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상 첫 여성대통령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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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18대 대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박근혜 당선자는 지난 5년 간 누려온 차기 유력 후보의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은 채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진보세력과 안철수 현상이라는 거센 도전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결국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이로서 박 당선자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자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부녀 가 모두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효과에 힘입어 막판 역전을 기대했지만, 박근혜라는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이번 선거는 보수세력의 결집이라는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이 결국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본보가 12월 초에 이미 보도했던 분석 기사 제목이 민주당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줬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미 진 게임’.
민주당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만 급급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단일화 효과에만 의존했던 민주당은 이미 진 게임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민주당에는 단일화 말고는 전략도 전술도 없었다. 단일화 효과가 물거품처럼 사라지면서 사실상 게임은 끝났었던 것이다. 18대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정치의 현실과 향후 사회를 짚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본지는 지난 860호에서 이미 문재인후보의 패배를 예감하는 기사를 통해 박근혜후보의 당선을 예언했었다.

이번 대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의 대결 구도로 펼쳐졌다. 두 사람 모두 전임 대통령의 후광에 기댄다는 약점을 안고 출발했지만 선거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인민혁명당 재심 사건과 고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받은 6억원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박정희 유신 정권에 대한 재평가 바람이 불었다.
시종일관 박근혜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지지율을 보인 가운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그리고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후보가 참여한 TV토론이 변수로 작용했다. 요지부동이던 지지율이 11월 안철수 전 후보와 단일화 이후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선거 막판까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박빙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네거티브 공세가 속출했고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격렬한 토론이 오갔다.
13일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유의미한 수준에서 바짝 따라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으나 결국 보수층이 결집한 박근혜 후보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사나흘만 더 있었더라도 문재인 후보가 역전했을 거라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본지는 사나흘이 아닌 세 달이나 네 달의 시간이 더 있었어도 역전을 불가능했을 거라 판단된다.


안철수 효과에만 급급


본보가 12월 초에 보도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들춰보자.
“이 상태로 라면 이미 문 후보는 진 게임이나 매 한가지다. 대선을 치루면서 선거 전략은 고사하고 계책도 없고 용기조차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PK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지지율도 문 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본지의 보도는 어느 하나 틀린 것 없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문 후보는 호남지역의 압도적 우세를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근소한 우위를 보였을 뿐 다른 지역에서 모두 완패했다. 심지어는 우세지역으로 분류됐던 경기도 지역에서마저 박 후보에게 밀렸다. 다시 말해 얼마간의 시간이 있었어도 대세를 뒤집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오직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 효과에만 모든 전략을 끼워 맞췄다. 우여곡절 끝에 안 전 후보와 11월 6일 단독회동을 갖고 새 정치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단일화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마저도 단일화 룰 협상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단일화룰 협상 교착국면이 지속되던 11월 18일 이해찬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며 사퇴하는 돌파구를 마련,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와 다시 만나 룰협상을 재개했지만 여론조사방식을 두고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23일에야 안 전 후보의 사퇴로 야권단일후보가 확정되는 등 다소 실기한 측면도 있다.
지난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돼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대선을 치른 박 후보에 비해 조직적인 면에서도 안착이 늦은 셈이었다.
여기 더해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사퇴했지만 공식적인 지원은 12월 6일에야 이뤄지면서 실제 문 후보가 야권후보로 위상을 확고히 하고 박 후보와 대결을 펼친 것은 보름 남짓이었다.
안 전 후보와 단일화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 ‘안철수 양보론’, ‘안철수 입당론’ 등도 가뜩이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을 투표장에서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됐다.


정책대결 부족하고 세대간 대결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대선보다 정책대결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TV토론이 시작되자 두 사람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이정희 전 후보가 TV토론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 ‘다카키 마사오’를 거론하면서 여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나만 기억하시라, 나는 당신을 떨어뜨리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는 이정희 전 후보의 발언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세 차례 TV토론은 박근혜 지지층을 더욱 결속시킨 것으로 보인다. 전국 최종 투표율이 75.8% 가운데 대구가 79.7%, 경북이 78.2%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도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낮은 투표율과 이 지역에서 문재인 후보가 격차를 크게 벌이지 못한 것도 패착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정치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드러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영입해 경제민주화 논쟁을 선점하고 쇼맨십일지언정 진보적 컬러인 붉은 색을 당 컬러로 받아들이고 당명을 바꾸고 보수 인사들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의 개혁 정책도 이명박 대통령과 단절에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징조작이 가능했던 데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정권에 예속된 공영 방송의 혜택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 이해도 부족하고 말투도 어눌하고 확실한 보수 이데올로기를 보여주지도 못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박정희 향수에 기대어 보수 회귀 심리를 자극했고 문재인 후보에게 참여정부 실패의 책임을 묻는 프레임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벌개혁과 양극화 등의 이슈를 수용하는 등 민주통합당의 진보 어젠더를 발 빠르게 받아들여 보수 어젠더로 소화한 것도 보수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의 프레임을 넘어설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패착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지지자들을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끌어내기까지 절박한 시대정신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반성도 제기된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던 박근혜 후보의 얄팍한 역사인식, 이명박 정부 정책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보수세력은 한국 사회를 향후 5년 간 더 지배하게 됐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첫 여성ㆍ과반 대통령

19일 실시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지난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과반 득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번 대선이 유력한 제3후보가 없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면서 세대결 양상이 극대화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투표에는 총 선거인수 4천50만7천842명 가운데 3천72만2천912명이 참여해 75.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1997년 제15대 대선 때의 80.7%보다 4.9%포인트 못 미치는 수치이지만 2002년 제16대 70.8%, 2007년 제17대 63.0%보다 각각 5.0%포인트, 12.8%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박 당선인의 이날 승리로 새누리당 보수정권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10년을 이어가게 됐다. 또 박 당선인 본인은 첫 여성대통령 기록과 함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부녀가 처음으로 대통령에 오르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박 당선인은 이날 당선이 확정된 직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설치된 특별무대에 나와 “이번 선거는 국민 여러분의 승리다.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려는 열망이 가져온 국민 마음의 승리”라면서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시대를 여러분께서 열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라면서 “보내주신 신뢰와 그 뜻을 깊이 마음에 새기면서 우리 국민 여러분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또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제가 반드시 열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패배한 문 후보는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패배를 공식 선언했다. 문 후보는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루지 못했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면서 “박근혜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 리더십과 국민대통합을 앞세운 `박근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대변화가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특히 선거기간 내내 “국민을 편가르거나 선동하지 않고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일관되게 국민통합, 국민화합을 강조해 왔으며 약속 이행 차원에서 이미 `국민대통합위원회’까지 구성해 놓은 상태다. 박 당선인은 이날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대통령 3대 약속 준수를 거듭 천명했다. 박 당선인은 21일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당선인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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