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대통령? 글쎄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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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 (언론인)

한국의 강화도엔 ‘강화도령 첫사랑 길’이라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용흥궁~청하약수터~남장대~철종임금 외가를 둘러보는 총길이 11.7km 짜리 산책로입니다. 조선왕조 25대 왕인 철종의 어린 시절 삶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일종의 ‘역사여행 길’이지요. 철종은 사도세자의 서자인 은언군의 손자로, 궁중의 권력암투에 휘말려 부모 형제 일가권속이 모두 참살되자, 강화도에서  농사일과 나무꾼일을 하며 숨어 살았습니다. 이런 그를, 후사 없이 죽은 헌종의 후임으로 임금자리에 앉힌 사람들이 바로 당시의 막강 지배권력인 안동 김씨 세력이지요. 안동 김씨들은 본명이 이원범인 철종의 친가나 외가쪽에 권력을 넘볼 인물이 없고, 원범 자신이 일자무식인데다 권력의지가 없으며, 당시 나이가 18세로 꼭두각시 임금으로 앉히기엔 제격이라 보고, 그를 왕좌에 불러들였습니다. 철종의 재위 14년은 조선왕조의 몰락을 재촉한 혼란과 격변의 한 시기였습니다.
철종은 요즘식으로 말하면 ‘스토리가 있는’ 군주입니다. 천박한 나무꾼이 어느날 갑자기 왕이 된 것, 허수아비 임금노릇을 하며 나무꾼 시절의 그 남루하고 질박한 삶으로 늘 되돌아 가고 싶어한 것, 어린 시절 첫사랑을 잊지못해 방탕한 궁중생활에 탐닉하다 32세의 한창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임금…. 권력과 멜로가 절묘하게 조합된 이 강화도령 스토리는 라디오와 TV드라마, 영화등으로 제작돼 크게 히트를 쳤습니다. 드라마 강화도령은 임금과 시골 첫사랑 처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에다, 당시 지배권력과 탐관오리들의 부패상, 이에 맞서는 민초들의 저항과 천주교 박해라는 시대상까지 곁들어져, 극적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강화도에 조성된 강화도령 첫사랑 길은, 철종임금이 어린시절 동네처녀 봉이와 사랑을 나누며 30리나 떨어진 냉정리의 외갓집을 오가던 길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코스입니다. 오동나무의 연보라빛 초롱꽃이 고운 30리 강화도령 첫사랑 길엔, 150년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습니다.


문재인은 강화도령?


문재인이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급부상 하면서, ‘문재인 강화도령’ 담론이 한때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노무현의 한을 풀겠다며 정권 재탈환에 절치부심하던 민주당내의 이른바 ‘친노 폐족’들은, 150년전 안동 김씨들이 강화도령을 허수아비 임금으로 앉혀 정치를 전횡했듯이, 권력의지가 약하고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지 않은 문재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든 후, 친노 패권정치를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 바로 ‘문재인 강화도령설’의 골자입니다. 문재인은 당초 정치에 뜻이 없었습니다. 자신은 정치인 스타일이 아니며 정치로 성공할 자신도 없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말해왔습니다.

정치엔 손사래를 치던 문재인이 ‘바람’이 난건 지난 4월 19대 총선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잇단 정치적 패착으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압승이 점쳐지던 총선에서, 그는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 출사표를 내 승리를 거뒀지요.  부산 경남에서의 민주당의 선전은 이 지역 선거를 총괄한 문재인의 몸값을 올리면서 마침내는 그를 대통령 선거판에까지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안동 김씨들이 강화도령 이원범을 찜했듯, ‘부엉이 바위’ 노씨들은 부산도령 문재인을 찜한거지요.

친노진영은 당초 대선후보로 문재인과 김두관을 주목했습니다. 여당에서 굴러온 돌 손학규는 애시당초 연대의 대상도 되지 않았습니다. 김두관은 권력의지가 강하고, 뚝심이 남다른데다 옳다고 믿는 가치나 정치적 소신을 굽히지 않는 타입입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렸지만, 친노 그룹과는 함부로 몸을 섞지않고 독자적인 정치적 스탠스를 유지해 왔습니다. 문재인과는 달리 노무현을 뛰어넘는 정치를 지향한 김두관은, 친노 핵심들에게는 이미 ‘정치적 타인’인 셈이었지요. 그래서 대선후보 경선에서 친노들은 문재인에 올인했습니다. 응집력이 강한데다 조직표 동원이 가능한 민주당내 유일 계파집단인  친노세력의 전폭적 지원을 업고, 문재인은 자질이나 경륜면에서 발군의 존재감을 과시하던 손학규와, 새시대를 이끌 참신하고 서민적인 지도자 감으로 떠오르던 김두관을 누르고,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됐습니다. 능력보다는 ‘무난함’과 ‘만만함’이 제1야당 대선후보의 선택기준이 됐다는 사실은 시사적입니다.


