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를 ‘지구종말’이라 믿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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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과 한국가요 K-팝 때문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괴담이 요즘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싸이 관련 괴소문은 2~3주전 처음 인터넷에 떠, 한동안 검색어 순위 1위를 장식했습니다. 16세기의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에는 “춤추는 말의 원의 숫자가 9가 되면 고요한 아침으로부터 종말이 올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지요. 여기서 ‘춤추는 말’은 말춤 추는 싸이를 의미하고, ‘원의 숫자가 9가 된다’는 것은 영(O)이 아홉 개인 10억, 즉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10억이 되는 때라고 종말론에 ‘뿅 간’ 네티즌들은 해석합니다. 현재 강남스타일 조회수는 9억 5~6천만 정도로, 12월 21일께면 10억과 엇비슷해 집니다.
또다른 한편에서  K-팝이 지구 종말의 전조라고 경고하고 나선 사람은 놀랍게도 호주의 여성총리인 줄리아  길라드입니다. 그는 지난 12월 6일 한 라디오 방송을 위해 제작된 46초 짜리 패러디 동영상에서 “식인 좀비나 지옥에서 온 악마, 그리고 K-팝이 세상을 지배하는 때가 오더라도,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K-팝 열풍을 지구 멸망의 조짐으로 언급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길라드 총리의 이런 발언이 나온 후 호주에서는 한국인 상대의 폭행등 인종 혐오범죄가 잇달아 일어나, 한국정부는 호주 여행 주의보 까지 내렸습니다.

요 한두달 사이 지구촌은 고대 마야달력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근거로, 12월 21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괴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고대 마야인들이 사용하던 달력은 2012년 12월 21일까지만 기록돼 있는데, 이날이 지구 최후의 날이 될 것이라는 예언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2012>에도 묘사돼 있지요. 야후 뉴스에 따르면 지구촌 주민 열명중 한명은 12월 21일 지구 종말설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구 멸망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지난주 미 항공우주국 NASA는  4가지 과학적 이유를 근거로, 올해 지구종말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동영상을 만들어 이를 전세계에 배포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습니다.


박근혜 당선은 죽음이라는 정혜신


대다수 한국 사람들에게 2012년 12월 21일 지구 멸망설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릴겁니다. 마야달력과 호주총리 줄리아 길라드가 한국을 지구종말의 ‘원인국가’로 지목하고 있는데도, 막상 한국사람들은 ‘두더지 혼인잔치 구경하듯’ 무사태평입니다.
고대 마야달력의 12월 21일 보다는 코앞에 닥친 12월 19일의 대통령 선거 이슈가 더 절절했기 때문이겠지요. 그 대신 한국에서는 선거날인 12월 19일을 지구종말의 날로 믿는 ‘신인류’들이 생겨났습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게 종말이라고  믿는 사람이 5000만 국민중 2500만, 반대로 문재인이 돼도 멸망의 날이 온다고 믿는 사람이 2500만명입니다. 박근혜가 이겼으니 문재인 지지자 2500만은 영낙없이 종말론자가 돼버렸습니다.

