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이번에는 정수장학회에 발목잡힌 박근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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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논란으로 홍역을 겪었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이번에는 정수장학회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수장학회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 문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오래 재직했었고, 현재 최필립 이사장 역시 박 후보의 의전비서관 출신이란 점에서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오리발로 일관하고는 뻔뻔하고 가증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가 과거사 또는 아버지의 유산과 관련해 계속해서 공격을 받는 이유는 하나다. 아버지의 후광은 그대로 취하려 하면서, 아버지가 남겨 놓은 어두운 유산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박 후보가 아버지가 남긴 공과에 대해 이번 대선을 통해 정당하게 평가 받길 원하지만, 박 후보는 ‘과’에 대해서는 ‘코너’에 몰려서야 전향적 입장을 취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두 가진 판결’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전향적 입장을 취했던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선데이저널>은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의 전말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정수장학회’는 전신인 ‘5ㆍ16 장학회’가 지난 1982년 개명한 재단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운데 자인 정(正)과 육영수 여사의 마지막 자인 수(修)자를 따서 만들었다. ‘정수장학회’가 ‘장물’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전신인 5ㆍ16 장학회의 모태가 되는 ‘부일장학회’와 관계가 있다.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씨는 부산일보와 삼화고무를 운영하던 언론인이자 기업가, 국회의원까지 지낸 ‘부호’였다.
김지태 씨는 1958년 자신의 재산인 부산일보 주식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65%, 서울문화방송 주식 100%과 토지 10만 평(부산 서면 일대. 당시 시세로 4조원)을 토대로 부일장학회를 설립했다. 부일장학회는 ‘부산일보 장학회’의 줄임말이다. 당시 교육복지는 꿈꿀 수 없었던 부산 지역의 장학사업으로 부산지역의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재단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부일장학생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1962년 중앙정보부는 김지태 씨를 ‘부정축재처리법 위반’, ‘해외재산도피법 위반’으로, 부인 송혜영 씨는 ‘밀수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얼마 뒤에 그들은 군검찰의 공소취하로 풀려났지만 김지태 씨의 전 재산이 박 전 대통령의 5ㆍ16 장학회로 이전 되어 이것이 자발적 헌납인지, 강제로 내놓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지난 2005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부일장학회 등은 중앙정보부(현 국정원)가 강제로 김지태 씨의 재산을 빼앗았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이 장학회의 이사장은 사실상 박정희가 임명했으며 박 후보도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이 장학회의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의 후임인 현 최필립 이사장도 박 후보쪽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2005년 초 열린우리당 등 여권과 당내 비주류가 정수장학회 설립 과정에서 ‘재산 강탈 의혹’을 제기하자 2월 정수장학회 이사장직과 이사직을 내놓았다.


예견됐던 정수장학회 논란


정수장학회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때만 되면 나타나 발목을 잡아왔다. 박 후보는 이미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도 정수장학회 문제로 당 안팎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국정원 산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그해 5월 재산환원 권고 조치를 내린 게 빌미가 됐다. 당시 박 위원장은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당시 친이계들은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친이계에선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소유 논란, BBK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듯 “누가 누구를 탓하느냐”는 논리를 동원했다. 그해 6월 당 국민검증위원회가 정수장학회 논란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공동대변인은 “검증위 조사 결과는 존중한다”면서도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문제제기들이 모두 해소된 건지 앞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이 과열되면서 말도 거칠어졌다. 이명박 후보의 장광근 공동대변인은 그해 7월6일 박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최태민 목사를 언급하면서 “정수장학회, 영남대학, 육영재단 운영 등 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의 중심에는 늘 최태민이 있었다”며 “도덕성과 관련해 초연한 입장을 취해왔던 박 후보의 양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 씨(왼쪽)과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방송인 ‘부산문화방송’
진수희 공동대변인은 경선 막바지인 같은 달 30일 “영남대 비리의혹, 정수장학회 관련 횡령 및 탈세의혹, 육영재단 비리의혹 등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시비하는 격이 아니냐”고 했다.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씨의 차남 김영우씨가 “박 위원장이 1998년 국회의원에 선출된 뒤 상근 이사장직을 겸하면서 업무상 횡령·탈세를 했고 배후 에서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도 쟁점이 됐다. 그러자 당시 이명박 캠프 관계자들은 “국회의원과 이사장을 겸직하면서 보수로 2억5000만원을 받았는데 어떻게 세금 한 푼 내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문제 삼았다. 박 위원장은 당시 “(정수장학회는) 공익법인으로, 이미 사회에 환원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2007년 7월19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검증청문회에서 ‘정수장학회 강제헌납 의혹’ 질문을 받고 “동의할 수 없다. 강제 헌납됐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정수장학회 측에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정수장학회 문제를 완전히 털고 갈 의향이 없느냐’는 물음에 “나는 공익재단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이래라 저래라’ 하지 못한다.  정수장학회 측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최근 불거진 정수장학회 논란에 박 위원장이 내놓은 해명과 판박이었다.


불통 이미지 더욱 커져


박 후보의 이런 해명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점점 그의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데 한 몫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정수장학회의 부산일보·MBC 지분 매각 논란이 터지면서 정수장학회는 대선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지난달 과거사 인식 논란때처럼 또 실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박 후보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상대회 참석 후 기자들에게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런저런 개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입장을 다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일단 자신은 무관하다는 기존의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다. 박 후보는 전날에도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도 관계가 없다”, “저나 야당이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는 강탈한 장물이어서 팔 수 없다”는 민주통합당과 시민단체 등의 비판에 대한 ‘물타기성’ 발언도 나왔다. 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정현 당 공보단장은 같은 날 당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노무현 정권시절 삼성 이건희 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사재 사회환원 사례를 들며 정수장학회도 강탈한 장물이 아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이 단장은 “재판과정에서 두 회장이 각각 8천억 원, 1조 원 대로 사회환원한다고 했는데 이를 노무현 정권이 삼성과 현대차로부터 강탈한 장물이라고 이야기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곧바로 부산일보 노조와 유족측의 반발을 샀다.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정수장학회 사례와 두 그룹 사재출연의 차이는 고(故) 김지태씨의 재산을 빼앗아 재단 설립을 지시한 사람이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었고, 지금까지 그의 측근과 가족이 이 재단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고 김지태씨의 아들 김영우씨도 “법원 판결문에도 군사정권에 의한 상당한 강탈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의 경우 강탈당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했다가 결국 여론에 밀려 사과 회견을 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황우여 대표, 정우택 최고위원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16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조기 사퇴”, “박 후보가 최 이사장의 사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박 후보가 여론에 밀려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한다 하더라도 과연 진정성 있는 것이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몇 년 째 ‘나와는 관계없다’는 말만 했던 그가 손바닥 뒤지듯 자기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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