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취재>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경찰간부들 조직적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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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원이 여직원을 동원해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선거개입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장이 나서서 ‘선거개입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서울경찰철장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형국이다.
이 사건은 선거 막판 터져 나와 부동층 표심을 좌우했고, 선거 직전 경찰 측이 서둘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당선인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이 사건은 선거 막판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에서는 오히려 국정원 여직원이 선거개입을 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서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비호가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마저 들고 있다. 국민들은 선거 후 이 사건의 실체가 하나 둘 밝혀지는 것을 보면서 유신시대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선거 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세훈 원장이 배후에서 이번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 바 있는데, 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 그 의구심이 확신으로 뒤바뀌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인터넷상 대선개입 여부 수사를 받기위해 경찰에 출두하고 있는 이른바 국정원녀.
경찰은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의 개인 컴퓨터 2대를 분석한 결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 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 민주당으로부터 불법적인 선거개입이라는 항의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민주당에게 역풍으로 작용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이번 대통령 선거의 표심을 흔들었다. 사건의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는 박 당선인은 선거 후 논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으며 역시 원인제공자라 할 수 있는 국정원 역시 입을 닫았다.
모든 책임을 경찰이 떠안은 셈이다. 검경수사권 독립이란 첨예한 이슈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 사건을 떠안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첨예한 시기에 경찰이 왜 나섰나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지난 7일 “경찰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있지 않느냐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확인한 결과를 말씀드리는 것이 당연한 수사기관의 책무”라고 해명했다.
김 청장은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선 직전)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 컸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이 대선 선거일 전인 지난해 12월16일 밤 ‘국정원 여직원이 인터넷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선거개입 의도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차단한 것이다.



김 청장은 이날 “너무 밤늦은 시간에 수사결과를 발표를 했어야 했냐는 논란은 있지만 수사과정이 미진했다는 것은…(인정하기 힘들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 컸기 때문”이라며 “발표 당시 추가 수사하겠다고 말했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피고발인을 불러서 조사하겠다. 수사는 정상적인 절차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경찰서나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개입하려 했다고 하는데 지금 세상에는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청장의 해명과는 달리 드러나고 있는 사건의 실체는 경찰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 대구ㆍ영남대, 국정원 출신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임명될것이라는 후문이 있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서울지방경찰청이 이미 확보한 여직원 아이디를 수사 경찰서인 수서 경찰서 측에 이틀이나 뒤늦게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이 김 씨의 인터넷 ID와 닉네임 등 분석 자료를 수서경찰서에 보낸 것은 지난달 18일 오후 4시 이후였다. 서울경찰청이 ‘댓글 흔적이 없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16일에서 이틀이 지난 뒤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6일 밤 11시 보도 자료를 배포하기 전 수서경찰서에 김 씨의 노트북을 분석한 결과보고서를 보냈다. 보고서에는 김 씨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ID와 닉네임이 각각 20개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ID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서경찰서는 이틀 뒤 서울경찰청에서 하드디스크 실체와 세부적인 분석 자료를 넘겨받고 나서야 구글링(구글을 통한 검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경찰 측은 “원래 분석을 거친 하드디스크와 세부 자료는 바로 이첩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파일 추출 및 분류 등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16일 밤 ID 개수까지 확인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ID를 전달하는 데 이틀이나 걸린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서울경찰청에 증거 분석을 의뢰한 이후 수서경찰서는 구글링을 이용한 수사를 염두에 두고 ID 확보에 전념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14일과 17일 인터넷 포털업체와 언론사에 김 씨 명의로 가입된 ID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경찰청은 16일 확보한 자료를 18일 오후에야 수서경찰서로 보낸 것이다.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19일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인터넷 사이트의 여론 형성에 관여한 단서를 발견하고, 같은 달 21일 해당 인터넷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중간수사결과 발표도 의혹투성이


김 씨에 대한 수서경찰서 측의 소환조사도 의문투성이다. 현재 김 씨는 두 차례에 걸쳐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조만간 3차 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8월말부터 12월10일까지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16개 아이디로 99회에 걸쳐 대선 관련 글에 ‘추천·반대’ 형식의 표시를 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아이디로 특정 웹사이트의 글에 찬반 표시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물론, 이 아이디가 모두 김 씨 것인지, 김 씨 혼자 이 아이디들로 온라인에서 활동한 것인지 등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다. 김 씨가 ‘추천·반대’ 형식의 의사표시를 한 웹사이트는 아이디, 닉네임,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실명이나 주민등록번호 없이도 누구나 중복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된 이메일 계정도 외국에 서버를 둔 포털사이트인데다 이 업체는 최근 국내에서 사업을 종료한 상태다. 해당 아이디가 김 씨의 노트북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김 씨가 △본인 아이디로 직접 ‘찬반 표시’를 했는지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했는지 △다른 직원과 함께 노트북과 아이디를 공유한 것인지 등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 퇴임후 거취가 관심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김 씨와 다른 사람과 함께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약 100일 동안 16개의 아이디로 해당 사이트 게시물에 단 ‘찬반 표시’는 총 288회. 대선 관련 글 94개에는 중복 표시를 포함해 99건의 찬반 표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이념 성향을 띤 사이트 한 곳에서만 이렇듯 집중적인 ‘활동’을 벌인 이유가 무엇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의심스러운 것은 여직원이 감금당했다고 주장하는 이틀의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간이면 컴퓨터를 원격제어해서 자료를 완전히 삭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국정원은 중요한 기밀자료 등이 담긴 HDD를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디가우저’라는 장비, 소프트웨어(SW)에 등에 대해 보안적합성을 평가해 주는 기관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SW방식의 디가우저를 통해 HDD에 담긴 내용이 완전 삭제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디가우저를 통해 수행되는 ‘디가우징’은 HDD를 공장초기화하거나 아예 못쓰게 고유의 자력을 없애는 등의 작업을 말한다. 정보 수집, 인멸 등의 업무에 유능한 국정원이 어떤 증거를 어떤 식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 않아 증거인멸 의혹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 보안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는 국정원이 거부하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런 여러 가지 의혹들로 인해 전문가들은 경찰 수사 결과 발표가 미심쩍다는 반응이다. <선데이저널>이 만난 한 보안 전문가는 “ID나 닉네임을 왜 신속히 넘기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지난달 19일 선거 전에 결과를 내놨다면 대선 결과도 바뀔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지난해 8월 말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99차례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지난달 16일 있었던 중간 수사결과 발표도 거짓으로 판명됐다”며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유력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 출신인 그는 박근혜 당선인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 출신이며,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정원에서 근무하다 경찰로 자리를 옮긴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다. 즉 그가 국정원가 경찰 사이에서 고리 역할을 했을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 때문에 관가에선 그가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찰청장을 노리고 있다는 설이 파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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