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상에 물든 거센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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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돈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북한에서 주민들의 일생을 결정하는 주민 계급제도가 돈에 의해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주민의 성분이 좋지 않으면 평생 좋은 직장은커녕 산속의 탄광에서 일생을 보내고 그 후손까지 같은 일을 하는 곳이 북한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 내에 비공식 시장이 형성되고 돈이 파워를 발휘하면서 돈으로 모든 것이 통용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직장은 물론 대학 입학, 결혼까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현재의 북한이다. AP 통신은 북한의 이 같은 변화를 보도했다.  그 전문을 소개한다.
김 현(취재부기자)
 
지난 반세기 이상 북한인들의 생활은 계급제도의 그림자로 덮어있었다. 이 계급제도는 소수 엘리트들만 의 보호된 집단사회에서 살 수 있는지, 또는 산속에서 험악한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또한 아플 때 어떤 병원을 가는지, 대학은 어디를 가는지, 또는 경우에 따라 누구와 결혼하는지도 결정하는 것도 이 계급제도다.
 ‘성분’이라 불리는 이 계급제도는 북한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계급제도는 사상적 순수성을 따져 모든 가정에 영구히 붙여진 후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망명자들과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 계급제도는 사회주의 국가 북한에 최근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부(wealth)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북한 사회에서 다른 모든 변화처럼 이 변화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폐쇄된 북한 내의 권력투쟁에서 탈북자, 분석가 그리고 행동주위자들은 돈이 정치적인 계급 지배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업에 성분보다 돈이 통해   


“성분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으며 그곳은 비즈니스가 행해지는 장소다”라고 말하는 한 탈북자는 북한의 형무소 복역 후 탈 북한 사업가다. 서울 변두리의 서민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는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게 성분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성분이라는 말은 ‘구성 요소’로 번역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배경’이라는 뜻으로 1950, 60년대에 형성됐다. 이 시기는 김일성이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부를 만들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보답하고 잠재적인 적들을 고립시키는 시기였다.
성분은 소련의 계급구분을 부분적으로 모방했고 중국이 시장경제의 성장 과정 중인 1980년대에 폐기한 유사제도를 반향했다고 사학자들은 말한다. 북한에서 성분은 농부들을 계급 사다리의 윗부분에  올려놓고 양반들과 주지들은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계급사회의 전복으로 변했다. 맨 꼭대기는 김일성의 친척이나 항일투사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성분은 재빨리 전문 지배층이 됐고 하층 계급은 농부와 광부들이 됐다. 고위층은 권력이 많은 관료들로 채워졌다. 그들의 자녀들은 성장해 부모들의 역할을 계승받았다.
북한의 성분을 연구한 봅 콜린스는 “농부이고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회의 상층부로 올라갔다” 고 말했다. 북한 관련 서류 분석과 전 북한 보안요원들 그리고 평범한 북한 출신들과의 인터뷰와 토론을 통한 그의 철저한 성분 연구는 지난해 워싱턴의 북한 인권위원회에서 발표됐다. 
성분 제도는 이론적으로는 관료 사회 내에서 운동을 허용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은 50,60년대 그들 조상의 모습을 반영한다. 이 제도가 시작된 후 농부는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강력한 사람들이 됐다.


돈이 배경이 성분보다 중요해


그러나 오랜기간 북한인의 일생을 결정하던 이 성분은 90년대 중반에 시작돼 최근에 가속화된 이 성분은 훨씬 복잡한 것이 됐다.  북한과 연결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의 한 인권단체장 김희태 씨는 “성분이 무너지면 전체 시스템이 붕괴하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돈이 배경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다.          
 성분은 그 권력에도 불구하고 거의 조용한 존재가 됐다. 자신들의 성분 서류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층계급에서는 성분에 대해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장벽에 부딪혔을 때나 대학 진학할 때 또는 취업할 때나 성분을 말하게 된다. 결국 성분의 파워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자신들이 어떤 계급에 속한다는 생각 정도다.
북한을 취재 중인 한 미국 기자가 한 여성에게 그의 성분을 물으려고 하자 한 북한 경비원이 끼어들며 “이 사람들은 우리 조국에 대해 거짓말을 만들어 댄다”고 주장했다.
확실히 북한인들은 주민성분의 복잡한 특성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성분은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의 3개 계층 51개 부류로 분류된다.

