거론됐던 김재원 의원이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 했던 실언과 폭언 역시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이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박 후보가 정치를 하는 것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국가의 최고직 자리를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야 차지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 발언을 했을 때는 박 후보가 과거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점이어서 그 폭발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 발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보도에서 사라졌다.


황당한 논문표절 의혹


반면 10월 2일 보도됐던 안철수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은 그야말로 침소봉대의 전형이었다.
시작은 지난 1일 MBC가 “안 후보가 1990년 서울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이 서울대 서모 교수의 박사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었다.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채 서 교수의 실험 결과 설명과 ‘볼츠만 곡선’ 유도식을 논문에서 거의 복사하는 수준으로 베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캠프 금태섭 상황실장은 2일 서울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의 논문과 서 박사의 논문을 비교하며 반박했다. 금 실장은 “베꼈다는 부분을 겹쳐 놓고 같은 부분을 찾아봤으나 공통된 부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금 실장은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이석호 주임교수에게 자문한 내용도 공개했다.













 ▲ MBC의 안철수 후보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 보도는 대표적인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로 언론의 감시기능을 포기한 사건이다. 섣부른 의혹보도로 박근혜 후보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이 교수는 “볼츠만 곡선 유도식은 19세기 통계물리학자인 볼츠만이 정립한 물리학 원칙으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비견된다. 자연현상 원리를 적용할 때마다 저서를 다 인용하지 않듯이 볼츠만 원리를 적용할 때는 인용문을 달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했다. 이어 “두 논문은 심장세포에 존재하는 세포막을 통한 전혀 다른 종류의 이온 흐름에 같은 통계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현상에 같은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을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 역시 반박성명을 내고 “(MBC는) 방송 1시간 전에야 전화를 하고, 정확한 답변을 했음에도 ‘안 후보와 논의 후 답변하겠다’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거짓말을 공식 답변인 양 보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금만 알아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임에도 이렇게 보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언론이기를 포기할 때에야 이런 무책임한 보도가 나올 수 있다”며 “MBC와 해당 기자는 공식 사과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MBC는 2일 “안 후보가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동료 4명과 함께 1992년 한국과학재단에 연구보고서를 제출하고 연구비 1000만원을 받았다”며 “(이는) 같은 해 2월 임모씨의 서울대 석사학위 논문과 서론, 연구목적, 결론에 이르기까지 거의 흡사하다”고 재차 보도했다. 이어 “논문 원저자인 임씨는 명단에 없어 후배 논문을 재활용해 연구비를 타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고 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연구팀에 안 후보 이름이 올라간 경위를 알 수 없고 그와 관련된 어떤 비용도 받지 않았다. 연구실적으로 사용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언론의 이런 의혹 제기가 새누리당 측에서 흘린 것들을 검증 없이 보도할 정도로 편향적이라는 점이다. 얼마전 제기됐던 안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의 다운계약서 논란 역시 새누리당이 송파구청 측에 자료를 요구해 확보한 것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었다. 논문 표절 역시 새누리당 출입 MBC 기자가 보도한 내용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섣부른 의혹제기로 거센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그러자 이번 선거에서는 당은 뒤로 빠져 있는 채 언론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의 유치한 언론 플레이


문제는 언론들이 이런 정치권의 언론플레이에 아무런 반성없이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언론들이 권력에 줄을 서며 정치권의 언론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렇게 된 것은 언론인들의 줄서기와 박 후보의 언론 대응 방식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자신에게 불리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사에게는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박 후보의 이런 언론 대응 방식은 자신들이 그토록 선긋기를 하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닮아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자신에게 줄 섰던 언론인들을 대거 요직에 중용했다.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김두우 홍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을 보면서 현재의 언론사 데스크급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로는 어떠하였나. 신재민 전 차관의 경우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김두우 수석 역시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 이용당한 언론인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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