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놈,놈,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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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 (언론인)

안철수가 떠난 자리를 성인희가 차지했습니다. 왜 문재인이 아니고 성인희냐, 성인희가 도대체 누구냐고 조바심 내는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정치쪽 얘기가 아니라 정치 바깥쪽 얘기입니다. 분노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는 강연회—. 이른바 <청춘 콘서트>를 통해 뜨더니, 마침내는 대통령까지 하겠다고 내달은 사람이 안철수입니다.  2~3년전, 전국의 대학가를 달군 이 청춘 콘서트의 주인공 안철수가 떠난 빈 자리에서, 요즘 새롭게 인기몰이를 하고있는 사람이 바로 삼성정밀화학의 성인희 사장입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2012년판 청춘 콘서트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는, 한번 강연에서 보통 4~5천명의 대학생들과 만납니다. 한창 때의 안철수 못지 않은 인기지요. 이러다가는 5년후 대통령 선거에서, 성인희라는 또 한사람의 정치권 밖 후보가 ‘메시아 신드롬’을 일으키며, 무소속 돌풍을 몰아오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성인희 토크 콘서트는 ‘열정락서’입니다. 젊은이 상대 강연회에 어울리지 않는 ‘올드 패션’ 제목인데다 언뜻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도 수월챦습니다. 그래 그런지 성인희 콘서트는 별칭 ‘놈놈놈 강연회’로 불립니다. 그는 외칩니다. “세상은 천재가 아니라 ‘질긴 놈, 독한 놈, 엉뚱한 놈’이 바꾼다. 이 ‘놈놈놈’들의 공통점은 열정과 몰입이다. 열정이 상실된 애늙은이가 되기보다 몰입할 수 있는 정신력과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

2~30대 젊은이들 중엔, 선거를 불과 20여일 남겨놓고 안철수 사퇴로 요동치고 있는 현 대선정국을 ‘놈놈놈 신드롬’으로 풍자하며, 냉소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문재인 보다는 안철수 지지성향이 강한 2~30대들은 “성인희 말이 맞다. 질긴 놈, 독한 놈, 엉뚱한 놈인 문재인 당신이 결국 이겼다‘며, 문재인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박근혜한테는 가지 않을 이들중 상당수는 투표거부로 돌아설 것 같습니다. 20대 젊은층의 대거 기권은 이번 대선의 또하나의 변수입니다.


문재인은 질기고 독한 놈?


4~5년전 한국에서는 톱스타 이병헌 송강호 정우성이 주연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가 박스 오피스를 뜨겁게 달군적이 있습니다.  누적관객 700만을 돌파한 이 영화는. 30년대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세 남자가 벌이는 한국판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을 본떠 한국사회에서는 놈놈놈을 패러디한 여러 문화 상품과 인터넷 상품등이 쏟아져 나오는 ‘별난’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상호를 놈놈놈으로 쓴 카페와 고기집, 서점등이 생겨나고 ,제목에 놈놈놈이 들어간 책도 두세권이나 출간됐습니다. 놈놈놈이라는 예명을 쓴 가수도 나왔습니다. 지난9월 방송된 MBC의 가수 싸이 특집방송은 프로명이 ‘싸이의 놈놈놈’이었지요. 이 프로의 컨셉은 ‘한심한 놈’이 되고 싶었던 싸이가, 마침내 ‘뭘 좀 아는 놈’이 되더니, 지금은 ‘뛰는 놈에, 뛰게하는 놈’이 됐다는 메시지입니다.

놈놈놈 콘서트의 호스트 성인희는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년동안 한우물을 판 정통 삼성 맨입니다. 삼성인력개발원장등 경력의 대부분을 인사파트에서 보낸 인사통이지요. 인사 담당자로 근무한 경험에서 그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인사관은 바로 질긴 놈, 독한 놈, 엉뚱한 놈이 이긴다는 ‘놈놈놈 필승론’ 입니다. 잘나고 똑똑한 놈 보다, 질기고 독한 놈이 이긴다는 성인희식 성공담론이 정치쪽으로 튀면서. 안철수의 대선 중도탈퇴를 아쉬워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문재인에게 곱지않은 눈총을 쏴대고 있습니다. 질긴 놈, 독한 놈, 엉뚱한 놈 문재인 한테, 여린 놈, 착한 놈, 대통령 돼야 할 놈 안철수가 분하게도 졌다—.그들은 지금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안철수의 ‘문 일병 구하기’ 성공할까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후보사퇴를 선언할 무렵, 안철수는 측근들에게, 쌓이고 맺힌 심중의 일단을 짧은 한마디 말로 드러냈습니다. “문재인은 내가 알던 문재인이 아니었다—.” 문재인이 그리도 질기고 독한 인간인지 미처 몰랐다는 때늦은 고백같습니다. 한겨레등의 좌파매체들은 ‘통 큰 결단’이니 ‘아름다운 양보’니 ‘신선한 충격’이니 하며, 문재인에게 치를 떨고있는 안철수의 염장을 지르고 있습니다. 문재인은 참 염치도 좋습니다. 안을 그토록 짓뭉개놓고 지금은 “안후보님의 눈물을 잊지 않겠다. 당장이라도 찾아 뵙고 섭섭한 마음을 풀어드리겠다”고 요변을 떨고 있습니다.

