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손씨는 2011년 4·27 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강원도당 관계자에게 엄기영 강원도지사후보 선거비용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넸다. 중앙당 관계자에겐 선거비용 500만원을 줬다고 한다. 당시 김해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김태호 후보측에는 1억원을 전달했다. 손 씨는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씩 이 돈을 돌려받았다. 손 씨측이 근거로 공개한 증빙서류에 따르면 5000만원은 손 씨 소유의 건설회사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당사의 ‘오피스 개선공사’를 해준 것처럼 꾸미고 반환받았다. 실제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나머지 5000만원은 새누리당 관계자로부터 현찰로 돌려받았다고 한다. 언론들의 몰지각한 행태 비난
손 씨의 폭로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최근까지 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정우택 의원의 최측근으로 일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과 손 씨는 지난 4월 공천과정에서 사이가 멀어졌고, 결국 정 최고위원이 손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 최고위원은 두 차례 충북도지사를 지낸 인물로 충북 지역의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에서 충청 지역이 당락을 좌우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정 최고위원의 주가는 높이 치솟던 터였다. 따라서 10년 가까이 정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있던 손 씨의 폭로는 신빙성이 높았고, 그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 최고위원이 가지고 있던 위치나 새누리당 당내 서열 10위 안에 드는 청년위원장이 당의 치부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그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이 사건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는 최고의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새누리당 쪽이 지난해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일 창원터널에서 가짜 공사와 차량 동원 등을 통해 투표소로 가는 길을 막아 시민의 투표 참여를 방해하려 했다는 이른바 ‘터널 디도스’ 사건은 네티즌들의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런 근심은 기우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손 씨의 폭로를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기꾼’의 자기변명으로 치부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뒤늦게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 일부 진보언론들이 관심을 가질 뿐 방송 등에서는 아예 한 꼭지도 다뤄지지 않거나 자막 정도로만 보도됐다. 비단 이 뿐만이 아니었다.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으로 정권교체 후 법무부 장관으로까지 거론됐던 김재원 의원이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 했던 실언과 폭언 역시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이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박 후보가 정치를 하는 것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국가의 최고직 자리를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야 차지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 발언을 했을 때는 박 후보가 과거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점이어서 그 폭발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 발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보도에서 사라졌다. 황당한 논문표절 의혹 반면 10월 2일 보도됐던 안철수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은 그야말로 침소봉대의 전형이었다.
안철수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 역시 반박성명을 내고 “(MBC는) 방송 1시간 전에야 전화를 하고, 정확한 답변을 했음에도 ‘안 후보와 논의 후 답변하겠다’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거짓말을 공식 답변인 양 보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금만 알아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임에도 이렇게 보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언론이기를 포기할 때에야 이런 무책임한 보도가 나올 수 있다”며 “MBC와 해당 기자는 공식 사과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MBC는 2일 “안 후보가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동료 4명과 함께 1992년 한국과학재단에 연구보고서를 제출하고 연구비 1000만원을 받았다”며 “(이는) 같은 해 2월 임모씨의 서울대 석사학위 논문과 서론, 연구목적, 결론에 이르기까지 거의 흡사하다”고 재차 보도했다. 이어 “논문 원저자인 임씨는 명단에 없어 후배 논문을 재활용해 연구비를 타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고 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연구팀에 안 후보 이름이 올라간 경위를 알 수 없고 그와 관련된 어떤 비용도 받지 않았다. 연구실적으로 사용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언론의 이런 의혹 제기가 새누리당 측에서 흘린 것들을 검증 없이 보도할 정도로 편향적이라는 점이다. 얼마전 제기됐던 안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의 다운계약서 논란 역시 새누리당이 송파구청 측에 자료를 요구해 확보한 것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었다. 논문 표절 역시 새누리당 출입 MBC 기자가 보도한 내용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섣부른 의혹제기로 거센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그러자 이번 선거에서는 당은 뒤로 빠져 있는 채 언론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의 유치한 언론 플레이 문제는 언론들이 이런 정치권의 언론플레이에 아무런 반성없이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언론들이 권력에 줄을 서며 정치권의 언론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렇게 된 것은 언론인들의 줄서기와 박 후보의 언론 대응 방식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자신에게 불리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사에게는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
<대선정국> 언론의 사명을 잃어버린 한국 언론들 ‘점입가경’
이 뉴스를 공유하기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