안철수가 뿔 난 까닭


“이러다 정말 문재인이 대통령 되는 것 아냐?”
사람들이 모인 곳에선 요즘 이런 수근거림이 제법 많이 들립니다. 당선 가능성과 자질면에서 가장 뒤지고, 3자대결 순위에서도 줄곧 꼴찌를 지켜오던 문재인이, 요즘 무섭게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습니다. 무소속 안철수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고있던 중도 무당파와 전통 야당 지지표가 결집하기 시작하면서, 세후보 중 유독 문재인만이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경쟁력 면에서나 인물 면에서 ‘아니다’라고 폄하되던 문재인의 당선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하면서, “문재인이 대통령이라니…” 하고 심드렁해 하는 국민이 제법 많다고 하지요.

‘문통안총’이란 신조어가 생겨 났습니다. ‘문철수 공동정부’라는 말도 떠돕니다. 야권 단일후보 문재인이 대선에서 이기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고 안철수가 총리를 한다는 것이 문통안총입니다. 문재인 캠프와 민주당 지지성향의 언론매체들에서 주로 이런 말이 흘러나와 안철수 진영은 잔뜩 뿔이 나 있습니다. 권력 나눠먹기를 어떻게 할지는 몰라도 문통안총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내 생각입니다.
부산사람 둘이 대통령-총리를 함께 맡는다는 것도 국민정서상 어렵고, 새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가 낡은 기득권 정당인 민주당 정권에 들어가 ‘월급쟁이 총리’를 한다는 그림도 그럴듯해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10일, 대한민국의 명운이 …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문철수’ 단일화 협상이 엊그제 안철수측의 클레임으로 중단됐습니다. 곧 협상이 재개돼 후보등록 마감인 11월 25일까지 단일후보가 나올지, 각자도생을 하다 12월 19일 선거 직전에 이기고 있는 쪽으로 단일화 될지, 그도저도 아니면 대선 본선이 3자대결로 끝까지 가게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화요일 한겨레신문엔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에서 문재인이 안철수를 무려 11%나 앞섰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문재인은 3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안철수를 누르고 2등으로 올라섰고, 박근혜와의 양자대결에서도 크게 이겼습니다. 한겨레의 조사대로라면 안철수는 문재인에게 백기투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거지요. 헌데 바로 이 한겨레 보도가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적극 개입해 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고 안철수 진영은 발끈했습니다. TV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한겨레의 조사날짜를 미리 알아내 당원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문후보측이 조사대상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집 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해 놓으라.” “여론조사엔 5~7분밖에 안걸린다.”등 구체적인 정황설명과 행동지침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대응 매뉴얼은 지난 총선 때 진보당이 저지른 부정 경선 수법과 흡사합니다. 이밖에도 문재인측은 “안철수로 단일화 되면 민주당은 꽝”이라는 등의 자극적인 표현으로 주변인들에게 얘기하라는 지침을 내리는가 하면, 안철수 양보설을 조직적으로 흘리는등, 악의적 안철수 흔들기를 획책하고 있다고  안철수측은 팔짝 뛰고 있습니다.
지금 여론은 섣불리 협상중단을 선언한 안철수측에 썩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철수의 열혈 지지자들과 반민주당 세력을 중심으로, 문재인측의 반칙 세몰이를 비판하는 여론도 만만챦습니다.
결국 ‘단일화 정국’은 앞으로 며칠, 여론의 향배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당선은 박근혜만 믿어


문재인은 어쨌든 지금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출마선언 두달만에 그의 인기가 거의 꼭지점에 다달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친노 패권정치에, 무능 무기력한 리더십이 결합될 강화도령 아류의 문재인 정권 탄생을 지레 걱정하는 여론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아마도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힘들고 고단한 청와대 생활을 하게될겁니다. 교조적이고 배타적인 정치세력인 친노들이 사사건건 국정에 개입하려 들고, 정부의 한 축을 떠맡게될 안철수 쪽에서도 딴지를 거는 일이 잦겠지요. 원내의석 과반이 넘는 새누리당은 정부 여당이 내놓는 웬만한 법안은 모조리 깔아뭉개며 심술과 몽니를 부릴겁니다. 문재인은, 자신이 헌정사상 최악의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험담을 퍼부운 이명박보다, 어쩌면 훨씬 더  실패한 초라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러나 요즘 박근혜 캠프쪽이 가관입니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선거를 이길 생각은 안하고 ‘깔끔하게 질’ 궁리만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돕니다. 캠프내에선  서로 삿대질 하며 쌈박질에 편할 날이 없고. 150명이 넘는 소속 의원들과 원외 당협 위원장들은 팔짱 낀채 먼 산 바라보듯 선거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이미 진 선거”라며, 당과 캠프는 짙은 패배감에 빠져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자신하고 있는 사람은 박근혜 후보 한사람 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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