고위직을 가질 정도로 출신 성분이 좋은 북한인의 급여는 최소 임금을 받지만 엘리트들은 평양의 아파트와 전기, 시설 좋은 병원 그리고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 다니는 등의 혜택을 받는다. 부모들이 자녀의 배우자 선택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문화에서 좋은 성분의 배우자는 그만큼 값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하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혈통과 관료주의의 악몽에 빠진 게 된다고 한 탈북자는 말한다.
“우리 가족은 하층계급에서도 하층이었다. 정부에서 누군가가 나와 항상 우리를 감시했다. 우리를 살려둠으로써 은혜를 베푸는 듯이 우리를 대했다”고 말했다. 탄광 노동자였던 그는 자식들이 탄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2006년 탈북했다. 이번 취재를 위해 인터뷰한 탈북자들은 친척들이 아직 북한에 살고 있기 때문에 보복이 두렵다며 익명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성분 나쁜 우등생, 대학 입학 거절













그는 소년 시절 의사나 정부 관리가 꿈이었다. 그는 우등생이었지만 대학 입학을 못했다. 그때 그의  아버지는 남한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전쟁 당시 군인이었다가 포로로 잡혀 수용소 생활을 하다 탄광으로 오게 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같은 성분으로 인해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대학을 갈 수 없었고, 정부 관리가 될 수 없었다. “아버지로 인해 내 꿈을 이룰 수 없었고 17년간을 지하 탄광에서 곡괭이질만 했다”고 마르고 허약한 그는 말했다.
북한은 1950년대 소련의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수십 년 간의 고립주의와 세습통치로 얻은 평판과 변화의 압력들은 공산주의 겉치장 아래에서 파문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성분과 부(wealth)의 관계를 복잡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인들은 대부분 외국인을 만난 적이 없고 인터넷을 본 적도 없고 한 달에 2백 달러 미만의 수입이 고작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경제 엘리트들은 쇼핑하러 베이징이나 싱가포르를 여행하기도 한다. 북한에는 수용소에 10만 명이 넘는 정치범들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인권단체들은 밝히고 있다.
시장경제는 김정일 통치 시에 자리 잡았다. 그의 통치 하에서 흉년과 소련의 원조가 끊기면서 기아가 만연했다. 기아가 나라를 휩쓸면서 국가의 통제는 느슨해졌다. 


흉년과 기아로 비공식 시장 허용


사람들은 가판대를 설치하고 음식, 의류 등 소비재를 파는 비공식 시장을 정부는 마지못해 허용했다. 그 후부터 정부는 시장이 번성하도록 허용하기도 했고 또 단속도 했다. 대부분은 암시장에서 장사를 했고 한편으로는 중국에 수출하는 승인된 무역은 번창했다. 중국에 수출은 대부분이 미네랄이다. 
“아직도 성분은 모든 사람들의 일생에 엄격한 존재로 남아 있다”고 탈북자들과 분석가들은 말하고 있지만 시장의 발달로 인해 이 계급 제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큰 거래에서는 비밀스런 돈을 요구하는 성분 좋은 엘리트들이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믿고 있다. 이 엘리트들은 권력자와 연결해주는 비공식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암시장 거래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이들은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계급 제도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믿는 콜린스는 뇌물받는 사람들은 성분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성분 나쁜 학생, 대학도 돈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면 5에서 10의 꿩이 든다”고 탈북자인 강철원 씨는 말한다. 북한의 은어인 꿩은 일본화폐 1만 엔을 말한다. 성분이 낮을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1인당 소득이 연 1천8백 달러인 북한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 액수는 상상하기 힘든 돈이지만 성분을 떠나  앞서가려는 방법을 찾는 소수의 그룹은 커지고만 있다. 정부 고위직은 탁월한 성분을 갖춘 사람들에게 한정돼 있지만 하급계층도 여유만 있으면 잘 나갈 길이 있는 것이다.
전에 군인이었고 사업자인 사람은 “ 돈을 써서 직업을 갖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에서 오늘날 많은 돈을 버는 것도 가능해졌다. 적은 수지만 진짜 부자들은 벤츠도 소유하고 있고 부자 측에 들려는 사람들을 위한 중국제 세단도 있다. 북한의 야심가들은 자녀용으로 전기자동차를 구입하기도 한다.
서울 아파트 숲의 고층 아파트 5층에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전 북한 군인은 그의 성분이 상위보다는 하위에 가깝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성분에 관해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북한에 판매하는 정부의 일을 했었다.
그는 “고위직은 갈 수 없어도 그 바로 아래 직책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으로 탈출하려는 사람을 도운 죄로 체포돼 감옥에 가기 전에 그는 1개월에 5천 달러를 벌 수 있었다고 한다. 빈곤으로 황폐한 탄광촌에서 자란 그에게는  거금이었다.
점점 커지는 돈의 힘으로 체제가 변하는 것이 순전히 성분을 기본으로 하는 체제보다 공정한가? 바람직한 변화가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다. 북한에서 부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뇌물로 부자가 되려 하다 당국에 넘겨질 수도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거나 법적 투쟁 등을 가진 탈북자인 전 북한 군인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의 젊은 시절의 사상적 혹독함은 그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었다. 시장 경제의 치열한 경쟁에서 성분을 분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얽힘같은 것이다.
그가 서울에 온 지 5년이 넘지만 그는 아직도 그 혹독함 속에서 살고 있다. 그는 현관 문 열쇄를 3개나 갖고 있다. 그가 외출할 때 이 3개의 자물쇠 잠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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