캠프의 참모들은, 문재인이 안철수를 찾아가 90도 배꼽인사를 하는 사진 한 장 찍어 신문과 방송에 내는게 최고의 선거전략이라며, 저희끼리 히죽댑니다. 질기고 독하고 엉뚱하고, 거기에다 염치까지 없는 놈이 되고싶은 모양입니다. 문재인 측은 안철수를 갖은 교언으로 달래면서, 한편으로는 부릅 뜬 눈으로 겁도 줍니다. 문재인이 박근혜한테 져 전권탈환이 물 건너가면 그 책임은 안철수가 져야한다는 식의 이른바 ‘대역죄 프레임’입니다. 안철수가 마지 못해서라도 문재인을 돕지 않을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덤터기 공포’ 때문입니다. 아마도 다음주부터 안철수 진영은 생사 기로에 선 ‘문 일병 구하기’에 나설겁니다.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작전이 성공할지, 작전실패로 문 일병이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현재로서는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상한 놈이 대통령 되면?


18대 대통령 선거는 이제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야 후보가 선거 20여일 전에야  확정돼,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식의 이런 깜깜이-묻지마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박근혜 문재인의 양강구도라고는 하지만, 장외의 ‘그림자 후보’ 안철수가 선거판을 좌지우지 하는 사실상의 3강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형적인 선거도 처음 봅니다.
11월 2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안철수의 후보사퇴로 부동층이 7~10% 늘어났습니다. 이들의 향배가 선거의 추이와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판입니다. 이들의 표를 주어담기 위해, 두후보는 안철수가 있는곳을 향해, 마치 메카를 향해 무릎을 꿇는 마호멧 교도들의 예배의식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넙죽 인사를 올립니다. 안철수의 정신, 안철수의 꿈, 안철수의 정책 비전은 바로 나만 이룰수 있다고 갖은 아양을 떱니다. 민주당에서는 안철수한테, 원하면 당을 가져 가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문재인 배후의 ‘친노 꼴통’들이 당권을 안철수한테 호락호락 내 줄리도 없지만 ,당 대표 자리를 넙죽 받으면 정체성을 능욕 당한 안철수의 정치생명은 그날로 끝입니다.

안철수가 중도사퇴를 결심한 하나의 계기가 된 11월 21일의 TV토론에서, 문재인은 안철수가 답변하는 도중 느닷없이 코를 풀었습니다. 결례였습니다. 안철수의 안보관에 대해서는  이명박과 뭐가 다르냐고 면박을 줬습니다. 무례였습니다. 안의 참모들은 토론 직전 문과 친노세력을 공격할수 있는 책 한권 분량의 각종 자료를 챙겨 줬다고 합니다. 헌데 웬지 안철수는 단 한건도 쓰지 않았습니다. 충성심 강한 안철수의 3~40대 젊은 참모들은 그래서 더욱 열불이 납니다. 문재인이 안철수를 찾아와 넙죽 엎드리며 선거지원을 부탁할 때, 이들은 옆에서 냅다 코를 풀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문재인은 지금 초조합니다. 안철수 지지층의 6~70%가 문재인 지지의사를 밝혔다는 여론조사가 속속 발표되는데도, 지지율은 좀체로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나온 여러 조사에선 4~8% 정도의 격차로 박근혜한테 밀리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발벗고 나서주길 바라지만 쉽지 않습니다. 안철수는 아직도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앞으로의 정치행보를 위해서도 민주당과는 거리를 둔채, 제3지대에 머물러 있는게 전술전략상 낫습니다. 적극적인 선거지원은 선거법 위반시비를 낳을수도 있습니다.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톱스타 송강호는 이상한 놈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이번 대선을 놈놈놈식으로 패러디 해 보면, 더도 덜도 말고, 적어도 이상한 놈이 이기는 불상사만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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