온 세상이 두패로 나뉘어 죽기살기로 싸웠습니다. 온 국민이 문재인패와 박근혜패로 갈려  아귀처럼 다퉜습니다, 진보좌파와 보수우파, 2030세대와 5060세대, 전라도와 경상도, 가난한 사람과 잘사는 사람, 세대충돌-이념충돌-가치충돌–. 심지어는 박정희 노무현 두 전직대통령의 혼백까지 무덤을 박차고 나와, 이승의 추잡한 선거 싸움판에 끼어 들었습니다. 역대 대선마다 기승을 부린 금품선거는 줄었지만, 흑색선전과 유언비어, 아니면 말고식 거짓 폭로, 사기성 공약, 막말 저질 인신공격, 인터넷과 SNS를 통한 신종 탈법선거 운동등은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87년 이후 25년만에 처음으로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후보가 진검승부로 맞붙은데다, 판세가 워낙 박빙이다 보니, 분노와 적개심을 품고 저마다 그악스레 떼싸움에 나설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미국사는 교포들에겐 본국의 친구나 친지들로부터 이민가는 방법을 묻는 전화깨나 걸려오게 생겼습니다. 박근혜와 함께해야할 세상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무려 2500만이나 되니까요.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3주 사이에, 나라가 이렇게 갈기갈기 찢겨졌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이런 식으로 ‘내전’ 치르듯 ‘전쟁 모드’로 치르는 나라는 아마도 문명국가 중에선 한국이 유일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캠프에서 국민대통합 부위원장을 맡은 김중태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박정희 시대의 저명한 반체제 인사이면서, 이번선거에서 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지요. 이 김중태가 며칠전 광화문 유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선에서 낙선한 문재인이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 올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를 외치며 부엉이 귀신을 따라 저세상에 갈까 걱정된다–.” 낙선했을 때 문재인의 자살가능성을 걱정해 주는척 하면서  죽음이라는 화두로 그를 저주한 폭언입니다. 국민통합을 하겠다고 박근혜가 삼고초려로 ‘모셔온‘ 원로인사의 입에서 이런 악담이 나왔습니다.
문재인의 위장 캠프 조직인 이른바 국민연대의 정혜신 공동대표는 한 술 더 떴습니다.
“대선은 목숨이다. 정권교체가 실패한 그 순간, 죽을 사람들이 번호표 받고 대기하고 있다고 느낀다. 부시 대통령 당선 순간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라크에 나가 죽을 것이 결정됐듯이, 많은 국민이 그런 순간의 직전에 왔다고 생각한다–.”
정혜신은 한겨레신문의 칼럼등 매스컴활동으로 많은 매니아층을 갖고있는 여자 정신과 의사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이런 식으로 ‘맛이 가면’ 이 여자의 ‘헤까닥 증세’는 누가 치료해 줘야할까요? 정혜신의 진단대로라면 2500만 국민이 지금 박근혜 당선으로 번호표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김중태의 걱정대로라면 낙선한 문재인은 지금쯤 부엉이 바위에 올라 자살할 궁리만 하고 있어야 합니다. 2012년 12월 19일 치러진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선거는, 박근혜와 문재인을 돕겠다고 모여든 이런 정신지체아급 ‘돌아이’들의 허접스런 ‘말의 성찬’ 속에 어쨌든 오늘 끝났습니다.

문재인 자살 걱정하는 김중태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건국이래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녀 대통령의 탄생입니다. 어떤 인터넷 매체는 1000년만에 여성통치자가 나왔다고 호들갑입니다. 신라시대의 선덕여왕 얘기인 것 같습니다. 선덕여왕 까지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박근혜의 이번 승리는 의미가 각별합니다. 박근혜 대세론이라는게 있었지만 뜬구름 신기루였습니다. 안철수가 문재인의 손을 들어주면서 게임은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애초부터 정권 재창출 보다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훨씬 높은 가운데 치러진 이번 대선은 박 당선자에게 버거운 싸움이었습니다. 1~2%의 박빙대결 상황에서 박근혜 낙선에 목숨을 걸었다는 통진당의 이정희마저 문재인의 손을 들어주고 대선후보를 사퇴했습니다. 투표율은 ‘마의 70%’를 훨씬 넘어 75% 꼭지점을 찍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적이 일어난거지요.

박근혜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그의 개인기와 정치적 상품성입니다. 실패한 전직 대통령의 비서실장 경력 밖에 없는 문재인은 카리스마, 감성적 매력, 호소력, 안정감등 대통령감으로서의 모든 자질이 박근혜에 뒤졌습니다. 자기 색깔 보다 안철수 마케팅에 올인 하는듯한 앵벌이식 캠페인도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습니다. 선거 1~2주를 남겨놓고 훈도남(훈훈한 도시남자)이라던 문재인은 무섭게 표변했습니다. 인신공격, 말 바꾸기, 덮어 씌우기, 거짓 선동등 구태 정치인을 뺨치는 일탈적 선거 캠페인으로 ‘착한남자’의 이미지를 구겼습니다.
박근혜의 승리-문재인의 패배는, 국민의 여망이 더 이상 노무현 아류의 편가르기 정치-투쟁 정치-이념적 증오와 배타적 정치보다, 합리적이고 유순한 생활정치에 대한 목마름을 드러낸 결과로 여겨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여부는 따라서 부드러운 포용의 리더십으로 국민행복의 생활정치를 정착시키고, 그와 함께하는 세상이 싫다고 절망하는 2500만 국민을 끌어안아 진정한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일입니다. 그의 성공을 빕니다. 우리의 두고 온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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